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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
한동대 교수 |
며칠 전 지역 선배를 모시고 당진에 다녀왔다. 서해안에 위치한 당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항과 큰 연계가 없는 곳이었는데 현대제철소가 들어서면서 포항과 같은 철강도시로 변모되고 있다.
당진은 경기도인 평택과 아산만으로 마주하면서 충청남도에 자리 잡고 있는데 작은 소도읍이었고 교통도 불편했으나, 서울에서 광주~목포까지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매우 좋아졌다. 또한 현대그룹이 일관제철소를 이곳에 세움으로써 우리나라에서는 포항, 광양에 이에 3번째의 철강도시로 변모되고 있는 것이다.
경상북도 끝자락인 포항에서 서해안에 자리 잡은 당진까지 가는 길은 멀고 멀었다. 차를 몰고 가면 4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초행이라서 버스를 타기로 했는데 대전까지 3시간 걸려가서 당진행 버스를 타면 1시간30분 걸린다는 것이었다. 충남발전연구원의 담당연구원이 대전에서 우리를 픽업한다해 다행이다 싶었는데 오후 2시 회의를 위해 아침 7시30분 버스를 타야 했다.
현대제철이 가동되면서 포항에서 은퇴한 철강관련 인력들이 대거 당진으로 갔다고 한다. 주말이면 당진에서 포항집으로 되돌아오고 주중에는 다시 당진으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직통버스도 없고 KTX로도 접근이 힘들다. 가장 가까운 KTX천안·아산역에서 당진가는 셔틀이나 버스가 없다.
당진은 구도심과 신도심으로 나눠지는데 구 당진은 4~5만 인구의 소도시였으나 지금은 도농통합시가 돼 15만의 인구에 면적은 서울과 비슷하다. 시청은 전원 그대로 텅빈 것 같은 신도심에 자리 잡았는데 배의 형상을 본떴다고 하는 규모가 꽤 큰 유리 건물이었다.
당진은 2030년까지 `50만 인구를 지닌 도시`로 발전시키자는 성장목표에 대해 토론도 하고 울산과 포항에서 한수 배우자는 목적에서 공무원들 대상의 세미나를 개최하게 됐던 것이다. 이날 목표인구 50만에 대해서 많은 이견이 있었고 울산과 포항의 발전과정에 대한 많은 토론이 있었다.
현대그룹의 입장에서는 당진에 제철소를 지음으로 인해서 사업의 다양화 뿐만 아니라 주력 산업인 자동차생산에 쓸 강판을 좀 더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일관제철소가 지어져서 철강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할 수 있겠다.
포스코의 입장에서는 국내외적인 경쟁자가 생긴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두 회사 모두가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이기에, 선의의 경쟁과 상생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아진다. 불확실성 큰 철강산업 분야에서 대승적인 협력은 분명 필요할 것이다.
포항은 광양 및 당진과 철강산업도시로서의 무언가 협력네트워크 내지 공동사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당진은 새롭게 발전하는 도시로서 포항시의 과거의 갖가지 시행착오들을 거울삼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도시발전을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포항은 이들로 인한 변화에 대응하며 새롭게 발전방향을 재정립하고, 좀 더 경쟁우위적인 기업도시로 가꾸어가고 이들 철강산업도시연합을 이끄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당진이 현재는 15만이지만 다양한 도시 관련 정책들, 예를 들어 대학, 연구소, 휴양 위락단지 등을 제대로 유치한다면 이론상으로는 수도권 인구의 일부를 끌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진은 세종시, 대전시 등 대도시, 그리고 평택항과의 근접으로 인해 그러한 거점도시로서의 발전이 힘들지도 모르겠다.
포항의 이점은 포스코와 관련 산업의 존재뿐만 아니라, 세계 수준급의 포스텍과 많은 연구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동해안의 중심도시로서의 역사적인 위상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포항은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와의 접근성을 키우기 위한 고속교통기관의 개발, 영일만항 기능의 활성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있다. 이를 통해 포항의 국제화된 경쟁력을 좀 더 키워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