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조선의 대표 정자목” - 느티나무(槐木)
학명: Zelkova serrata(Thunb.) Makino
쌍떡잎식물강 쐐기풀목 느릅나무과 느티나무속의 낙엽활엽교목
『느티나무』의 속명 젤코바(Zelkova)는 코카서스에서 자라는 나무 젤코와(Zelkowa)에서 유래하고, 종명 세라타(serrata)는 ‘톱니가 있는’의 뜻으로 잎을 강조하고 있다. 꽃은 담황록색이며 암수한그루로 4~5월초에 피고, 높이 30m, 지름 3m까지 자라며 뿌리는 천근성이다. 우리나라는 속리산에서 자라는 둥근잎느티나무는 잎이 넓은 타원형이며, 강원도와 경남에서 자라는 긴잎느티나무는 피침형으로 느티나무에 비해 잎이 좁고 길다. 느티나무 이름의 유래는 눌(누를 黃)+홰(홰나무 槐)+나무(木)라 한다. ‘누렇다’의 ‘눌‘이 ’눋‘으로 변한 다음 여기에 ’홰‘와 ’나모‘가 더하여 ’눋티나모‘가 되었고 이것이 누튀나모→느틔나모→느티나무로 변화한 것.
느티나무는 한국 원산의 대표 정자목(亭子木)이다. 줄기가 굵고 바르며, 수관이 잘 발달되어 가장 안정감이 있는 나무의 하나로 선비정신을 표상한다. 옛사람들은 느티나무의 억센 줄기에서 ‘강인한 의지’를, 고루 퍼진 가지에선 ‘조화된 질서’를, 단아한 잎들에서는 ‘예의’를 보았다 한다. 또한 마을의 안녕과 화합,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고 아들 낳기를 기원하는 ‘소원목’이기도 했다. 한해의 농사를 점치는 ‘신목’으로서 그리고 회화나무 소나무 은행나무와 더불어 ‘장수목’으로 마을 어귀마다 자랑스럽게 심어온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천년 이상 된 60여 그루 중 25그루가 느티나무라 하며, 보호하고 있는 노거수의 58%도 느티나무이다. 전국 각지의 느티나무 13건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수령 1300년으로 추정되는 최고령 느티나무는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서 있다. “느티나무는 우리나라 자생 수종으로 천년 이상 장수하는 데다 수형이 아름다워 나라의 발전과 번영을 잘 상징한다.” 새천년을 맞아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상징나무(밀레니엄나무)를 선정하면서 산림청이 밝혔던 내용이다.
느티나무는 회화나무와 유사한데, 열매와 잎사귀, 천근성의 뿌리, 왕성한 성장력 등은 느릅나무와 비슷하다. 느티나무의 생약명은 「괴목(槐木)」이다. 꽃 잎 열매 나무껍질을 약으로 쓴다. 주로 루틴(rutin)을 함유하고 있으며 완화 강장 이뇨 부종 안태의 효능이 있으며, 혈압을 낮추고 지혈하며 염증을 가라앉힌다. 치질과 자궁출혈, 장출혈에도 유의한 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옛날 강원도 어느 산골에 동과 서로 통하는 길에 작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한다. 서에서 동으로 가는 사람과 동에서 서로 가는 사람이 늘 이 마을에서 쉬어가곤 하였는데, 동과 서의 나그네가 하루는 보따리를 꿰었던 막대기를 꺼내어 서로 기념하는 의미로 그 자리에 나란히 꽂아두기로 하였단다. 그것이 자라 느티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오늘날 동과 서가 서로 흘기고 토라지는 지점에 꽂아보니 즐거운 상상이 인다.
인간의 열 곱 스무 곱을 사는 느티나무는 마을 어귀에 서서 자자손손 드나드는 수많은 사연과 가족사와 계절의 순행과 어찌할 수 없는 삶의 고통을 안아주고 쓸어주고 덮어주는 소임으로 늙어갔다. 느티나무의 꽃말이 기다림, 장수, 봉사, 운명인 것과도 잘 부합하지 않은가. 사람들이 이 나무 아래서 점을 치고 치성을 드리고 제사를 지내며 웃고 울었던 사랑과 이별의 안개 속을 느티나무는 다 굽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니 어찌 백세도 못 누리는 인간이 천세를 넘어가는 그의 그늘에 앉을 때 가슴 서늘해지지 않으리.
첫댓글 아래 올리신 소나무도 그렇고 이 느티나무 어르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시면 한 발자국 더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들것 같습니다.
이 느티나무가 화순 도암중에 있다 하셨나요? 지난 가을에 이 나무 단풍든 모습을 보려고 행장을 꾸리다 여차한 일이 있어 말았는데, 내년엔 꼭 보고 싶네요.
마을의 유래와 전설을 소재로 한 장편 스펙타클 스토리텔링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느티나무 아래 서면 그서늘한 바람과 사연이 편안해집니다.
회장님 글속에 저 허리 150인치 느티나무 부부의 넉넉한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군요. 대단해요!
풀들이야 세상에 깔려서 정처없지만 노거수는 붙박이라 토를 달아주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 기사를 다루는 양순샘답군요. 정확성, 현장성, 대중성 등... '들꽃이야기'는 떠도는 자료의 각색이기 쉬워요. 다만 에세이로 갈무리하는 한 적어볼만한 글감이고 해볼만한 식물 공부죠. 마을의 유래와 전설까지 욕심 내면 느티나무 한 그루로 책 한권을 다 써도 모자라겠죠?^^
저 느티나무를 보면 어릴적 내방 생각이 나요, 우리집 바로 앞에 우물 과 큰 느티나무가 있었어요, 겨울엔 저녁 몰래 부러 물을 뿌려서 찌끄럼도 타고 동네 어르신께 혼난일들, 여름엔 나무잎 그늘이 시원하고 고목이 되어 텅빈 나무속으로 올라가기도 했고, 아이들의 놀이터 였고 어른들의 쉼터였는데 아마 조르바, 희옥이도 생각날 겁니다. 그놈의 재개발이 흔적을 없애서 서운해요.
마을의 수호신처럼 앉았던 느티나무. 그 그늘 아래 고향도 있고 형제 친척 이웃 그리고 유년의 꿈도 다 있는데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그리움의 감촉을 잃어버렸지요? 우물 속의 내 모습도 많이 그립죠?
푸하하핫...나주에서도 좀체 듣기 어려운 찌끄럼ㅋㅋ
그린님, 서울여자의 내면엔 전라도아짐의 추억이 여전하시군요.
한마을의 희노애락과 사계절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장소가 느티나무 밑이 아닌가 싶습니다..
농번기 들일나간 어미에게 젖곡지를 물릴수있었던 .여유가 있었고 .한여름 뙤약볕 .갈증을 해갈시키던 탁사발이 그랬고
서울간 누구네 아들 성공한 이야기 ..어느집 며느리 해산 풀었다는애기..밤에는 처녀총각 애틋한 러브스토리
남녀노소..부담없이 누가뭐라 하지 않아도 기웃거리던 장소가 느티나무 였나봅니다..우리 고향에선 당산나무라 명명했답니다~~^^마을어귀에 이르면 보이는 고향의 대명사였네요~첫사랑의 흔적이 있던곳 느티나무~ㅋ
첫사랑과 고향과 이야기와 탁사발이 머무는 무지개처럼 커다란 나무!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착한이들의 마을, 우리 카페의 오랜 그늘로 건강히 자라기를 부처님 하나님 산신령님 칠성님 천지신명 제위께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