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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서사시 특집
성서 서사시
- 게하시의 노래
박 승 일
제 一 장
- 열왕기하5:19-27
(1)
요단강에 가
일곱 번 몸 담가
문둥병 고침 받은
시리아군의 총사령관 나아만
엘리사 찾아와
별거 아니지만
저의 이 선물 받아 주시오
감사의 마음 넘쳐
정중히 말했지
내가 섬기는
살아 계신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하지만
나는 그 선물 받지 않겠습니다.
엘리사 완강하게 거절하였지
(2)
평안히 가시오
엘리사의 작별인사 듣고
나아만 시리아군 총사령관
귀국길에 나섰네
(3)
(아니 문둥병 고친 일
그게 쉬운 일인가?
주겠다는 선물은
왜 거절해?
아이고 아까와라.
우리 주인 엘리사는
너무 고지식한 게 탈이야
도대체 왜 저러시나 몰라
안돼
그냥 가게해선 섭하지.
내가 달려가서
그에게 무엇이든지
좀 얻어 와야겠다.)
(4)
엘리사 모르게
나아만 따라가
내 주인이
나를 당신에게 보내며
에브라임 산간지대에서
두 예언자의 생도가 왔다고
그들에게 줄
은 34kg과 옷 두 벌을
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거짓을 말한 게하시
아아
그렇습니까?
은 68kg을 받으시오
옷 두 벌도 받으시오
나아만은
게하시의 요구보다
더 많이 챙겨 주었지
(5)
주인 모르게
나아만에게서 받은 거
자기 집에 감춘 게하시
엘리사가 물었지
게하시야 어디 갔다 왔느냐
시치미 뚝 떼고
아무 데도 가지 않았습니다. 주인님
게하시는 말했지
(6)
나아만 그 사람이
수레에서 내려
너를 맞을 때에
내가 영으로 그 곳에 있었던 것을
너는 깨닫지 못했느냐?
지금이
돈이나 의복이나 감람원이나
포도원이나 양이나 소나 종을
받을 때냐?
이제
나아만의 문둥병이
너와 네 자손에게
옮겨 붙어
대대로 떠나지 않을 것이다.
(7)
아구구
나 망했네
내 자식까지 망쳤네
내 주인 엘리사
하나님의 종임을
깜빡 잊고 있었네
아이고 이를 어쩌나
데이고 이를 어쩌나
탐욕과 거짓말
내 불행의 두 기둥
거짓말과 탐욕이
우리집 신세 망쳐네
제 二 장
- 열왕기하 6:24-29
(1)
시리아의 벤-하닷 왕
자기의 전 군대 이끌고 와서
사마리아성 포위
성 안의 식량 부족해
당나귀 머리 하나에 은 912그램.
비둘기 똥 한 홉에 은 34그램
(2)
어미들이
자기가 낳은 아들 삶아 먹는
기막힌 판국
(3)
이 판국에
엘리사
여와의 말씀 전하길
내일 이맘 때에
사마리아 성문에서
가장 좋은 밀가루 7리터와
보리 15리터가
은 11.4그램에
매매 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4)
왕의 보좌관
비웃으며 하는 말
만일
여호와께서
하늘에 창을 내고
곡식을 쏟아 붓는다고 해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소.
(5)
엘리사가
왕의 그 보좌관에게
당신은 그것을 직접 목격하게 될 것 이지만
그 어느 것도
먹지는 못할 것이오
라고 대답하였지
제 三 장
- 열왕기하 7:3-17
(1)
사마리아 성문 입구
문둥병자 네 사람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
무엇 때문에
우리가 여기 앉아서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겠느냐
우리가 성에 들어가도
굶어 죽고
여기 앉아 있어도
죽을 바에야
차라리 시리아군에게 가서
항복하자
만일 그들이
우리를 살려 준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죽기밖에 더 하겠느냐?
해질 무렵
문둥병자 네 사람
일어나
시리아군의 진지로 갔더니
시리아군 한 사람도 없었네
(2)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그 많던 시리아군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시리아군
눈 씻고 찾아 봐도
보이지 않네
(3)
여호와께서
시리아군에게
요란한 전차 바퀴 소리와
말발굽 소리와
수많은 군대가 진격하는 소리를
듣게 하셨으므로
시리아군은
이스라엘 왕이
자기들을 치려고
헷 사람과 이집트 사람들을
고용한 것으로 생각하고
당황하여
그들의 천막과 말과 나귀를
진지에 그대로 버려둔 채
걸음아 나 살려라
36계 줄행랑
도망하였기 때문이다.
(4)
아니 이게 웬 횡재냐
먹자
마시자
챙기자
천막마다 뒤져
정신없이 탈취하다
갑자기
옛 일이 생각났네
엘리사 속이고
나아만 찾아가
은 68킬로그램
옷 두 벌 받아
숨겼다가
나아만의 문둥병이
자기와 세 아들에게
옮겨 온 저주
(5)
안되지
이러면 안되지
우리의 이 소행
옳지 못해
이럴 순 없어
이 좋은 소식 전해야 할 우리가
이렇게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느냐
만일 우리가
내일 아침까지
이 소식 전하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 천벌을 받을 거야
자, 가서
왕궁에 이 사실 보고하자
(6)
성에 가서
문지기 불러
고함을 쳤지
우리가 시리아군의 진지에 가 보니
아무도 없었고
말과 나귀들만 매여 있었으며
천막들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7)
사실을 확인해 보고
문둥병자 네 명의 말 따라
성문을 열자
사마리아 사람들 달려 나가서
시리아 진지를 약탈하였지
(8)
엘리사 예언대로
가장 좋은 밀가루 7리터
보리 15리터가
각각 은 11.4그램에
매매 되었다.
아주 아주 헐값에-
(9)
엘리사의 예언
비웃던 왕의 보좌관
성문에 서 있다가
밀어닥치는
사마리아성 군중들에게
짓밟혀 죽고 말았네
입방정 떤 값 하나님 무시한 값
제대로 받았네. 톡톡히 받았네.
제 四 장
- 열왕기하 8:1-6
(1) 상상
불러 들여라
어서 불러 오너라
이 기쁜 소식 전해 준
그 문둥이 네 명
왕 앞에 나설 때
문둥이 네 명
탐욕 버리고
진실을 말하자
그 전에 한
엘리사의 저주에서 풀려
온전케 되었네
그대들 덕분에
우리 모두 살았다
내 곁에서
나라 일을 도와라
병 나은 게하시의 4부자
왕의 곁에서 국사를 의논했네
(2)
엘리사가
전에 아들을 살려 준 그 수넴 여자 에게
당신은 가족과 함께
이 곳을 떠나
다른 나라에 가서
살도록 하시오
여호와께서는 7년 동안
계속될 기근을
이스라엘 땅에 내리시겠다고
선언 하셨소
(3)
수넴 여자는
불레셋 사람의 땅에 가서
7년 동안 살고
기근이 끝난 후
이스라엘에 돌아와
자기 집과 땅을 되찾기 위해
왕에게 호소하러 갔네
(4)
그 때 마침
왕은
엘리사의 사환 게하시와
엘리사의 행한 기적에 대해
알고 싶어하였다.
게하시는
엘리사가 죽은 아이를
살렸던 일을 왕에게 말하고 있는데
죽었던 아이의 어머니
수넴 여인이 들어와
자기 집과 땅을 찾게 해 달라고
왕에게 호수하였지
(5)
폐하
바로 이 여인입니다.
죽은 아들
엘리사가 살려 준
바로 그 수넴 여자입니다.
(6)
왕이 명령하였지
그 여자의 모든 소유를 돌려주고
그녀가 떠나고 없는
7년 동안에
그녀의 토지에서 생산된
모든 농산물을 계산해 주어라
제 五 장
(1)
엘리사 속이고
탐욕 부려 생긴 문둥병
시리아군 도망친 소식
사마리아 성안에 알려
나라 구하고 회개하자
문둥병 다 나았네
게하시의 4부자
엘리사의 저주에서 해방되었네
회개한 게하시
왕과 국사 같이 의논했네
참으로 다행한 일
* 박 승 일
· 1942. 12. 23 평남 강서에서 남(진짜는 40년생)
· 1963. 3. 소년 동시 천료로 등단
· 1977. 12 장로회 신학대학교 대학원 졸업(71기)
· 한국문인협회, PEN 한국회원
· 지은책 80여권(『금빛 양지를 찾아』『쌀들의 합창』)
· 문학상 4개 받음(『한국아동문학대상, 목양문학, 광나루문학상)
· 이력: 새문안 교회 교육전도사, 서부이촌동교회 심방전임전도사
장위동교회교육전도사, 교육목사, 신일중고등학교교목6년
종암교회 교육목사, 수유제일교회 부목사, 염광교회 담임 목사(경기 화성군), 춘천 교회 담임목사, 은퇴목사
신 작 시 특 집
홍 문 표
홍 문 표
10월의 유혹 외 4편
호수처럼 탁 트인 하늘
죽도록 사랑하고 싶은
청옥 빛 순결
슬카장 마시고 취해볼거나
아스팔트 포도를 따라
멋대로 지절대는
코스모스 꽃길
가을 들녘에 뿌려진
지천스런 자유
나도 한 마리 불나비 되어
꽃밭에 그냥 묻혀버릴거나
산등성이마다 타오르는 불길
무성했던 초록의 욕망을 일순에 떨고
온몸을 사르는 저 황홀한 절정
나도 시뻘건 화염에 뛰어들어
구천을 나르는 불새나 되어버릴거나
낙엽을 밟으며
더러는 폭우에 시달려
일찍이 망각의 발밑에
흩어지는 단명이지만
대개는 국화꽃이 반기는
새하얀 서릿발에서
잎들은 한해의 남루를 벗는다
아직도 북한산 중턱에서는
타는 불길이지만
아스팔트 바닥에
찢겨지는 아린 허무의 분신들
당신과의 언약이 소중하였기에
한 때의 화려했던 손짓들과
초록의 기억들을 계절의 발밑에 묻고
선선히 시간의 빛살을 접는다
낙엽을 밟으며
침묵의 껍질들을 벗겨 본다
겹겹이 싸여진 이력들과
다가오는 겨울의 일정들이
빛바랜 섬유질의 흔적에서
희미한 언어가 된다
까칠한 내 영혼의 가지 끝에도
낙엽이 떨어진다
시들한 의식의 갈피 속에서
가난한 시간들이
바스락거리는 가을 길을 걷고 있다
갈릴리 어부 시몬이여
베드로 1
갈릴리 어부 시몬이여
눈부신 햇살들이
잠든 수면을 난타하고
비릿한 바람과
아직도 싱싱한 어족들이
억센 손끝에서 파들파들 뛰는데
“나를 따라오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음성은 정오의 햇살이 되어
내 온몸을 감싸고
하늘에 가득한 당신의 광채
그날
나사렛 예수가
잡아준 크고 부드러운 손길
주여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 수 있다니요
하오나 당신을 따를 수만 있다면
목숨같은 이 갈릴리 바다와
내 소중한 통나무배 하나
끈적한 혈연의 타래마저도
저 깊은 바다에 던질 수 있나이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베드로 2
열두 제자
어부도 부르고
세리도 부르고
배신할 유다도 부르고
이 못난 영혼도 부르고
그동안 주님과 동행한 세월은
날마다 하늘나라 앞마당
눈부신 말씀의 꽃밭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당신은 누구신가요
엘리야인가요
에레미야인가요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당신은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어부 출신 시몬이여
어여쁘고 어여쁜 믿음이여
그대 고백의 돌계단 위에
별처럼 세워진
교회당 십자가
펄럭이는 은빛 종소리
골짝마다 꽃물처럼 번져가는
평화와 안식의 노래
천국의 열쇠까지 거머쥔 하늘나라 권세여
사도 중에 사도인 베드로여
반석이여
지금도 청청한 바티칸 제국이여
새벽닭이 울 때마다
베드로 3
그냥 밤이었으면 좋으련만
어찌하여 새벽은 날마다 오는지
어찌하여 닭들은 새벽마다 울어대는지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그날의 부끄러움
당신이 주신 그 이름
지울 수만 있다면
지옥 불에라도 뛰어들고 싶습니다
새벽닭이 울기 전
세 번이나 당신을 모른다 하였으니
수제자 베드로
그 반석의 이름이
천길 절벽으로 떨어집니다
모두가 버려도 이 몸만은 아닐 줄 알았습니다
함께 죽을 줄만 알았습니다
어리석은 베드로여
연약한 인간들이여
오늘도 주님을 배신하는
슬픈 우리들의 가증함이여
새벽 닭이 울 때마다
스승을 배신한 수치가
골수에 사무치고 있습니다
신 작 시 특 집
박 재 천
시를 위하여 외 4편
시는 오랜 태고 역사로
문학의 어머니요 모체
음악의 기반 뿌리라오
명시에 명곡 작곡 되네
시 한 줄이 삶을 이끌고
시어 한 단어 못밬히네
다윗시인 예수님 시인
구신약이 위대한 시집
주님 시인하면 참 시인
별 진달래보다 창조주
노래하는 시인 멋지네
시는 봄 시의 눈을 뜨고
시대와 시절 통찰하라
시인은 긍정 포용으로
만상을 안고 사랑하며
하나 되는 시존재여라
시 한 줄이 가슴 치는 날
뜻 깊은 감동의 날이네
시시때때로 쓰는 시가
시시때때로 읽는 시가
영혼 깨우고 감동 주네
시에 새벽이요 해뜨네
시가 노을에 물들어도
시인은 금방ㄹ 깨어나라ㅣ
시가 시인 부르면 시인
시인하며 읊어가리라
그래 나도 아파
지상에 사는 동안
나그네 인생이여
깊이 생각하고 다짐할 일있으니
죽음이 종착역 아니라는 것
지금보다 비교못할 영생
이어진다는 것
지금 거울로 보는 것 같으나 그때는
얼굴대하듯 보리라
그날의 영광 위해 참고 인내하리라
그래 아프지
마음 아프지
나도 그래
왜 이리 아픈 사람
마음 아픈 사람이 많은가
청사진 화려하고 꿈 눈부시나
공허하게 보이네
십자가 보혈 잃어버린 비극이라
그 사랑 잃은 영혼이라
아 아파도 존재하느니라
아픔이 없는 그날 소망하며 가는
푸른길 아파도 가리라
영생의 길이기에
그래 아파도 가리라
다
다 그런거라 단정하지 말찌니
혹시라도 안 그런때 있으리라
다 귀찮아 할때가 오더라도
삶은 포기말아라
지상의 점수로 하늘 별을 따니
선을 쌓으리 덕을 세우리
다 괜찮아 라고 용기주고 낙심치
않도록 돌보라
돌보듯 무심치않고 관심가지며
돌아보아라
다 가잖아 주위 벗들 순서없이
그렇게 가니까
다
다에 못 닿아도 다잃은 듯 서러워 말지니
살다보면 언젠가 다 복의날 오리로다
옥수수
삶은 옥수수 수수한 삶이다
옥수역에서 산 삶은 옥수수
샘물 솟아 옥수처럼 흐른다
하모니카 건반 옥수수 낱알
삶은 옥수수 반짝이는 치아
알알이 촘촘히 노란 보석들
수수한 옥수수 삶은 옥수수
맛있는 옥수수 삶은 옥수수
인생의 깨달음
인생은 깨달음으로 존재한다
절규하며 태어나 흔적을 알리고
울며 세상에 나와 허무를 알린다
험한 세파와 싸우며 벗을 통해
가정과 인생을 배운다 배움의 인생이다
자녀의 소중함을 깨닫고 새로운
생명의 존귀함을 발견 할 때
한 세대와 다음 세대를 잇는
신의 섭리를 깨닫는다
일을 천직으로 인식하고 충실하며
부르신 소명에 따라 사명을 다하리라
누구나 다짐하나 한에 차지 않는다
문득 병이 찾아오면 악마와 싸우듯
병마와 싸워 이겨 하나 오히려
병을 벗삼아 인내로 극복하리라
인생을 사는 법은 그 아름다움을 찾아
인생을 노래하는 것 고난 가운데서도
인생은 기뻐하는 것 시험 중에서도
인생을 감사하는 마음 샘물처럼 솟는 것
* 문예사조」(90) 신인상 당선 등단
· 국제 펜 한국이사
· 미국Fuller 신학교 목회학박사
· 시집『존재의 빛』외 저서 20권
· 한국목양문학상·한국기독교 출판문화 최우수상 수상 ▪한국가정사역학회장
· 이메일: gajeonghyo@hanmail.net
신 작 시 특 집
성 하 람
이사를 하면서 외 4편
한 동네서 옯기는데
그래도 나는 버거운 일이다
다시 이사할 일은 없을거다
이사라기보다 정리 하는 거다
묶은 살림 못 버려 쌓인 것
과감하게 버리고 말끔히
정리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몸과 맘 정결하게 살다가
공중 나팔소리와 함께
하늘 문이 열리고 천군천사
나를 영접하러 올 때 까지
천국과 이생의 간이역쯤 될
여기서 부르실 때까지
어여쁜 신부로 잘 살다가
영광중에 하늘 나라
입성하는 그 날까지
하늘 길 바라보고 살 집이다
할머니 마실 간다
빼곡한 벽 하나에 붙어살며
얼굴도 모르고 어쩌다
승강기에서 만나도
눈 안사도 없이 사는데
우리 동네 어르신들
시원한 곳 찾아 마실 나가신다
긴긴 날 말 한마디 못하고
사람소리 나는 tv를 크게 틀어 놓고
아들 전화도 못 듣는다
우리 좋은 동네 어르신들
별스런 이야기 아니어도
눈물을 찍어내며 웃기도하고
알사탕 한 알씩 나누며
아들딸 이야기로 귀 기울이며
해가 넘어가도 걱정없어
일어날 생각도 없다
어쩌다 안 보이는 사람
궁금해 하는 이웃사촌
너무 좋은 이웃 들이
서로 찾아 오고 가는
이웃 사촌 어르신들이 좋다
생명의 힘
먹구름이 몰려와
캄캄한 하늘에서
물동이로 퍼 붇는 장대 비
땅위에 있는 물건은
다 쓰러버릴 기세다
그러더니 언제 비가 왔나
비가 개이고 금새
맑은 날이 되었는데
비에 다 녹은 풀 섶에서
하얀 나비 한 마리가
호르르 날아 오른다
떠내려가 버렸을 텐데
그 조그만 생명이
폭우에 어찌 살아났을까
숲속에 나비의 영혼이
있었나 신기한 일이다
한참을 서서 보고 또 보고
엄마의 봄날
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는
봄이 되면 더욱 외로워지는
우리 엄마의 봄
생전에 그리도 자상 했던
사람이 더욱 그리워져
엄마 방 앞에 심어 주었던
진달래가 피는 봄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진달래 꺽으러 뒷산에 갔는데
거기 엄마가 풀밭에 앉아
풀을 잡아 뜯고 있었다
왜 여기와 있을까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던 날도 꽃이 흐드러지고
보름달이 휘엉청 밝은 봄날이었지
엄마의 서러운 마음을
철없는 나는 몰랐다
혼자서 아픈 가슴 말 못하고
봄이 오면 더욱 서러워지는
우리 엄마의 봄날,,,,
칭찬 한마디가
동란 직후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한 반에 육칠십 명 되었다
때로 합반도 하고 국어 시간에
새로 오신 선생님이 시 한편씩
쓰라는 것이 그 시간 숙제였다
한 번도 시 라는 걸 써 본 일이
없던 나는 무척이나 어려운 숙제다
제목은 생각 나 “입학을 맞이 하여”
뭐라 썼는지 생각이 안 난다
선생님의 평을 기다리는데
다섯장 또 한 장을 따로 놓고
다섯 사람의 평을 하시고
맨 나중에 한 작품을 들고
엄청나게 칭찬을 하시는데
독창성이란 말 밖에 생각이 난다
그 작품이 나였기에
그 칭찬을 듣고 내게는
꿈 하나가 마음속에 살게 되었다
젊은 시절을 지나서 나이 오십에
문학이란 문에 들어섰다
칭찬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늦어버린 세월에도
나를 이끌어 글을 쓰게 하는가
그렇게 쓰면서도 늘 부족한 나를
돌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 성 하 람
▪ 창조문학 시(1992)등단
▪ 창조문학 대상수상
▪ 한국 문인협회, 군산여류문학동인
▪ 시집 : 『그들은 아직 행복중』
▪ 이메일 : soungglory@hanmail.net
신 작 시 특 집
유 태 영
자유 외 4편
내 몸이 진저리치도록
아팠던 상처도
내 마음이 찢어지도록
힘들었던 순간도
이제는 모두 다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비좁은 테두리 안에서
거대한 바위에 눌려서
그토록 허우적거리던 삶들
갈등의 밧줄을 끊어버리고
내 생각의 틀을 깨뜨린 순간
난 자유해졌다
자유는 그림자처럼
늘 내 곁을 맴돌았건만
난 그것을 움켜쥐지 못하고
헛된 꿈 잡으려 세월만 허비했다
이제 구속의 굴레를 벗어나
희망의 두루마리 펼쳐들고
마음껏 자유를 누려 보리라
겨울나무
적막한 세상에
할 말도 많으련만
두 눈 지그시 감은 채
침묵 중이다
세찬 바람 썰렁히 부는 거리
곧은 자세로 보초 중이다
지금은
어떤 언어도 아껴야 할
인고의 계절이다
이 살풍스런 계절도 한 때
혈기 분노 다 삭아 내리면
살가운 바람 훈훈할
그 날을 기다리며
시린 볼 부비고 선
겨 울 나 무
가을 지나간 자리
가을 지나간 자리
맹숭맹숭한 가지들만
점잖게 침묵하고 있다
바람처럼 스쳐간 날들이
잃어버려도 좋을 만큼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추억을 잘근거리는 바람에
아련한 그리움 나부끼고
앙상한 삭정이 몸부림치는
동짓달 끝자락에
뚜렷이 남아 흔들어대는
가을 지나간 자리
오늘이라는 시간의 빵 한 조각
오늘이라는
시간의 빵 한 조각 받아 들고
언제 어디서 누구와 먹어야
가장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을까
오늘이라는
시간의 빵 한 조각은
누구에게나 날마다 주어지지만
날마다 다르다
어느 날은 새까맣고 씁스름하고
어느 날은 고소하고 달코롬하다
쓴 날엔 눈물과 상처의 범벅이요
달달한 날엔 기쁨의 웃음덩어리다
하루하루 받아 삼킨 빵들은
세월이 되고 삶의 흔적이 된다
한 조각의 빵 필요 없는 날
그 날이 오면 웃음으로 감사할지
슬픔으로 후회할지
오늘이라는
시간의 빵 한 조각 받아 들고서
어떻게 먹어야 최상의 맛을 즐길지
신중하게 만지작만지작 거린다
가시나무 숲
나는 지금
가시나무 숲 한가운데 서 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이리 찔리고 저리 찔리어
피투성이가 되어 주저앉아
내 자신과 싸우고 있다
내 몸이 약한지
저 가시들이 드센지
몸을 뒤척일 때마다
찢기고 찔려 아파 신음하다
멍하니 하늘만 바라본다
고꾸라져 아파할 수만 없어
쓰린 마음 부여잡고
가시나무 숲 언덕 아래
둥지에 꿇어 앉아
외마디 소리로 목청껏 울부짖는다
한동안 산을 흔들어대면
참나무 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에 상처는 아물고
가시나무 가지에 재재거리는
산새소리 청아하게 들릴 때
찔리는 가시는 사랑의 주사바늘이다
* 유 태 영
· 충남 계룡 출생 · 명지대 사회교육원 문창과 수료
· 창조 문학 시 부문 신인상 등단(2000)
· 전국 주부 편지쓰기 대회 장려상 수상
· 크리스천 문학 백일장 시 부문 최우수상
· 성남시 주부백일장 시 부문 최우수상
· 공저: 『꿈꾸는 심장』『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 시집: 『 네 잎 크로바의 비밀』
·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오산리 기도원 근무
신 작 시 특 집
임 용 식
달빛 쏘나타 속으로 외 4편
주옥같은 날들이 파초의 꿈을 꾸려니
이별과 슬픔이 비에 젖어도 황금빛 나락을 주우려니
보배 같은 인생이 울림
속
으
로
핑계 아닌 핑계로
실타래를 풀려니 운명은 희, 비극 속에 몸부림치다
기쁨과 슬픔이 춤을 추는 미로의 순례길
비 쏟아지는 빗줄기 속으로
절인 배추로 구부러진 오솔길로 허우적대다
너와 나!
오랜지 빛 사랑을 꿈꾸어온 망각의 세월
고뇌를 씹어 삼키다, 구겨진 등신불이여
이별의 눈물이 가득한 엘레지, 은혜의 은빛 나라로
하얀 꽃잎들이
임에 가슴 싸매며, 손뼉을 치다, 영광은 꿈속으로
사랑은 애간장 태워, 달빛 쏘나타 속으로
홀로 서, 오랜지빛 노을
속
으
로
샘물 같은 애정으로
도란도란 가슴 나누던 동심들이
부서지는 파도 속에 그대의 넓은 가슴은
작은 조약돌이
되어
어머니와 풀로 붙여 놓은 사랑과 모정 속에서
그대의 넓고 넓은 가슴 등에 지고~
또 다른 세상을 열려고, 청개구리로 앵앵대다가
왕 개구리로 폴짝폴짝 뛰다가
두꺼비 되어 엉금엉금
기다
인생을 스스로 터득하며 부서지는 날들~
어미 가슴의 쓸개 물 삼키며
주렁주렁 익어가던 사랑이 스멀스멀 허물어지니
억수 같은 눈물 뚝뚝 떨구다, 꽃 같은 사랑을 어루만지다
가슴 쪼아대던 그리운 추억 속에 애간장 찢어
살라온
날
불러 보고, 보고 싶은 어머니여~
여정의 고비 구비 샘물 같은 애정으로
고뇌의 인생을 씹어 삼키던 세월을 사랑에 울다 웃다
달빛이 덩실덩실 춤을 추는 무언의 세상으로
가신~ 그대!
그대
여~
유랑 버스!
인생 버스!
달리고 서다.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 키도 나이도 모양도 직업도 다른 사람들
주어진 시간, 욕망을 캐다, 허둥지둥 모태 속에 나와 다른 길에서 아우성치며
어머니를 부르다. 허 터지는 사람들
팔자 속에 꿀맛 같고 씀바귀 같은 세상사, 술래잡기도 숨바꼭질도 하다
귀천도 부귀도 영화도 꽃잎 같고 단풍 같은 고독한 길,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
웬지! 종착역에서 아버지를 부르다, 눈썹달 속으로 달리는 운명의~
유랑 버스!
인생도 구름도~
봄, 여름 바람은 구름을 모여 모여~ 세월을 꽃구름 그리다
굴레 속에서 인생은 고뇌로 줄다리기하다
붉은 노을 속에 서릿바람이 옥 구슬 구르니
쪽빛 가을하늘은 꿀도 명예도 없는 세상으로
인생도 구름도~ 설한풍에 하얀 목화꽃 송이송이~
아! 세월은 바람개비, 심장도 영혼도 말이 없는 고향 집으로
사로라니!
사로라니!
가슴 태우던 고독한 욕망이 새벽길 깨우며 달리다
햇살과 속삭이다, 왔다 갔다 안달하며 바람 속에 갈증을
채우다
사로라니!
연분홍 꿈을 찾아 날개도 없는 욕망이 행복을 찾아
산들산들 춤추는 새털구름 속에 꽃구름을 그리던 그대와
여기까지 왔는데
사로라니! 먹구름이 가슴을 덮고 소낙비 쏟아져도
곱이곱이 희열 속에서, 앞을 보지 못한 날들이
꿈을 향해 꼭꼭 숨어버린 영혼을 찾아 그대와
지옥 길을 걷다, 천당 길을
걷다
사로라니!
그리움으로 뒤섞인 뒤안길, 허적이다
하얀 눈이 휘날리니 쪽잠 자던 추억은 삶을 조율하며
여운은 소라의 꿈을 꾸다,
마음에 작은 등대가 된 그대를 찾아~ 보랏빛
꿈속으로
동그라미
곳은 길 굽은 길, 걸어서 동그라미 그린 세월
피땀 흘리고 아귀다툼하다. 긴 숨소리 지키려고 부와 명예를 위해
생명도 못 챙기고 물욕의 노예가 되어 정의로운 이름을 팽개친 채
애간장을 태우던 날들
온갖 풍파에 진실은 영혼이 웃고 거짓은 악마가 웃는다는데
아기 울음소리가 망자의 울음소리로 동그라미 그리다, 털털 털고!
죽은 자는 무언의 세상에서 산자의 목맨 소리만 들으려고
그린 동그라미
* 大河/ 임용식 시인 · 농민문학. 사비문학. 한울문학, 한국문학정신, 국보문학, 시와 수상 문학, 아띠무학 아카데마, 선진문학등단, 신인상, 문학상, 대상 등~
· 시집: 『사랑에 카타벨라』『사랑에 아리아』『추억의 동그라미』
· 동인지 110 여번 참여~· 전] 부여 해병전우회 1대 4대 회장
· 사] 대한격투기, 대란검도 부총재 전]. 대한합기도. 공수도, 보술협회
· 사] 야생동물 협회 충남 회장~ · 부여군, 시사랑 연구회 회장,
백마강 시인들 회장, 백마강 시 낭송회 회장
신 작 시 특 집
김 계 식
경륜 값 매기기 외 4편
궂은 날
모시옷 곱게 차려 입으신 할아버지
마루 끝에 서서
헛기침 몇 번 하늘에 날리니
동녘 하늘에 쌍무지개가 뜨고
날 좋은 날
처마 끝자락 낮게 나는 제비 떼들
할아버지 손꼽아
스물도 다 못 세었는데
맞바람 휘휘 불며 흩뿌리는 이슬비
할아버지 쌓은 경륜은 보이지 않고
눈앞에 일어난 신통함만
훤히 보여
저도 어서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 날
어린 손주
거나하게 뒷짐을 지고
토방에 졸고 있는
토실한 강아지를 불러 세운다.
움트는 생명
동그랗게 여문
까만 미지
생명을 잉태한 네 위대한 꿈을
어찌 읽어낼 수 있을까
종점과 시점은
이음동의어라는 걸 익혀온 지 오래지만
생의 껍질째는 방향을
쉬 짚을 길이 없는지라
하늘과 땅
남몰래 엮어나가는 섭리에
맡길 수밖에
낮과 밤
낮과 밤
딱 두 번의 흐름을 딛고 맞은 아침
뾰족이 고개 내민 맑은 생명
내로라하는 뭇 거들먹거림을
단숨에 내려디딘 채
뿌리로 지심을 품고
쌍떡잎 두 손 활짝 펴 하늘 우러른
성장盛裝의 위세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온통 네 푸른 꿈으로 가득한 세상
이제 새로운 기쁨이 출렁이리라.
본연 견주기
우리의 이름은
너희에게 필요할 뿐
‘지면패랭이꽃’이건 ‘송엽국’이건
우리들은 환히 꽃피운 고운 자태로
벌 나비 부르고
그도 아니면 바람자락이라도 불러
실하게 익힌 씨로
지경 넓히며 대를 이어가면 그만
‘광릉요강꽃’ ‘화냥년속곳가랑이’ ‘도깨비방망이’
심지어 ‘며느리밑씻개’라고 불린들
어찌 내 속 지닌 빛과 모양에 흠이 가랴
다투어 피어나는 야생화에 눈길 쏟으며
위장의 갈기 지느러미 꼬리 싹둑 잘라내고
억지 꾸밈없는 순수 앞에
타고난 본연으로 나란히 서본다.
용광로
도리뱅뱅이를 위해 붙잡혀 온
갖가지 모양의 멸치들
순종이 가장 큰 미덕
온 길을 되짚고 되짚어
바다 속 유영하던 시간으로 돌아가길
어찌 바라지 않으랴마는
이 순간만은
비길 수 없는 작품 하나를 빚기 위해
쏟는 열성과 고른 손놀림의 용광로에
제 모든 것 바치는 게 도리
온전히 녹아난 자의와 타의는
흐뭇하게 나누어 먹고도
부스러기 열두 광주리를 남길
오병이어五餠二魚※일지니
밝은 내일을 가리키는 지시봉에
고개 끄덕임으로 안게 된
삶의 활력
이제 조곤조곤 기쁨 만끽할 일만 남았네.
맑디맑은
사물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부터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지
맑은 새벽을 맞을 때마다
너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고 있으니
벌써 너는 있는 것이겠지만
달/ 불/ 물/ 나무/ 쇠/ 흙 여섯 날 동안
고운 비단에 꽁꽁 싸서
내 마음 저 깊숙한 곳에 갈무리한지라
너는 있고도 없음인지 몰라
크신 이 영접하고 난 혼 맑은 시간
아름다운 한 송이 꽃으로
너를 눈앞에 곱게 피워내고
마주한 눈 안에 눈부처를 그릴 때
보드라운 감사의 보료 위에 마주선
너와 나
또 하나의 새로운 존재로
맑디맑은 우리가 태어나지.
*김계식
· 전주교육청 교육장 역임
· 2003 시집 『사랑이 강물되어』 출간으로 등단
· 시집 : 『자화상』등 총 19집
· 창조문학대상, 전북PEN문학상, 전북문학상 수상.
· 55348 전북 완주군 소양면 송광새터길 16-16
· 전화 : 063- 901- 2727 010-9774-2727
신 작 시 특 집
박 복 수
詩를 적고 詩를 읽는다 외 4편
눈물보다 더 아픈 마음을
꼬기 꼬기 종이학 접듯
詩를 적어본다.
세상에 하나 뿐인 詩로.
밤하늘 별 보고
그 아래 서 있는 나를 볼 때
詩를 읽어본다.
세상에 하나 뿐인 詩를.
모든 것 버리면 그만인데
아직 내가 존재해야할 그 무엇 때문에
詩를 적고 詩를 읽고
한발 한발 걸어본다.
세상 사람들
슬프지 않는 이가 어디 있으랴
하늘도 때로는 눈물을 숨기지 못하고
詩로 말한다.
지금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詩를 적고
詩를 읽는다. 그대를 향해
아직도 너에게 줄 사랑이 있다면
아직도 너에게 줄 사랑이 있다면
바다 내음 가득 담아 보내고 싶어요.
그다지 길지 않는 삶에
너 그리워하며 보낸 세월이 아까워
차마 버리지 못한 사랑 때문에
먼발치서 끝내 버리지 못하고 기다렸는데
바람보다 먼저 누워버린 갈대처럼
너는 보이지 않네.
사진첩 볼 땐 그래도 행복했어요.
잠시나마 함께 있는 듯
그래서 좋았어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 하지요
이상한 바람이 불면
그 바람 따라 나부끼지요
그렇지만 나는 그 까닭을 묻지는 않았어요.
아직도 너에게 줄 사랑이 있다면
바윗돌처럼 변치 않는 모습을 보내고 싶어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꾸미지도 않고 허세도 부리지도 않고
너에게 사랑으로
보답하고 싶어서
갈매기 춤추며 다가와 말한다.
가라고가라고
아니 찾아가라고
사랑을 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가라 한다.
아직도 너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차 한 잔 드리고 싶다
깊어가는 가을밤
그대에게
차 한 잔을 드리고 싶다.
별빛 가득 담은 창가에서
그대 웃는 모습 그리며
별밤 닮은 찻잔에
별님 담고
달님 불러와
그대 미소같이 티스푼 휘저어
차 한 잔 드리고 싶다.
별빛 보다 더 초롱 했던 그대
환하게 웃어주던
그 모습
그런 그대에게 차 한 잔 드리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대만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소한 것이나 큰 것에 잘못도
그대를 용서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화(火) 내고 이내 후회하는
그대일지라도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자기 자신의 처지나 존재에 무지(無智)하여
사람을 헤하여도 물러서지 않는 그대일지라도
사랑으로 감싸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막무가내 고집 내어도
어린아이처럼 울어도
어머니 마음처럼 안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때로는 못된 사람에 덫에 치어 비틀거려도
타오르는 분노 때문 용서하지 못하는 그대일지라도
신(神)의 행동처럼 아량(雅量) 베푸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대 어리석음 바라보아야하는 아픈 마음
삶의 방식 송두리째 휘감아도
입-꼬리 말려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박 복 수
·『말씀과 문학』신인상 수상
·『좋은 문학』동시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 좋은 문학 동인회 작가이사 ·창조문학회원
· 한국문인협회·영덕문인협회 회원
· 이메일: pbs9710@hanmail.net
· 시집:「행복합니다」
· 주소: 강동구 동남로 82길 139번지 3층 다사랑교회
· E - mail: pbs9710 @ hanmail.net
신 작 시 특 집
양 채 운
산사에서 외 4편
인연의 발길은
여기까지 이어져
계곡 물소리에
묵상에 들어간 백담사
간간이 뿌리는 눈雪을 맞으며
가까이 다가서 보지만
울타리 너머로
굳게 닫힌 문 앞
어디서 온 것도 아닌
내 안에 나를 잡고
서서히 다가오는 시간 앞에 서서
바람처럼
지나갈 것이라고 마음 달래던
흐름의 헐거움
보이지 않는 소중함을
보듬어 안고서
조용히 걷고 걸어 보아도
아득한 무명無明
누구유
앞마당에 들어서면
언제나 두 팔 벌려 안으며
어서 오너라
환하게 웃음 반기시던
오늘은 본체만체
초점 잃은 눈으로
먼 곳만 바라보신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하나 둘 놓아버린 시간들
그저 종종걸음으로 살아온
세월의 깊이를 짚어보려는
마음으로
온종일
빈 하늘 구름 몇 점을
안타까움에 살며시 내민 손
놀라 뿌리치며
누구유 하신다
처음처럼
바람은 찬데
마른 풀 더미 헤치고
꽃망울을 여는
젖어 바라보면
금빛 이랑을 타고
환하게 다가오는
가버린 날들의 저 끝에서 부터
어제도 오늘도 아닌
시간이 촘촘히 박혀
미처 머뭇대지도 못한
첫사랑을 짚어내려는 듯
봄바람은
처음처럼 나를 흔들고 있다
흔적
불현듯 스치는
그 날의 일이
꼼짝 못하게 묶어
길게 쏟아져
흩뿌리는 소리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부터 잘못인지
가름 할 수 없는
막막함에
긴 그림자 위로 발길질 하는
마음 돋우려
잠시 숨고르기 하며
하늘을 바라본다
지구는
어디쯤 새겨져 있는 걸까
나무는
-삶이
매일 아침
털어버리고
처연하게
하늘 끝에 기대어 선 나무
지난 날
맑은 세상에
몰래 그리던 잔잔한 마음
덧없이 가버리면
홀로 서서
이제는
그 상처도 사랑한다
나무는 말하네
* 본명; 양영분 · 국민대학교 문창대학원 졸업
· 「대한문학」시부문 신인상 등단
· 한국문인협회 회원, 글빛동인
·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계간문예 작가상 수상
· 저서; 시집「봄·이야기」『맷돌』외 동인지 다수
· 이메일: mailto:yboyang@hanmail. net
· 주소; 서울시 은평구 서오릉로 46. 201동 701호
(녹번2차현대아파트)
우편번호; 03379
신 작 시 특 집
한 룡 무
백지 원고지위에 외 4편
백지 원고지 위에
시를 써 내려 간다
무슨 시를 쓰는가
무엇 때문에 시를 쓰는가
자문자답한다
백지 원고지 위에
검은 잉크색으로
시가 점점 씌어져 간다
지금의 머리와 심장에 있는
시혼으로 시를 쓴다
세상 물정은 넘치지만
그 속에서 시의 소재
시의 글감을 찾는 것
이것이 문제다
쉽사리 글감을 찾을 수는 없다
나의 시에 이해를 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여러 사람이 있지만
지속해서 시를 써야 한다
오늘도 백지원고지 위에 시를 쓴다
약혼녀
3남이 약혼녀를
집에 데리고 왔다
똑똑한 여성이었다
3남이 태어나서 29년
이제는 강가 가는 어른이 되었구나
대형버스 운전기사로 일하고
한편은 약혼녀를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되었으니
집안에 경사가 났구나
가파로운 일본에서의 생활
일본사람도 사는 것이 힘든 나라
여기에 우리 민족성을 지키고 살자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어라
3남을 안받침하는 것은 약혼녀
약혼녀는 건강해야 해
요리 만드는 솜씨는 좋다기에
마음이 놓이는구나
아뭏든 결혼하는 두 사람이기에
부디 행복한 가정을 꾸려라
오래 오래 건강히 잘 살아라
9월 5일
9월 5일은 37년 전
1980년 9월 5일
나와 마누라의 결혼식 날
25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축복해 준 날
빠르게 느낀 37년
이간에 남자 아이 3명
어른이 되고 일하고 있네
장남이 장가가고
아들 딸 1명씩 낳아 키우고
3남도 장가들게 되었네
차남은 아직 장가드는
기색이 없다네
37년
길기도 하고 짧게도 느낀 나날
이제 38년, 39년 ‥‥
나하고 처
어디까지 같이 갈 수 있는지
최속도로 시간은 흐른다
그 시간을 헛되이 지내지 않도록
살아가자, 건강히
하루
어제 하루 일했으니
오늘은 휴일
하루 잊고 힘썼으니
휴일은 좋은대로 지내고 싶다
생각하면
대학을 졸업하고
67살이 된 오늘까지
일해 왔다
정사원으로 또 아르바이트
파-트로
정사원으로는 약 40년
그 밖에 파-트, 아르바이트로
일했다
일은 간단하게 생각하지만
힘들기도 한다
인간관계도 있다
일해서 보수를 받는다는 것은
힘든 일, 간단치 않다
삿적인 일은 휴일에 해 놓고
내일이 일이니까
오늘은 출근의 마음 준비를 한다
하루란 죽음에로의 행각인가
영광의 매래에로의 행진인가
‘사이 나쁜 부부’처럼
‘사이 나쁜 부부’처럼
‘한 · 일’이 싸움하고 있다
「징용공」
「호와이트국」
「지 소미야」
미국은 ‘실망, 했다고 한다
「징용공」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회담」에서
끝났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
한국이 일본에 수출할 때
간이 했던 세관통과가
보통 나라와 똑 같이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
「지 소미야」문제는
한 · 일 사이에 맺은 「군사정보협정」
일방적으로 한국이 파기했다는 것
‘사이 나쁜 부부, 처럼
싸우고 있네
이제는 진짜 ‘이혼, 하는가
아니면 ‘복권’하는가
* 한 룡 무
․도쿄 출생
․「창조문학」시 등단(2006)
․조선대학교 문학부 졸업
․조선작가동맹 신인상 수상(1980)
․시집『별』외
․저서『한글상용회화사전』『한글기본회화』외 다수
신 작 시 특 집
강 병 원
말씀의 소리에 집중하라 외 4편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음성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신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모리아 산에서 번제로 드려라
가슴 아리는 갈등의 회오리
마음의 소리를 듣지 않고
말씀의 소리에 집중한 아브라함
주여! 내가 여기 있나이다
죽기까지 순종하는 마음으로
제단을 쌓고 아들을 결박
제단 나무 위에 올려놓고
손을 내밀어 칼을 힘껏 쳐
아들을 잡으려는 찰나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 아노라
말씀의 소리에 집중한 아브라함에게
번제 드릴 숫양 준비하신 하나님
여호와의 산에서 준비되리라 하신
그 땅 이름 여호와 이레였더라
감동의 오리탕
토실토실 뒤뚱뒤뚱 살진 유황오리
토종 된장에 두툼 토란 대 녹아들어
기도에 뽀글뽀글 사랑에 뽀글뽀글
유기농 들깨 향 가득 명품 오리탕
영적 민감함으로 좋은 시 알아보듯
첫맛은 담백하고 뒷맛은 깔끔해
고기 식감 보드랍고 국물 영양 덩이
쫓아가서 먹으라는 천하 명품 오리탕
몸뚱이 산산조각 찢겨나간 추어탕보다
쇠고기 뼛국물 우러난 우거지탕보다
골절된 복숭아 뼈 하루속히 붙으라고
기도로 준비한 권사님의 거룩한 정성
정성의 손길에 주님 사랑 보이고
달려온 발길에 주님 축복 보이고
기도하는 은혜 얼굴 천사 같은 마음
주신 사랑에 가슴 뭉클 행복하여라
아니, 어쩌다가
사순절 두 번째 주일
오전 본 교회 예배드리고
오후 타 교회 헌신예배에
월례회까지 마치고 나오는 길
땅바닥에 덜푸덕 어푸러졌다
모진 칼바람 이겨내고
이른 봄 화사하게 손짓하는
목련 여인의 고결한 웃음
아리따운 모습에 홀려
한눈팔고 해찰한 순간
정신 아득 별이 반짝였다
우르릉 쾅쾅 뇌성벽력
경천동지 대지진 사건에
우지끈 뚝딱 복사뼈 부러지고
광대뼈 땅바닥에 부딪는 소리
얼굴과 손길에 비친 핏방울
평지에서 낙상은 일어났다
“아니, 어쩌다가!”
“고생 많으시네요”
“아따, 오래도 가네요”
두 달 가까운 목발 체험
시간이 약이라는 골절치료에
세월은 굼벵이처럼 꾸물대며
조심조심 조심하라는 한마디
운명하는 노인처럼 되뇌인다
거룩한 영
거룩한 영 그대는
높디높은 곳에서
하늘의 명령 받아
우리 민족의 거룩한
역사를 가르쳐 준다
독립을 외치며 총칼에 맞섰던
기미년 3:01 만세를 알려주고
부정 선거에 맨몸으로 저항해
학생들 중심으로 일으킨
4:19 민주주의 혁명을 알려주고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 외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세계만방에 알려주고
동족간의 피비린내 나는
6:25 한국전쟁을 알려주고
일제 강점 벗어난 온 국민의 기쁨
8:15 광복의 함성을 들려준다
그대는 거룩한 영
역사의 구비 구비마다
온몸으로 역사를 써가며
한 순간도 해찰하지 않고
간단없이 역사를 알려준다
* 일명 : 전자시계
원수가 은인이다
전 재산 떼어먹고 야반도주한
친구 저주하며 몸부림치다 인사불성
마음 찢어지는 불면의 밤들
하루에도 열두 번 저주의 화살
저주하면 저주가 되돌아온다고
육신은 만신창이 되어 가는데
너희 원수를 끝까지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는 말씀을 받았네
친구가 잘 돼야 내가 산다고
저주를 축복기도로 바꾼
삼년 육 개월 후 일어난 기적
기도 응답되어 찾아온 친구 부부
원금만 들고 왔으니 용서하라고
더 벌어서 이자도 갚겠다고 하네
내 영혼아 원수 노릇하지 말고
원수 같은 인간을 만나도
하나님께 모두 맡기라 하네
헌신, 봉사, 기도도 좋지만
용서 못할 사람 용서할 때가
하나님 가장 닮아 보일 때라 하네.
* 남선교회 전국수련회에서 베다니교회 김병훈 목사님의 새벽기도에 은혜 받고---.
* 시인 和岩 강병원 ․ 전남대 문리과대 국문학과 졸업
․ 한국문학정신 신인문학상 등단. 들뫼문학 동인
․ 한국문인협회 회원(시). 한국장로문인회 부회장
․ 한국문학정신 편집위원․ 창조문학 후원이사
․ 한국문학정신 신인문학상 등단
․ 21문학시대 문인협회 수석부회장․ 한국기독시인협회 회원
․ 한국장로문학상 수상․ 제3회 펜타임즈 신한국인상 수상
․ 대한교육신문 신춘문예 문학상 시 부문 대상/한양문학상 수상
․ 퇴임기념문집 『세월은 나에게』․ 시집『들깨를 털며』외
신 작 시 특 집
정 연 홍
순종과 평화 외 4편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옛적 길로 가서
모세 여호수아 다윗 에스더 아모스 등
나라의 파숫꾼들을 만나면
새롭게 임진강이 길을낸다
오랜 말씀의 길을 따라 가면
오늘 생명의 문이 열리고
쌓인 어둠의 길을 따라 가면
순간 사망의 문이 열린다
사울왕의 생각을 고집하면
패망에 길이 있고
하나님의 뜻을 순종하면
평화에 길이 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너희는 길에 서서 보며 옛적 길 곧 선한 길이 어디인지 알아보고 그리로 가라 너희 심령이 평강을 얻으리라 하나 그들의 대답이 우리는 그리로 가지 않겠노라 하였으며-(렘6:16)
성령과 평화
평화의 왕이시여,
말씀을 통해
당신과 만나
마음문을 열어 놓으니
당신의 신이
내게 오셔서
평화의 열매를 가꾸시어
명치 끝에 달아 주십니다
허탄한 인간의 소리도 알알이
성령의 바람에 조율하시므로
속속들이 여물었습니다
이 땅위의 참된 평화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영혼의 선율입니다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갈6:22)
유산과 평화
말씀을 품고
십자가의 피 눈물로 발효된 평화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남겨 두고 가신 유산이다
이 귀중한 선물은 마음이 여린 제자들에겐
사랑이 흐르는 고임돌 이라
슬픔이 자욱히 피어나고 가난이 물밀 듯 밀려오며
근심이 쌓여서 더미지고 두렴이 급습해 들이쳐도
평화를 소유한 제자들은 요동치 않고
스승을 강하고 담대하게 전파하였다
예수가 있는 곳에 불안은 없고
말씀에 심지를 둔 평안이 있어
세상과 싸워 이길 수 있게한다
예수의 평화를 유산으로 받는 것은
그분의 가슴을 대물림 받는 것이다
이 세상 끝날까지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14:27)
십자가와 평화
마음의 평화와 영혼의 안식을 찾아
아름다운 주님의 발자취를 따랐네
잔잔한 갈릴리 호수를 지나
새가 우짖는 겟세마네 동산을 거쳐
불의가 가득한 빌라도 법정을 밟고
골고다의 십자가 위에 달리신
예수의 품에서 평화를 찾았네
그의 십자가 위에서 솟구치는 피눈물이
하나님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막힌 담을 헐고 둘이 하나 되며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나
예수의 피로 씻긴 피조물은 화평해
창조주의 기쁨이 되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엡2:14)
잠언
하늘의 명령으로 나라를 연 명절에
시민들이 광화문으로 몰려든 것은
교도소 바닥에 엎드려
참회를 해야 할 죄인이
법치의 수장으로 둔갑하여
검찰개혁의 걸림돌이 된 것이
도화선이 되었지만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강렬한 불길은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찾으려는
열망 때문이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밀집된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면서도
애국가를 봉창할 때에는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이 대목에 와서는 통곡이 대신 부른다
낮 집회가 끝나 겨우 화장실로 내려갈 때에
인파에 휩쓸린 어떤 노약자가
발을 헛딛어 돌계단에 나동그라질 찰라
동행자들이 재빨리 등을 받쳐주었다
굽은 어깨를 펴 드리며
괜찮으세요 물었을 때
또 울컥했다
세월의 격랑 속에 시달린
등판이 잠언으로 읽혀졌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청와대로에서 저녁 집회가 끝난 후
교인들이 차디찬 땅바닥에 스티로폴을 깔고
누워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일 때마다
심중의 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는 게 아닌가
절망에 절여진 기도꾼들의 등을
어진 별빛이 어루만지며 수를 놓고 있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시121:2)
* 정 연 홍
· 한국외국어대학 불문학 · 연세대학교행정대학원 행정학
· 「말씀과 문학」시(2003)으로 등단
· 제20회 창조문학대상
· 시집:『수진원의 시편들』『하늘이 주신 땅』『님』『녹시』 『아버지의 원대로』『사랑은 생명』
· http://www.jeongsomoon.com
· e-mail:somoon@jeongsomoon.com
신 작 시 특 집
전 영 란
곡선의 미학 외 4편
수많은 산등성이 휘인채 따라온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도
지금 달려가는 고향의 초가지붕도
그곳에 흐르는 시간도
마주보며 기분 좋게 웃는 웃음도
적당히 산들거리는 미풍도
곧고 바른 직선보다는
아프게 뚫고 가는 직진 보다는
사뿐사뿐 버선등처럼
조금 멀어도 조금 힘들어도
등이 굽어 더 다정한 당신이 사는 곳
환하게 맞아줄 엄마의 젖무덤도
세상 떠나신 아버지의 봉분도
오래 오래 손가락 꼽으며 기다리다가
당신 만나러 가는
당신을 그리는 이 마음도 곡선이다
갱년기
행운목 우리 집에 온 지 30여 년
한 뼘 크기 막대에
줄기 하나 매달고 접시에 앉아 있던 것이
무성하게 자라서
철근 콘크리트 천장을 밀어 올리고 있다
먼 고향 열대 지방이 그리운 것일까
이제 키 크는 건 그만 두고
예쁜 꽃 피우라 부탁해도
꽃눈 감춘 지 10여년 되가는데
올해에도 감감무소식이다
남정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여인네처럼
밤에만 피어나 짙은 향기로 유혹하더니
이제는 저도 늙어 가는지
배짱만 두둑하여 누구 눈치도 보지 않겠단다
이 집에 갇혀서
꽃도 여러 번 피우고 행운도 가져왔노라며
이제 좀 쉬고 싶다고
자유를 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걸까
세상은 이미 물들었다
남편을 막장으로 보낸 뒤
도박판으로 출근 했다는 전설이 있는 도시, 정선
돈 굴러가는 냄새 진동한다
숨 막힌 삶이 무거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그 앞 도로를 달리다가
장어 신랑 메기 각시 간판에
눈이 꽂혔다
장어랑 메기랑 살림을 차리면
2세는 어떤 모습일까
뚱딴지같은 질문에 쏟아지는 답은
짱뚱어?
괴물?
창조의 질서가 무너지는 소리
오백만 원 드릴게요
오늘 저랑 동침해 주실래요
장어가 메기에게 구애하는 상상을 하다가
피식
로그 인
낡은 앨범을 연다
행간을 더듬다가 마주친 시선
뒤란 마당바위에 앉아
긴 머리 땋아주며 봄바람에 취하고
겨울이면 화로에 군고구마 뒤적이며
이야기로 밤을 새웠던 저것들
저 속에는 세월이 멈추었나보다
엊그제 동창회에서
남편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홀로 힘겹다 기색 않고
저리 환하게 웃고 있다
삼총사 별명을 가졌던 여학교 이야기가
안단테로 흐르더니
만나지 못하고 흘러간 50년이
바람이 관통하듯 지나간다
까만 갈래머리들
팔소매 나풀거리며 달려온다
깔깔거리며 온다
따뜻한 이력
아버지는 도공이었다
흥에 겨워 손 가는 대로 빚는 서툰 도공이었다
투박하고 볼품없지만
쉽게 깨지지 않는 단단한 그릇
도자기 가문에서 으뜸으로 치는
청자 백자는 아니지만
아이들과 정결하게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손과
함께 둘러앉은 정다운 두레상의 주인공이었다
만일 명품이 되었다면, 진열장에 갇혀
도난당하면 어쩌나 깨지면 어쩌나
걱정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을 것이다
오랜 친구 같은 가족 같은
조금 모자라도 쓰기 편한
* 전영란 · 제 15회 들소리문학상 시부문(2015년)
· 광명시 문화예술 창작기금 수혜(2016년)
· 제 14회 동서문학상 동시부문(2018년)
· 국제 펜 한국 본부 회원, 한국문협, 해남문협회원,
창조문학가협회 이사, 광명문인협회 감사
· 시집:『씨줄과 날줄의 인연』『햇살이 머문 자리」 『바람소리』. 수필집 :『사랑을 묻길래』
· 동인지 :『연필로 쓰는 세상 1, 2』외 다수
· E -mail : chyr8901@naver.com
조 승 호
신 작 시 특 집
조개는 외 4편
조개는 슬프다 평생 뻘과 짠물에서 바다 눈물 토해선가 조개는 기쁘다 모래 알 자궁의 아들 진주 알갱이 수태 조개는 무심하다 등껍질에 주름 가득 세월 이랑 등짐 얹고서
국수
고명 얹고 울며 시집가던 누이 족두리처럼 노랗고 하얀 달걀 빠알갛고 긴
고추가닥 가지런히 교회 점심 아 그래서인지 언제나 맛있다
무심해
무한한 파도에 이 육체 맡기니 해체되고 녹아든다 진토 흙먼지라 심해어 튀어나온 두 눈알 피 빛 물방울 투욱툭 튀어 해의 허파 파열할 듯 깊은 곳에서 헐떡이며 슬픈 호흡 생각 없이 흩뿌리고 무엇이 되고자 예까지 달렸는가 물굽이 칠 때마다 심장은 임계점 심해 어딘가에 태초의 배꼽처럼 꼬물거릴 흔적은 부끄러워 붉어지는데 해초 다발 속 노닐던 해마 한 쌍 깊이 잠수한다
우리 파도에
우리 파도에 몸을 맡기니 소금처럼 녹아들었어요 자유롭고 꿈도 죽음마저 정처 없었네요 우리 파도에 실려 가는데 이 나룻배 아무도 기억 못해요 여기에 우리 속살 물결 헤치며 분명 있는데 결국 잊힐 테죠 우리 파도에 흔적도 없이 출렁이는 너울 따라 해심으로 그 나라에서는 눈물 아무리 흘려도 소금물 섞여 아무도 모를 테지요
밤의 바다
바다는 밤에도 쉬질 않는다 먼 대양에서 파도 타고 낯선 지구촌 퉁구스어족 반도 해변에서 으스러진다 온통 칠흑이라 부끄러움도 없다 깨지고 찢겨도 그래도 아직 성한 신경은
다발로 아우성치고 그 고통 통각 끝으로 스며 방어할 도리 없네 나의 고통만 텀벙텀벙 떠다니는 밤의 바다여 그대는 아는가 우리들의 고통 더미 어디쯤 있는가
칼라사진은
흑백이 다 되어 미소마저 흐릿하군
* 조승호 · 등단연도 : 2016년
· 주소 :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길 50
· 주요 경력 : 전남대학교졸업, 총신선교대학원졸업
1985년 서울 양천구에서 교회를 개척하여 2004년 파 주에 예배당을 건축하였고 지금까지 한 교회에서 35 년째 설교하며 섬기고 있음
現 은샘교회 담임목사
· 연락처 : 010-5008-0691 소개 / 등단연도 : 2016년
주소 :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길 50
신 작 시 특 집
김 수 철
호수에 담은 우정 외 4편
산은 호수에 그림자 남겨 놓았다
바람 따라 흘러가는 구름도
화가처럼 그려 놓았다
물가에 서서히 가까이 다가간 내 얼굴도
불청객인데도 불구하고
호수는 애인처럼 품 안에 안겼다
수면에 담가둔
산과
구름과
내 얼굴을
날빛 기울어 가는 대로
어둠이 다가올 때까지
서서히 바람 따라
옮겨 가듯이 따라간다
어둠의 장막이 올려지고
밤하늘에서 초롱초롱한 별들이
얼굴 내밀 때
그 마음 헤아렸는지
차가운 밤빛 너울로
창백한 호수가 살짝이 품어 안았다
밤하늘에 오직 사랑의 흔적으로 찍힌 듯이
노란 입술인 듯 초승달도 품어 안았다
소중한 시간과 함께
산과
구름과
별과
초승달과
외로움에 지친 나와 함께
친구가 되어
수면에 스치는 바람의 노래를 듣는다
호야등
해가 질 무렵
어무니는 호야등에 불 켜고
어두운 밤을 껴안았습니다
하늬바람에 겉불꽃 흔들리고
외롭던 마음 녹여주던 속불꽃
보름 달빛에 등불 빛은 사라졌습니다
밤새 울던 풍경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가슴속 까맣게 타들어 간 옹이처럼
그을음이 가득 찬 등피를
어무니는 오래도록 닦고 닦았습니다
반딧불
마당에 누워
검푸른 밤하늘에 펼친 별을 헤맨다
별과 같은 또 다른 별이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이 별이 저 별이 아니라고
밤하늘에 별 셀 수가 없어요. 하는 듯
점점 가까이서 다가와
날 붙잡아 보세요. 하듯 날아든다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
그 별 잡으려 밤새 쫓아 헤맸다
그 별은
별이 아니었다는 나이 됐을 때
별 꿈을 꿀 수가 없었고
날아다니는 별을 볼 수가 없었다
나무는
겨울 되어 추위 견뎌내는 몸으로
푸른 잎과
방울방울 열매 맺기 위하여
봄에는 화사한 꽃잎으로 몸치장한다
온몸 적셔주고
일용할 양식으로 내 몸 깨끗하게 해주는
장맛비 흠뻑 젖는 내 운명
가만히 있어도
내리쬐는 단내로 땀 흘리고
내 몸 가꾼 나뭇잎 푸르름으로
아득한 그늘 그림자 만들고
햇빛 가득히 머금고
그 열기로 내 유전자 널리 퍼지도록
씨앗을 품게 한다
때가 되니
내 몸 걸친 헐거운 잎사귀
하나씩 털어내고
채단이 울긋불긋한 열매
아무 조건 없이 너에게 준다
그리고 알몸으로 엄동설한에
몸 맡기는 내 운명이라
숙명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이유
햇빛과
비와
땅으로부터
받은 것만큼 너무 많았다
그 이상 헌신과 희생으로
벌거벗은 나신이 되어서도
부끄러움이 하나도 없었다
구름과 바람은 애인처럼
날빛 먹은 뭉게구름이 아지랑인 듯
햇살에 점유된 안개 물방울
어딘 줄 못 가리
숨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등 밀 추듯 분다
사방팔방으로 분다
함께 떠나야 할 운명인 것을
둥근달 가릴 수 없듯이
달빛 머금은 사랑 품고
같이 떠날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미지의 세계로
꿈나라로
두둥실 떠나가네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헤어지지 말고
생을 다할 때까지
서로 입김에 취한 사랑
서로 가슴팍에 안긴 사랑
허공 속에서 애인처럼 사랑한다
* 김수철
· 창조문학 제106호 신인상수상, 2017 시 등단
· 함덕문학 동인지 1~4호 시 발표
· 창조문학회 회원, 함덕문학회 회원
· suchskylove@hanmail.net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함덕18길 43
신 작 시 특 집
강 순 구
나도 하늘처럼 외 4편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음이 탁 트여요
나도 하늘처럼
힘차게 살아야지
산을 쳐다보면
마음이 높아져요
나도 산처럼
큰 꿈을 품고 살아야지
강을 내려다보면
마음이 깊어져요
나도 강처럼
마음이 깊은 사람이 되어야지
바다를 바라다보면
마음이 넓어져요
나도 바다처럼
마음이 넓은 사람이 되어야지
엄마를 닮아가면
사랑이 커져요
나도 엄마처럼
사랑이 큰사람이 되어야지
만리장성
만물이 목이타고 폭염 속 거친 숨결
내뿜는 숨소리는 역사를 토설 한다
인간의 욕구 속 사슬 유린되는 인권들..
인간은 누구든지 내부에 쌓아간다
욕망의 바벨탑을 한 겹씩 또 한 겹씩
위선의 변방요새로 갈무리 해 감춘다
버들강아지
웅크린
겨울흔적
봄 햇살 나들이로
새순이
몸살들을
앓으며 사투 한다
저만큼 다가서 오는
새봄속살 빛난다
새봄의
교향곡이
힘차게 연주되니
얼음은
녹아내려
시냇물 합창소리
겨울을 밀어 올리며
새봄노래 힘차다
찬바람
시샘 속에
새봄은 힘을 다해
봄단장
여념 없는
시냇가 오밀조밀
물오른 버들강아지
봄 마중 가자한다.
제주도
제로로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욥은 하나님을 찬양 했지요
재산도 자녀도 명예도 건강도
아내도 친구도 모두 떠나 버려도
주신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라고 찬송 드리지요
욥은 조건 때문에 하나님을 사랑하고
감사한 것이 아니었지요
도저히 감사 할 수 없음에도
감사하는 행복한 인생을 살려면
우리의 마음을 제로 상태로 내려
놓을 때 행복할 수 있으리
어머니
힘겨운 내 인생의
한 줄기 빛이 되고 져
꼿꼿한 등뼈마디
희어져 굽어져도
자식을
향한 간절한
기도 손을 높이 든다
불초한 이내몸은
어머니 모습 앞에
사랑의 수고로움
가슴속 저며 온다
엄동설
번개시장에
어머니 거친 숨소리
* 강 순 구)
· 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 명예문학박사(PH.D)
· 한국문인협회 문학 기념물 조성위원, 한국아동문학회 이사
· 세계문학회 사무총장, 법무부 시회 성 향상위원
· 세계문학상, 짚신문학상, 청계문학상, 신문고문학상 등 다수
· 시집: 『시가 의자가 되어주다』『어찌하면 됩니까』『빛을 따라가는 순례자』
강 철 원
신 작 시 특 집
새벽의 단상 외 4편
새벽에 눈을 뜨니
창문을 휘몰아치는 비바람소리
*링링이라는 태풍이 잠을 깨운다
평생 수많은 태풍이 휘몰아 간 자리에도
다시금 일어나 지내온 옛기억들.
“이 또한 지나가리”
찟긴 나뭇가지에서도,잃어버린 삶의 터전에서도
이겨낸 지나온 세월들.
시도 때도 없이 오가는 바람소리의 굉음
살아온 인생도 임팩트가 있어 정신 가다듬네.
늘 깨어 있어라는 바람의 가르침이
여기까지 버티어 왔다.
수많던 시련들과 함께한 이세월.
새벽에 창 문 두드리는 바람소리 들으며
다짐한다.
그 아름다운 꽃도 지고,사나운 태풍도 지나가는데
그져 시시비비 가리지 말고
가던 길이나 묵묵히 가보자!!
*링링:2019년 13호 태풍
여름밤
보름달 덩그러이 떠있는
초가지붕 위엔
하얀 박꽃이
탐스럽게 빛나고 있다.
어둠속애서
밝혀주던 그 광명처럼
맑은 밤하늘의 공기가
지쳤던 숨통을 열어주고
반짝이는 샛별들이
찌들었던 몸통을 씻겨준다.
오늘 같은 밤이면
하얀 너울 쓴 그리운 사람이
찾아와 주신다면 좋으련만.,,
떠나온지 수십해가 넘어버린
고향 옛집을 향해,
완행열차 입석이라도 타고 싶다.
청량한 바람이 가을마중하러
길을 나선다.
귀뚜라미 소리 들으며
밤을 거두워 가리라.
그대가 남아있는 고향땅으로.
만가(挽歌)
이별을 고하고
되돌아 왔음에도
눈물을 닦을 수 없었다.
눈물이 메마른 날
내 가진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이들의 그릇에
나누어 준 뒤
숫제,
외로운 나의 사랑마냥
홀영히 떠나리다
텅 빈 뜰악
나뭇잎은 익어 떨어지고
가랑잎 같은 추억을 안고
이 밤도 어디로
다시 길을 떠나야 하는가
진정,
사랑한 그대에게
하얀 그림자!!
띄워 보내리.
꿈
꿈이 익어 가면
먹음직한 홍시감이 되려나
세월을
지난날 쓰던 수동시계처럼
마음대로 멈출 수 있다면
수많았던
바램과 기다림은
각본 없는 드라마가 되었다가
아침이면 망각으로 간다.
끝이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갈등과 원망이 교차하며
진정
가슴속에 안을 수 있는 그 길은.
순례길이 끝나는 곳에서
인증도장 받으려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오늘밤도
나는 꿈속을 헤매고 있다.
커다란 별똥을
내 가슴으로 받아내려고~
길
길에 나서면
허기진 영혼은
날개를 펴고 창공을 헤맨다.
이슬방울처럼
바람에 쓸려 풀잎에 내려 앉다가도
청초한 꽃잎위에 메달려도 보나
아침 햇살에 처연히 사라져 버린다.
광활한 하늘위로
맘껏 나는 새가 되고자
구름들과 말벗이 되고
어둠이 내리면
밝은 달빛아래
외로운 내 그림자와 함께
별들의 향연으로 나선다,
누군가를 부르며
떼 지어 날아가는 철새들의 노래소리.
상큼한 리듬으로 연가를 부르며
거의 다다른 삶의 종점을
오늘도 마냥 걷는다.
* 강 철 원
· * 강 철 원· 성균관대학 행정학과 졸업
· 고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 · (주)신동 수출부장
· (주)에스지엠코 대표
· 주소: 서울 송파구 중대로24 220동 706호
· 메일 :cwkang30@hanmail.net · 핸드폰 :010-3347-0706
신 작 시 특 집
서 비 아
르노와르 외 4편
녹음이 짙어지며 여기저기서
꽃잎들의 향기 바람 타고
밀려온 진한 그 모습
한반도 대한나라까지
밀려서 왔네
예술가 채색된 흔적
소리 없는 향취
인생은 가고
예술은 남는 것
목마르지 않고 꿈틀거리며
사향(麝香)의 배회
시를 부르며 미소짓는
여인의 향기로 남겨 놓았네
무궁화
하나님 축복의 서진 곡
초록 찬송 한 자락
무궁화 꽃이 활기차게
피어 올랐네
방방곡곡 평화의 메아리
오롯이 나팔꽃 잎 벌리며
미래를 펼치네
희망의 찬가
하나님의 풍성한 은총의 축복
즐비하게 내려 주시는 길
별빛처럼 빛날 것이다
무궁화 금수강산
꽃으로 피어났다
무궁화 만만세
맑은 기운 새롭네
보솜이 달 밤
칠흑 속에
수로가 흐르는 야경
길 떠나온 나그네
그 옛날 새벽닭 울먹이던 밤
달빛에 억루된
누 각루에 걸쳐진 매화꽃
물결치며 만발하는데
은 물살 타는 비파소리
나그네 향수 애닮 구나
고적한 밤하늘 대마도
그대와 하룻밤의 풋사랑
윤슬에
파묻힌 잔잔한 향수
쾌감을 얹은 스킨십 정분을 엮는다
*매화꽃은 환한 달빛을 나타냄
오륙도(五六島)
발자취 따라 간다 환상의 화폭
가도 가도 끝없는 태평양 따라서
푸른 바다 먼 지평선 한 자락
오륙 도 여섯 섬들의 멜로디
한 자락 드높인다
방패 섬과 솔 섬 신묘한 요술에 빠져
파도타기 옷자락 접어다 펴쳐 내린다
귓전을 뒤흔드는 오륙 도
떠나가는 뱃고등 연락선
애절한 한 자락 붙잡힌 삶
고뇌를 수평선에 흘러 보내고
맑은 풍광 그려내는 오륙 도
전설적인 색다른 매력에
흠뻑 빠져 나가는
푸른 바다 마도로스 사랑
- 부산 오륙 도 경치보고
비 오는 날은
창밖에 주룩주룩
빗물이 꽃이 핀다
내 마음도
훌쩍훌쩍 꽃이된다
이런 날엔
님의 얼굴
보솜달이 피어오른다
그 한 사람은
적막강산 꽃이 핀
커피잔 속에
흘러나오는
등불이 되어
행복한 추억
주마등처럼
꽃씨가 되어
언제나 눈 감으며
싹이 나고 잎이 나며
활짝 핀 꽃길이 매우 곱다
* 서비아 · 아호 가은 · 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
· ICC대학 명예문학박사(TH.D)
· 대신신학대학원 대학교 신학석사 (TH.M)
· 한국문인협회문학기념물조성위원회 위원
· 한국아동문학회, 한국아동문학연구회 회원
· 세계문학회 총무, 짚신문학회 사무차장
·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회원
· 시집: 『시가 내마음에 꽃이 되었다』『어찌하면 됩니까』
『시도 사람을 그리워 한다』
신 작 시 특 집
이 영 지
토란잎에 오는 비 외 4편
또르록 포로옹 퐁 비 방울 또롱 토란
한 방울 튈 때 마다 물 빛살 동그랑동
비 방울 물방울로만 토독토독 또로롱
물방울 빛 방울이 빛살을 또롱또롱
햇살 동 물방울로 빛 방울 하얀 등을
하얀 동그란 알로 뾰옹간다 빛 물살
하얀 등 물방울이 토란에 또롱 토란
빛 방울 토란 물에 잠기며 빛줄기를
바안짝 하얀 빛살로 동글동글 또로롱
잔디와 비
쩌억쩍 갈라져라 우르쾅 쾅쾅우쾅
으흐흐 잔디위에 우루루 우루우르
으르르 쩌르르 짜아 쿠우쿠웅 짜아안
아무리 떨어져도 잔디는 사풋사풋
하늘이 콰광 쏟아 내어도 사뿐 사뿐
쏴아아 쏴아아라 쾅 잔디사인 바블 뿐
여전히 파아랗게 가냘피 사뿐사뿐
쏴아아 아아아아 우우우 웅 비 소리
잔디의 음악에 취해 그냥 비가 내릴 뿐
비 소리 잔디 닮아 비 푸릇 푸릇푸릇
파랗게 팔랑팔랑 날개가 걷히어진
파란들 잔디가 파란 잔디풀이 자랄 뿐
무섬으로 가는 길
섬으로 뜨는 무게 외나무 다리위로
건너는 구름다리 사모의 둘레길에
물길이 나를 들어서 아슬하게 세운다
물살은 세게 흘러 어지럼 들다가도
구월의 맑은 하늘 마음을 달래주는
가로수 벡일홍 길로 마음달아 오란다
물길이 노래하고 구름이 손짓하는
외나무 다리위에 닥아선 그대손길
그대는 훨훨나르며 내 손목을 잡는다
이순신
싸움을 할 때에는 이길 길 바다위에 만들어 깃대 꽂고 나간다 어떤 길 미리 알아 반드시 이기도록 된 싸움임에 이긴다
싸움을 할 때에는 이길 힘 바다위에 만들어 이끌면서 나간다 어떻게 따라오게 하느냐 내가먼저 힘 만들어서 이긴다
싸움을 할 때에는 이길 곳 바다위에 길 그려 그 길따라 그림을 그리듯이 오게해 나타나면은 혼쭐내서 이긴다
싸움을 할 때에는 드넓은 바다위에 적군을 불러내고 가루로 눈 못뜨며 도망을 못가게되며 넓은바다 이긴다
싸움을 할 때에는 길목을 지키면서 물살이 아주 빠른 곳에서 한 명이 천명쯤을 이기는 외나무다리 좁은 골목 잡는다
싸움을 할 때에는 적 구원병 오는 길 찾아놓아 그들을 못오게 한 노량의 물목은 이기는 일만 남아있다 이순신
장미꽃잎과 청소부
이 아침 장미꽃잎 떨어져 이른 아침
장미의 꽃잎잎이 나푸울 땅에 내려
장미잎 내려앉는다 나풀나풀 내린다
길가 땅 장미꽃잎 장미수 잎들마다
장미 잎 쓰레기에 떨어진 떨어지는
장미잎 아름다워라 꽃다발이 장미잎
청소부 가슴에도 장미 잎 나풀나풀
청소부 빗자루에 나푸울 나풀나풀
장미꽃 다발빗자루 장미꽃잎 덩어리
장미 잎 청소부의 빗자루 장미 잎이
장미가 넝쿨에서 내려와 아롱아롱
꽃길을 장미 차 빵빵 빠방바방 빵빠앙
* 「시조문학」「창조문학」시 등단
· 경북 영주 부석 출생: · 시집: 『하오의 벨소리』『행복의 순위』『행복행내님네」『일곱 금촛대 위에 행복』『행복보라』『두 천년을 사는 행복』『하나님의 행복한 연출』『행복의 물을 먹으며, 사랑으로』『사랑이랑행복이랑』『사랑비비행복』『알았아와요 이브』『장미와 앵두』
· 전자시집:『행복함에 든 사랑받으세요』『행복코를 맞대고 사랑우산 을 쓰면』『행복잔찰랑사랑찰랑』『햇살보쌈』『사랑너는』『사랑비비』『첫사랑이』『알았아와요 이브』『사랑사과』『사랑일기 포오란 사랑두께』
신 작 동 시 특 집
신 현 득
나는 소톱깎이다 외 4편
손톱깎이 나는
이빨 두 개 뿐.
이빨 위에 지렛대 하나.
사람의 오른손, 왼 손에
ㅡ 엄지 · 검지 · 중지 · 약지 · 소지 손가락.
오른발, 왼발에
ㅡ 엄지 · 검지 · 중지 · 약지 · 소지 발가락.
손톱 · 발톱 합쳐서 스무 개를
예쁘게 다듬는 일을
누가 하겠어?
내, 두 개
이빨로만 할 수 있다.
ㅡ 똑 똑···.
ㅡ 똑 똑···.
손톱 다듬기
발톱 다듬기
재미 있지롱.
일기는 나에게 쓰는 편지
나에게 편지를 썼더니
실수를 나무라는 사연이야.
ㅡ 너무 서둘러 먹다가
목이 막힐 뻔했잖어.
ㅡ 앞을 안 보고 걷다가
돌멩이 안고, 넘어질 뻔했지.
나에게 쓴 편지에는
나를 타이르는 사연이 많았지.
ㅡ 그러지 말자, 그러면 안 돼.
ㅡ 조심하자, 조심해야 돼.
그러지 말자고, 조심하자고만 쓰고 나니
하루 동안 이뤄놓은
‘내 자랑’이 시무룩!
그래 그래, 자랑도 편지 사연에 쓰자.
ㅡ 오늘 나는, 수학 100점 맞았다!
ㅡ 오늘 나는 갖고 간 사과, 짝꿍과 나눠 먹었다!
나를 타이르고,
나를 자랑하고 나니
하루치 일기가 됐군.
맞았어. 일기는
나에게 보내는 그날의 편지야!
초록식물 동물 기르기
“동물을 숨 쉬게 해야지.”하며
초록 식물이 산소를 만들기.
초록 이파리 속에 초록빛 엽록소.
고마운 엽록소가 고마운 햇빛과 손잡으면
산소가 솟는다.
초록식물 모두가 산소 공장이야!.
괭이밥은 작은 공장, 소나무는 큰 공장.
“동물을 숨 쉬게 해야지?” 하며 산소 생산이야.
그뿐 아니지.
“식물의 동물 기르기는 이런 거야.”하며
초록풀이 사슴에게 잎을 뜯긴다.
“괜찮아 먹어 먹어!”
그 말 하면서 초록식물은 ,
몸이 뜯겨나가는 고통을 참는다.
열매가 익으면 새들이 나무에 모이지.
“먹어. 따먹어,
떨어진 것도 네들 거다,
껍질까지.”
아깝다 않고, 주는 식물.
산소 없이 살 수 있는 동물은 없지?
식물을 먹이로 동물이 사는 것.
그래서 초록식물이 동물의 어머니야!
앗 뜨거 뜨거, 몸 바꾸기
내가, 뜨거운 열에 녹아
유리 접시가 됐지.
예쁜 접시 노릇 싫건 싫건.
그러다가, 금이 가고
헌 그릇이 됐지.
다시 녹아, 다시 태어나야겠어.
ㅡ 앗 뜨거 뜨거!
뜨거운 열에 녹아, 이번엔 유리 컵!
예쁜 유리 컵 노릇 싫건 싫건.
그러다가
이빠진 헌 그릇이 됐지.
다시 태어나야겠어.
ㅡ 앗 뜨거 뜨거!
몸 바꿀 때마다 뜨거운 열에 몸 녹이기.
그러다가, 어쩌다가 소주병이 됐어.
배 안에 독한 소주가 가득,
우이크, 취하네.
소주병은 싫어!
다음엔 커다란 꽃병이 될래.
꽃을 한 아름 지닌,
행복한 꽃병!
구름 마을 농사짓기
구름에 마을이 생기고부터
구름 들판 개척이다.
경운기로 구름 들판, 갈아엎고
이랑 짓고,
콩씨 뿌리면 콩밭이다.
수수 뿌리면 수수밭이야.
사과 모를 심으면 사과밭.
구름 농장 넓이는 구름 넓이.
그 하얀 논밭에 오곡을 고루 심어
벼 · 보리 · 밀, 잡곡이 같이 익으면,
끝없는 황금 들판.
“이걸 구름 마을, 한 마을이
다 먹을 순 없지?”
“반의 반의 반도 못 먹어. 땅 마을에 던져 주자.”
거둔 곡식을 포대째,
땅 마을 마당으로
내리굴리는 거다.
땅 마을에 쌓여서 그득한 곡식.
저 많은 걸
한 마을에서만 먹으려하진 않을 걸. 「끝」
· 신현득
·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부 입선(1959)
· 세종아동문학상(1971) 등 수상
· 동시집 『아기 눈 』(1961),『고구려의 아이』(1964) 등
· 우) 01431 서울 도봉구 해등로 95, 삼익 아파트 107동 1001호
전) 010-4337-7028
신 작 동 시 특 집
유 영 철
배자랑 외 4편
너희들
내 배가 얼마나 큰지 보여줄까
수박이 둥근 배를
쑤우욱 내밉니다
무슨 소리야
너희들 배에 배꼽 있어
노란 참외가 배를
쑤우욱 내밉니다
내 참 시끄러워서
수박 한 통, 참외 두 개
다 먹은 아빠 배가
쑤우욱 내밉니다
나도 다 알아
저 멀리
까만 구름 위로 번쩍번쩍
조금 있다가 비 온다는 것
나도 다 알아
마루 사이로
개미들이 줄지어 허둥지둥
조금 있다가 비 온다는 것
나도 다 알아
사랑방 문풍지 사이로
우리 할아버지 아이고 허리야
조금 있다가 비 온다는 것
나도 다 알아
옥수수 잎에 앉은
청개구리 개골개골
조금 있다가 비 온다는 것
나도 다 알아
열매
해님에게
햇살 한 움큼
공기에게
산소 한 움큼
땅에게
흙 한 움큼
농부에게
사랑 한 움큼
얻어다
나무에 뿌렸습니다
산까치
온종일 울던 어느 날
열매가
한 소쿠리 열렸습니다.
따라쟁이
할비가 뒷짐 지고
동네 한 바퀴
별이도 뒷짐 지고
동네 한 바퀴
할비가 자전거 타고
시장 한 바퀴
별이도 세발자전거 타고
시장 한 바퀴
할비가 엄마 보고
에미야 하면
엄마는 ‘예’ 하고 대답하고요
별이가 엄마 보고
에미야 하면
엄마는 ‘이놈이’하고
대답합니다.
소나기
하늘에도 장날이 있나 봅니다
뻥이요 뻥 튀밥 소리 하늘을 울리면
할머니는 장독대로 후다다닥
엄마는 빨래줄로 후다다닥
벌들은 꽃잎 속으로 후다다닥
달려갑니다.
하늘에도 고속철도가 있나 봅니다
우르릉 쾅 온 하늘을 흔들어 놓으면
할아버지는 괭이 들고 논으로 후다다닥
아빠는 비닐하우스로 후다다닥
나비는 커다란 나뭇잎 뒤로 후다다닥
달려갑니다
하늘도 미안했는지
둥근 무지개다리를 하늘에 걸어둡니다
· 류영철(柳永喆)
·「창조문학」(2016) 시 등단 한국수필(2018년
· 동시집:『참 잘했어요』 수필집:『현의 울림 속에서』
『떨림과 울림』
· 청주시 흥덕구 경산로 43번길 30-1(가경동) 404호
이메일:zero7171@hanmail,net
· 핸드폰 : 010-6354ー2511
겨울 시단
· 김정자 : 문학평론가. 시인, 부산대 명예교수
· 경남 통영 출생, 1990년 <월간문학> 평론부문 신인상, · 「창조문학」시(2002) 신인상, 부산시문화상 수상
· 제 7회 일맥문화대상. 제 1회 한국여성문학상 수상.
· 평론집『안드로메다로 가는 낙타』외 9권,
· 시집『모짜르트를 들을 수 없는 날들』 외 6권,
· 장편소설『내 시간의 푸른 현(絃)』,
· 에세이집 『내 생에 아다지오 논 몰토』 등.
김 정 자
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나 외 3편
우리는 함께 있다
네가 가는 곳엔 언제나
나도 함께 있다
어서 가는 거야, 마리아!
뒤 돌아 보지 마라
네가 필라델피아로 가든
마드리드로 가든
나는 영원히 너와 함께 있다
죽음과 맞서서 적병을 기다리는
로버트 조단을
이 나이 새삼스레 만나며
눈물을 쏟아내는 나를
사랑해야 하느냐, 비웃어야 하느냐,
정답 없는 인생
‘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는가’
한 번만 더 묻고 싶은
어네스트 헤밍웨이 선생에게
존 단 시인에게…
살아온 흔 적
다리 끝까지 찌릿하다
아크!
비명 지르듯 얼굴 찡그리며
계단을 오른다
진땀 흘리며
고함치는 인생아
살아 온 길목인들
그리 만만했으랴
다스려지지 않는 슬픔아,
이름 알 수 없는 고통아!
그래도 찡그려선 안 돼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그런 게 삶의 흔적이지
아직도 창밖엔 가을 무성하고
햇살 투명히 서늘하다
찡그리지 마라
그래도 생은 행복했다고
살아 온 흔적은
참 아름다웠다고
말 하자꾸나, 우리!
가는 곳이 없는데
- 법정 스님을 추상하며
어디서 오셨습니까 -
‘가는 곳이 없는데
오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
무상으로 세월은 오고 가고
아득히 떠나버린
님의 육신은
불길로 태워져도
오고 감의 허망함을 깨닫나이다
기억해도 아련한 모습
어린 왕자처럼
영춘화 피는 어느 봄날
홀연히 사바를 떠나시어도
님의 흔적은
이승 처처히 말씀으로
살아 계심을
분명 알겠나이다
자꾸 길을 묻다가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분간 없이 걷다가
거꾸로 길을 튼다
화살표를 잘 보렴
나무라며 되돌아 선다
너무 멀리 왔나 봐
어디 만큼서
인생은 바른 행로를 찾을 것인가
매듭 없이 풀려 나간 바람아
수목들의 깊은 한숨을 듣느냐
가만히 귀 기울이고
침묵하는 뿌리의 말씀을 들어 보렴
자꾸 길을 묻다 보면
차라리 길을 잃을 것이라고
네 힘으로 걸어 보라는
하늘의 말씀 앞에
끝끝내 무릎 꿇어 뉘우쳐야 하느니
이 양 복
▪「창조문학」시(1995) 등단
▪창조문학대상 수상 ▪한국창조문학가협회 운영이사
▪시집『그 선명한 구름꽃들』『그대를 기다리며』『어떤 일월』
▪이메일: lyblyb@hanmail.net
겨울시단
아고라 호텔에서
시가지를 벗어나
구불구불 오르는 밤길
언덕위 숙소에 도착했다
방배정받고 올라가 여장을 푼다
아내와 아들가족은
대중탕으로 내려가고
나는 욕실에서
묵은 껍데기를 서서히 벗겨낸다
쾌적하고 상쾌한 밤
아니 방, 아니 물이다
실내는 모두 하얀 색
바닥만 녹자색 카펫
전등 불빛은 완전한 베이지색
왕골 슬리퍼거 특별하다
첫날밤이 깊어간다
겨울 시단
·「창조문학」48호로 시 등단
·공주대학 사회교육원 문창과 수료
·한국창조문학가협회 회원
·백강문학 (부여문인회) 회원·대전 시인협회 회원
·시집 : 『그리움으로 익어가는 사랑』
『그대로 나무이고 싶다 』
·이메일: yangcoffee@hanmail.net
양 복 순
인생은 갈꽃이여 외 1편
청잣빛
퍼런 하늘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비록
한 삶이 하나 둘 흩어져
갈 꽃잎처럼 사라진다 해도
몸의 한 부분 제 구실 어렵다 해도
우린 슬퍼하지 않으리
아름답게 피워 보인 숙연한 갈꽃처럼
그 이름 다하여 떠나지 않았던가!
짧은 이 가을 원망 없이
행복한 눈빛으로 마주하며 떠나 주지 않았던가!
그 시린 바람 모두 견디며
서광 꽃 여인
단발머리
그녀의 마음은
꽉 찬 오디의 맛이다
퍼런 하늘 이 가을에
풍겨내는 그의 풍채는
곱디고운
주
황
빛
서광꽃 향기여라
저문 가을 녘
불타는 노을을
지글지글 끓여 내던
그의
삶자락이어라
.
겨울 시단
이 유
*이 유 · 1966년 서울 출생
· mbc 방송작가(다큐멘터리), 자유 기고가로 활동
· 「창조문학」(2001년) 등단
· 시집:『부화』『발자국 속으로』『무화가』
단편소설:『휴대폰 2001』외
중편소설: 『경호원 경 호』외
평론 『통합을 위한 해체』외
· 저서:『또래 노술』『논술문장의 이해와 첨삭의 실제』
· 2011년 詩存在문학상수상, 2014년 초록문학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 한국창조문학가협회
꿈과 두레박 여성문인협회회원, 초록문학회」회장
· 현재 문학창작과 논술지도 · 전화 : 010-9631-5632
육아일기
캥거루 한 마리 육아주머니에 새끼를 품고 도심 속을 걸어간다 새끼는 고개만 내밀고 손가락을 쪽쪽 빤다 지나가던 차들이, 사람들이 새끼 눈동자에 머물다간다 저만큼 가던 풍선도 다시 돌아와 새끼의 젖비린내를 훔쳐간다
어미는 비린 새끼를 위해 그간 다달이 피우던 붉은 꽃을 접었다 꽃잎 한 장 한 장은 유두를 타고 새끼 몸속으로 들어가 한평생 꽃을 피울 것이다
얼굴에 누런 꽃이 핀 어미가 새끼를 품고 나타나면 커다란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한 번도 큰소리로 웃지 않던 남자도 잇몸을 훤히 드러내며 킬킬거린다 젖비린내가 진동할수록 새끼는 향기가 나는 법이라고 벌름벌름 코를 큼큼거린다
젖비린내가 기어서 간다 세상 밖으로 흘러 넘쳐 꺄르륵 꺄르륵 거린다
채 영 선
겨울 시단
· 채영선 · 서울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원졸업
· 미주문학 시 등단. 창조문학 수필 등단
· 미주문학신인상. 창조문학대상 시부문 수상
· 시 집:『사랑한다면』『미안해』『향연』
· 수필집:『영혼의 닻』『Anchor of Soul』
· 전자북:『내속에서 익어가는 것』『온유하게 하는 약』
작은 꽃에게 외 1편
며칠이 되었을까
네가 피고 있던 날
몽우리가 열리는 기척도 작아서
기다리지도 않는다
피어 있는 것만 보이는 세상에서
피고 있는 것은 피지 않는 것과 같다
바구니는 핀 꽃을 위하여 매어달리고
매어달린 목숨은 찡그린 채로
여전히 매어달려 있다
파도 위에 서있는 조각배처럼
벼랑 끝에 매어달린 산 사람처럼
모든 태양은 지고 있는 것이다
매어달린 등어리
기댈 곳 없는 등어리에서 하루는 잠이 든다
매어달린 우체통이 손짓을 한다
자 나를 두드려봐
두드리는 자에게 열릴 것이다
뜨개질 사랑
팽팽해서도 안 되고
느슨해서도 안돼요
아무리 오래 밀고 당겨도
아프지 않아야 해요
뾰족한 입술로 콕—
찌르지 않고 빗겨가는 시선이
마르지 않는 여운을 만들어주니까요
만날 수 없다고 슬퍼말아요
강물처럼 일렁이는 언어로
주고 받은 속삭임이 얼마인가요
추억의 무늬를 만들고 싶다면
엇박으로 시작해보세요
두 발을 모두고 작은 언덕을 넘어가세요
반짝이는 명주실이 아니라고
힘겨운 낙심 하지 말아요
누군가의 매듭으로 만난 우리는
행운의 언저리에서 다시 만날테니까요
겨울 시단
* 박수만 ․한국문인협회 회원
․부여 시 낭송회 회원
․지방 신문 다수 연재 ․참샘 산딸기 농장 운영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반산 1리 132번지 충절로
2350-7-11
박 수 만
본 나를 찾아서
나
가
저 돼재처럼
묻힐까
두려워
저
들녘의
황금의 나락들이
엎디어 절 함은
모두
날
대신 함이다
겨울 시단
※ 유화선
· 창조문학 등단
· 건국대 화학과
· 총신대신대원
· 말씀교회 담임(현)
유 화 선
사랑과 침묵 외 1편
하나님의 계명은
강 깊은 사랑
그 분의 분위기는
바다의 침묵
사탄은 말이 많고
행함은 전무하며
아첨으로 시작해서
저주로서 끝마친다
골수에 사무치는 사랑은
언제나 깊은 침묵
폐부를 찌르는 말씀은
언제나 단마디 였다.
...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양을 먹이라(요21:17)
까치밥
칼바람에 잎사귀를 다 잃어버린
감나무 가지에 달려있는
홍시는
추운 겨울에 배고픈 까치들을 위한
하늘의 양식
땅의 사람들에게 켜신
마음의 등불
감이 홍시가 될 때까지 농익은
노을 빛 사랑
나눌수록 풍성한
지상의 양식
최 규 학
겨울 시단
· 최규학「창조문학」시 등단
· 부여고등학교 교장 역임 · 한국교원대학 강의교수
· 서천신문, 21c 부여신문, 공주금강뉴스 칼럼위원
· 사비시낭송회회장 · 010-2747-4209
· cforest@hanmail.net
아이들은 꽃처럼 논다
아이들은 꽃처럼 논다
건드리면 톡 터지는 봉선화처럼
올망졸망 금낭화처럼
나폴나폴 나팔꽃처럼
촐랑촐랑 강아지 꽃처럼
숨바꼭질 칡꽃처럼
맨몸으로 뒹구는 동백꽃처럼
아이들이 노는 곳에서는 꽃향기가 풀풀난다
아이들은 나비처럼 너울너울 춤추며 논다
아이들은 벌 떼처럼 와글와글 뛰면서 논다
놀이터 옆 큰 소나무 부엉이는 나비 꿈을 꾸고
대나무 숲 참새는 벌이 되는 꿈을 꾼다
나는 눈을 감고
꽃처럼 노는 아이들을 본다
박 종 선
겨울 시단
* 박종선 ·「창조문학」시 등단
·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
· 백제 서각 체험교실 운영 · 한국서화 협회 초대작가
· 한국서화 협회 심사위원(서각)
· 한국국사편찬 사료조사 위원
· 부여 홍산 임천 노인대학 강사 · 전화: 016-450-4747
· 주소: 323-807 충남 부여군 부여읍 신정리 379
가을바람
어디든 갈 수 있는
가을
바람이 되고 싶다
저 멀리에서
붉어지는
그리움의 여백도
오지 못하는 원망도
이 가을엔
꽃 찾아가 보고 싶다
다들 떠나보내고
빈 몸으로
날아가는 낙엽처럼
짐 벗고 비움으로
이 가을엔
빈 주머니가 되고 싶다
깊게 패인 주름살도
넘어진 흔적도
못 이룬 그림자도
아쉬움의 향기로
이 가을엔
바람이 되고 싶다
한 봉 균
겨울 시단
* 한봉균
· 강원 삼척 출생 · 연세대학교 상학과 졸업
· 한국은행 창원지점장· 강원은행 상무이사
· (주)대양상호신용금고 상임감사
· 창조문학 수필부문 등단 (제 89회 2013.겨울 호)
미소 띤 대화 외 1편
안양천변(川邊) 산책길섶에 활짝 피고 있는 코스모스
가을은 아직 멀고
계절은 초여름인데
분홍빛, 자주빛, 더러는 샛노란빛으로 피고 있다
아침 바람에 꽃대가 한들거린다
꽃향내를 좋아하는지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는지
그 위로 배추흰나비 한 쌍과 빨간 고추잠자리 떼가 날고 있다
아침마다 청초한 꽃잎을 바라보면서
그 옆을 지나다니다가
자주 보게 되니 낯익어져
이 아침에는 모두 미소 짓는 듯하다
작은 꽃잎이지만
꽃 이름만큼이나 넓은 우주의 마음으로
반겨준다
“밤새 잘 쉬셨나요?
이 아침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뵙게 되었네요.
반갑습니다.”
아침 바람에 가냘픈 꽃자루를 흔들며
온몸으로 인사를 한다
연분홍색, 자주색, 더러는 노란색의 미소가 흘러나온다
나도 빙긋이 미소 지어 보이며
밝게 화답해 준다
숲속의 윤창(輪唱)
산속의 정적(靜寂)은
언제나 한가로움과 여유가 배어 있다
잠시 그 적막(寂寞)함이 깃드나 했더니
이윽고 저쪽 산자락에서
뻐꾹- 뻐꾹-
뻐꾸기 우는 소리,
늘 평화롭다
그 울음소리
평화로운 고요를 깨트린다
곧이어 근처 숲속에서
구욱국- 구국-
멧비둘기 우는 소리,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킨다
마음은 추억 어린 옛 고향 들녘으로 날아간다
그지없이 평화로워진다
저 멀찍이 마을 어귀에서는
꼬끼오-
수탉 우는 소리,
울려 퍼진다
가만히 귀기울여 보면
길섶에서는
찌르르- 찌익찍-
풀벌레들이 요란스레 울어 댄다
겨울 시단
· 박 만 종· 공주사대 부고 졸
· 명지대학교 · 현 한글학교 문해 교사
· 부여시사랑연구회원
· 참가정실천운동본부 부여군회장
· 「백마강시인들」에 다수 발표
· (우) 33183 부여군 장암면 의자로 돌모루 2길 14
· 전화: 010-8581-2519 2012
박 만 종
새 생명의 축복 외 1편
선명하고 눈부신 연초록 잎과
만지지 않아도 부드러운 촉감이
새봄의 웃음이었군요
눈송이처럼 바람에 휘날리는
민들레의 씨앗송이가
새 생명의 노래이었군요
갓 심은 꽃들이
수줍어 고개 숙인 모습이
새 삶의 꽃 나비었군요
황금빛 햇살도
샘솟는 옥빛 물방울도
모여드는 벌과 나비도
모두가 사랑의 오케스트라 였군요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누구입니까
망망 바다 외로이 떠 있는
출렁이면 출렁이는 대로
파도치면 파도치는 대로
떠밀려 다니는 빙산입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아무리 날갯짓을 해 봐도
내 힘만으로 날 수 없는
버거운 우리네 삶
사나운 폭풍 몰아칠 땐
가장 멀리 가장 높이 가장 멋지게 나는
바로 같은 알바트로스입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불꽃
한 줄기 연기처럼 사라지는 이슬 꽃
신기루처럼 존재하는 꽃 누각
땅만 보지 말고
가끔은 하늘을 봐야 보이는
아름다운 무지개 입니다
겨울 시단
박 화 현
* 박 화 현 · 청량리성결교회 장로
· 서라벌예술대학교 동양화전공
· 주월한국군 사령관실 근무
· Singer`s Control`s Co.,근무 (호주)
· 명지대학교 경기대학교 근무
· 글로벌신학대학원 이사장
· 의식개혁협의회 사무총장
· 세계문자대회 준비위원장 · 전화: 010-3251-3129
감사합니다
이 세상을 지으시고
나를 이 땅에 보내주시고
나를 구원하사 자녀 삼아 주시고
나의 길을 예비하시고 인도 하시고
나의 모든 필요를 채워 주시고
나의 아픈 곳 치료하여 주시고
나를 택하사 사명의 길을 걷게 하시고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주님의 은혜에 감사 찬양하며
천국의 소망을 갖게 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겨울 시단
* 최 복 남
· 2012년 말씀과 문학 제 17회 시부문 신인상 당선·
· 경남 물금 출생
· 개혁총회신학 졸업
· 에바다 선교회 선교부장 역임
· 부산 사상구 학감대로 123-65 삼정송림 맨션 나동 408호 010-7770-9633
· 010-7770-9633
사명
사명
불
불
최 복 남
사명
메마른 땅에
울퉁불퉁 서 있는
작은 돌매이이들
장인 손에 잡히면
쓸모 있으니
뉘 알리요
생각을 뛰어 넒나 드는
조물주의 손길
광야에 울려 퍼지는
양각나팔 소리로다
그 우렁참에
돌들이 구른다
다듬어진다
생명씨앗
불모지 퍼석한 땅에
심장을 짜 가면서
뿌린 방울방울
촉촉한 흙 위로
생명씨앗 내려져
하나 싹 튼다
연초록 옷 입고
부디
자∼알 자라서 꽃 피우라고
끊임없이 애간장
쏟아 내리네
- 이미선 목사의 개척 목회 일상
겨울 시조단
※ 정 광 옥
· 창조문학 시조(2016) 등단
· 목향한글서예연구소 소장
· (사)충효예실천운동본부 춘천지회장
· 한국예술문화원 캘리그라피 춘천센터소장
· (사)강원여성서예협회 이사장
· 춘천시민상 /신사임당상 수상
· 강원 춘천시 지석로 63. 208호
(석사동 현진에버빌상가), 24414
· 전화: 033-253-2992 / 핸드폰: 010-2339-4179
정 광 옥
산촌의 월항月項 외 2편
소나무에 걸린 달 내 마음을 비추고
산촌의 달빛은 연못을 비춰주니
밤이면 별들이 모여 놀다간 월항月項의 산촌
월항月項의 달빛형제
월항은 흰구름이 산경치가 품어 있고
산골짝 깊은 속은 도랑물이 흐르고
토담집 고치는 소리 옛이야기 익어간다.
월항月項의 풍엽楓葉
곱게도 물이 들고 타오르고 붉었구나
석양에 앉았으니 내 얼굴도 붉어지네
얼마나 가슴 아리를 했으면 붉게 탈까...
*월항(月項)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갑천리(월항月項 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