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언(眞言)(1) - 기능과 원리 -
진언(眞言)이란 글자 그대로 진실한 말이란 뜻이다. 말이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소리로서 전달하는 수단이다.
진언은 이런 개념을 떠난 언어, 즉 중생의 언어가 아닌 부처의 참된 경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범어로는 만트라라고 하는데 찬가 또는 비밀한 말〔密言〕이란 뜻으로 번역하여 진언, 주문, 주(呪), 신주(神呪), 밀주(密呪), 명주(明呪)라고 한다.
만트라와 비슷한 말로 다라니가 있는데 작지, 총지(摠持)1), 능지, 능차 등의 뜻이다. 선법을 모두 지녀 흩어지지 않게 하므로 능지라 하며, 악법(惡法)을 막아서 일어나지 않게 하므로 능차이다. 지혜론 삼장(智慧論 三藏)이 쓴
명불법근본비(明佛法根本碑)에 보면 총지는 삼장총지, 삼마지총지, 문자총지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삼장총지란 진언 다라니가 삼장 십이부경의 내용을 다 갖추고 있음을 나타낸다. 곧 다라니 한 글자 가운데서 한량없이 깊고 깊은 묘한 뜻을 깨달아 한량없는 뜻을 자유자재로 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마지총지란 다라니를 받아 지닌 힘으로 삼매가 나타나 백천삼매를 다 깨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자총지란 다라니를 받아 지닌 힘으로 다라니 한 글자 속에서 지금까지 듣고 외운 바 경전의 말씀을 길이 잊지 않는 큰 지혜를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기억술로서의 다라니의 형식이 송주와 유사하므로 주와 혼돈하여 주를 모두 다라니라고 일컫게 되었다.
이것을 구분하여 범문(梵文)이 짧은 것을 진언(眞言) 또는 주(呪)라 하고 긴 것을 다라니 또는 대주라 한다. 진언은 불교 이전부터 인도에서 사용되었는데 불교 진언 가운데 흔히 나오는 스바하도 리그베다에서 처음 사용되었으며 옴이라는 말도 브라흐마나 우파니샤드에서 진언으로 사용되었다.
불교에서 진언이 사용된 것은 대승불교이다.
특히 밀교(密敎)에서는 신구의(身口意) 삼밀(三密)2)을 밀교수행의 요체로 삼아 독특한 수행체계를 세웠는데 이 때 구밀(口密)에 해당하는 것이 진언이다.
인간이 몸과 말과 마음으로 짓는 세 가지 업을 정화함으로써 윤회로부터 해탈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부처님의 힘을 빌어 행하는 행위가 불위(佛位)3)에 있게 되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이 삼매(三昧)4)에 있게 되고, 말하는 언어가 또한 불타의 진경(眞境)을 표현하게 되면 이 몸 그대로 성불(成佛)하는 이것이 밀교의 삼밀수행법이다.
이 때 삼밀은 진언에 의해 통일된다.
입으로는 진언을 송하고 마음으로 삼매에 주하며 몸은 인계(忍界)5)를 맞는 것은 이러한 통일된 불위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삼밀 중에서 진언을 송하는 것이 중심이 된다.
이와 같이 다라니를 입으로 송하여 마음에 삼매가 얻어지면 여래의 무상지(無上智)를 얻고 즉시 성불(成佛)이 이루어진다.
진언의 힘은 그것이 불보살님의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인데, 진언는 어떤 기능을 하며 진언수행의 원리는 무엇인가.
소리에는 저마다 파장이 있어 나름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진언은 다른 소리와 달리 파장이 일정하여 사람의 의식을 고요한 곳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불경(佛經)을 범어에서 한문으로 번역할 때 번역하지 않는 경우가 몇 가지 있었는데 진언도 그 중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그 뜻이야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 소리까지 옮겨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진언은 개념을 떠난 말로 개념을 없애는 방편이 되기 때문에 진언은 번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진언의 기능
진언은 일반적으로 수행 중의 장애를 없애고 선정과 지혜의 힘을 길러주는 기능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지송되는 다라니들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1) 대비신주(신묘장구대다라니)
대비심다라니는 대비신주 또는 대비주라 하며 현행 천수경에서는 신묘장구대다라니라고 한다.
관세음보살의 대비심을 소리로 표현한 것이니 대비주는 관세음보살의 위신력과 똑같은 위신력을 가지고 있다.
대비심 다라니에는 여러 가지 이름이 있어 넓고 크고 원만함〔廣大圓滿〕이며, 걸림 없는 크나큰 자비〔無碍大悲〕이며, 고통을 구제해주는 다라니〔救苦陀羅尼〕이며, 목숨을 늘려주는 다라니〔延壽陀羅尼〕이며, 나쁜 삶의 길을 없애는 다라니〔滅惡趣陀羅尼〕이며, 원을 채워주는 다라니〔滿願陀羅尼〕이며, 뜻을 따라 자재한 다라니〔隨心陀羅尼〕이며, 높은 수행의 지위를 빨리 뛰어넘는 다라니〔速越上地陀羅尼〕이라고 하니 그 이름의 뜻처럼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한다.
대비심다라니는 능히 삼계의 뭇 삶들을 크게 이익 되게 하니 온갖 걱정거리와 고통이 몸에 감긴 자도 이 다라니로 다스리면 낫지 않은 자가 없다.
이 신묘한 다라니를 잘 받아 지니면 말라죽은 나무에서도 오히려 새싹과 꽃, 열매가 생긴다고도 하고 몸에 병환이 있을 때 다라니로 다스려서 낫지 않는 병(病)은 없다고 한다.
따라서 대비주를 염송하면 모든 액에서 벗어나며, 관세음보살의 대비심을 얻어 자비와 지혜를 증득하게 된다.
2) 준제진언
나무 사다남 삼먁 삼못다 구치남 다냐타 옴 자레주레 준제 사바하 부림 준제는 범어 cunda의 소리 옮김으로 육관음(六觀音)6) 가운데 한 이름이다.
천수관음, 성관음 등 육관음은 고통 받는 중생을 교화하는데 준제관음은 육도 가운데 인도 즉 세상 사람을 교화한다고 한다. 불설칠구지불모준제대명다라니경에 의할 것 같으면, 각기 구하는 바에 따른 법식을 행한 후 준제진언을 7번 내지 21번, 108번, 1080번 혹은 1천만번 독송할 것을 말하고 있으며, 그렇게 하면 원하는 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진언을 독송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마음을 마치 둥근 보름달과 같이 생각할 것이며, 둥근 보름달 한가운데 옴자를 놓아둔 다음 자레주레준제 사바하각각의 글자를 옴자의 오른쪽 방향으로 펼친 후 삼매(三昧)에 든 가운데 그 글자 한 자 한 자의 뜻을 자세히 관해야 한다.
준제진언은 인간을 교화하시는 관세음보살의 소리이고,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인 자비의 소리이다.
따라서 이 진언을 외우면 부처님의 복락을 누린다고 하였다.
3) 육자대명왕진언
옴마니 반메 훔
관세음보살의 광대원만한 자비심을 소리로 형상화한 또 다른 이름이 육자대명왕진언이다.
따라서 이 다라니도 관세음보살의 본심에 감응하여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고 반야지혜를 증득하게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염송되는 진언으로 밀교계통의 종단인 진각종, 진언종 등의 주된 수행법이 육자대명왕진언의 염송이다.
4) 광명진언(光明眞言)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마라 프라바릍타야 훔 광명진언은 비로자나 법신의 광명으로 무명과 업장을 걷어 내고 자성의 밝은 본성이 드러나게 한다.
따라서 수행 중에 장애가 생길 때, 과거의 습관이나 업장을 조복받기 위해서, 또는 과거의 잘못을 참회할 때 이 진언을 한다.
5) 반야주(般若呪)
마하반야바라밀 반야주는 반야바라밀을 염송함으로써 반야지혜를 체득하고자 하는 것이다. 반야바라밀은 대승 보살도의 육바라밀의 하나이자 부처님의 무상정등정각을 말한다.
반야바라밀에 머물면 바로 곧 모든 고통을 여의고 해탈하게 된다. 반야주는 반야심경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가 아니라 마하반야바라밀 그 자체를 염송하는 것이다.
위와 같이 다라니는 각기 뛰어난 위신력이 있어 이것을 염송할 경우의 공덕을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간추려 말한다면 현실의 액난(厄難)을 소멸하고 수행 중의 장애를 극복하며 마음을 잘 조복하고 계율을 능히 지키며 불법을 잘 받들어 열반에 이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언의 기능은 무장무애, 신심견고, 구경열반(究竟涅槃)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주문(呪文)이란 주술적인 힘을 가진 글귀를 이르는 말로 불교 외에도 각 종교마다 특정한 효력을 발휘한다고 여겨지는 독특한 주문들이 있다.
그러나 불교의 진언은 근본적으로 무명을 타파하고 열반을 증득하기 때문에 다른 종교의 주술적 주문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의 진언을 명주(明呪)라고 하는 것이다.
범어로 비드야라고 하는데 무명을 아비드야라고 하는데 반하여 사용된 말이다.
註
1) 총지(摠持) : 총지란 다 지닌다는 뜻이니, 첫째 일체 나쁜 법을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둘째 일체 좋은 법을 사라지지 않게 하며, 셋째 일체 물든 법을 없애고 깨끗한 법계를 깨닫도록 하므로 총지라 하는 것이다.
2) 삼밀(三密) : 불교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꼽는 세 가지 업, 즉 신(身), 구(口), 의(意) 등의 세 가지 통로로써 짓게 되는 업을 기반으로 하여 수행을 쌓음으로써 성불(成佛)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밀교(密敎)에서 중요시되는 수행 방법이다. 삼밀 사상은 7세기경에서 인도에서 정립되어 점차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갔다.
삼밀 중 구밀(口密)은 진언(眞言)을 암송하는 수행법이며, 신밀(身密)은 몸으로 닦는 수행법으로서 특히 손으로써 상징적인 모양을 만드는 수인(手印)이 대표적이다. 의밀(意密)은 마음으로 관상(觀想)하는 것으로서, 불보살의 존상(尊像) 등을 그려 놓은 그림을 보면서 수행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삼밀은 동시에 함께 수행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즉 입으로는 진언을 암송하고, 손으로는 다양한 수인을 짓고, 마음으로는 불보살의 도상(圖像)을 염상(念想)하는 수행법을 말한다.
3) 불위(佛位) : 최상의 깨달음을 얻은 부처의 지위.
4) 삼매(三昧) : 사마디의 음역. 들뜨거나 가라앉은 마음을 모두 떠나 평온한 마음을 견지하는 것. 산란됨이 없이 집중된 마음의 상태를 뜻함. 불교에서 수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지혜는 흩어짐이 없이 편안하고 고요한 마음의 상태에서 비롯되므로, 삼매의 상태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선원(禪院)에서 스님들이 좌선(坐禪)하거나 선정(禪定) 수행을 닦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삼매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기 위한 것이다. 삼마지(三摩地), 삼마제(三摩提), 등지(等持), 정(定), 정수(正受), 정심행처(正心行處).
5) 인계(忍界) : 중생이 사는 세계.
6) 육관음(六觀音) : 관세음보살은 육도를 순회하면서 중생을 교화한다고 하여 육종의 관음을 세워 육관음이라 한다. ①성관음(聖觀音) ②천수관음(千手觀音) ③마두관음(馬頭觀音) ④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 ⑤준제관음 ⑥여의륜관음(如意輪觀音)이며, 혹은 준제관음을 제외하고 불공견색관음을 더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