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는 모두 하나다.
A.랑가네, J.클로트, J.길레느, D.시모네 저, 박단 역 <인간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부키, 2007)
늘어나는 외국인 체류자, 국제 결혼 그리고 혼혈아 출생 등 우리 사회 구성원의 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통계 예측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2020년 무렵에 태어날 신생아 3명 중 1명(32%)이 혼혈아가 될 것이라고 한다. 혼혈과 피부색으로 인한 깊은 갈등의 골을 서둘러 치유하지 않으면 국가 공동체의 존립마저 위협 받을 상황이다. 그럼에도 피부색에 근거한 우리의 편견은 쉽사리 바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미국 주류사회에서는 바로 그 피부색 때문에 우리가 편견의 피해자 편에 서야 하는 얄궂은 신세다. 세계 곳곳에서 인류를 시험에 들게 만드는 이 피부색은 대체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과연 인간은 피부색이 다른 것만큼이나 이질적인 존재들일까?
다행스럽게도 유전학자들이 지구상의 다양한 지역에 살고 있는 현생 인류의 유전자들을 비교한 결과 그 모두가 동질적임이 밝혀졌다. 그러면 이토록 드넓은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도 동질성을 갖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류 조상들의 생활 조건과 그들의 유전자가 전해진 과정을 시뮬레이션해보니, 오늘날의 인류가 유전적으로 동질적인 이유는 지금부터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기인 선사시대에 우리 조상들의 인구가 멸종의 문턱에 서있을 정도로 매우 적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종 전체로 보면 부모와 자식들을 모두 포함해서 3만 명 정도였고, 그 중 생식(生殖) 가능한 인구는 5천에서 1만 명 정도 되었다. 그들은 아프리카 또는 근동의 국한된 지역―유전학자들에게는 이곳이 ‘에덴’일 것이다―에서 기원전 15만 년에서 10만 년 사이의 시기에 출현했다. 제한된 지역에 워낙 적은 인구가 살았으므로, 에볼라나 에이즈 같은 바이러스가 덮치거나, 가뭄으로 인한 기근이 닥치면 이들 3만 명은 꼼짝없이 전멸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에덴’ 거주자들이 전 세계로 퍼져 현대 인류를 낳은 것이다.
여기에서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의 연결고리가 궁금해진다. 일부 연구자들은 중국의 에렉투스가 오늘날의 중국인의 조상이고, 아프리카의 에렉투스는 그들대로 오늘날의 아프리카인의 조상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가설로 반박되고 있다. 그것은 인류가 동일한 방식으로, 동일한 순간에, 그리고 동시에 여러 곳에서 진화하게 하는 유전적인 내적 구조를 갖고 있음을 가정하는 것으로, 현재의 모든 진화 이론을 거스르는 것이다.
현대의 진화 이론은 유전적인 변화가 오직 한 장소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인류의 경우 앞서 말한 ‘에덴’이 바로 그곳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새로운 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작은 집단이 고립된 상태에 놓여야 하기 때문이다. 돌연변이를 일으킨 새로운 종이 고립되지 않고 모집단 사이에 머물러 있으면 그 형질은 도태되어 희미해지고 만다는 것이다. 에렉투스에서 사피엔스로의 전이에 대한 오늘날 가장 널리 인정받는 가설은, 여러 지역에 산재했던 에렉투스들 중 각별히 아프리카 또는 근동의 에렉투스들이 진화하여 사피엔스를 낳았으리라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들은 기원전 10만 년경부터 지구대정복에 나서 5개 대륙을 누볐다. 아직 구석기 시대의 사냥꾼-채집자였던 이들은 기원전 6만 7천 년경에 중국을, 기원전 5만 년경에 오스트레일리아를, 기원전 4만 년경에 서유럽을 정복했다. 마침내 기원전 1만 8천 년경에는 인류는 사실상 5개 대륙에 분포되어 살게 되었다. 지구가 완전히 정복된 셈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피부색이 거주 지역에 따라 달라졌을까? 피부색의 세계분포를 살펴보면 그것이 일조지도(日照地圖)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햇볕이 잘 드는 지역 사람들은 피부가 짙고, 그렇지 않은 지역 사람들은 피부가 밝은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게 설명된다. 현재 옷을 입지 않고 사막에서 사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보다, 아일랜드나 스웨덴 출신의 금발 서퍼들(surfers)이 피부암에 더 잘 걸린다. 그러므로 더운 지방에 사는 밝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은 높은 사망률로 도태되어 후손들이 적어졌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햇빛이 약한 지역에 사는 짙은 색 피부를 가진 사람은 밝은 색 피부를 가진 사람에 비해 비타민 D 합성능력이 떨어진다. 이 경우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은 구루병의 위험에 더 노출된다. 그러므로 선사시대에 추운 지역에서 출생한 검은 피부의 사람들은 구루병에 더 많이 걸렸을 것이고, 세대가 바뀌면서 밝은 색 피부를 가진 사람만이 살아남았으리라는 것이 학자들의 가설이다.
인류의 조상들이 대이동을 한 후 피부색이 바뀌는 데는 얼마나 걸렸을까? ‘수 천 세대’ 정도면 확실한 변화가 일어난다. 아메리카 인디언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들은 기원전 2만 년에서 기원전 5천 년 사이에 아메리카에 도착했다. 그런데 오늘날 캐나다나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사람들보다 과테말라나 콜롬비아에 정착한 사람들이 출생 시에 피부색이 훨씬 더 짙다. 요컨대 피부색의 차이가 고정되는 데는 1만 5천 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부색으로 인류를 구분하는 것은 전혀 타당성이 없으며, 이런 이유에서 오늘날의 과학은 인종(races)이란 단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인종 연구의 역사는 선입견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오랫동안 인류학자들은 피부색에 따라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 등으로 인종을 구분했다. 19세기 초 혈액형의 존재를 처음으로 발견했을 때 과학자들은 여기에서도 같은 범주를 찾아내고 인종의 존재를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일부 나치주의자들은 B형 혈액형이 외국인의 특성을 가진 혼혈의 상징이며, 순수한 아리안족은 그것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썼다. 이 모든 것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오늘날 세계 인류의 대부분은 모든 형태의 혈액형을 고루 갖고 있다. 같은 혈액형은 아니지만 동일한 기원을 갖고 있으면서 아파트의 같은 층에 살고 있는 이웃사람의 혈액보다는, 오히려 자신과 같은 혈액형을 갖고 있는 파푸아족 사람의 혈액을 받는 것이 더 낫다. 조직 이식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백인 유전자나 흑인 유전자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백인들에게서는 발견되지만 흑인들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 그런 유전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건만 미국의 FBI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어떤 한 사람의 인종 소속, 소위 ‘민족’이라고 불리는 것을 결정하는 유전적 표식을 찾고자 애쓰고 있다. 과학과 기술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발전했지만, 현대인의 이념은 여전히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현대인의 고루한 미신에 과학의 이름으로 일격을 가하는 이 책의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인류는 모두 하나다.”
첫댓글 이렇게 기본적인 진리를 받아들이는데 힘들어 하는 인간들.....슬픈일입니다.....
내 말이 그 말~ -.-;;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 책 알렉산더 대왕에 관련된 부분에 이런말이 있네요. "보편주의, 전세계인의 결속, 인류의 협력 등의 개념을 역설한 알렉산드로스의 꿈은, 인종과 피부색이라는 편협한 기준을 저버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여전히 하나의 도전과제로 남아있다."... 알렉산더 대왕은 영토만 넓힌 왕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포용한 특히, 인종차별을 두지 않은 훌륭한 왕이었습니다.
비전이 대단했지? 시대를 앞서 가는...우리 시대 정치 지도자 중에 그런 비전 있는 사람이 누굴꼬? ㅜㅜ
그 저번동영상에서나온왕도 종교그런거인정해줬다던데누구엿지;;;그분도잇죵ㅋㅋ
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