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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순 원장과 샬롬의 집에서 가장 어린 막내 최현아(5). ⓒ미디어다음 | |
기자는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장애인복지시설 샬롬의 집을 방문하기로 하고 지하철 5호선 송정역에 내렸다. 박 원장은 "사람을 보낼 테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핸드폰 넘어 들려오는 박 원장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잠시 후 누군가 역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샬롬의 집에서 보낸 사람임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힘겹게 걸어오는 그는 장애인이었다.
샬롬의 집은 주택가 작은 골목길을 걸어가면 나온다. 콘테이너 박스로 만든 가건물에서 27명의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난방은 신통치 않았다. 난방비 문제도 문제지만 비좁은 공간에서 장애인 식구들이 쉽고 넓게 다닐 수 있도록 알루미륨 샷시를 이용해 공간과 통로를 넓혔는데 외풍이 심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경제적인 문제이다. 박 원장은 "임대료 및 난방비로 등 월 운영비로 500~600만원이 들어갑니다. 더욱이 운영비의 대부분을 기부금으로 충당하는데 국내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기부금 규모가 많이 줄었습니다"며 "우리 식구들이 지속적인 치료를 받거나 기본적인 교육을 받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한 달이면 몇 번씩이나 "샬롬의 집에 함께 있고 싶다"며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오는 장애인 분들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거절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샬롬의 집은 비인가 복지시설이라 정부의 지원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후원을 하는 사람은 주로 어떤 사람일까? 박 원장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귀뜸해 줬다. 안마시술소에 있는 안마사들, 사정이 그마마 조금 좋은 장애인들 등. 물론 여러 봉사 활동 단체나 공무원들도 후원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자와의 인터뷰 중에도 박 원장은 한 경찰로부터 "필요한 것이 없냐"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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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샬롬의 집 초창기때의 모습을 보관한 사진첩 ⓒ미디어다음 | |
요즘 박 원장의 이마에 주름이 늘었다. 강서구청으로부터 컨테이너 철거명령을 받았지만 달리 갈 곳도 돈도 부족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박 원장은 "현재 장기적으로 '샬롬 1004 운동'을 전개중입니다. 한 구좌당 20만원으로 1004개의 구좌가 모이면 튼튼하고 따뜻한 곳으로 옮겼으면 좋겠다"고 작은 희망을 얘기했다.
(샬롬의 집 : 02-2662-2488, 후원 계좌번호 : 국민은행 830-01-0209-801)
DK건설 '사랑나눔회', "현금보다 소중한 것은 따로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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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섭리의 집' 노력 봉사 장면 ⓒ사랑나눔회 제공 | |
DK건설은 샬롬의 집만 후원하고 있지 않았다. 고아원 4곳, 장애복지시설 3곳, 양로원 3곳 그리고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지원 등 2002년부터 꾸준하게 지원하고 있었다. 요즘 같은 겨울은 난방비가 포함돼 월 2,000만원이 넘는다. 올 초에는 3명의 심장병 어린이의 생명을 밝혀줬으며 12월에는 부천 세종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재민(4) 군의 수술비를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후원 금액도 서서히 늘릴 계획이다.
기획실 유성식 대리는 "DK건설은 2002년에 비로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리는 "사장님은 이미 3번의 사업 실패를 경험해 누구보다 나눔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며 "평소에 '내가 버는 것이 모두 내 것이 아니라 나누어야 할 것도 포함돼 있다'고 곧잘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눈물의 빵을 먹어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물론 DK건설은 현금만 기부하는 회사가 아니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사랑나눔회는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에는 후원하는 기관에 봉사활동을 나간다. 올 12월은 연말이라 셋째주 토요일인 20일로 앞당겼다. 이들은 직접 청소를 하기도 하고 차량을 대절해 영화를 보거나 공원에 나가기도 한다. 또한 후원만을 전담하는 담당 직원까지 두고 있다. 후원 담당인 김미경 대리는 후원 기관을 하루하루 체크한다. 책상, 의자 같은 가구에서부터 생일이나 건강에 필요한 고기 같은 음식을 직접 구매해 필요한 곳에 보내주기도 한다. 김 대리는 "현금을 드릴 수도 있지만 저희가 구매하는 것이 더 싸고 그만큼 정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샬롬의 집에서 기자가 앉았던 책상은 DK건설에서 기증한 것이라 한다.
이들의 앞으로 계획은 건설회사답다.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거나 경영 환경이 좋아지면 직접 집을 지어주는 것. 어쩌면 이들이 샬롬의 집과 같은 비인가 복지시설에 관심이 많은 것도 그들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지어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현금은 당장 필요한 것이지만 건물은 영원히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나눔회 한 직원은 "다른 단체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부 봉사자가 통제에 따르지 않는 장애인에 손찌검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며 "형식적인 봉사가 아닌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볼 때 그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라며 봉사의 즐거움을 전했다.
채상병 세무사, "산업화 시대의 역군, 노인들 존경해야 합니다
"
기사를 쓰고 있는 중에도 채상병(54) 세무사는 전화를 거듭 걸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언론에 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DK건설 김정모 사장은 "채상병 세무사는 공적인 일로 만났지만 우연히 그의 사무실에서 각종 감사패를 보고 봉사 이야기를 듣게 됐다"며 "노인들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많을 뿐더러 복지법인의 예산심의 및 재정집행을 감사하는 비상근 감사까지 역임하고 있다"고 추천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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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참된 마음,베푸는 마음,아름다운 마음'이란 글씨가 써져 있는 액자가 눈에 띈다. ⓒ미디어다음 | |
채 세무사는 노인무료 복지법인인 '연꽃마을'(경기 안성), '노인낙원'(서초구 반포동), '매화종합사회복지관'(경기 군포)에 매월 일정액의 후원금을 내고 있었다. 8년전 노인 세 분이 방을 얻어 함께 사는 노인낙원에 매달 10만원씩을 기부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또한 매년 고향 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운동회에 노인들을 위한 속옷 200여벌을 기증하고 있다. 목돈이 생길 때마다 즉흥적으로 유니세프나 북한 돕기 성금까지 낸다. 세무사 사무소의 한 직원은 "사무소와 세무사님 개인이 기부하는 금액을 합치면 1년에 2,000만원은 넘을 것"이라며 "전 직원 20명도 비정기적으로 양로원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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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것만큼 받는다고 생각한다"는 채상병 세무사. 앞으로 계획적으로 기부활동을 하겠다고. ⓒ미디어다음 | |
채 세무사는 진정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채 세무사는 "한번은 연꽃마을에 갔는데 하루 8시간씩 꼬박 3년 가까이 봉사활동을 한 사람들이 있길래 집에 가실 때 막걸리나 사 드시라고 돈 5만원을 드렸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돈을 받더니 바로 기부하러 가더군요.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채 세무사는 "지금까지 기부활동은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활동할 생각"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