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리역 향나무
김 빈
살점을 드러낸 역사 천 년 나무 한 그루 품고 있다
역사를 재건하기 위해 나무에 제초제를 뿌렸다
제초제 빨아들인 우듬지 어깨 축 늘어져 있다
바람이 휑 하게 드나드는 역사밖으로 어둠 씻어 내느라 몸 떨고 있다
햇빛 알갱이 비처럼 내리는 날이면 서로 어깨 기대고 앉은 사람들
눈 먼 자의 옷을 걸치고서야 등을 내 줄 수 있었다
북극성
김빈
내 몸을 관통해 지나간 바람이 회오리처럼 돌아온다
네가 눈에 밟힌 날 감전이나 된 듯 움직일 수가 없다
눈을 감을 수도 없다
여운이 사라질까 두려워 몸을 말아 앉는다
몸이었던 집을 찾아온 아이, 한참을 보듬는다
촉촉이 내린 비가 길을 낸다
함께했던 수많은 길, 먼 별 찾아 발자국을 찍는다
너를 따라 걷다보면 저 하늘의 뭇 별로 떠
유난히 반짝이는 별 속 목숨으로 핀다
북방을 건너는 저 별, 내 안에 내 심장 안에 다시 뜬다
*김빈:2006년 '시현실'로 등단.
*신사임당백일장 장원. 통일문예작품공모장원.이효석백일장장원. 전국환경영성백일장 장원.
허균,허난설헌백일장장원.국토정중앙백일장장원 외.
*시집:[ 시간의 바퀴 속에서], [버스정류장에서 널 기다리다 잔 꽃잠][식물의 감정]
*강원여성문학인협회회원, 빛글문학회, 시문 동인으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