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Bali)섬 이야기
인도네시아(붉은 네모:발리섬) / 발리 전통 춤1,2 / 영화 남태평양 포스터
1948년에 제작된 미국영화 남태평양(South Pacific Ocean)을 고교시절 강릉극장에서 관람하며 발리섬의 여인, 춤과 노래가 너무도 신기하여 지금 60여 년이 지났건만 아직까지도 기억이 생생하다.
‘발리하이 발리하이~~ 캄투미 캄투미~~’ 순박한 발리 여인이 손가락을 튕기며 부르던 노래....
발리 전통춤은 3가지로 구분되는데 왈리(매우 신성한 춤), 브왈리(보통 신성한 춤), 발리한(사교춤)이다.
2019년 1월, 발리여행 첫날, 주도(州都) 덴파사르(Kota Denpasar)에서 가까운 구따비치(Kuta Beach) 해변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들어갔다가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날씨와 바람 때문이었는지 온통 싯누런(우리나라 서해<황해>와 비슷) 물에 과자봉지, 비닐 쓰레기, 나뭇잎들이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 천지였다.
발리는 섬 전체를 돌아가며 해변(Beach)이니 그중 깨끗한 해변도 있기는 하겠지만 발리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구기고 말았다. 이곳 가까운 곳에 짐바란(Jimbaran) 어촌마을, 우붓(Ubud)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는 아름다운 사원 따만아윤(Taman Ayun)을 못 본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너무나 즐거운 여행이었다.
발리는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해안절벽, 무수한 사원들, 독특한 문화 등 엄청나게 매력이 넘치는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의 4대 전통음식인 나시고랭(볶음밥), 미고랭(볶음국수), 사떼(꼬치구이), 소또(국/ 싸비: 소고기 국, 아얌: 닭고기 국) 등을 맛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있었다. 발리에서 마지막 날, 울루와투(Uluwatu)로 오면서 대절택시 기사에게 좋은 식당을 소개해 달랬더니 소개해준 식당이 대박이었다.
숨바와(Sumbawa)섬이 고향이라는 주인 아가씨(?)와 어린 종업원인데 무척 친절하다. 부근에 이슬람사원이 있어서인지 간단한 할랄(Halal/이슬람) 음식인데 값도 저렴하고 정말 맛이 있었다.
우리가 먹은 아얌고렝(닭고기 죽)은 1인분 15.000 루피아(1.190원)로 우리 입맛에 가장 잘 맞는다고 이구동성...
인도네시아에서 맛본 가장 값싸고 맛있는 식사였다. 우리 일행 넷은 다 먹은 후 다시 두 그릇을 시켜 반씩 나누어 먹었다.
손 씻는 물 / 친절한 숨바와 출신 식당 주인과 종업원 소녀 / 인도 식당
할랄(Halal)은 이슬람 신도들이 먹는 음식으로 모든 음식은 이슬람 경전인 꾸란(Koran)에 따른 엄숙한 의식이 행해진다는 식재료로 조리된 음식이라고 한다. 동물을 죽일 때 머리를 메카(Mecca) 방향으로 향하고 기도를 드린 후 날카로운 도구로 단번에 목숨을 끊어야 하고, 식물성 음식도 이런저런 엄숙한 의식을.....
자신은 무슬림이 아니라면서 할랄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여주인은 내내 친절한 미소를 짓더니 식사가 끝나자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모양이다.
2011년, 인도를 혼자 여행할 때 어떤 식당에 들어갔더니 식탁에 앉자마자 먼저 붉은 플라스틱 그릇에 물을 가져다준다. 처음 멋도 모르고 그 물을 마셨더니 종업원들이 깜짝 놀라며 먹는 물이 아니라 손가락을 씻는 물이라며 못 마시게 제지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다행이 배탈은 나지 않은 것을 보면 아주 더러운 물은 아닌 듯.... ㅎㅎ.
힌두교의 영향인지, 인도사람들 영향인지 인도네시아에도 이따금 그런 식당이 있다. 물을 내오면 우선 오른손 손가락을 집어넣고 조물조물 손가락을 씻는다. 그리고 접시에 밥과 양념으로 버무린 야채를 밥 위에 끼얹고 오른 손가락으로 조물조물 섞어서 손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간다.
인도사람들은 대변을 보고 난 후 휴지로 닦지 않고 물을 끼얹고 왼손 맨손으로 닦는다. 휴지도 없이...
인도여행을 하며 수시로 본 것은 집에 화장실이 없는지 길옆 수풀이나 밭가에 변을 보고 물로 씻는것을 여러번 보았다.
암튼, 인도사람들은 물로 씻으니 거시기 근처는 항상 깨끗하겠지만... 우리 정서에는 도무지 맞지 않는다.
따라서 식사를 할 때나 귀한 것을 만질 경우, 불결(부정)한 왼손은 감추고 오직 오른손으로만 만진다. 식사도 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하니 당연히 오른손으로만 한다.
저 할랄 식당에서 화장실의 빨간 손 씻는 그릇 비슷한 플라스틱 그릇에 아얌고랭을 담아 내와서 처음 조금 당황했다.
남인도를 여행했을 때 화장실을 가면 휴지는 없고 수도꼭지 밑에 저런 빨간 플라스틱 그릇만 놓여있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다.
인도에서 외국 관광객들이 지나가는 어린아이가 예쁘다고 무심코 왼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면 인도사람들은 깜짝 놀라 아이를 끌어당기며 화를 낸다.
타나롯 사원으로 가는 관광객들 / 빠비용이 뛰어내린 절벽 / 울루와투 사원
♦ 예전에 들은 이야기...
우리나라에 유학 온 인도 대학생과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던 우리나라 대학생의 이야기이다.
인도 대학생이 화장실에 저런 플라스틱 그릇을 가져다 놓았는데 우리나라 대학생은 처음엔 용도를 모르다가 나중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학기가 끝나고 헤어지면서 솔직하게 털어놓고 허심탄회 이야기를 한다.
‘나는 자네와 같이 방을 쓴 것이 모두 좋았는데 한 가지 불편했던 점은 화장실에 갈 때마다 저 빨간 그릇만 보면 기분이 언짢았다네. 왜 휴지를 쓰지 않나?’
인도 대학생의 답변 왈,
‘나도 모두 좋았는데 불편한 점이 있었네. 우리 인도사람들은 물로 닦으니 냄새도 나지않고 항상 깨끗한데 너희 나라 사람들은 휴지로 닦으니 아무리 여러 번 닦아도 어찌 깨끗이 닦아 지겠나...’
‘옆에 가면 항상 냄새가 나는 것 같고, 항문 주변에 ◎딱지가 붙어있을 것 같고....’
바로 이런 것이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습관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존중해야 한다.
예전, 유럽 사람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를 가보고 모두 ‘야만인들’이라고 치부해 버렸다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신들과 비슷하면 ‘문명인’이고 자신들과 다르면 모두 ‘야만인’이라는, 오만 무식한 이분(二分) 분류법이다.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나는 많은 나라들를 배낭여행 했는데 그 나라 문화라면 어떠한 것이든 무조건 존중하고 따랐다.
◆ 짜낭(Canang)과 콜람(Kolam)
거리의 짜낭(Canang) / 가게 앞 짜낭 / 미낙시순다레쉬바라 사원 콜람(Kolam) / 가정집 앞 콜람
인도네시아를 보면 다른 지역은 대부분 이슬람(Islam)문화권인데 반해 발리(Bali)섬은 힌두교(Hinduism) 문화권이다.
그 중에서도 힌두신에게 바치는 것인지, 토속신앙에 기인한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신께 바치는 짜낭(Canang)이 그 한 가지이다. 짜낭(Canang)은 신전(神殿)이나 가정집 문 앞, 또는 가게 앞에 놓는 제물(?)인데 몇 개씩 포개어 놓기도 한다. 그것을 보며 인도를 여행할 때 보았던 콜람(Kolam)이 언뜻 연상되었다.
인도 콜람은 가정주부가 매일 아침 문 앞에 쌀가루나 돌가루를 뿌려 정성껏 그리는 그림이다. 위의 콜람은 단순한 그림이지만 가정에 따라 다양한 색깔은 물론 면에 색깔을 넣기도 하는데 엄청나게 크고 화려한, 복잡한 그림도 있다. 각 가정마다 독특한 문양으로 부유한 가정일수록 크고 화려하다.
콜람(Kolam)으로 사원 바닥도 화려하게 장식하는데 인도의 콜람은 가정의 행운과 이 집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축복, 사원 방문자들에게 축복을 비는 의미일 것이다.
발리여행 중 담배를 사러 가게에 갔다가 계산대 옆에 짜낭이 있고 돈이 올려져 있기에 나도 담배를 사고 거스름돈 2.000루피아(동전 두 개:170원 정도)를 짜낭 위에 올려놓고 ‘쉬바(Shiva/여신), 하누만(Hanuman/원숭이 신), 가네샤(Ganesha/코끼리 신)’~~ 하며 두 손을 모았더니 점원도 서둘러 손을 모으며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