해금강 우제봉 (제석봉)
우제봉(雨祭峯)은 남부면 갈곶리 해금강 서쪽 절벽에 있는 산이다. 일명 제석봉(祭釋峯), 기우제봉(祈雨祭峯)이라 고도 한다.
날씨가 가물어 비가 오지 않아 논밭의 곡식이 말라 비틀어 지고 식수마저 구할 수 없는 7년 가뭄에도 이곳에서 기우제만 지내면 비가 내렸다 한다. 우제봉을 동쪽에서 보면 꼭 소머리와 같이 생겨서 그렇게 이름 지운 줄로만 알았다. 알고 보니 비 우(雨) 자를 써서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란 뜻인 모양이다.
그럼 왜 고을 원님이 지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와서 기우제를 지냈단 말인가? 아마 이곳이 천하의 일경이고 사람의 떼가 묻지 않는 곳이기에 신선한 옥상상제님께 예를 올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온다는 속설은 이마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아 비가 올 시기가 도래될 즈음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았을까?
내가 처음 해금강 땅을 밟았을 때가 1967년 여름이니까 어년 40년이 지났다. 학동에서 똑딱선을 타고 해금강을 오는 도중에 수 만 마리의 갈매기가 날고 도장포 포구에서 하선하여 해금강쪽으로 걸어가는 길섶에는 강냉이가 우리 키 만큼 자라 있었으며, 갓바위(신선대)주변에는 짙은 안개로 신선이 구름을 타고 놀러 다니는 그런 상상을 해 보았다. 지금은 사진 하는 사람들이 그런 상상속의 풍경을 촬영하려고 다니지만 쉽게 만날 수가 있겠는가?
우제봉 가는 길은 해금강마을(갈곶리)에다 주차를 하고 오른쪽에 보면 해금강 호텔이 나온다. 이 호텔에서 산길을 따라 오르면 이어서 서자암이 보이고 산길을 계속 오르면 된다. 가는 길목에는 유독 동백나무가 많다. 수령으로 보아서는 약 50년생 같은데 그 전에 불이 한번 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해본다. 거제도 남부 지역은 난대지역이라 동백나무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 100~200년 정도의 성목(盛木)이고 50년 정도 된 수령을 가진 나무들로 구성된 자생지는 별로 없다. 중간쯤 가다보면 남부지방의 희귀종인 황칠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옛날에 지심도, 내도 ,공고지 등에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그런데 이 나무가 여기에 있을 줄이야---.
다시 조금 올라가면 불이 난 곳에 난대 상록수림이 자라고 있다. 내가 이곳을 처음 다닐 때는 불이 났었고 어린유목들이 발아래 보였으나 지금은 눈 가까이 올라와 있다. 광나무, 후박나무, 참식나무, 생달나무, 까마귀족나무 등이 보인다. 산 정상에 다 달으면 난간이 있는데 노후화되어 철조망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곳에 올라가야 신선의 맛을 볼 수가 있는데 어찌하랴. 못 올라가는 수밖에---.
여기에서 해금강(갈도)을 바라보면 천하일경이다. 해금강, 외도, 서이말등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반대 방향을 보면 다포도, 대병대도 한산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장소가 안개 낀 해금강 촬영장소로 적격이고 다포도 해넘이 촬영장소로 최적지다.
해금강 반대쪽 바위 절벽에 보면 중국의 서불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서불과차(徐巿過此)라는 글씨가 남아 있었으나 사라호 태풍 때 떨어져 나가고 이제는 그 흔적만 남아 있다. 이곳 바다를 서가음말이라 한다. 와현리에 있는 서이말은 쥐부리끝이라 하여 쥐 주둥이 모양을 말함인데 서가음말의 뜻은 잘 모르겠다.
이곳은 해금강 마을에 붙어 있으며 등산도 20여분이며 되오니 해금강에 유숙을 하고 서쪽인 우제봉과 반대쪽인 마을 뒤편으로 산책을 하면 해금강 사자바위를 눈앞에서 볼 수가 있다.
♣찾아오는 길: 거제→한목→해금강마을(주차)→해금강호텔→서자암→등산→정상 (왕복 40분)
♣볼거리: 해금강(갈도) 전체 조망, 다포도와 대병대도 배경으로 해넘이 촬영
난대 상록수림 관찰
해금강 마을에서 본 해금강
해금강을 돌고도는 유람선
우제봉에서 바라본 해금강 전경
마을 입구에 있는 거제노래비---김기호선생님 작품
우제봉은 자연보존지구로 곳곳에 팻말이 붙어있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서자암.
거제도 희귀종인 황칠나무를 만나다.
무화과를 닮은 천선과나무---옛날에는 이것도 간식용으로 먹었다.
해변의 대표식물 털머위---11월에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바위 절벽에는 고개를 내밀고 6월의 산야를 장식한다.
우제봉의 석양
마을 식당에는 해금강 산 벅굴도 손님을 맞이한다.
서불과차라고 쓰여진 절벽 위의 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