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1)
꽃, 바람에 사라지다
인혜 정은정
봄이 피었고 입안에 얼음이 사각거린다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입안에 가시가 돋았는지
달콤한 시선 봄바람 검은 목련을 본다
침묵은 잠시 바람에 실린 채
청초한 꽃망울 품어주는 노란 나비
가랑진 바람에 거세게 날아가 버렸다
얼마나 가벼운지
눈 톨도 보이지 않는 너덜거리는 날개
노란 나비 안스럽기만 하다
먹구름에 묻힌 하얀 욕심
흐트러진 세상 밖으로
뽀얀 얼굴 뜬금없이 드리운다
천사에 날개는 침묵의 아픔이었다.
시2)
아마도
인혜 정은정
사랑에 빠지면 약은 사랑뿐이더라
그리움 없이 사랑했다면
거짓말이겠지
차라리 멀리 있어서 다행 아닌가
가까이 있었다면 서성거렸을
숨죽인 가로등 아파트 구석에서
그랬을 거야
그리움이 속절없이 죽은 나그네가 되었을
네가 여름밤 가로등이면,
매일 찾아가 죽어도 좋을 하루살이가 되어도
웃었을 거야
해 뜨면 담시 죽었다
해가 잠들면
다시 움직이는 들판의 개똥벌레여도 좋을
인연이 연분이 되년
꿀을 찾아 떠나는 초원의 불빛
우린 아마도...
*아마도 가상의 섬
시3)
개미의 자화상
인혜 정은정
비 오기 전
몰래 뚝을 쌓고
땅 속으로 숨어 버린 좁쌀의 몸
꿈에 의지하지 않는 발걸음
처음으로 걸어가는
좁다란 동굴 돌맹이 호흡
암흑 길따라 길목에 핀 이끼꽃 돌아볼 여력없다
혼자 걷는다
단, 한 사람 위해 욕심 없는 걸음
비도 눈도 괘념치 않고
뚜벅뚜벅 들판 휘젓다 홀로 휘로는 돛대가 되어도 좋다
개미는
기어가지 걸어가지 않는다
스스로 둑을 쌓으며 기어간다.
<약력>
문예 지도사. 평론가
글로벌 문학창작과 대학교(원) 교수 엮임
윤동주 탄생 105주년기념 작품상
현대시선 제10회한국 감성
대상 外 다수
사)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서울 중구 문협 사무국장
<사진>(위에 사진박스를 클릭 사진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