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행(交行) / 임보
나는 열차에 편안히 누워 가고 있는데
그는 봇짐을 등에 지고 뙤약볕에 걸어오고 있다
나는 천진(天津)에서 심양(沈陽), 연길(延吉) 쪽으로 달려가는데
그는 압록(鴨綠)과 요하(遙河)를 건너 북진(北鎭)을 향하고 있다
나는 남의 나라를 넘어 내 나라를 보러 가고
그는 우리 땅을 건너 남의 땅을 보러 온다
내가 타고 가는 시간은 1993년 여름 이미 지명(知命)
그가 걷고 있는 시간은 657년 여름 겨우 불혹(不惑)
천 년을 서로 끌어당겨 우리가 만난 곳은
끝도 갓도 없는 요동(遙東)의 광야
태양은 용광로처럼 이글거리고
바람은 구름처럼 모래먼지를 일으킨다
옥수수 밭에서 하룻밤 묵은 그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서라벌로 되돌아선다
돌아가는 이유를 다잡아 물었더니
너처럼 타고 갈 것이 내겐 없지 않느냐
나도 도문(圖門)까지 갔다가는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