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선생님에게 낭송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어언 6개월이 지났다.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가 내게 주어진 시낭송 공부에 쏟은 시간들이다.
국내에 독보적인 낭송 실력을 지니고 계신 나팔꽃(닠, 예명)님에게 뭔가 제대로 낭송을 배워보고픈 일념으로
초급과정, 중급과정을 넘으며 지낸 시간들은 귀중하고 소중했다.
다른 여러 곳의 시낭송 강의 프로그램도 나름 좋은 강좌일테지만 나팔꽃님이 내건 <시조창과 시를 매개로 한 시퍼포먼스> 강좌는 충분히 내가 배우고 싶고 더 나아가 내가 하고 싶은 낭송의 한 부분이었다. 나름 그 분야엔 국내에 꽤 유명해진 나팔꽃 선생님으로부터 시낭송을 배운다는 것은 내 개인적으론 낭송의 기본기를 닦기에 더 없을 수련의 기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낭송을 배우게 한 중요한 견인력은 무엇보다도 등단경력 20년 넘도록 시 한 편 제대로 암송을 못 한다는 자책감도 있었다. 그 동안은 직장 일로 암송에 게을렀을 거라 핑게를 에둘러 하고 싶지만 사실 부끄러운 것이다. 이젠 퇴직도 한 마당이니, 제대로 배워 무언가 내가 지닌 재능을 기부할 기회를 갖자는 목표도 있고 지금까지 성남시에서 시낭송으로 지역에 봉사하자고 탄생한 성남탄천문학에서 더 멋진 시낭송으로 봉사해보고자 선생님으로 부터 착실히 시낭송을 배운다.
(중략)
어제는 입추와 말복을 막 지난 팔월 팔일이었다. 시낭송 아카데미 문하생들이 오래 전에 예정된 지리산 문학예술제 참가하는 날 이었다. 88데이라 팔팔 뛰게 좋을 날이라며 모두들 신난다는 바로 그 날에 일행 8명이 <시 아카데미>에 모여 한 번이라도 더 연습을 하고 가자는 선생님의 배려에 아침이나 제대로 먹었을까 오전 8시에 모두 모여 낭송연습을 한 번씩 하고 12인승 스타랙스에 10명이 동승하여 오전 8시 반 지리산으로 향했다.
가장 먼 곳에서 달려오는 춘천 이_룡님을 비롯, 교문리, 상계동, 성남과 일산 등지와 아주 가깝게는 여의도의 소나기님에 이르기까지 8명의 미래 낭송가들은 스타랙스 봉고 안에까지 저마다 시낭송을 읊조리며 신나는 여행길에 나섰다. 자랑스런 전사를 이끈 봉고의 운전은 그 동안 간간히 행복시낭송회에서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주시던 김병덕 목사님이다. 이거야 원 오늘 대회의 축복은 다 우리 차지일 것 같다. 고속버스로 함양 터미널까지 걸리는 시간은 세 시간 반은 가야 한다. 게다가 터미날에서 택시로 문학관까지 10분 거리까지 가야 하는 장거리 여행이다. 그 원거리를 스타랙스 봉고가 대신했다. 일행은 중간에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잠시 지체하기는 했지만 함양 읍내에 오후 1시 경 알맞은 시간에 도착하여 김치찌게와 된장찌게로 점심요기를 하고 한창 대회장을 꾸미고 있는 지리산 문학관에 도착하였다.
화려하진 않지만 지리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자락에 마련된 문학관에는 5,60여 명이 함께 각 종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전국 각처에서 몰려온 시낭송 참가자들의 접수를 마치고 대회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일정대로 각 종 식순을 소화하고 본격적인 시낭송 대회가 시작되었다. 50여 명의 시낭송자들의 열띤 시낭송이 이어졌다. 김영민 성우의 재치와 코믹 섞인 진행으로 50여 명의 참가자들의 긴장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심사위원들의 결과발표를 기다리며 특별초청연주를 감상하는 시간이다. 지리산 자락의 저녁 7시는 어스름 어둠이 깔린다.
드디어 <인.의.예.지.신> 5개 부문의 최우수, 우수 및 대상의 수상자가 가려졌다. 다행이 우리가 함게 타고 간 일행 중에 소나기님이 5 개 파트 중에 하나인 <인> 파트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물론 나팔꽃님으로부터 시낭송을 배운 두 분의 수상자들인 애너밸리님, 겸허님이 더 있었다. 이 분들은 내가 전에 접해본 일이 없는 새로운 두 분의 수상자이지만 축하받을 일이다.
모두 축하 기분에 즐거워하며 귀경길에 소나기님과 애너밸리님의 수상턱으로 내는 저녁식사 메뉴는 함양이 자랑하는 목 삽겹 돼지고기이었다. 일행 모두 실컷 포식을 하고 밤을 뚫고 신나게 질주하며 상경하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하랴!
이 선생님! 덕분에 잠시 잠깐 지리산 치마끝을 조금 잡고 돌아오는 아쉬운 여행길이었어도 함께 한 시간은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지리산 그 먼 곳까지 가는 길, 오는 길을 안전하게 운전해주신 김_덕 목사님 무지 감사합니다.
_______
추신: 결산보고
1. 수입: 50,000원 * 8명 = 400,000 원
2. 지출:
가. 톨 게이트 비: 12,500 * 2 = 25,000 원
나. 점심식사: 6,000 원 * 10 = 60,000 원
다. 랜터카(스타랙스 12 인승) : 170,000 원
라. 오일 : 87,000 원
라. 잔액 : 54,000 원 (이혜정 선생님에게 전함, 양재역에서)
3. 계: 400,000 - 396,000 = + 4,000원 ( 중간에 미정산 됨. 나중에 해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