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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도론 제9권
14. 초품 중 ‘광명을 놓으시다’를 풀이함③
【經】 여기에서 세존께서 사자좌에 앉으시니, 삼천대천세계 안에서 그 위덕이 유달리 거룩하셨다.
광명과 모습과 위덕이 높고 높으시어[巍巍]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부처님 세계에 두루 미치니,
마치 수미산왕은 광명과 색깔이 뛰어나서 다른 산들이 미칠 수 없는 것과 같았다.
【論】
【문】 부처님은 무슨 힘으로 일체의 중생들 가운데서 그 위덕이 특별히 거룩하시며, 광명과 위덕이 높으심이 이러하신가?
전륜성왕이나 하늘ㆍ성인들에게도 큰 힘과 광명과 위덕이 있거늘, 어찌하여 부처님에게만 그 덕이 특별히 거룩하다 하는가?
【답】 비록 이 여러 성현들에게도 광명과 위덕이 있기는 하나 그것은 한량이 있다.
비유하건대 해가 나오면 뭇별은 곧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부처님은 한량없는 겁 동안 큰 공덕을 모아서 일체를 갖추셨다. 인연이 크기 때문에 그 과보 또한 크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러한 것이 없다.
또한 부처님은 세세에 닦은 고행은 한량없고 헤아릴 수가 없다.
머리ㆍ눈ㆍ골수ㆍ뇌로써 항상 중생들에게 베푸셨으니, 어찌 국토ㆍ재물ㆍ처자뿐이었겠는가.
온갖 갖가지 계행과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그리고 견줄 데 없이 청정하고 파괴할 수 없고 다할 수 없는 지혜 역시 세세에 수행하여 이미 구족하여 완성하셨으니, 이러한 과보의 힘인 까닭에 헤아릴 수 없고 수승한 위신력을 얻으신 것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인연의 힘이 큰 까닭에 과보 역시 크다’고 말한다.
【문】 부처님의 위신력이 무량하고 위덕은 크고 높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면 어찌하여 아홉 가지 죄보를 받으셨는가? 곧
첫째는 범지(梵志)의 딸 손다리(孫陀利)1)가 부처님을 비방하고 5백 아라한을 비방한 일이요,
둘째는 전차(旃遮) 바라문2)의 딸이 나무통을 배에 품고 부처님을 비방한 일이요,
셋째는 제바달(提婆達)3)이 산을 밀어 부처님의 엄지발가락을 상하게 한 일이요,
넷째는 나무토막을 굴려 발이 끼이게 한 일이요,
다섯째는 비루리(毘樓璃)4)왕이 군사를 일으켜 석가족을 죽일 적에 부처님이 두통을 앓으신 일이요,
여섯째는 아기달다(阿耆達多)5) 바라문의 청을 받고서 마맥(馬麥)을 잡수신 일이요,
일곱째는 냉풍(冷風)이 발동해서 등이 아팠던 일이요,
여덟째는 6년 동안 고행을 하신 일이요,
아홉째는 바라문의 마을에 들어가서 걸식하셨으나 밥을 얻지 못한 채 빈 발우로 돌아오신 일이다.
또한 동지(冬至)를 전후한 8일 동안 찬바람이 대밭을 휩쓸 때 세 가지 옷으로 겨우 추위를 막으신 일도 있었고, 더위에 시달릴 때 아난이 뒤에서 부채질을 한 일도 있다.
이렇듯 세상의 작은 일들을 부처님께서도 모두 받으셨다.
만일 부처님의 위신력이 한량이 없으셔서 삼천대천세계 내지는 동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와 남ㆍ서ㆍ북ㆍ네 간방[四維]ㆍ위아래에 광명과 모습과 위덕이 크고 높으시다면 어찌하여 여러 죄보를 받으셨는가?
【답】 부처님이 인간 가운데에서 사람의 부모로부터 태어나 인간의 몸과 힘을 받았으나 손가락 한마디의 힘이 천만억 나유타의 흰 코끼리보다 수승하시고, 신통력은 한량없고 셀 수 없어서 불가사의하시다.
이 정반왕의 아들은 노ㆍ병ㆍ사의 고통을 싫어해 출가하여 불도를 이루셨으니, 이 분이 어찌 죄보를 받아 추위나 더위에 시달리셨겠는가?
부처님의 신통력은 불가사의하니, 불가사의한 법 가운데 어찌 추위나 더위 따위의 걱정이 있겠는가?
또한 부처님에게는 두 가지 몸이 있으시니,
하나는 법성신(法性身)이요,
하나는 부모가 낳아 주신 몸이다.
이 법성신은 시방 허공에 가득하여 한량없고 끝이 없으며, 빛과 형상이 단정하고 상호가 장엄스러우며, 한량없는 광명과 한량없는 음성이 있으시다.
법을 듣는 무리 역시 허공에 가득하며[이 무리들도 역시 법성신이어서 생사에 끄달리는 사람은 아니다.]
항상 갖가지 몸과 갖가지 명호와 갖가지 태어날 곳과 갖가지 방편을 내어 중생을 제도하니, 항상 일체를 제도하여 잠시도 쉬지 않는다.
이와 같음이 법성신의 부처님이며,
시방의 중생들로서 죄보를 받는 자를 구제하는 것은 생신불이다.
생신불은 차례차례 설법하기를 인간의 법과 같이 한다.
이렇게 두 가지 부처가 있으므로 여러 죄보를 받는다 하여도 허물이 없다.
또한 부처님은 도를 얻었을 때에 일체의 그릇된 법을 모두 끊고, 일체의 착한 법을 다 이루어지거늘 어찌 실로 착하지 못한 죄보를 받는 일이 있겠는가?
다만 미래의 중생을 가엾이 여기시기 때문에 방편을 나투어 이러한 여러 죄보를 받는 것이다.
또한 아니로두(阿泥盧豆)6)도 어떤 벽지불에게 밥을 주었기 때문에 한량없는 세상 동안에 즐거움을 받아 마음으로 음식을 생각하면 즉시에 얻었다.
그러니 하물며 부처님은 세세에 걸쳐 살을 베고 골수를 내어 중생들에게 보시하였거늘 밥을 빌러 갔다가 얻지 못해서 빈 발우로 돌아왔겠는가?
이런 까닭에 부처님은 방편으로써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이러한 죄과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방편으로 가엾이 여기는가?
곧 미래세의 다섯 무리의 불제자들은 보시의 복이 얇기 때문에 스스로 살아갈 기구들을 구걸해도 얻지 못하면 모든 속인들이 이렇게 말한다.
“그대들은 의식도 얻지 못하고, 병이 나도 제거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도를 얻어 남을 이롭게 하겠는가?”
이에 다섯 무리가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들이 몸 살릴 길이 없는 것은 작은 일이나 도를 닦는 복덕은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들에게 뭇 고통이 있는 것은 전생의 죄업이니, 금생의 공덕은 그 이익이 내생에 있을 것이다.
우리의 큰 스승이신 부처님께서 바라문 마을에 들어가셔서 걸식하실 때에도 밥을 얻지 못해 빈 발우로 돌아오신 적이 있다.
부처님께서는 또한 여러 병에 걸리신 적도 있고, 석가의 자손[子]들이 멸망의 죄을 입을 때는 두통을 앓기도 하셨다.
그러니 하물며 우리들같이 복이 얇고 낮은 사람들이겠는가.”
속인들이 이 말을 듣고 성내는 마음이 멈추어 곧 네 가지 물건으로써 비구들에게 공양하니, 몸의 안온을 얻고 좌선하여 도를 얻었다.
이것은 곧 방편이니, 따라서 실제로 죄의 과보를 받는 것이 아니다.
『비마라힐경(毘摩羅詰經)』에는 이런 말이 있다.
부처님께서 비야리국(毘耶離國)에 계실 때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몸에 열풍기(熱風氣)가 일어났구나. 우유를 써야 되겠으니, 너는 내 발우를 들고 가서 우유를 얻어오너라.”
아난이 부처님의 발우를 들고 이른 아침에 성안으로 들어가 어느 거사의 집 문 앞에 서 있었다.
이때 비마라힐7)이 그 앞을 지나가다가 아난이 발우를 들고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이른 아침부터 발우를 들고 여기에 서 있는가?”
아난이 대답했다.
“부처님께서 몸이 조금 불편하신데 우유를 써야 되기 때문에 내가 여기에 와 있습니다.”
비마라힐이 대답했다.
“그치시오, 아난이여. 여래를 비방하지 마시오. 부처님은 세존이시니, 이미 온갖 착하지 못한 법을 초월하셨습니다. 무슨 병환이 있으시겠습니까.
외도의 귀에 이 말이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듣게 된다면 그들은,
‘부처는 스스로의 병도 고치지 못하거늘 어떻게 남을 구제하리오’라고 하며 부처님을 비방할 것입니다.”
아난이 말했다.
“이는 나의 뜻이 아니라 부처님께서 제게 우유를 구해오라고 명하신 것입니다.”
비마라힐이 말했다.
“그것이 부처님의 분부이기는 하나 이는 방편입니다.
지금은 5탁악세[五濁世]인 까닭에 이런 형상으로 모든 중생을 제도하시는 것입니다.
만약에 오는 세상에 병이 든 비구들이 속인들로부터 탕약을 구하려 하면, 속인들은,
‘그대들은 자신이 아파도 구제하지 못하거늘 어찌 다른 사람을 구제하겠는가’라며 힐난할 것입니다.
그러면 비구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우리의 큰 스승께서도 병이 드신 일이 있다. 그러니 하물며 우리들의 몸은 초개(草芥) 같거늘 어찌 병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해서 속인들은 비구들에게 여러 가지 탕약을 공급하게 되고, 비구들은 편안히 좌선하고 도를 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외도의 선인들도 능히 약초나 주술로써 다른 사람의 병을 고칩니다.
그러니 하물며 여래는 온갖 지혜와 덕을 갖추셨거늘 스스로의 몸에 병이 있는 것을 제하지 못하시겠습니까?
그대는 조용히 발우를 들고 들어가서 우유를 받아갈지언정, 다른 사람이나 외도[異學]들이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까닭에 부처님은 방편을 쓰신 것이지 실제로 병이 드신 것이 아니다. 여러 죄의 인연도 이와 같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부처님은 그 덕이 특별하시고 거룩하셔서 광명과 모습과 위덕이 크고 높으시다”고 한 것이다.
【經】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상신(常身)으로써 이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들에게 보이시니, 이때에 수타회천(首陀會天)ㆍ범중천(梵衆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ㆍ화자락천(化自樂天)ㆍ도솔타천(兜率陀天)ㆍ야마천(夜磨天)ㆍ삼십삼천(三十三天)ㆍ사천왕천(四天王天) 및 삼천대천세계의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들[人非人]이 하늘의 꽃과 하늘의 영락과 하늘의 택향(澤香)과 하늘의 가루향과 하늘의 청련화ㆍ백련화ㆍ홍련화와 하늘의 나뭇잎 향을 가지고 부처님께 다가갔다.
【論】
【문】 부처님은 어찌하여 상신으로써 이 삼천대천세계 가운데의 일체 중생에게 보이시는가?
【답】 부처님께서 마하반야바라밀을 말씀하시기 위하여 삼매왕삼매에 드시니, 발 밑의 상륜(相輪)에서 나는 광명으로부터 위로는 육계의 광명에 이르기까지 크게 빛나셨다.
마치 겁이 다하였을 때에 수미산들이 차례로 타버리는 것과 같았으니, 이 광명은 삼천대천세계와 나아가서는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불세계에 두루 찼으며 모두 크게 빛났다. 이를 보는 중생은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르렀다.
이때 부처님께서 반야바라밀을 말씀하시려 하시니,
첫째는 신통력을 부리시고,
둘째는 온갖 털구멍이 미소를 짓고,
셋째는 항상한 광명을 사방으로 각각 한 길씩 놓으시고,
넷째는 혀로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어 웃으시고,
다섯째는 사자유희삼매에 드시면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여섯째는 부처님이 사자좌에 앉으시어 가장 훌륭한 몸의 광명을 나타내시면 그 모습과 위덕이 크고 높으시다.
이러한 위신력으로 중생들을 감동시키면 믿음이 있는 중생은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르게 된다.
그 중에도 의심하는 이에게는 상신을 보이면 곧 믿음과 이해가 생겨서 제각기 말하기를,
“지금 보는 것이 부처님의 참 몸이시다.
부처님의 신통력 때문에 이 삼천대천세계 안의 사람이 부처님의 상신을 보되 멀건 가깝건 장애가 없다” 한다.
이때에 삼천대천세계의 중생이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말하기를,
“이것이 참으로 부처님의 몸이다.
부처님이 처음 탄생할 때와 처음 성불할 때와 처음 법륜을 굴리실 때에 모두가 이 몸으로써 그와 같이 사유하신 것이다. 이것이 참으로 부처님의 몸이다”라고 한다.
【문】 무슨 까닭에 정거천(淨居天)이라 하고, 범세천(梵世天)8)이라 하는가?
【답】 제4선(禪)에 여덟 가지가 있다.
다섯 곳은 아나함들이 머무는 곳으로 정거(淨居)9)라 하며,
나머지 세 곳은 범부와 성인이 함께 머무는 곳이다.
이 여덟 곳을 지나면 10주 보살이 머무는 곳인데, 이름이 정거이며 대자재천왕(大自在天王)10)이라 부르기도 한다.
범세천은 태어나는 곳이 세 종류가 있다.
첫째는 범중천(梵衆天)11)이니 여러 작은 범천들이 태어나는 곳이요,
둘째는 범보천(梵輔天)12)이니 귀한 범천이 태어나는 곳이요,
셋째는 대범천(大梵天)13) 이니, 이는 중간의 선(禪)이 태어나는 곳이다.
【문】 애욕을 여읜 것으로는 같거늘 어찌하여 귀하고 천한 차이가 있는가?
【답】 초선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상ㆍ중ㆍ하이다.
만일 하등의 선정을 닦으면 범중천에 태어나고,
중등의 선정을 닦으면 범보천에 태어나고,
상등의 선정을 닦으면 대범천에 태어난다.
자행(慈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묘안사(妙眼師)는 생각하기를,
‘내가 여러 사람에게 설법을 해 주어서 모두가 범천에 태어났다.
이제 내가 제자들과 같은 하늘에 태어날 수는 없다. 상등의 자(慈)를 닦으리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상등의 자를 닦았기 때문에 대범천에 태어났다.
【문】 무슨 까닭에 4선천 가운데 처음과 마지막의 것만을 말하고 중간은 말하지 않는가?
【답】 첫 부문은 애욕을 여의기가 어렵기 때문이요, 마지막은 미묘하여 얻기 어렵기 때문에 말했으나, 중간은 들어가기 쉽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다.
또한 범세를 말함은 이미 색계를 다 포섭하며, 제4선천은 미묘하기가 으뜸이기 때문에 따로 말한다.
또한 사람들은 대개 범천은 알고 있으나 나머지 하늘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범천만을 말하며, 정거천은 항상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어 부처님께 설법하시기를 권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처님께서 설법하는 소리가 범천에까지 이르고, 부처님이 도를 얻으실 때엔 하늘들이 차례차례 외쳐 고하는 소리가 정거천에까지 이른다. 그러므로 처음과 뒤만을 말씀하시고, 중간은 말하지 않으셨다.
또한 범천은 욕계와 가깝기 때문에 들어야 하고, 정거천은 색계의 주인이기 때문에 들어야 한다.
마치 문을 지키는 사람이 손님을 구별해서 들여보내고 손님이 주인에게 이르면 주인도 곧 그 손님을 알아채는 것과 같으니, 중간의 사람들은 알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2선천은 대단히 기쁘고 3선천은 대단히 즐거워 희락(喜樂)으로 방일한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는 것이다.
【문】 어찌하여 타화자재(他化自在)14)라 하는가?
【답】 이 하늘은 남이 변화해 낸 것을 빼앗아서 스스로가 즐기기 때문에 타화자재라 한다.
화자락(化自樂)15)이라 함은 스스로가 다섯 경계[塵]를 변화해 내고 스스로가 즐기기 때문에 화자락이라 한다.
도솔(兜率)16)을 족함을 아는 하늘[知足天]이라 부르며, 야마(夜摩)17)를 잘 구분된 하늘[善分天]이라 부른다.
두 번째18)를 삼십삼천19)이라 부르며,
가장 밑의 하늘은 사천왕들의 하늘들이다.
수미산의 높이는 8만 4천 유순으로, 위에는 삼십삼천의 성이 있다. 수미산의 변두리에는 산이 있는데 유건타라(由揵陀羅)라 한다. 높이는 4만 2천 유순으로 이 산에는 네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봉우리마다 성이 있고 한 성마다 각각 사천왕이 살고 있다.
야마천 등의 하늘은 땅이 7보로 되어 있고 허공 가운데 있는데, 바람으로 그것을 지탱시켜 머물게 한다. 나아가 정거천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와 같다.
이들 여러 하늘들이 부처님 몸의 청정하고도 큰 광명을 보고는 온갖 공양거리와 물과 육지에서 나는 꽃을 가지고 와서 공양하니, 육지에서 나는 꽃은 수만제(須漫提)20)가 으뜸이요, 물에서 나는 꽃은 청련화가 으뜸이다.
혹은 나무에서 피는 꽃 혹은 넝쿨에서 피는 꽃도 있으니, 이 꽃들은 갖가지 기이한 빛과 갖가지 이상한 향기를 풍긴다.
그들은 제각기 이러한 하늘꽃을 부처님께 가지고 왔으니, 이 꽃들은 색깔이 좋고 향기가 짙으며 보드랍고 매끄럽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로써 공양구로 삼는 것이다.
어떤 것이 하늘꽃인가?
곧 하늘꽃은 은은한 향기가 바람을 거슬려 풍긴다.
하늘의 영락을 부처님의 머리 위에 달고, 하늘의 택향을 부처님 계신 땅에 바르고, 하늘의 가루향을 부처님 위에 뿌린다.
하늘의 연꽃은 푸른빛ㆍ붉은빛ㆍ분홍빛ㆍ흰빛이다.
어찌하여 누른빛이 없는가?
누른빛은 불[火]에 속하니, 불은 물에서 나는 꽃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늘의 보배 연꽃은 유리를 줄기 삼고 금강을 받침 삼으며, 염부단금21)으로 잎을 삼는데, 부드럽고도 향기롭다.
이러한 것들과 함께 하늘의 나무잎향을 가지고 부처님께로 왔다.
【문】 만일 하늘 무리들의 공양에는 하늘의 꽃을 가지고 와야겠지만 인간과 인간 아닌 것들은 어떻게 하늘꽃을 얻는가?
【답】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써 큰 광명을 놓으셔서 땅을 여섯 가지로 진동시키고, 하늘들은 갖가지 묘한 꽃을 내리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뿌려서 부처님께 공양드렸다.
사람이나 사람 아닌 것들은 혹은 이 꽃을 주워서 부처님께 공양하였을 것이다.
또한 천축국(天竺國)22)의 법에는 좋은 물건을 부를 때 하늘 물건[天物]이라 한다.
이들 인간의 꽃이나 인간 아닌 것들의 꽃이 비록 하늘에서 생긴 것은 아니더라도 그것이 묘하고 좋은 까닭에 하늘꽂이라 한다.
그러므로 ‘인간과 인간 아닌 것들도 하늘꽃을 가지고 왔다’고 말해도 허물이 되지 않는 것이다.
【經】 이 모든 하늘의 꽃 내지는 하늘의 나뭇잎과 향기로써 부처님 위에 뿌렸다.
【論】
【문】 어째서 꽃을 부처님 위에다 뿌리는가?
【답】 공경하고 공양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처님의 광명이 비치면 모두가 멀리서 부처님을 뵙고 마음으로 크게 환희하며, 부처님을 공경하기 위하여 모두가 꽃을 부처님 위에 흩뿌린다.
또한 부처님은 삼계에서 으뜸가는 복전이시니, 이런 까닭에 꽃을 부처님께 흩뿌리는 것이다.
【經】 뿌려진 보배꽃이 이 삼천대천세계 위의 허공 가운데에서 커다란 누대[臺]가 되었다.
【論】
【문】 어째서 허공 가운데에 이 누대를 변화해 만드는가?
【답】 뿌려진 꽃은 적은데 큰 누대로 변한 것은 중생들에게 인(因)은 적으나 과(果)는 많음을 보이기 위함이다.
【문】 어째서 누대가 허공 가운데 머물러서 떨어지지 않는가?
【답】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써 중생들에게 내보이시는 것이니, 부처님은 복전이어서 그 과보를 얻는다면 잃는 일 없고 나아가서는 성불하기까지 그 복이 없어지지 않음을 알려주고자 하심이다.
【經】 이 꽃 누대 주변에는 영락과 갖가지 빛깔의 일산이 드리워지고 오색빛깔로 어지러웠으니, 이런 꽃 일산과 영락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했다.
【論】
【문】 부처님 자신에게 신통력이 있으시다면 어찌하여 뿌려진 꽃으로 누대를 변화해 만드는가?
【답】 사람들의 마음을 믿게 하고 청정케 하기 위해서이다. 이 사람들은 자기가 공양한 것이 이런 누대로 변하는 것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크게 환희하며, 환희하는 까닭에 큰 복덕을 얻게 된다.
【經】 이런 꽃일산과 영락으로 장엄스럽게 꾸민 까닭에 이 삼천대천세계는 모두 금빛을 이루고, 나아가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부처님의 세계도 모두 이와 같았다.
【論】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전륜성왕은 네 세계의 주인이요, 범천왕은 천 세계의 주인이요, 부처님은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이다” 하는데,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변화시키신 것이 이윽고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에 가득하게 된다.
【經】 여기에서 삼천대천세계와 시방의 중생들은 제각기 생각하기를,
‘부처님은 나만을 위하여 설법하실 뿐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여겼다.
【論】
【문】 부처님은 한 몸으로 삼천대천세계와 시방에 보이셨거늘, 이제 중생들은 어찌하여 제각기 부처님이 자기 앞에서 설법하신다고 보는가?
【답】 부처님에게는 두 가지 신통력이 있다.
첫째는 한 곳에 앉아서 설법하셔도 먼 곳의 중생이 모두 듣고 모두 보게 하심이요,
둘째는 한 곳에 앉아서 설법하셔도 낱낱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이 자기의 앞에서 설법하시는 것으로 보이게 하심이다.
비유하건대 마치 해가 돋으면 그림자가 온갖 물에 비치는 것 같다.
또한 중생들이 각각 같지 않으니, 어떤 사람은 부처님의 몸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한 것을 보고 깨끗한 믿음을 내고,
어떤 사람은 제각기 부처님이 자기 앞에서 설법하시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깨끗해져서 믿음과 기쁨을 낸다.
이런 까닭에 부처님은 이제 각각의 중생들 앞에서 법을 설하신다.
【經】 그때 세존께서 사자좌에 계시며 빙그레 웃으시니, 광명이 입으로부터 나와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이 광명으로 인해서 이편의 삼천대천세계의 중생들은 모두 동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불승(佛僧)을 뵈었고,
다시 저 편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의 중생들도 역시 이편의 삼천대천세계 안의 석가모니부처님과 대중들을 뵈었다.
남ㆍ서ㆍ북과 네 간방ㆍ위아래 역시 그와 같았다.
【論】
【문】 부처님은 위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광명을 놓았는데 어찌하여 이제 다시 이런 광명을 놓는가?
【답】 먼저 광명을 놓은 것은 각각 이유가 있으니 이미 말한 바와 같다.
지금은 이쪽과 저쪽 중생들이 아직 서로 보지 못하고 있는 까닭에 광명의 신통력으로써 피차의 대중들이 서로 볼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문】 제자들 가운데 천안제일의 큰 아라한인 장로 아니로두는 잠깐 동안에 소천세계를 보고 자세히 보면 이천세계를 보며, 큰 벽지불은 잠깐 동안에 이천세계를 보고 자세히 보면 삼천대천세계를 본다.
이제 어찌하여 모든 사람들이 능히 동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를 볼 수 있는가?
【답】 이는 부처님의 신통력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보게 하는 것이지 중생의 힘은 아니다.
설사 아라한이나 벽지불이라도 부처님의 힘 때문에 보는 바가 한계가 없는 것이다.
마치 전륜성왕이 날아다니면 모든 시중들과 코끼리ㆍ말ㆍ짐승들이 모두 따라가는 것과 같이,
이제 부처님의 신통력 때문에 중생들이 비록 먼 곳에 있으나 서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반주삼매(般舟三昧)의 힘 때문에 비록 천안(天眼)은 얻지 못했으나 시방세계의 부처님을 뵙는 것과도 같다.
또한 부처님의 눈과 귀가 걸림이 없으시고 또한 겁이 다하여 타버릴 때에 일체 중생은 모두 저절로 선정을 얻고 천안통ㆍ천이통을 얻는 것과도 같으니, 부처님의 신통력으로써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가 멀리서도 보게 하심도 이와 같다.
‘그때 세존께서 사자좌에서 빙그레 웃으셨다’고 했는데,
웃는 일에 관해서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을 이제 설명하리라.
【문】 이곳의 중생들이 멀리 저 편을 보는 것은 부처님의 신통력이지만 저곳의 중생들도 또한 이편을 보는 것은 누구의 힘인가?
【답】 이는 석가모니부처님의 힘이다. 저들로 하여금 이쪽의 삼천대천세계를 보게 하시고 나아가 석가모니부처님과 모든 대중들을 보게 하신 것이다.
남ㆍ서ㆍ북 및 네 간방[四維]ㆍ위아래도 역시 그와 같다.
1)
범어로는 Sundarī. 사위성에 살던 외도로서 부처님과 관계가 있다고 소문을 내었다. 후에 외도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2)
범어로는 Ciñca.
3)
범어로는 Devadatta.
4)
범어로는 Viḍūḍabha. 파세나디왕이 왕비감을 요구하자, 석가족은 신분이 낮은 여자를 대신 보냈다. 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이가 비루리인데, 그는 뒤에 이 일을 알고는 크게 분개해 사위성을 공격했다. 석가족은 이 일로 멸망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5)
범어로는 Agnidatta. 코살라국에 살던 바라문. 기원정사에서 부처님을 뵙고 공양을 청했으나, 부처님이 그의 집에 이르자 이 사실을 잊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처님은 마맥을 잡수셨다고 한다.
6)
범어로는 Aniruddha.
7)
범어로는 Vimalakīrti.
8)
범어로는 Brahmalokadeva.
9)
범어로는 Śuddhāvāsika.
10)
범어로는 Maheśvaradevarāja.
11)
범어로는 Brahamakāyika.
12)
범어로는 Brahmapurohita.
13)
범어로는 Mahābrahamā. 색계 초선의 세 번째 천으로 위대한 범천이 사는 세계이다.
14)
범어로는 Paranirmitavaśavartin.
15)
범어로는 Nirmāṇarati.
16)
범어로는 Tuṣita.
17)
범어로는 Yama.
18)
첫 번째 욕계에 이은 두 번째 색계를 가리킨다.
19)
범어로는 Trayastriṃśa.
20)
범어로는 mallikā.
21)
범어로는 jambūnada-kanaka 염부금(閻浮金)이라고도 한다.
22)
인도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