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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04 오순도순 돗자리 잔치팀
#15. 감히 도전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미국의 한 서커스단이 공연을 위해 어느 마을을 찾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사고로 트롬본 연주자가 연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다급해진 단장은 서커스를 보러온 관객들에게 다음과 같은 요청을 했다. 그것은 다친 트럼본 연주자를 대신해 트롬본을 연주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한 소년이 손을 들었다. 단장의 요청으로 무대에 올라선 소년은 자신이 한번 트럼본을 불어보겠다고 호기롭게 이야기 했다. 단장은 트럼본 연주자를 찾았다는 생각에 깊이 안도했지만, 소년의 연주는 그의 기대감을 일순간에 날려버렸다. 소년이 잡은 트롬본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았던 것이다. 소년은 마치 트롬본을 처음 불어보는 듯 했다.
답답함을 참지 못한 단장은 왜 트럼본을 불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냐며 소년에게 화를 냈다. 그런데 소년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오히려 소년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단장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제가 트롬본을 불 수 있는지 몰랐을 뿐입니다."
이처럼 도전정신이 남달랐던 소년은 훗날 세계적인 만화영화 제작자로 성장했다. 이의 이름은 바로 월트 디즈니. 어릴 적부터 남달랐던 그의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들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출처 : Hello! 멘토(2011), 곽숙철 글, 설레다 그림, 틔움)
오늘 우리는 결과가 어떠하든 부딪혀보고 도전해보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전체가 다음에 있을 도전에 많은 용기를 북돋워 준다는 것 또한 알았습니다.
오후 1시, 큰 나영이와 작은 나영이는 동일스토어와 알통 떡 강정에 들려 대화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어르신과 함께 하는 우리의 사업은 자신감 있게 말할 자신은 있었으나, 아직 부탁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슈퍼 문을 넘기 전까지 수백 번의 고민을 하고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것은 주민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용기를 내어 발을 내디뎠습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날이 너무 덥죠?”
“아이고. 오늘 폭염주의보 내리고 난리 났다.”
“맞죠. 34도래요. 밖에 사람이 안 다니네요.”
“맞아요. 더운데 밖에서 뭐하고 돌아다녀요?”
“어머니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저번에 동일아파트 주민분들과 마을 잔치를 꾸민다고 했잖아요. 이번 마을 잔치에 오시는 분들 대다수가 어르신들이에요. 동일아파트 노인정에서도 쌀을 모아주셔서 떡도 만들고 재밌는 잔치를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중장년층이나 상가 주민들은 바쁜 생활 때문에 참여를 못 하시잖아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동참할 방법이 없을까에 대해서 여쭤보러 왔어요.”
“학생들은 그럼 예산도 없고, 선생님들이랑 같이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진행하는 거지요?”
“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조금씩, 할 수 있는 것,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을 가져와 나눈다면 예산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저희는 배우는 입장에서 선생님들에게 조언을 받아가면서 저희끼리 이 잔치를 꾸미고 있습니다.”
“근데 저희도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하루 인건비도 잘 안 나와요. 동참하기엔 좀 어려운 것 같네요.”
“아닙니다. 바쁘신 와중에 항상 저희 얘기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항상 큰 힘이 됩니다. 조만간 또 아이스크림 사 먹으로 올게요. 감사합니다.”
우리는 부탁하기에 있어서 거절을 당하면 큰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요즘 같은 시대에 선뜻 무언가를 준다는 게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거절을 당했을 땐,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면서 상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우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실패했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한번 도전하기 위해 닭강정 집으로 향했습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혹시 안 바쁘시다면 대화 좀 가능하신가요?”
“네. 가능한데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에서 공부 중인 실습생입니다.
“어쩐 일로..?”
“아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동일아파트 주민들과 큰 잔치는 아니지만, 10명 내외로 잔치를 12일에 열어요. 근데 마을잔치에 있어서 돈을 들이고 일방적으로 주는 잔치가 아니고, 오시는 분들께서 나눠 먹을 음식 하나씩 들고 와서 나눠 먹고, 게임도 하고, 서로 알아가는 잔치를 해요. 그런데 참여하시는 분들의 다수가 어르신들이에요. 아무래도 중장년층이나 상가에 계신 분들은 바쁜 사회생활로 인해 참여를 잘 못 하시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어떻게 하면 동참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같이 대화를 나누고 부탁을 드리고자 찾아뵙습니다.”
“음. 그럼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없는 걸 주시 게 되면 서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머니께서 주실 수 있는, 가지신 걸 조금만 나눠 주신다면 마을주민들과 잘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그런 걸 잘 몰라서 나누고는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럼 함께 고민해볼까요? 하하”
“음. 그럼 당일 날 제가 어르신들이랑 함께 나눠 먹고 재밌게 노시라고 닭 몇 마리 튀겨드릴게요.”
“어머니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가 부족한 것도 많고 어설프게 손을 내밀었는데 선뜻 잡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어르신들이랑 마을 잔치하는 취지도 좋고 학생들이 애쓰게 보여서 해주는 거예요.”
“그럼 저희가 월요일에 더 생각해보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래요~”
우리가 말을 하면서도 떨리는 눈동자와 손, 두서없는 말, 노력을 해봐도 처음인지라 감춰지지 않는 부분들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당연히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잔치인데 어른인, 마을 주민인 나도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손을 잡아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부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나영이들이 소중한 마음을 얻고 있을 때, 해원이와 정인이는 배가비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로 ‘운동화 빠는 날’로 향했습니다. 편안한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계시는 사장님께 인사드렸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실습중인 학생들입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아뇨, 아뇨, 아뇨, 아뇨.”
사장님께서는 우리가 말을 이어가고자 하니 여러 차례 손사래를 치시며 괜찮다는 표현을 보이셨습니다. 더 이상 말을 이어가는 것은 실례라는 것을 깨닫고 정중히 인사를 드리며 나왔습니다. 크게 호통치며 나가라고 하지 않고 차분하게 거절의사를 표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우리는 아쉬움보다는 더 큰 용기를 얻었고, 곧장 모퉁이를 돌아 ‘귀빈 헤어샵’으로 향했습니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날씨가 너무 덥네요, 잠깐 쉬면서 이야기 나누다가도 될까요?”
사장님께서는 의자에 앉아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부채질을 하고 계셨습니다. 마을잔치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부탁드렸을 때, 흔쾌히 스티커를 붙여주시고 잔치를 구경하러 가겠다고 하신 사장님께서는 우리가 들어가서 인사를 드리니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고 에어컨까지 틀어주셨습니다.
사장님의 30년 미용 경력은 머리카락 손질을 부탁하지 않아도 수많은 손님들을 응대하며 쌓으신 입담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자녀 이야기, 손자 이야기, 곧 이사를 할 것인데 에어컨 설치가 말썽이라는 이야기 등 1시간 동안 본인이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인생에서 배운 것들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동일아파트 마을잔치를 매개로 주민들이 서로 알아가는 자리를 만들고 있고 귀빈 헤어샵이라는 곳을 마을 주민들에게 알려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정이 사라지고 있는 사회에서 이러한 마을잔치를 시작으로 정이 다시 형성될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여 설명 드렸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커트 이용권, 할인권 등을 예시로 들어주셨습니다. 우리의 설득으로 인해 부탁을 들어주실 것 같았지만 사장님께서는 그냥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해원이와 정인이는 14시에 김옥진 할아버님과의 약속이 있었기에 대화를 마무리하고 다음에도 방문하여 인사드리겠다고 말씀드리며 헤어샵을 나왔습니다. 감사하게도 사장님께서는 문까지 열어주시며 배웅을 해주셨습니다.
“학생들 더운 날씨에 힘이 많이 들겠지만 지금보다도 더 열심히 발로 뛰어야 할 거야. 힘내 파이팅.”
해원이는 정인실습생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지. 그래도 우리의 끝까지 들어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기분이 좋네.”
사장님께서는 정이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씀하셨지만, 우리는 사장님으로부터 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번 인사를 드린 것이 전부지만,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더울까 봐 에어컨까지 틀어주신 사장님, 감사합니다.
관계가 두텁지 않은 상대방에게 부탁을 한다는 것이 두렵고 무서웠지만, 막상 경험을 해보니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물론 두 분의 성격이 유순하여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순탄하였지만, 이러한 경험은 큰 재산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1, 2주차가 정점을 찍었다면, 3주차는 조금 내려오는 시점인 것 같아요.”
우리는 배인호 팀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주는 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지역 조직 팀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힘을 얻었고, 오늘 다시 한 번 기운을 차려서 1, 2주차 때의 오순도순 팀으로 돌아가기 위해 힘을 썼던 하루였습니다.
동일아파트 상가를 다니며 마을 잔치를 소개해드리고, 부탁드리면서 상가 주민분들에게도 따뜻한 말과 선뜻 같이 나누고 싶다고 하시는 것을 보며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더 열심히 뛰어다녀서 주민분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잔치를 준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조금씩 주민분들의 마음들이 모이니 우리도 심장이 두근거리며 마을잔치가 기대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부탁하기’라는 요청을 하기 전과 후의 감정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모릅니다.
마을 잔치에 오실 주민들 모두에게 공평한 음식과 재미를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쩔쩔맸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생각보다 낯선 실습생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아들딸처럼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 부탁하기를 그동안 너무 어렵게 생각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려고 했었던 것이지요.
선뜻 후원에 응해 주신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지만, 사실 오늘은 후원 여부보다 더 큰 것을 얻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프로그램 준비물을 만드느라 주민들과 만남을 소홀히 했었습니다. 주민들 간의 관계 형성이라는 마을잔치의 목표가 점차 실습생인 우리가 주민들에게 무엇인가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선 잘못된 목표로 변질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힘쓰기보다 아파트 상인들과 얼굴을 트고 일주일 뒤 주민들의 화합을 위한 마을잔치를 소개하고 이야기하는 것에 초점을 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단기사회사업에 대한 우리의 초심을 되찾게 된 날이었습니다.
첫댓글 ㅡ김국보ㅡ
한 분의 주민이라도 요청에 응해주신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하루였다고 생각합니다.
요청에 응하지는 않았더라도 함께 이야기 나눈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구요.
두 쪽 모두 실습생들이 살아가며 경험하게 될 일들이기에그 자체로도 뜻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한주 더 화이팅입니다^^
박지애: 묻고, 의논하기와 더불어 '부탁하기'도 실천해 본 오순도순팀입니다. 부탁하기가 당연히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내가 사는 동네를 위한 일, 왜 부탁하는 지를 잘 설명드리면 지역주민분들도 마냥 부담스러워 하지만은 않으실 겁니다. 마을잔치에 내어주신분은 한분이지만, 미용실 사장님이 "사장님께서는 그냥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하겠다고 하셨습니다"라고 하신 것도 마을잔치에 마음을 내어주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민들과 잘 관계하고 잘 물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김문희 : 오늘 하루는 단기사회사업을 진행하는 이유와 복지요결 책 처럼 실천을 잘 옮긴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많이했습니다. 여러사람이 마을잔치에 참여하는 것도 좋을 수 있지만 주민들과 만나고 함께 준비한 과정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