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한국 아이돌 가수들과 한국 가요에 열광하고 있다. 실제로, SM 엔터테인먼트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SM TOWN이 지난 10일에 실시하기로 한 <SM TOWN LIVE WORLD TOUR in PARIS>의 온라인 예매가 시작된 지 겨우 15분 만에 입장권이 모두 팔려 나가자, 입장권을 사지 못한 프랑스의 K-Pop 매니아들은 연장 공연을 요구하며 5월 1일에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SM 엔터테인먼트는 결국 공연 기간을 하루 늘렸다고 한다. 그리고 연장 공연 입장권도 온라인 예매가 시작된 지 겨우 10분 만에 모두 팔려 나갔다고 한다.
동방신기(東方神起), 슈퍼주니어(Super Junior), 소녀시대(少女時代, Girls' Generation), 샤이니(SHINee), f(x)로 구성된 SM TOWN은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프랑스의 수도 파리의 르 제니스 드 파리 공연장에서 공연을 벌였는데, 당시 프랑스인은 물론 영국, 에스파냐, 이탈리아, 폴란드, 핀란드 등 인접 국가의 K-Pop 매니아들도 속속 공연장을 찾아 한국어가 적힌 플래카드나 태극기로 응원을 하고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며 공식 응원 방법까지 따라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의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K-Pop의 성공 신화 뒤에는 노예 계약이라 불리는 장기간 불평등 전속 계약이 존재한다'고 지적했고, 프랑스 일간지인 <르몽드>는 '한국이 정부 주도로 자국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퍼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K-Pop을 활용하고 있다'고 떠들어 댔다. 이는 한류 열풍을 깎아내리는 자문화 중심주의의 온상이라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실제로 공연을 관람한 노장 아이돌 연예인 손지창은 '왜 똑바로 보지 못하나?'며 격한 분노를 표시했다고 한다.
손지창의 말처럼 현지 언론이, 서양인 작곡가에게 소속 가수들의 가요 작품에 대한 작곡을 맡기는 방식인 아웃소싱(outsourcing)을 통해 퀄리티 높은 멜로디를 만들고 여기에 발음이나 외모, 제스쳐 등으로 한국적인 느낌을 가미하는 전략, 다시 말해 유행하는 요소들을 결합한 후 한국적인 스타일로 정립하는 SM 엔터테인먼트의 전략을 간파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한국 가요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배워야 할 것은 제대로 골라 내서 배워야 한다.
특히, H.O.T와 S.E.S의 해체, 그리고 JYJ(동방신기 믹키유천, 영웅재중, 시아준수)와 슈퍼주니어 한경의 전속 계약 효력 부존재 가처분 소송으로 SM 엔터테인먼트는 많은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올해 초에는 카라(KARA)의 한승연, 정니콜(정용주), 강지영이 수익 분배 문제로 소속사인 DSP 미디어를 상대로 1월 19일, 전속 계약 해지 통보를 하고 다음 달 14일에는 전속 계약 효력 부존재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한가수협회와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의 중재로 4월 28일, 소송을 취하했다. 당시에도 손지창은 '얼마나 더 큰 손해를 봐야 고칠 수 있을 것인가? 자칫하면 연예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재 기간 도중, 다음 아고라에서는 카라의 해체를 요구하는 청원 서명과 카라를 지키자는 청원 서명이 대립하기도 했다. 사태 이후, 5월 17일자 SBS <강심장>에서는 카라 멤버 전원이 출연하여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한 사연을 말하며 눈물을 흘렸고, 함께 출연한 백지영은 '나는 그대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오로지 소속사의 횡포로 인하여 그대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따라서 그대들은 앞으로 더 큰 위기가 닥치더라도, 스스로를 돌보고 더욱 사랑하는 시간을 만들어라.'고 카라에게 조언해 주었다.
우리는 불공정 계약 문제가 터질 때면 해당 가수들만을 비방해 왔다. 이렇게 우리는 가수를 노래를 부르는 로봇쯤으로 여겨 왔던 소속사의 천민자본주의적 발상을 꿰뚫어보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소속사의 편에 서 왔다. 가수도 한 명의 인간이다. 샤이니 온유의 실신, 샤이니 종현과 Key의 부상, f(x) 설리와 크리스탈의 방송 태도 파문, f(x) 크리스탈의 실신, 소녀시대 써니의 실신 등 살인적인 일정에 지쳐서 딴짓을 하거나 쓰러진 것은 결코 죄가 아니다. 가장 먼저 단죄를 받아야 할 자는 소속 연예인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정을 짜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계약서를 작성한 소속사다.
오늘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동·청소년 연예인의 신체·정신적 건강, 학습권, 인격권, 수면권, 휴식권 등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 계약서>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영리나 흥행을 목적으로 과다한 노출이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표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문화산업에 너무 많은 제재를 가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어 강력하게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모든 불공정 계약 파문은 천민자본주의에 입각한 가수 운용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형 기획사의 독과점에 의한 시장 구조의 왜곡, 불공정 거래 관행 등 구조적인 문제를 법적으로 손질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