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증이란
신경증은 과거 노이로제 또는 neuroses의 우리말 표현이나 요즘은 신경성 장애(질환)로 바뀌었다. 정신증과 달리 스스로 불편하여 이를 해결하고자 병원을 찾아오는데, 예를 들면 잠을 못자거나 불안 초조하여 견디기 어렵거나 머리가 아플 경우 또는 짜증과 화를 주체하기 어려운 경우, 의욕이 없고 아무 재미를 못 느끼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정신증은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여 병원을 스스로 찾지 않는다.
신경성 질환에 대하여
병원이나 한의원 또는 약국에서 ‘신경성’이란 표현을 자주 듣는다.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여러 가지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 “당신은 신경성이니 신경을 쓰지 말라”는 처방도 귀에 익숙하다.
아픈 사람은 괴로운데 처방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신경성’은 꾀병도 아니고 의지로 어떻게 조절되어지는 것도 아닌 고통스러운 병이다.
본래 신경은 뇌를 비롯한 중추신경과 척수신경을 통해 전신에 분포하고 있는 말초신경으로 이루어지고 기능에 따라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어 진다. 각 장기마다 분포된 신경들은 중추신경의 지시를 받고 중추신경은 스트레스나 정신적 요인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신경성’이라 할 때 신경은 마음이나 정신과 동의어이고 ‘신경성’의 올바른 뜻은 ‘심리적인 원인으로 오는 신체질환’을 일컫는다 하겠다.
30대 직장인이 속이 더부룩하고, 쓰리고 소화가 안되고 메스껍다고 내과를 찾았다. 진찰과 함께 각종 병리 검사, 위장관 특수촬영에서 이상이 없었고 혹시 조기 암이 아닌가 걱정하여 위내시경 검사도 시행했으나 표재성 위염이 있는 정도였다. 내과에서 처방한 위염 약을 지시대로 복용하였으나 증상이 깨끗하게 낫지 않고 지속되어 신경정신과에 의뢰되었다. 이 환자는 위장 증세 외에도 항상 피곤하고 머리도 아프고 잠도 깊이 못 자고 뭔가에 쫓기는 것처럼 마음이 안정이 안되어 술을 자주 마시고 흡연량도 늘었다 한다. 직장에서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신경성 위염이 생긴 것이다. 이와 같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위점막을 손상시켜 위염을 일으키는데 위장약만으로는 불안이나 우울 등이 치료될 수 없다. 정신과 치료를 함께 해야 신경성위염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신경성 질환에는 신경성 위염 외에 신경성 두통, 신경성 심장질환, 과민성 대장증후군, 신경성 피부염, 신경성 관절염 등이 있다. 따라서 병원을 여기저기 다녀 봐도 특별한 병명이 나오지 않거나 치료효과가 없을 경우 꼭 신경성 질환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마음만 다스리면 되지 하거나 창피하게 정신과를 어떻게 가나 하고 치료를 방치하면 생활에 큰 불편을 주고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의존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전문적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강박증
강박증은 결벽증이라고 흔히들 말하는 것으로 정리정돈을 철저히 하고, 시간을 엄수하며 자기 생각대로 안되면 불같이 화를 내고, 인색함과 완고함이 특징이다. 정상적인 경우에도 어느 정도 강박증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이 오히려 성격의 장점이 되고 업무수행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정도가 심하여 일상생활과 직장,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이면 노이로제라고 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하는 상태를 말한다. 손이 병균들에 오염되었다고 생각하여 손을 되풀이하여 씻는 강박적 행동, 위험하다고 의심되어 자신이 확인한 걸 자꾸 재확인하는 강박적 의심과 일상생활을 정확히 하기 위하여 미적대고 주저하는 행동 등이 있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의식적으로 특정한 숫자를 세거나 머리를 긁적거린 후에 하는 강박적 의식행위도 있다. 쓸 데 없는 줄 알면서도 헛된 걱정과 행동을 되풀이한다. 주부는 가스, 자물쇠, 수도꼭지 등을 잠그고도 계속 확인하며, 학생들은 책을 읽은 부분을 되풀이 반복하여 읽거나, 시험 답안지 확인을 반복함으로써 시험을 망치는 경우도 많다,
강박행동을 중지하면 불안하기 때문에 불합리함을 알면서도 반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를 강박신경증이라고 한다. 강박신경증은 강박사고나 강박행동 어느 하나만 가지는 경우와 둘 다 가지는 경우가 있다. 강박 신경증은 다른 노이로제보다 치료가 어렵다고 여겨지고 있으며 신경정신과 외래환자 중 10%를 차지할 정도로 많고, 인구 100 명에 2 명은 평생 동안 한번은 강박신경증에 걸린다. 주로 사춘기에 발병하나 어른이 된 후에도 발병할 수 있다. 유전적 성향이 높아 가족적 발병상황이 높은 편이며 다른 정신과적 질환과 공존하는 수도 많다. 가장 흔한 것은 우울증과 함께 있는 경우이고, 공포증과 동반하기도 하며, 소아의 경우 틱장애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드물게 정신 분열증의 한 형태로 강박증이 표현되는데 치료가 힘들다. 이러한 강박증상들은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지만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강력한 무엇이 작용하고 있다. 그러한 내 마음은 내가 알지 못하는 마음이면서 내 의지를 벗어나 있는 무의식의 어떤 부분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무의식의 작용을 사람들은 외계에 투사하여 신이나 귀신의 조화, 조상 탓 등으로 믿어 왔다. 이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적개심이 가득하였고, 파괴적인 충동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무의식에는 어려서 엄하고 무서운 부모가 공격성의 표현을 허락하지 않고 복종에는 상을 준 기억이 저장되어 있다. 그들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화나는 데도 그것을 표현하지 못했고, 분노의 감정을 무의식에 억압할 수밖에 없었다. 의식적인 마음은 내적인 마음과 반대로 표현되어 미움은 사랑이 된다. 부모를 미워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적개심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확인시켜주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적개심이 제거되지 않은 채 그 압력이 계속 가중되어 견딜 수 없는 한계에 부딪치면 발병하게 된다.
강박적인 사람들의 특징은 사소한 일에 신경 쓰고 세심한 부분에 매달려 큰 것을 놓친다. 그들은 지나치게 깔끔하고 규칙적인 배변에 집착하고 변비에 잘 걸리고 순서와 질서에 집착한다. 프로이드는 항문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발병은 대개 급성으로 오지만 정신과를 방문하기까지 평균 5-10 년이 걸리어 만성적으로 되기 쉽고 25 %에서 우울증을 동반하고 때로는 정신분열증으로 이행하기도 한다.
치료는 환자의 70 %정도에서 만족스럽게 호전되고 나머지는 치료에 잘 반응을 하지 않는 악성 경과를 밟는다. 강박사고만 있고 우울증이나 분열증이 없는 경우, 발병 전에 사회적응이 좋은 경우 등에서 치료 결과가 좋다. 발병 당시 유발요인이 뚜렷할 경우에는 치료가 잘되나 그렇지 않을 경우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환자들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고, 대개 지적수준이 높은 고학력 인텔리이며 분노를 억압하는 정도가 많고 분노 감정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한다. 중요한 대상, 특히 부모에 대해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갖는 수가 많다. 따라서 심리적 역동을 잘 이해하여 정신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가 치료효과를 보이며 우울증이 함께 있는 경우 함께 치료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 염려증
건강염려증은 신체적 증상이나 감각을 비현실적으로 부정확하게 인식하여 자신이 심한 병에 걸렸다고 고집하고 두려워하는데 특징은 사회생활이나 직장 근무에 지장이 전혀 없다. 이들은 신체적 질환이 없다고 하여도 믿지 못하고 여러 의사를 찾아다닌다.
남녀가 비슷한 빈도로 사춘기에 잘 나타나고 20 대와 30 대에도 많지만 중년의 위기 상황에서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환자들은 대체로 신체 감각에 과도하게 예민하여 감각을 고통으로 감지하는 참을성이 낮다. 심리적으로 과거에 상실, 배척을 경험하여 공격성이 신체로 표현된다. 죄책감이나 자기비하가 심하고 신체적 증상은 속죄의 방편이 된다.
환자들은 신체적 증상을 통하여 곤란한 상황에 대한 변명을 하고 책임과 의무로부터 도피한다. 대개 우울하고 불안한 정서를 가지며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많다.
회복되었다가 재발하는 경과를 반복하고 스트레스 상황과 관련되어 나타난다. 갑자기 발병하거나 불안우울이 있거나 다른 신체 질환이 없으면 예후가 좋다. 치료가 잘되지 않은 편이나 의사-환자관계가 신뢰의 관계로 굳건하게 이루어지면 정기적인 상담과 약물치료로 효과가 있다.
이 환자는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한 불만과 원망을 환자에게 대신 퍼부어 희생양이 된 전형적인 예에 속한다. 어머니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환자는 어머니에 대한 적개심을 적절하게 표출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자신의 몸에 표현하였다. 면담 횟수가 늘어나면서 어머니에 대한 적개심이 충분히 다루어지고 어머니에게 대들기도 하고 오히려 버럭 고함도 질러 어머니를 능가하는 체험후로 강박적 불안이 많이 소실되고 어머니의 어려웠던 입장도 이해하는 여유와 오히려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꿈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대인 공포증
공포증은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처했을 때 비현실적인 두려움이 생겨서 그 대상이나 상황을 피해버리는 노이로제이다. 신경정신과에 오는 환자들을 분석하면 우울증과 함께 3대 신경증에 속할 정도로 흔하다.
단순공포증은 두려움과 회피반응만 있지만 대인공포증은 일상생활이나 사회적 기능에 지장을 초래하여 그 심각함이 크다 하겠다. 대인공포증은 인구의 2-3 %에서 그리고 주로 10 대에 발생한다.
대인공포에는 무대에 설 때 느끼는 무대공포, 누군가 주시하는 느낌을 받으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적면공포, 공공장소에서 식사하기 두려운 식사공포 등이 있다.
대인공포증의 특징은 환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이 자세히 관찰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 난처한 일을 당할 것이라는 예기불안에서 파생되는 증상들이 나타난다. 흔한 예로, 식사하는 동안 관찰되어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손이 떨려 숟가락질을 할 수 없고 사람들과 차를 마실 수도 없다. 학생들 같으면 수업 중에 지적받았을 때 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가 떨려 책을 읽거나 발표를 할 수 없다. 공중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이 옆에 있으면 소변을 눌 수 없고, 회사원은 브리핑을 할 수 없으며, 수험생이나 고시생들은 시험 중에 손이 떨려 제대로 답안을 작성할 수 없는 등 커다란 불편과 장애를 느낀다. 환자는 이러한 두려움이나 불안 반응이 비합리적이고 지나치다는 것을 잘 알지만 스스로 극복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공포나 대인공포를 유발시키는 상황을 미리 회피하거나 꼭꼭 숨어버리는 행동으로 방어하여 대인관계나 사회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인공포증을 사회공포증이라고 부른다.
심리적 요인으로는 만성적 스트레스나 심리적 상처를 꼽는데, 가장 흔한 경우는 부모와의 사별이나 가족 내 폭력, 특히 부모로부터 받는 거세공포를 들 수 있다. 대체로, 유전적으로 체질적으로 부끄럼을 잘 타는 성격, 신경생물학적으로는 아드레날린과 노아드레날린이 관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치료는 공포상황에 노출되기 전에 미리 투약하여 예기불안을 감소시켜주고 상담치료와 행동요법으로 근본적 대처를 하여야 된다. 긴장이완법이나 최면술도 간혹 사용할 수 있다.
대인공포증은 사춘기 전후에 시작해서 만성적 경과를 거치며 점점 심해지는 걸로 되어 있다. 노이로제 환자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병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수년 동안 혼자 고통을 겪다가 신경정신과를 방문하는데 조기에 치료적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
불안장애
불안은 우울과 더불어 가장 흔한 인간 정서의 하나이다. 시험을 앞두고, 결혼을 앞두고, 사업을 새로 시작할 때, 여러 사람 앞에 나설 때, 외국을 나갈 때, 잘못을 저질렀을 때 등등 불안은 삶과 함께 하는 동반자이다.
불안이란 증상은 마음을 졸이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진땀이 나는가하면 어지럽고, 초조하고, 서성대는 등 불쾌하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태이다. 불안은 대체로 새로운 환경이나 낯선 분야에 적응하려 할 때 나타나는 정상적인 심리반응이고, 위험이나 실패, 고통이 예상 될 때, 뜻하지 않은 돌발 상황에 당면했을 때, 긴장과 함께 나타나는 기본적인 생리 현상이기도 하다. 불안 할 때 뇌 전체는 각성상태에 들어가며 말초신경과 자율신경계에 지장을 초래한다. 갑상선과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는가하면, 위장 운동에 영향을 미쳐 설사와 소화 불량을 일으키기도 하며, 심장은 뛰게 만들고, 혈압은 상승시키고, 식욕감퇴와 불면증을 나타내기도 한다. 신경전달물질 중에서 GABA와 노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이 관여한다.
불안이란 자신이 주변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까 염려되는 위협적인 상황에 대한 반응이다. 위협적인 상황이란, 시험이나 수술, 재판 등 큰일을 앞둔 상황이거나, 이사나 이민, 여행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 거절되거나 소외당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 발표나 브리핑 등 능력을 평가받는 상황, 윤리적으로 양심에 걸리는 상황 등이다.
불안이 엄습하는 경우, 몸에서는 분노의 상황처럼 교감신경이 흥분되고, 아드레날린 노아드레날린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심박동이 빨라지고 혈당량이 올라가고 눈동자가 커지는 등 온 신경이 닥쳐올 위험에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불안이나 분노는 원시 시대나 지금이나 눈앞의 위험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생리적 반응이자 감성반응이다.
다른 사람보다 유독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노아드레날린이 다른 사람보다 높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편도핵과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흥분되기 때문이다. 또 신경의 흥분을 억제하는 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적어 자율신경계가 잘 흥분된다.
좀 더 깊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갈등이 마음 밖으로 튀어나오려 할 때도 불안이 나타난다. 대개 그 내용이 의식수준에서 용납할 수 없는 위험한 내용이라고 무의식이 판단할 때 경계 신호로 보내는 것이다. 불안과 비슷하게 쓰이는 공포는 대체로 그 대상이 있는 반면, 불안은 막연한 것이 특징이다. 불안은 모든 게 안락했던 태내로부터 분리되어 낯선 세상에 떨어졌을 때부터 비롯된다. 이것은 유아기 내내 ‘부모와 떨어지지나 않을까’, ‘부모가 나를 버리고 떠나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분리불안 또는 이별불안이다. 어머니의 불안이 아기에게 전달되는 모방불안도 있고, 부모가 나를 공격하여 죽이거나 병신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거세불안도 있다. 부모에게 야단 맞고 미움받지 않으려고 미리 조심하고 스스로 징벌하는 초자아 불안도 있다. 피해망상이나 위협적인 환청 등에 이해 야기되는 정신병적 불안도 있다.
이러한 불안이 자라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이면 불안장애라고 한다. 불안장애에는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사회공포증, 강박신경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이 있다.
불안은 살아가는데 위험한 상황에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위험을 극복하고 적응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며,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데 꼭 필요하다. 그러나 불안장애는 전문의와 상담을 하여 치료하는 것이 좋다.
불안장애는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뿐만 아니라 인지치료도 중요하다. 인지치료는 분노의 감정과 마찬가지로 위협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게 중요하다.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는 상황은 위협적이면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다. 대체로 불안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피해버리려고 하여 점점 행동 공간이 좁아지고 만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우선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머릿속에 그려봄으로써 냉철하게 관찰하는 훈련이 중요하다. 이렇게 자주 자신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힘이 커지면 비례하여 불안도 감소하게 된다. 인지행동요법의 탈감작(둔감화) 요법이다. 면담실에서 환자에게 그가 가장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 들어가는 상상을 시켜 흥분되고 두렵고 떨리는 모든 감정을 그대로 느끼게 하고 다를 생각을 하지 말도록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그냥 느껴보는 그 자체로 조금씩 흥분이 줄어들어 마침내 그런 상황을 피하지 않고 견딜 수 있게 된다.
불면증
성인 3분의 1이 수면 장애를 앓고 있을 정도로 불면은 가장 흔한 반갑지 않은 친구이다. 수면 장애는 밤에 잘 수 없는 불면증이 대부분이고, 그밖에 낮에 심하게 졸리는 과면증과 몽유병, 야경증, 악몽 등이 있다. 불면증에는 이유 없이 오는 원발성 불면과 정신과적 질환이나 신체적 원인에 의해 오는 이차성 불면이 있다.
원발성 불면증은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정신생리학적 불면증으로, 억압이 많고 강박적인 성격의 소유자는 수면이 자기 뜻대로 조절되지 않을 때 긴장이 높아지는데, 낮에는 아무 생각 없이 잘 지내다가 잠 잘 무렵 긴장과 각성이 높아진다.
신체질환과 관련된 불면증은 수면무호흡증, 편두통과 같은 통증이 심한 질환, 천식과 같은 호흡질환, 장염, 고열, 협심증과 같은 심장질환, 방광염 등에서 나타난다.
정신장애와 관련된 불면증은 공황장애를 비롯한 불안장애, 주요 우울증, 조증 상태, 급성 정신분열증 등에서 불면증이 온다. 우울증의 경우 잠만 자려고 하는 기수면이 올 수 있다.
대부분 불면증은 일시적이고, 치료가 가능한 원인을 가지고 있다. 불면증의 치료는 우선 위에 열거한 원인을 규명하여 제거해야 한다. 그런 연후 수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수면 환경 개선의 기본적인 원칙을 열거하면,
1)규칙적인 수면시간을 가진다. (예를 들면 밤 12 시부터 아침 7 시)
2) 자는 방은 완전 어둡게 하고 소음이 없어야 하고 너무 춥거나 덥지 않게 한다.
3) 일찍 깨어나도 편한 마음으로 일어날 시간까지 누워 있는다.
4) 적당한 운동을 하되 밤에는 피한다.
5) 잠자기 전 뜨거운 샤워를 해본다.
6) 술, 담배, 커피 등을 피한다.
7) 자기 전에 물을 마시지 않는다.
8) 자기 전에스트레칭으로 긴장을 이완하고, 명상을 해본다.
9) 잠이 안 와 초조할 때는 일어나서 책을 보거나 일기 등을 써보고, 졸리면 다시 자리에 눕는다.
10) 자꾸 시계를 보지 않는다.
11) 낮잠을 자거나 낮에 눕지 않는다.
그래도 못 자면 전문의를 찾아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면제는 장기 복용 시 수면 3,4 단계를 줄이고 의존성이 생기므로 가능한 금해야 하고 원인에 따라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를 적절하게 투여한다.
경계선 인격 장애
이 병은 신경증과 정신병 중간에 놓여 있다고 경계선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정서적으로 대인관계의 불안정이 심하고 주체성의 혼란이 있어 자기 이미지가 불안하고 행동, 감정에 있어서 변동이 심하고 자제력이 부족하여 충동적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 가졌던 병적인 양가감정이 내재화되어 대인 관계에서 의존과 증오를 반복하여 나타낸다. 특히 이별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버림받을 것을 겁낸 나머지 미친 듯한 행동을 자제 못한다.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만성적인 공허감에 시달려 과식, 금전낭비, 성적 문란, 도박, 약물 남용과 반복적인 자살시도와 자해행위를 보인다. 자살 위협은 남들로부터 관심과 동정을 받기 위해, 남들에게 분노를 표시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불안함을 가라앉히기 위한 의미가 있다.
걸음마 시기를 거쳐 어머니로부터 분리 독립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경우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는 불안을 자라면서 관계를 맺는 타인에게 투사하여 그들로부터 관심을 잃지 않으려고 눈물겹고 피나는 투쟁을 하는 셈이다.
치료는 정신치료가 중요하며 소량의 항정신병약과 항우울제 등을 병용하고 자살이나 자해 행동이 심할 경우 입원치료가 원칙이다.
공황장애
우리는 최근에 국가 부도의 위기를 경험했다. 만약에 국가가 부도가 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가 전기와 수도가 끊기면 우리의 생활이 어떻게 될까 밤에는 전기가 없는 컴컴한 암흑시대가 되고,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더워도 에어컨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물도 길어와야 되고, 지하철도 멈춰 걸어 다녀야 하고, 회사나 병원, 심지어 관공서까지 문을 닫고 은행도 업무 마비가 오고, 길거리는 실업자들로 홍수를 이루고, 정부의 통제력이 사라져 강절도가 판을 치는 무법천지가 되고 아수라장이 되는 대공황 상태에 빠질 것이다. 공황장애는 이런 경제공황에 비견할 수 있다.
환자들은 금방 심장이 멈출 것 같고 숨을 쉴 수 없어 금방 죽을 것 같은 절박한 불안을 호소한다. 잠들기가 어렵고 흉부통증이 오며 심장박동의 증가하고 땀이 화끈 나고 어지러워서 쓰러질 것 같은 증세가 있으며, 주위 사물이나 내 자신이 낯설거나 변한 느낌(이인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숨이 답답하니까 과호흡을 하게 되어 혈중 산소 농도가 높아져 손발이 저리는 감각 이상이나 의식의 혼미가 올 수도 있다. 흔히 우울증도 동반되는데 이럴 경우 자살위험이 높다.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지나 않을까. 자신이 미쳐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발작 증세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지속되다가 사라지는데 일주일에 2회 이상 점점 자주 일어나게 된다. 증세가 없을 때는 또 발작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예기 불안이 있다.
심리적 공황 상태를 영어로 패닉(panic)이라 하는데, 패닉은 천둥, 번개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그리스 신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조사에 의하면, 정상인의 3명 중 1명 꼴로 일생에 한 번은 공황 증상을 경험한다. 대체로 청년기에 많고 비교적 심한 증상을 겪는 환자는 인구의 1~3%인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이 남성보다 2~3배 많고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한다. 성격이 완벽을 추구하고 세심하며 성취 지향적인 사람에서 많다. 밤늦게까지 일 하는 사람, 애주가, 골초 등에서 많이 발병한다. 어린 시절 부모와 사별 또는 이혼 등을 경험했거나 격리불안증을 보인 경우가 많고 가족력이 있다.
첫 공황발작은 몹시 과로하여 피곤하거나 성행위 직후, 몹시 흥분하였거나 정서적 충격을 받은 직후에 오는 경우가 많으나, 선행요인 없이 예기치 않게 오는 경우도 많다. 주증상은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심장이 빨리 뛰며, 숨이 막히고 답답하며, 열이 나거나 오한이 들면서 땀을 흘리고, 가슴이나 복부에 불쾌감이 있고, 현기증과 곧 쓰러질 것 같은 느낌과 감각마비나 저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금방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환자는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통제력을 잃거나 미쳐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견디기 힘들다. 광장공포증을 동반하는 경우와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공황발작과 흔히 동반되는 광장공포증은 어떤 특정한 장소에 들어가면 극심한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데 발작이 일어났던 장소를 피하는 회피행동이 나타난다.
대체로 심장병이 아닌가 염려하여 심장내과를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심장정밀검사를 해보지만 심장의 이상을 찾아낼 수 없다. 겉으로는 의외로 아픈 모습이 아니어서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은 심각하게 봐주지 않아 더욱 속상하다.
생물학적으로는 신경전달물질 중 노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심리학적으로는 부모나 가까운 친지와의 사별이나 심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발병요인이 된다. 신경생리학적으로는 뇌간의 청반이 위험한 상황에서 경고 메시지를 자율신경계에 보내어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는데 불안장애와 같은 기전을 밟는다.
불안장애나 우울증, 정신병적 불안과 구별해야 하고 신체적 질환 중 갑상선기능장애나 내분비종양 등의 유무를 신중히 검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정신치료와 함께 인지 행동요법과 약물요법을 받으면 경제공황에서 IMF자금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치료를 미루면 건강염려증 등으로 발전하여 가정과 직장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므로 조기 치료가 바람직하다. 가족들의 태도도 중요한데 의지가 약하다는 등의 비난과 경멸의 언질을 하면 환자는 자기 비하와 함께 우울증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진지하게 경청하고 심하다고 판단되면 당황하지 말고 호흡을 규칙적으로 하게 하고 죽는 병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도록 한 차례 정밀검사를 받도록 하고 전문의와 상담하도록 도와줘야 된다.
우울증
우울증은 울적하고 자신감이 없고 평소 하던 일이나 집안 일도 귀찮고 힘들며 무기력하고 의욕과 흥미가 없으며 만사가 귀찮아지고 혼자있고 싶어하는 마음의 병이다. 잠도 못자고 식욕도 떨어진다. 불안하고 초조하며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안되는 등 여러 신체증상이 동반된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심한 경우에는 죽음을 생각하며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우울증은 10대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살아가면서 어느 시기에나 찾아 올 수 있다. 우울증에는 경한 우울증과 심한 우울증이 있는데 자살위험이 있는 심한 우울증은 즉각 입원치료를 받아야 된다. 흔히들 마음이 약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린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강하게 먹으라고 조언을 한다. 한편으로는 꾀병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우울증은 마음 약한 사람만이 걸리는 병이 아니라 누구나 생길 수 있는 병이다.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 부모와의 사별 등 죽음이나 상실의 경험이 우울증과 연관이 깊고 바람직하지 않은 사건들이 우울증에 선행한다. 환자중에는 이혼이나 별거중에 있는 사람이 많다. 스트레스가 없이도 생길 수 있다. 우울증은 유전적요인, 환경적요인과 함께 뇌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세로토닌의 부족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병이다. 심리학적으로는 애도반응으로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유년기에 모자간의 애착관계에서 이별과 상실된 대상에 대한 죄책감, 분노, 적개심 등이 결국 그에 자식에게로 향하여 우울증이 생긴다.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의 성격은 자존심이 낮고 대인관계가 의존적이며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울증은 마음을 고쳐 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신경쓰지 말고 마음을 강하게 먹으라고 주위에서 충고하면 환자는 더욱 힘들어지고 우울증은 깊어진다. 우울증은 약물치료와 함께 전문의와의 면담치료를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
치료를 하지 않고 병이 아니라고 방치하다가는 자살이라는 끔찍한 지경까지 갈 수 있다. 우울증은 약을 먹는다고 금방 좋아지지는 않는다. 치료를 시작하면 대개 2-6주 정도가 지나야 증상이 좋아진다. 처음에는 불면, 식욕부진이 좋아지고 다음에는 우울한 기분이 좋아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화된다. 며칠 이내에 효과가 없다고 치료를 중단한다면 환자의 병은 더욱 깊어진다. 그러므로 우울증은 모든 어려움을 전문의와 상의하면서 인내를 가지고 치료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가 잘 되서 좋아진 경우 즉각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재발하기 쉽다. 좋아졌 다고 해도 증상만 좋아진 것이므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하여 전문의와 함께 상담하고 지시에 따라 약을 충분히 쓰는 것이 재발을 막는 좋은 방법이다.
우울증과 자살
우울증에는 신경증 수준의 우울신경증과 정신병 수준의 주요우울증이 있다. 울적하며 자신감이 없고, 평소 하던 일이나 집안일도 귀찮고, 힘들며 무기력하고, 의욕과 흥미가 없으며 만사가 귀찮아지고, 혼자 있고 싶어 한다. 잠도 못자고 식욕도 떨어진다. 불안하고 초조하며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되는 등 여러 가지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과도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심한 경우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여성 우울증의 경우 더 만성적이고 재발이 많다. 불면보다 수면과다, 무기력증이 많고, 식욕감퇴보다 식욕증가가 많다. 계절 영향도 더 많이 받아 겨울에 여성 우울증이 많다. 여성들의 갱년기우울증도 주요우울증에 속하는 심한 우울증이다. 폐경 전후로 호르몬의 변화가 현격하여 내분비 영향과 함께 심리적 좌절이 가중되어 온다. 공황장애, 불안공포증, 강박증 등과 동반되는 우울증도 많다.
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은 피로감과 함께 집중력이 떨어져서 성적이 급격하게 저하된다. 민감해져서 화를 잘 내고 쉽게 지루해 하고 지나치게 죄의식을 갖는가 하면 게임이나 컴퓨터에 몰입하거나, 학교를 무단 결석한다. 돌연 소리를 지르거나 불만을 토로하며 가출하겠다는 말을 꺼낼 수도 있고 실제 가출하기도 한다. 폭식을 하거나 본드 등 환각제를 흡입하기도 한다. 우울증은 청소년 비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장기 결석, 흡연, 과음, 소란 등의 행위 이면에는 우울증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유 없는 반항’이라 하지만 청소년들에게는 나름대로 이유가 다 있으므로 잘못된 표현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폭력을 당한 경우나 인격적 모독을 당한 경우, 성적 부진이나 저하로 자존심이 손상된 경우, 유일하게 성적만으로 부모의 사랑이나 인정을 받는 경우와, 이혼 부부의 급증, 가족 간 대화 단절, 입시 지옥과 집단 따돌림, 성적 제일주의, 물질만능주의 의식 팽배 등 청소년의 마음을 억누르는 요인들은 우리 사회의 병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10대들은 심리적 불안 상태를 나약함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자신이 우울증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따라서 자신의 심적 어려움을 부모나 주위에 이야기하기를 꺼려하여 혼자 앓다가 우울증을 키운다. 그러다 보니 가장 친한 친구나 부모조차 우울증의 징후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설령 알아챘다고 해도 일시적인 변화 정도로 잘못 해석한다.
자살을 마음먹은 사람은 반듯이 자살의사를 주위에 직간접적으로 알린다. 따라서 우울증과 자살의 예방 방법은 무엇보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화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편지나 e-메일 주고받기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청소년 자살은 충동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누군가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청소년의 자살 충동은 줄어든다. 친구가 대화 상대이면 더욱 좋다. 어려서부터 성취기대가 높은 부모로부터 많은 요구와 통제를 받고, 부모의 사랑과 기대를 잃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며 자란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구속하고 통제하는 부모에 대한 분노와 미움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할 수 없으므로, 안으로 삼켜 자기 자신을 학대하고 신체에 투사하는 것이다.
우울증은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신경 쓰지 말고 마음을 강하게 먹으라고 주위에서 충고하면 환자는 더욱 힘들어지고 우울증은 깊어진다. 우울증은 약물치료와 함께 전문의와의 상담 치료를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 우울하고 기분이 저하되어 있을 때 인지치료가 효과적이다. 최근에 유행처럼 발생하고 있는 자살이나 동반 자살의 경우도 우울증이 선행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당사자나 주위 가족이 그것을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였다. 자살시도는 반드시 전문 치료를 받게 해줘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우울증이나 자살시도는 삶의 질이 현저하게 손상되고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으므로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
심한 우울증이 아니라면 운동 등 여가선용이나 상담 또는 종교 활동으로 극복할 수 있다. 특히 명상은 큰 도움이 된다. 우울증은 보다 성숙한 자신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동안 방치했던 자기 자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계기가 되며, 성직자의 경우 수행의 출발이 되기도 한다. 우울증으로부터의 회복은 자기를 회복하는 것과 자신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내담자(환자)를 야단치거나 훈계하고 설득하는 것은 우울증을 더 악화시키게 된다. 깊이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상담의 기본이다.
우울증은 사람을 병들게 하고 죽음으로 몰아 갈 수도 있지만, 잘 극복하여 우울로부터 벗어나면 더욱 성숙하고 큰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는 인생의 묘약일 수도 있다.
재미있는 잠 이야기
우리의 잠은 크게 두 가지로 그 단계가 나누어진다. 이 두 단계를 나누는 기준은 재미있게도 눈동자의 움직임이다. 우리가 깨어 있을 때는 여기저기를 보느라고 눈동자가 빨리 움직이기도 하고 때로는 한 곳만을 응시하느라 눈동자의 움직임이 거의 없기도 한다. 그런데 잘 때도 이처럼 눈동자의 움직임이 별로 없거나 움직여도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때가 있는가 하면 눈동자가 매우 빨리 움직이는 때가 있다. 눈동자가 빨리 움직이는 단계를 영문의 Rapid Eye Movement의 첫 글자를 따서 REM(렘)수면이라고 한다.
이 렘수면은 연구를 위해서 아기의 잠자는 눈동자를 관찰하던 아제린스키(Asenrisky) 라는 한 대학원생에 의해 1951년에 처음 발견이 되었다. 이전까지는 사람이 자는 동안에는 눈동자가 별로 움직이지 않거나 천천히 움직인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한 대학원생이 눈동자가 자는 동안에 빨리 움직이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이 렘수면에 대한 연구를 해 본 결과 여러 가지 놀라운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첫째는 그동안 수면이라는 것은 휴식을 취하는 상태라고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검사를 해 보니 렘수면이 아닌 비렘수면단계에서는 뇌의 에너지 소비가 줄어드는 데 렘수면이 되면 뇌의 에너지 소비가 각성때 못지 않거나 오히려 더 많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자는 동안 휴식만 하는 것이 아니라 렘수면동안에는 무엇인가 매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둘째는 렘수면동안에는 80%이상 꿈을 꾼다는 것이다. 인류는 꿈에 대해서는 신비로움과 경외감을 가지고 대해 왔다. 꿈은 예언을 하기도 하고 그리운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초자연적인 대상이 나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주는 중요한 통로로 생각해 왔다. 그런데 바로 이런 꿈이 주로 렘수면동안에 생긴다는 것이다. 셋째는 렘수면단계에서는 우리 신체가 마비가 된다고 하는 점이다. 즉 온몸의 근육들은 기운이 빠져버린 상태가 되어서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렘수면의 발견은 수면이 가지는 기능을 새롭게 보도록 하였다. 그 중의 한가지가 수면이란 우리가 보고 배운 정보를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는 점이다. 렘수면중에 꿈을 꾸면서 많은 에너지를 뇌는 소비한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깨어 있을 동안에 익히고 습득한 정보를 전체적으로 검토하고 정리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새로 배운 것을 정리하려면 당연히 과거에 익힌 지식을 사용해야 한다. 사람을 새로 만나서 이름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그 이름이 기억을 할 만큼 중요한 것인지 등등을 평가하고 이를 통해서 기억할 지를 결정하게 된다. 우리는 꿈을 통해서 현재의 경험과 뇌 속에 저장해 두었던 과거의 지식과 비교하고 이를 정리하고 저장하는 것이라고 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렘수면과 관련된 수면관련증상으로 “가위눌림”이 있다. 정신은 있는 데 몸은 움직일 수가 없고 이럴 때 종종 헛것이나 헛소리가 들리기도 하는 경험을 하게 되어서 대개는 매우 무서운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가위에 눌리는 것이다. 이를 수면마비라고 하기도 한다. 가위눌림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불완전한 렘수면 때문이다. 즉 렘수면이 생기면서 미처 수면성분은 나타나지 않은 채 신체마비증세가 오게 되면 정신은 있는 데 몸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럴 때 꿈이 나타나게 되면 이것이 헛것이나 헛소리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가위눌림은 불완전하게 렘수면이 나타난 것이며 정상인에서도 가끔씩 나타나며 빈도가 많지 않을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다. 불완전하게 렘수면이 나타나는 다른 형태로는 렘수면행동장애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수면 중 꿈을 꾸고 꿈에서 하는 행동을 실제로 하는 병이다. 꿈에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하면 실제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게 된다. 잠을 자고 있으면 이런 행동을 하다 보니 같이 자는 옆사람을 때리기도 하고 유리창이나 벽을 쳐서 자신이 다치기도 한다. 이것을 몽유병과는 다른 병으로 렘수면행동장애는 렘수면중에 나타나야 할 신체의 마비가 나타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다. 렘수면중에는 근육에 기운이 빠져서 마비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정상이며 이래야만 꿈에서 하는 행동을 실제로 하지는 못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마비가 오지 않을 경우에는 이처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직 렘수면행동장애의 원인은 정확히 알져진 바 없다. 나이가 들면서 많이 생기며 술 좋아하는 사람에 많다고 알려져 있다. 가위눌림과 달리 렘수면행동장애는 있을 경우에는 상당한 문제가 됨으로 병원에서 전문적 진료를 받아야 한다.
렘수면은 우리가 매일 밤 잘 때 마다 수면시간 중 약 1/4을 차지한다. 즉 우리는 매일 꿈을 꾸고 있다. 다만 기억을 못할 뿐이다. 만약 렘수면이 없을 경우에는 판단력이 흐려지며 지속적으로 렘수면이 없을 경우에는 정신병적 증상도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렘수면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서 필수불가결한 수면이다. 꿈이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고 한다. 렘수면이 없는 사람은 건강을 잃게 된다.
우울증에 대한 오해
“우울증 때문에 왔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얘기하면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에게 정신과 질환중에 가장 흔히 알려진 병명이 우울증이 아닌 가 싶다. 실제 우울증은 6명중 1명꼴로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름의 유명세만큼 우울증에 대한 정확한 지식은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흔하고, 많이 알려져 있는 만큼 오해도 적지 않은 것이 우울증이 아닌가 싶다.
우울증에 대해 진료실에서 접하는 환자분들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 우울한 것이 우울증이다.” 라는 생각, 둘째는 “우울증은 스트레스 때문이다.” 라는 생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다” 라는 생각 정도로 정리될 것 같다. 과연 이런 생각들이 과학적, 의학적으로 적절한 것일까
“우울한 것이 우울증이다.”
우울증이라고 알려진 정신과 질환은 정확히 얘기하자면 주요우울장애, 감정부전증등 여러 질환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우울감은 우울증에 생겼을 때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중 하나이다. 감기에 기침이나 콧물이 흔한 증상인 것과 같다. 그러나 우울감이 있다고 하여서 우울증은 아니다. 성적이 나쁜 학생, 매상이 떨어진 가게의 주인, 실연당한 노총각은 모두 우울하다. 사실 우울하지 않으면 도리어 이것이 문제일 것이다. 이처럼 속상한 일을 당하면서 느끼는 감정적 고통은 정상적인 것이며, 이것이 우울증이 아니다. 우울증은 하나의 질환의 명칭이다. 즉 병이다.
추운 겨울에 얇은 옷을 입고 길거리에 서 있어야 한다면 누구나 추울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에게 약을 먹으라고 하지는 않는다.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던지 더 두터운 옷을 입던지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러다가 감기에 걸린다면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도 여전히 춥고, 떨리며, 몸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이럴 때는 두터운 옷보다는 한 알의 해열제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우울증도 마찬가지이다. 슬픈 일을 겪더라도 우울증이 오지 않을 경우에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자연히 슬픈 감정에서 회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울증이 일단 오게 되면 현실적 고통이 해소되더라도, 어느 정도 잊을 만한 세월이 흘러가도 본인이 겪는 고통은 별로 감소하지 않게 된다. 계속해서 우울하고, 의욕이 없으며, 자책감만 들게 된다. 이렇게 우울감과 우울증은 다르다. 또 일부의 우울증의 경우에는 우울감이 별로 없는 경우도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우울증의 경우에는 본인은 우울감은 별로 느끼지 않으며 도리어 공격적이고 반항적인 모습이 더 뚜렷히 나타나며 때로는 비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처럼 우울감이 우울증에 꼭 있어야 되는 증상도 아니다.
“우울증은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다.”
“저는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어요. 세상에 저만큼도 걱정 안하고 사는 사람 누가 있나요” 병명을 물어오는 환자에게 우울증이라고 답변해주면 종종 듣는 이야기이다. 우울증은 스트레스와 같이 마음에 충격적인 일을 당하였을 때 생겨나는 것인가 이에 대한 과학적인 대답은 스트레스는 우울증의 발생에 부분적인 영향만을 준다고 하는 것이다. 사실 병의 발생원인이 한 가지인 경우는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폐암의 경우에도 흡연이 폐암의 발생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지만 그렇다고 하여서 비흡연자라고 폐암에 안 걸리는 것도 아니며, 흡연자라고 다 폐암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하나의 병의 발생은 내적, 외적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우울증도 이처럼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된다. 평생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았던 사람도 폐암이 발생할 수 있듯이 우울증도 어떠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지 않았는데도 나도 모르게 발생할 수 있다. 앞에서도 말하였듯이 우울증이란 어려움을 당해서 겪는 우울감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흡연자에게서 폐암이 많이 발생하듯이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에 우울증도 더 발생하기는 한다. 그리고 우울증이 스트레스에 의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없어진다고 해서 낫지도 않는다. 간혹 환자의 주위 사람들이 이제는 고민할 만한 스트레스도 없는 데 계속 이렇게 의기소침해 있냐고 환자를 책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울증은 스트레스가 없어진다고 좋아지지 않으며 치료를 받아야만 좋아질 수 있는 것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라고들 한다. 그렇지만 마음의 병이라고 해서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낫지는 않는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라기보다는 뇌의 병이다. 현재까지도 우울증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는 못하였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연구를 통해서 비교적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은 우울증은 세로토닌과 같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및 그 물질이 작용하는 수용체의 이상 또는 이상반응과 확실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뇌는 수천억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각각의 신경세포들은 서로 수백개에서 수천개의 주변신경세포와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다. 요즘 많이들 얘기하는 네트워킹이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신경세포들은 수십조에 이르는 서로간의 연결고리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복잡하게 연결되어서 서로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인간들의 복잡한 심사를 뇌가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신호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매체가 되는 것이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 세로토닌, 에피네트핀, 히스타민등 신경전달물질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신경전달물질이 다른 신경세포에 도달하여서 작용하는 곳은 수용체라고 한다.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가 양적, 질적으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즉 신경세포들간의 신호전달이 안 이루어지며, 좀 더 멋진 말로 “네트워킹의 장애”를 받게 되는 것이다. 우울증에서 약물치료란 바로 이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에 작용을 하여서 이들의 이상을 바로 잡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항우울제는 단순한 신경안정제나 수면제가 아니다. 아주 근원적인 원인을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뿌리 깊은 이상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여준다. 물론 현재도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정신치료와 인지치료 같은 상담과 대화를 통한 치료는 이루어지고 있으며 효과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는 우울증에서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약물치료가 가장 빠르고 좋은 치료효과를 가지는 치료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가장 적절한 치료는 약물치료를 병행한 정신치료나 인지치료라고 할 수 있다.
우울증이라고 진단을 받고나서 “이제 정신과환자가 되었구나” 라고 좌절하거나 이렇게 멀쩡한 사람을 자신을 정신병자 취급한다고 의사에게 생사람 잡지 말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우울증이라고 하면 옆에 있던 환자가족이 환자에게 “저도 우울증인 줄 알았어요. 이제 마음만 편하게 먹으면 낫겠군요.” 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우울증은 약간의 우울감과 불안감만 있을 정도의 경한 것부터 자살을 시도하고 환청, 망상이 생기는 심한 경우까지 증상도 다양하고 그 경중도 크게 차이가 난다. 따라서 우울증이라고 하여서 실망할 거나 놀랄 일도 아니지만 반대로 별 것 아니라고 무시하여서도 안된다. 특히 문제가 자주 되는 것은 우울증을 지나치게 경하게 생각하여 상식선에서 병을 고쳐 보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울증환자에서 공통되는 것은 그 고통의 정도가 우울증을 안 겪어본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보다는 휠씬 심각하다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들에게는 종종 길거리의 거지도 자신보다는 행복해 보이며, 골절상을 입어서 누워있는 사람을 보고 자신도 차라리 어디 뼈라도 부러지는 병에 걸렸으면 하고 바란다. 따라서 이런 사람에게 “신경성이니 신경쓰지 마세요.” 라거나 “마음 편히 가지라”, “어디 여행이나 가서 바람을 쐬면 좋아질거야” 라는 격려나 충고는 우울증환자의 심사만 뒤틀리게 할 뿐이다.
우울증은 하나의 질병이며 병원에서 의사의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다행히 현대의학의 발전은 우울증의 치료에도 획기적인 공헌을 많이 하여서 현재는 효과적이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약물이 많이 개발된 상태이며, 정신치료와 인치행동치료도 상당히 발전되어 있다. 모든 병이 마찬가지이지만 우울증도 조기에 치료를 할수록 효과도 좋고 재발도 적다. 부디 우울증에 대한 오해들이 없어져서 우울증으로 인해 불필요한 고통을 받고 있거나 조기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
[※ 자료 출처] 김포시 정신보건센터(협력병원 : 한별정신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