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의 프롤로그 BGM ♬
루시아 미카렐리 연주의 "Emmanuel"
http://www.youtube.com/watch?v=m8NN4fpdm40
트라피스타 봉쇄수도원에 계셨다 입적하신 수녀님들의 영전에 바침.
* 열 세 그루의 프라칸사스여 *
우리 집 뜰을 둘러싼 배반의 숫자만큼의 프라칸사스나무여,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결정적 기여를 한,
신약의 완성에 절대적 공훈을 세운 베드로 그 분도 자신의 뜰에 심었을 프라칸사스여,
첫 봄,
연연두 색깔의 작고 앙증맞은 꽃꽃꽃,
여름 내내,
푸르디 푸른 왕성한 생명력의 잎새들,
가을,
축제일 밤하늘 폭죽처럼 터지는 붉디뿔근 열매들,
겨울,
엄동한설 찬바람에 빛바래가는 주황색 열매,
사계절 내내 수천년 내내,
연연두색/녹색/주색/주황색 색채 향연의 주인공,
팜므 파탈,
프라칸사스여,
줄기줄기마다 총총한 가시가시들,
틈새로 고개 디밀어 먹이 찾아오는 새들,
이름모를 가슴 빛깔 형광황색 새, 직빠구리, 개똥지빠귀, 쑥새. 철새, 떼새 . . .
먹잇감 소진된 황량한 2월의 벌판 한가운데 서서,
나무에겐 대를 이어가는 목숨인 자신의 열매를
자식에게 젖 물리는 어미처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배주린 새떼들에게 내어주는 어미 젖가슴,
그대 프라칸사스여,
이해인 수녀의 싯귀에 나오는,
마산 구산면 오지 트라피스타 봉쇄수도원의 프라칸사스 울타리,
성과 속,
금욕과 쾌락,
정진과 나태를 박절히 결절하는 검은 가시, 붉은 열매 울타리,
면회왔다 돌아가는 가족/친지/친구들,
면회 끝나고 돌아서는 평생 바깥 출입 금지된 수녀들,
그녀들 눈에 맺힌 눈물방울같이 둥글고 원융하고 서러운 프라칸사스 열매,
사람 키 서너 길 높이로 수십 미터 폭으로 수도원 입구에 압도적으로다 치렁치렁 늘어진
붉은 빛 열매 나무 프라칸사스여,
오종종 굽은 어깨 나의 외할머니,
뜨락앞에 핀 진분홍 빛깔 봉숭아를 가만히 들여다 보시며
작은 한숨과 함께 "이 고운 색으로 치마 한 폭 해입었으면...."하시던,
그 외할머니께서 떠나시던 마지막 저승길 저녁 노을빛이라면,
2천 년 전,
죽음으로 이 지상의 죄 모두 씻으려 했던 청년 예수,
그가 매달린 십자가를 타고 내렸던 핏빛,
그 빛은 부활의 첫 아침 동녁 하늘에 장렬히 불타 오를 선홍빛,
그 빛의 떨림과 울림, 황홀의 등가물,
선홍빛 열매 프라칸사스여,
울 아배 이즈음은 파킨슨, 황반변성, 유사 쯔쯔가무시로 몸 기동이 어려워지신 여든 여덟,
식사하시다 당신 입가, 식탁위가 지저분해지는 모습을 자식들에게조차도 보이기 싫어
시엄니 병석 3년을 지킨 애면글면 며느리에게 따로 상을 보게하여 침상위에서 홀로 진지 드시는,
반듯하고 깔끔받은 울 아배,
평생 진주사범 출신 마피아에 밀려 45년 교직생활 기껏 실과주임만 하시다
감 짜, 장 짜 하나 달아보지 못하시고 평교사로 퇴임하신 울 아배,
평생 버짐 투성이 아그들 침, 콧물 닦아주시고,
한겨울 손발 부르튼 아이들 불러 따신 물에 불려 뽀독뽀독 밀어 땟국물 지워주신 울 아배,
학부형 시선 무서버서 한잔 술 귀가길에도 비척걸음 한번 제대로 못하신 울 아배,
집안 어른들이 모두 단명하여 연금도 일시불로 타서
자식 혼사, 집안 대소사에 흔적도 없이 다 날리신 울 아배,
당신이 이렇게 오래 사실 줄 몰랐고,
내가 오래 살아 욕되다 하시면서,
너희들은 늙어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내 모습 보고 미리 학습하라시는 천상 접장 울 아배,
담 세상에는 꼭꼭 '광대'로 태어나,
이 풍진 세상,
민들레 홀씨처럼 가비얍게 한세상 살고 시프시다는 울 아배 ,
거창 오일장 나무시장서 사서,
심어서,
고운 거름 뿌려 키운,
울 아배 저승길 가실 때 마지막 감는 황반변성 눈길 망막위에 희미하게 맺힐,
울 아배 저 세상 가신 다음에도 느그찌리 독야홍홍 무진무궁 붉을,
그대 프라칸사스여,
원산지 유럽으로부터 수천 년 걸쳐 먼길 건너 뿌리뿌리 거쳐 동아시아 한반도 내륙까지 오다보니,
불리는 이름도 변화무쌍한 피라칸다/프라칸다/피라칸사스/프라칸사스여,
그대 오시게나,
첫날밤 신랑신부의 다사로운 포옹으로 껴안아,
못내 내 두 팔 한껏 뻗어 부서질듯 껴안아,
녹아 없어질 듯 껴안아,
그대의 가시가 오좀촘 내 가슴 파고 드니,
내 기꺼이 피 흘리리.
산 목숨 나와,
이미 저문 울 아배가,
림보도 벗어나고 레테르강도 건너서 만나,
너 주위를 빙글빙글 손잡고 춤추며,
울 아배의 뜨거운 입김과 내 더운 피가 레테르강물결 위 하나로 합치며,
그 검붉은 마그마 강둑을 차고 넘쳐 오르며,
이윽고 저 먼 일월성신, 천지신명의 운행과 한 바퀴가 되리라~~
피빛 선홍빛 열반에 코 박고,
인드라망의 그물 위에 흔들리리라,
야자수 나무밑 해먹 위 처럼,
온몸을 맡겨 한없이 끝없이 영원무한 흔들리리라,
넌출대리라~~
우둥둥둥,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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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을 쓴지 4년 후 아버님은 소천하셨다.
그후 또 수 삼 년이 지났다.
오늘, 처연한 겨울비 내리고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시간,
떠나신 아버지를 추억하며 아버지의 명복을 비는 제천가를 올릴까 한다.
곡명은 "넬라 판타지아",
소리는 하모니카.
'위키백과'의 소개는 다음과 같다.
"넬라 판타지아(이탈리아어: Nella Fantasia →In My Fantasy 환상 속에서)는 1986년 영화《미션》의 테마 곡인 "가브리엘의 오보에 (영어: Gabriel's Oboe)"에 이탈리아어 가사를 붙여 부른 노래이다. 작곡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하였으며, 작사는 키아라 페르라우 (Chiara Ferraù)가 하였다. 이 노래는 사라 브라이트만, 일 디보, 캐슬린 젠킨스, 러셀 왓슨, 켈틱 우먼, 임형주, 임태경, 박기영 등 클래식, 크로스오버, 팝페라 뮤지션들을 비롯한 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이탈리아어 가사 내용은 이러하다.
나의 환상 속에서 난 올바른 세상이 보입니다
그 곳에선 누구나 평화롭고 정직하게 살아갑니다
난 영혼이 늘 자유롭기를 꿈꿉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요
영혼 깊이 인간애 가득한 그 곳
나의 환상 속에서 난 밝은 세상이 보입니다
그 곳은 밤에도 어둡지 않습니다
난 영혼이 늘 자유롭기를 꿈꿉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요
나의 환상 속에서 따뜻한 바람이 붑니다
그 바람은 친구처럼 도시로 불어옵니다
난 영혼이 늘 자유롭기를 꿈꿉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요
영혼 깊이 인간애 가득한 그 곳
부디 바라옵건대,
아버지의 영혼이 영원무궁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