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주의보感電注意報 그리고, 화림이 언니
묻습니다.
당신 인생에서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이후의 감.전.사.고.가 있었는지.
감동은 흔해도 ‘감전’을 당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번 3월 28일의 무대를 위해서 지난해 그 돌발, 감전사고부터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카프를 꼭꼭 여몄던 기억으로 봐서 늦가을이었고 장소는 예술의 전당이었습니다.
객석에 함께 했던 이는 음악감독과 제 지인이었습니다. (참고로 제 지인은
모든 클래식 음악을 자장가로 듣는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로 그날도 객석에 앉자마자
프로그램을 들고 한 일성이 ‘몇 시에 끝나?’ 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지인의 클래식 울렁증에 대해 늘어놓을 처지는 못되지요.
프로그램을 보니 스메타나와 슈만, 시벨리우스의 음악들인데 사실 들어본 적이 있던가 가물가물했고
이같이 낯선 곡의 전악장 연주의 경우 수마(睡魔)가 덮치기 십상이라 조금 긴장이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기우였습니다.
음악감독은 전문가인지라 앞 곡, 스메타나의 현악 4중주, 슈만의 5중주 연주 내내 간간히 한숨을 뱉으며
감동을 표했지만, 그때까지 저의 심장은 특별 가동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요,
휴식 후 2부의 무대에 오른 네 사람의 연주로
시벨리우스 현악 4중주 ‘친근한 목소리’(String Quartet in d minor Op.56 ‘Voices intimae’)가
시작되면서 서서히 공기가 달라지는 것이 감지되었지요.
현악기의 활이 현란해지면서 호흡이 가빠오기 시작했고
한숨이 아닌 신음이 뱉어지면서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활이 심장에 그어지는 황홀한 통증에 눈을 떴을 때
다른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의 소리가 아닌 제1바이올린의 독주만이 들려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카덴짜(협주 중 독주)가 아니었는데도 말이지요.
뭐랄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수백, 수천의 사람 가운데서도 그 단 한 사람만이 확 들어오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
그건 저만이 아니었지요..
'도대체 몇 시에 끝나느냐'' 고 지속적으로 물어 감상을 방해하던 옆자리의 제 지인도
그 시벨리우스의 2부 무대 25분 동안은 기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땠어?''라는 제 물음에 이렇게 답하더군요..
''와아….숨을 쉴 수가 없었어!'
그 때의 그 제1바이올린 주자가 바로 ‘김화림’입니다.
그녀가 바로 바이올린이었고 바이올린이 곧 그였던 경이로운 무대를 선사해준,
우리 포도나무 하우스 콘서트 제8회 ‘나는 바이올린이다’ 의 주인공이지요.
김화림씨의 무대를 만드는 것은 우리 포도나무하우스콘서트 음악감독의 꿈이기도 했습니다.
김화림님은 우리 오주은 음악감독의 초등학교, 중학교 선배입니다..
요즘은 반장 부반장을 여학생들이 석권하는 시대지만,
음악감독이 학교 다닐 때는 반장은 무조건 남자, 전교회장도 무조건 남자가 당연하던 시대였어요.
네. 호랑이 담배 먹던 이야기 맞습니다.
그 시절, 전교회장에 출마해 카랑카랑 ‘기호 7번 김화림입니다!’를 외쳐 당당히 당선됐던 여걸,
중고등 시절도 그에 못지않은 유명세를 뿌리다 대학에 입학 하자마자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김영욱의 눈에 띄어 미국유학을 갔던 전설적인 선배.
그렇게 20년간 바이올리니스트로, 교육자로 세계무대에서 활약해오던 화림이 언니가 몇 년전 귀국해,
이제 고국의 무대에서 가까이 볼 수 있게 된 겁니다.
그 선망의 대상이던, 하늘 같은 ‘화림이 언니’의 무대를 준비하는 우리 음악감독,
그 어느 때 보다 신이 나 있습니다.
아보 페르트, 노을, 제육볶음에 관하여
사실 우리 포도나무 하우스 콘서트의 기적 같은 연회 매진 사례는
음악감독을 위시한 스탭들의 고집이 한 몫 합니다.
아무리 기라성 같은 스타를 뫼시더라도 '공연은 연주자가 아닌 관객이 우선'이란
초심을 양보한 적이 없었습니다.
공연은 ‘쉽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어야지,
‘인내와 고문’의 시간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낯설고 어려운 프로그램을 주문하는 연주자와의 마찰이 잦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화림이 언니’와의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그 걱정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첫 인터뷰 때 벌써 그의 카리스마 작렬에 살짝 눌렸던 터라
앞으로의 전쟁을 어찌 치뤄야 할지 대략 난감이었지요.
음악감독 역시 하늘 같은 대선배라 평소답지 않게 ‘예우’ 분위기로 나갔구요.
그런데요,
지금까지 어떤 공연보다 ‘화림이 언니’와의 공연준비는
일사천리로 노 스트레스로 착착착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제시한 피아노 3중주 무대,
그리고 파트너들과 협의해 선곡한 리스트와 바하, 크라이슬러, 아보 페르트 모두
음악감독과 제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화림이 언니'가 본인이 좋아서 꼭 하고 싶다는, 우리에게 아주 낯선,
에스토니아 출신의 작곡가 아보 페르트(Arvo Part)의 프라트레스(Fratres)는
지난 가을 제가 당했던 감전사(感電死), 그 이상을 줄 것 같은 예감입니다.
그녀가 '아주 좋아하는' 파트너라고 소개한,
피아노 3중주 무대를 함께 꾸며줄 첼리스트 박노을씨와, 피아니스트 히로타 슌지씨.
참 독특한(?) 아티스트들입니다.
자서전을 쓴다면 ‘태어났다. 첼로를 만났다. 연주했다 ’로 끝나버릴 것 같은
첼리스트 노을씨.
그녀의 이름은 아침노을을 뜻한다고 하는데 아침노을이 예감하는 광명은 오직 첼로,
단지 첼로였지요.
반생을 일탈 없이 연습과 연주 연습과 연주로만 달려왔다는 노을씨,
슬럼프는 없었는가고 묻자 저녁노을처럼 잔잔한 눈으로 답합니다
'슬럼프 조차 첼로로 이겨냈노라'고.(허걱)
그녀의 프랑스인 남편(비올리스트)과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묻는 게 무의미할 듯,
'첼로가 전 운명'이라고, 다시 태어나도 첼로를 잡겠다는 천상 첼리스트였습니다.
히로타 슌지씨도 못지 않았습니다.
건반이 주는 전율에 이끌려 피아노 앞에 앉았던 꼬마는
집시의 피가 흐르는 헝가리에서 청춘을 보내며 리스트(Liszt)에 빠져들게 됩니다.
인터뷰 때 들은 그의 말의 주어는 모두 ‘피아노, 집시, 리스트’ 로 기억될 정도로
그 또한 음악에 점령당한 인생이었지요.
아, 하나 있네요.
요리에 관심이 많다더군요. 그 중에서 가장 잘하는 요리는 한국인 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연마한 제육볶음.
제육볶음 잘하는 남자가 연주할 리스트……
피아노에서 종소리를 내게 한다는 라 캄파넬라…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경비만 허락되면 '나는 바이올린이다' 옆에 나란히 '나는 첼로다', '나는 피아노다' 를 붙이고 싶은
순도 100% 음악인생의 뜨거운 무대.
제8회 포도나무 하우스콘서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최고 아티스트의 연주에 맞게 무대도 클래식 전문 대극장으로 마련했습니다.
다가오는 3월 28일 금요일 저녁8시, 파주의 카네기홀 <운정행복센터 대극장>에서
당신 인생 몇 번 오지 않을 전율의 순간을 만나보십시오.
감전주의보 발령! 그러나 어린이 및 노약자도 안전하오니 걱정 마십시오!
일 시: 2014년 3월 28일(금) pm 8
장 소: 운정행복센터 (파주시 와석순환로 415)
예약처 : cafe.daum.net/podohcon (다음카페 포도나무 하우스콘서트)
(티켓구매는 카페에서만 가능합니다. 당일 현장판매는 하지 않습니다)
전 화: 1600-4695
입장료: 성인 1만5천원 청소년(중고생) 1만원 어린이(취학아동) 5천원
(포도나무 하우스콘서트를 기획진행하는 포도나무 예술조합은 비영리 단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