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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본행경 제3권
16. 항마품(降魔品)
그때 보살이 비로소 앉아
그 자리를 금강좌(金剛座)라 불렀네.
금강의 마음을 세우니
삼천 세계가 진동하였고
땅 귀신도 기뻐 뛰놀아
갖가지로 진동하였네.
마왕(魔王)은 땅이 진동함을 보고
의심스러워 그 까닭을 물었네.
마왕의 첫째 대신이 있었으니
이름을 언사(言辭)라 불렀네.
그는 몸을 굽혀 공경스럽게
마왕에게 아뢰어 바쳤네.
“대왕은 잘 들으십시오.
몇 겁을 지나며 공덕을 쌓은
정반왕의 태자 실달다가
정토(淨土)의 착한 행을 닦았습니다.
이제 대도(大道)를 이루어
욕계(欲界)의 하늘을 비게 하고
욕계의 성읍이며 온갖 문의
닫음을 모조리 쳐부순다 합니다.
반드시 대왕의 경계를 뛰어넘어
일체 중생들을 건지고자
열반의 문을 널리 열고
감로의 법 바퀴를 굴린다 합니다.”
마왕은 그의 말을 듣자
속이 타서 슬프게 앉았는데
세 딸이 찾아와서 문안했으니
첫째 딸 이름은 애(愛)라 하고
둘째 딸 이름을 지열(志悅)이라 하며
셋째 딸 이름을 난락(亂樂)이라 하였네.
왕에게 무슨 까닭에 근심하느냐 묻자
마왕은 여러 딸에게 대답하였네.
“저기 큰 선인(仙人)의 성자(聖者)가 있어
그는 결정이란 큰 갑옷을 입고
손에는 지혜의 활을 들어
무상(無常)한 화살로 우리를 쏘아
우리 욕계를 항복시키고
우리보다 더 훌륭한 곳에 있으며
우리들 경계를 텅 비게 하여
모든 중생들에게 우리를 천대토록 하려 하네.
마치 억센 이웃나라 왕이
적국이 되어 약탈하듯이
함부로 이제 우리들을 예속케 하니
마땅히 여러 가지 방편을 써서
너희들은 매력이 뛰어난 여자라
그에게 그 본뜻을 잃게 하여라.
가서 못하도록 훼방을 놓되
큰물에 튼튼한 둑을 쌓듯 하라.”
그러자 세 마왕의 딸들은
곧 보리수 아래로 나아가
그 여자들은 마력을 나타내어
천상 세간의 옥녀들같이
아리땁고 고운 모양으로 교태를 부려
사람의 심정을 미혹하고 어지럽게 하여
그의 뜻을 파괴시키려고
힘을 다해 온갖 아양을 부렸네.
갖가지로 그 형상을 바꾸어
매우 가볍고 빠르게 변화를 부리되
마치 구름 가운데 번갯불처럼
잠시도 한 곳에 머물지 않았네.
보살은 자세히 생각하고 살피자
머리와 몸에 영락을 장엄하고
아름다운 옷으로 교묘하게 덮었으나
마치 뼈를 모아 놓은 집과 같았네.
더러움이 가득 찼으므로
흩어지면 사람을 놀라게 함이라
이 어찌 세간을 속이려고
얇은 살가죽을 쌌는가.
어리석은 자를 미혹함이라
자세히 마왕의 딸들을 관찰하자
형체가 쇠잔하고 초췌하여
꽃이 무서리를 만남과 같이 되었네.
마왕은 딸들이 늙어빠짐을 보고
화를 내기 성난 불과 같아
곧 옆에 신하들을 불러
큰 군사를 모으도록 명령했네.
“가서 석가의 아들을 굳게 막아라.
이제 함부로 우리들 세계에 있어
아직도 잘 살피는 눈이 뜨이지 않았으니
이때에 쳐서 어지럽게 하라.
이제 만약 도를 이루게 되면
갑자기 우리를 이기리라.
빨리 수레와 말의 군사를 부르라.
내 스스로 나아가 싸우리라.”
보배의 왕관은 밝기 해와 같이
그의 머리를 장엄해 꾸미고
수미산 꼭대기 이르렀으니
곧 몸에 금강(金剛)의 갑옷을 입었네.
마치 태양의 큰 광명이
엷은 구름을 비추듯
금강의 천 개 바퀴 수레에
수레마다 각각 천 개의 살[輻]이 있어
천 필의 말에 멍에를 메었는데
마왕은 그 보배 수레를 탔으니
그 위덕이 매우 밝아서
불 가운데 해가 있음과 같았네.
꽃 궁전이 1유순에 뻗치도록
손에 톱날 같은 화살을 쥐고
보배 자루 일산이 달과 같아
모든 세간을 미혹케 하였네.
보배 일산은 몇 유순을 덮고
두루 7보의 방울을 장식하여
높은 깃대는 입을 벌린 듯
마치 마갈어(摩竭魚)와 같았네.
마갈이 바닷물을 집어삼키듯
마왕은 이런 위세로 나왔네.
모든 마군의 무리를 이끌었으니
그 수는 무릇 80억이 되었네.
이렇게 보리수 아래에 이르니
보살은 꽃자리 위에 앉았는데
마치 범천왕(梵天王)과 같아서
고요한 위덕이 가득 차 넘쳤네.
겹겹이 빛나는 빛이 밝아
크게 금 보배를 쌓은 듯했네.
마왕은 왼손에 활을 들고
금전통에서 화살을 빼내며
보살을 향하여 이르는 말이
“빨리 일어나라. 찰제리종아,
무슨 까닭에 죽음을 두려워해
제왕의 자리를 버렸느냐.
그대의 상을 보니 묘한 팔로 활을 쥐고
응당 세간의 영화로운 자리를 받으리라.
옛 왕의 이름은 널리 들리거니
그대는 그것을 받아 마음대로 빛내라.
세상 봉록을 먹으며 나라를 다스려
널리 왕위를 남음이 없게 하라.
비로소 감자종 성왕이 일으킨 업(業)이니
다시 영화를 누리고 걸식하지 말라.
만약에 일어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되
자기의 본래 서원을 어기지 않겠다면
내 화살은 억세어 막을 수 없거니
온갖 굳센 방패를 쳐부수리라.
사람을 미혹함은 마치 봄날 꽃 같아
심한 햇빛에 시들어 떨어지듯 한다네.
애정이 세간을 기쁘게 함은 단비 같고
욕락은 공작새가 운우(雲雨)를 얻음 같네.
미혹과 욕락으로 뜻을 잃고 부끄러움을 잊어
질투와 교만으로 홀로 세상을 덮으려고
외도들이 흉한 주문을 외우더라도
이들 모두 이기고 홀로 세상을 덮었다네.
탐욕이란 모든 천상과 인간을 미혹하여
깨어서 말하다가 잠자면 잊는다네.
빠르기 비길 데 없고 세력도 굳세며
애욕은 그림자 없이 모든 것을 부순다네.
애욕의 불로 계(戒)를 태우므로
옛 왕인 촉지(燭之)는 야위고 망하였으며
재여(財餘)란 왕도 만비(滿臂)로 망하였으니
지난 세상도 그렇거늘 하물며 오늘이겠는가.”
그렇게 마왕은 이런 말을 하였으나
보살의 뜻은 요동할 수 없었네.
문득 활을 당겨 급히 살을 쏘고
모든 미혹을 나타내어 여자로 변화했다네.
보살의 앉은 자리는 끄떡도 않아
굳세기가 산과 같아 마왕이 의심을 품고 말하기를
“보살은 태연하기가 수미산 같으나
여자들의 화살에는 거꾸러지리.
사방으로 변화하여 나타내어 그를 맞이하되
스스로 가벼이 여겨 보이지 말라.
생각건대 태자가 화살을 알지 못하리니
너희들이 뜻을 잃으면 내 화살이 어긋나리라.
그러나 이는 애욕의 화살로도 되지 않을 것이고
겸손하고 공경한 말로도 안 될 것이다.
가벼이 여기어 공경치 않고
큰 군사의 세력으로 강하게 치리라.”
마왕은 이런 생각으로 군사들을 생각하며
호통하자 하늘에 사무치고 마계(魔界)에 울렸네.
곧 온갖 무수한 형상들이 모이니
두렵고 겁나 천지를 움직이네.
엄하기 마치 설산(雪山)의 왕 같고
온갖 음악과 장엄이 볼 만하였네.
서른두 개 머리의 아락(阿樂)이란
제석천왕이 타는 코끼리요
몸을 변하여 천 개의 눈과 구슬 갑옷을 입고
모가 난 금강저 천 개를 손에 들었으며
무수한 무리들을 풀어 하늘도 두려워하는
코끼리 군사 8억이 서로 따르네.
은으로 만든 수레 매우 커서 희게 꾸미고
멍에한 천 필의 흰 말이 그것을 따르며
흰 구슬 갑옷에 흰 구름의 일산
스스로 그 몸에 백 개 머리로 둔갑하고
모든 흰 용의 큰 군사들을 거느렸으니
12만억이 진영을 짜고 따르네.
물을 맡은 귀신을 화륜(和崙)이라 하는데
땅을 말아 오며 모든 산을 이끄네.
하늘의 금ㆍ유리 등 갖가지 보배와
밝은 구슬로 머리와 몸을 장엄하고
유리 갑옷에 황금 비녀를 꽂고
오른손에 금강봉(金剛棒)을 쥐었는데
온갖 보배로 꾸민 천 마리 사자를 탔으니
유리의 수레 탄 것이 햇빛 같으며
무수한 수억의 야차들이며
비사문(毘沙門)의 군사도 폭포수 쏟듯 하였네.
눈물 없이 성내는 신선이 때로
비를 멈추게 하듯 해ㆍ달ㆍ바람ㆍ불의 귀신들이
꽃처럼 빛나는 묘한 말[馬]에 억센 금강저로
어진 재주와 돈독한 바른 행으로
이런 큰 천신(天神)들이 한량없이
수레와 코끼리ㆍ용을 타고 범을 멍에하고
천 필의 말과 천 마리의 사자 수레를 탔으며
또 천 마리의 법의 수레를 탔었네.
또 기러기와 공작이 끄는 수레와
노새와 낙타ㆍ황소ㆍ숫양을 타기도 하고
혹은 구름수레를 타고 산의 나무도 탔으며
용과 사슴ㆍ독사를 타기도 했으며
불을 뱉고 코에서 불을 내며
눈과 귀에 불을 내고 불타는 머리며
혹은 치고 던지는 것 다 불이 되어
마치 사나운 불꽃이 겁(劫)을 태우듯 하였네.
해같이 되고 혹은 달같이 되고
큰 산 같은 데 날개가 있으며
혹은 어둡기가 검은 구름 같고
우레와 번개가 번쩍거리기도 하며
이렇게 무수하게 허공을 메우고
혹은 검은 코끼리로 변화하여 수미산같이
큰 코끼리를 타고 큰 활을 들고
보살에게 다가서며 태워 버리려 하였네.
혹은 돼지 머리, 낙타의 머리
코끼리ㆍ곰의 머리 등 무수하게 변화하고
몸을 변화하되 매우 큰 코끼리 머리에
어금니가 산 바위 같이 하늘을 찌르듯하네.
혹은 사자의 몸에 말 머리도 되고
혹은 범의 머리에 마갈어 몸도 되고
혹은 두 개의 머리, 셋ㆍ넷ㆍ다섯 개
여섯ㆍ일곱ㆍ여덟ㆍ아홉 내지 열 개 머리도 되었네.
백 개의 머리에 백 개의 손과 팔이며
백 개의 발과 백 개의 눈으로 끔찍이도 무섭고
약간 변화하여 천 개의 머리와
천 개의 눈 천 개의 팔로 불을 놓으며 오는데
수레 소리, 말 소리, 코끼리 울부짖음과
북과 악기를 치는 소리 천지를 움직이고
혹은 화살과 창과 칼을 들고
혹은 산 나무와 금강저(金剛杵)를 이기도 했네.
모두 다 잡았던 무기를 내던지니
산 나무와 금강철퇴가 우박 같거늘
보살이 위덕으로 변화시키니
금ㆍ은 온갖 꽃과 여러 보배로 되어 뿌려졌네.
검은 여인을 설산(雪山)처럼 희게 변화시켜
기구를 쥐고 요망한 주문으로 보살을 매혹시키려 하였네.
그러나 도리어 스스로 미쳐 어쩔 줄 모르고
들었던 기구와 제구(祭具)를 모두 깨어 던지며
혹은 땅에 꿇어앉아 울부짖는 소리
땅을 흔들고 허공을 메웠다네.
혹은 이무기 껍질을 입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눈ㆍ귀ㆍ코ㆍ입으로 뱀과 이무기를 내었으나
도리어 서로 타고 성내고 싸워
혹은 말울음을 울고 혹은 이리처럼 울었네.
보살의 뜻에는 더하고 덜함이 없어
마치 반딧불과 햇빛이 다툼 같았네.
어떤 천자(天子)가 한 사람 마왕에게 이르되
존장을 보니 이 분은 선성(仙聖)의 위덕으로
몸 가운데 모든 천궁을 나투고
해와 달 다섯 별과 모든 별이며
철위산과 수미산이며 강과 바다며
제석ㆍ범천ㆍ사왕천ㆍ태산군(太山君)까지
일체가 보살의 몸을 비추어 나타내되
마치 온 세상이 달 가운데 나타나듯 하였네.
그러자 마왕은 더욱 진에가 성하여
곧 병기들과 애욕의 불을 놓으니
땅과 허공이 타서 분간할 수 없었네.
보살은 감로의 관(觀)을 놓으니
구름과 비로 변화하여 탐욕의 불을 끄자
애욕은 보살의 위덕을 겁내며
안상천(安詳天)이 이르니 사귀(邪鬼)도 물러갔네.
마왕이 곧 진에(瞋恚)의 독을 피우고
재화(災禍)를 부르듯이 이무기로 화하니
땅 위에 독사와 이무기 가득 차서
보리수 둘레를 두루 감고 돌았네.
보살은 이에 곧 대자심(大慈心)을 일으키니
길상함이 이루어져 뱀은 물러갔네.
마왕이 다시 어리석음을 내자
보살은 인연관을 써서 도로 이겼네.
마왕이 또 질투와 원한의 화살을 놓자
악구(惡口)란 이름의 용이 되므로
보살은 대비(大悲)의 화살을 놓으니
금시조가 되어 용은 도망쳐 달아났네.
마왕은 다시 교만의 화살 내쏘니
범수(梵手)란 이름의 사나운 코끼리 되었으나
보살이 10력(力)의 화살을 놓자
사자가 되어 코끼리는 물러갔네.
마왕은 다시 망언(妄言)의 화살을 쏘니
조희(調戱)란 이름의 태풍이 되었으나
보살이 지극한 정성의 화살을 놓으니
마군의 화살은 꺾이어 산같이 쌓였네.
마왕이 다시 간탐의 화살을 쏘니
인악(悋惡)이란 이름의 티끌 안개가 되었으나
보살이 은혜로 베풂을 내자
이슬비가 되어 티끌과 안개를 제거했네.
마왕은 다시 5음(陰)의 가림의 화살을 놓으니
수면(睡眠)이란 이름의 구름이 되었으나
보살이 5정(淨)의 화살을 쏘자
폭풍이 되어 구름을 흩어 버렸네.
마왕은 다시 사견(邪見)의 화살을 내쏘니
삿된 어둠이 되어 세상을 덮었으나
보살이 정견(正見)의 화살을 놓으니
해가 되어 마군의 어둠을 제거했네.
보살은 큰 인욕의 갑옷을 입고
지계(持戒)를 갖추어 버티어 서자
7각지(覺支)의 꽃다발을 걸고
정진(精進)과 선정(禪定)의 영락도 미묘하고 좋은지라
손에 자비의 활을 쥐고 적멸의 화살을
뜻의 통 가운데서 뽑아내어서
적절히 한 번 쏘자 다 이기되
아수라가 제석천을 이김과 같았네.
마군이 제 아무리 무서운 모양을 해도
보살의 뜻이 정해[定] 털끝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네.
이때 정거천의 천왕이
과거의 성불하는 법을 받들어 가졌으니
마음의 미움과 사랑을 모두 다함이라
허공중에서 보살이 이김을 보았네.
그러자 모든 천자들은 마왕에게 이르되
“오직 그대 파순(波旬)아, 항상 자세히 살펴라.
파순아, 무슨 까닭에 헛수고를 하느냐.
부질없이 너의 재주만 허비함을 말하노라.
악한 생각을 버리고 적멸한 마음을 가질 일
어찌하여 보살을 해치려 하는가.
이 어른은 누구라도 움직일 이 없거니
마치 입김으로 수미산을 부는 것 같으리.
그러므로 자애로이 마왕에게 말하노니
스스로 지키고 보살을 괴롭히지 말라.
온갖 물건이 본성을 버리되
바람은 가벼이 움직임을 버리고, 불은 뜨거움을 버리고
땅은 무거움을 버리고 물은 습함을 버리고
어두움은 밝음을 피치 못해 해는 비춤을 버리며
달은 오히려 땅에서 다니고
수미산은 공중에 오르고 바다를 건너가더라도
한량없는 겁으로 쌓은 복덕의 업은
마침내 그 결정의 맹세를 버리거나 물러나지 않는다.
그 결정과 정진의 힘은
미워하건 좋아하건 중생을 사랑하며
법회가 흥성하여 모든 하늘 사람에게
정법(正法)의 감로수를 먹였네.
발심하고 원함은 중생을 편케 함이라.
자연히 뜻을 내되 세간을 어여삐 여김으로
본래 서원을 이루지 못하면 마침내 일어나지 않으니
해가 나면 어둠을 구해도 될 수 없듯 하네.
보살은 큰 자비로 세간이 번뇌의
근심에 유린됨을 불쌍히 여겨
널리 모든 법의 좋은 약과
37종의 신기한 고약을 모으심은
널리 세간에 신기한 약을 펴려 함이라
너 마군은 침범하거나 어지럽게 못하리.
일체 중생이 삿되고 미혹한 길에 떨어지므로
바르게 인도하려거니, 어찌 못 하리.
세간의 어둠은 타락기름으로 없애나
일체 큰 지혜의 등불은 밝아
부처님 큰 뜻은 지금도 밝나니
그대 마왕은 끄지 못하니 물러감이 좋으리.
이 세간을 보건대 번뇌의
깊은 바다 밑에 잠기고 빠졌기에
잠기고 빠진 것을 건지려 하거니
어찌 못되게 선행하는 이를 어길 수 있으랴.
처음 선근(善根)을 냄이 견고하여
큰 인욕의 모난 줄기를 세웠으며
뜻의 가지와 잎이 넓고 크며
금계(禁戒)의 꽃이 매우 고와서
큰 지혜의 나무가 이제 나고자 하며
바른 법의 단 과일이 익으려 하거니
그대 마왕은 방해를 지으려 말라.
참으로 굳고 요긴한 나무가 나리라.
예부터 부처의 씨를 갖가지로 심어
이제 그 꽃이 활짝 필 때라
지금 앉은 이 자리가 가장 마땅해
과거세에 있어 모든 부처님처럼
이 자리가 덕이 있어 지제(地齊)라 하고
수억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곳이거늘
넓고 넓은 이 땅 위에는 다시
뜻으로 받들 만한 거룩함이 없다네.”
마왕은 이 말을 듣고 근심에 싸여
“보살은 나의 커다란 힘을 보았는가.
천지를 태우려 하면 다 태워 버리고
철위산의 넓은 땅은 삼킬 수 있다.”
보살은 그 말에 대답하기를
“본래 어떤 수행으로 큰 힘을 얻었느냐?”
마왕이 하는 말이 “나는 사당에 제사하되 크게 베풀어
이름과 덕이 널리 들려 두루 하였네.”
“너는 한 번 사당에 제사한 덕이 그러하나
파순아, 다시 내 말을 들어라.
나는 크게 사당에 제사하기를 그 수가 없고
두루 이 땅에 빈 곳이 없었노라.”
마왕이 말하길 “내가 행한 것은 당신도 잘 알지만
당신 수행함은 누가 증명하리오.”
보살이 마왕에게 “자세히 들어라.
이제 너에게 나의 수행하였음을 증명해 보이리라.”
그리고 보살은 빛나는 팔에서
붉은 구름 속에서 불빛이 빛나듯
가사 속에서 그 팔을 내니
소담하고 미끈한 묘한 팔이네.
전생에 착한 행을 쌓고 모으므로
천 가지 복의 바퀴무늬 손바닥도 묘상이 구비한데
마왕에게 손으로 땅을 치면서
“나의 행함은 이 땅이 증명하리라.”
그러자 땅의 귀신이 몸을 나타내어
큰 소리로 외치되 “내가 증명하겠소, 내가 증명하겠소.
이 땅에서 큰 제사를 베푸니
명문이 제일이라 갖추지 않음이 없소.
다시 이름하되 “금을 많이 베푼다.” 하고
또 한량없이 말[馬]을 베풀되
자주자주 포식시켜 이 땅에 가득했고
또 7보를 비 내리듯 세간을 배부르게 하였네.
여기서 머리를 보시함도 수천이요
여기서 자기의 처자도 보시했으며
여기서 몸의 살과 껍질을 벗겨 줬고
여기서 피와 골수를 보시하였네.
또 이 땅에서 수없는 몸을 보시하였고
갖가지 몸으로 세상에 버려도 거역하지 않았다네.
땅은 이렇게 증명하고 번복하여
땅을 진동시켜 큰 소리를 내었네.
삼천대천세계가 6종으로 움직여
마왕과 그 군사들을 잡아 쳐서
거꾸러지고 둘러엎고 땅에 떨어지며
공중에서 큰 소리로 외치되
“석가 태자가 완전히 원수를 이기고
이미 마왕의 원수와 번뇌를 이겼네.”
마왕의 큰 깃대가 꺾여 버리고
마군은 패하여 물러났다”는 소리만 두루 찼었네.
이에 마왕을 이기고 다시 뜻을 정했나니
뜻을 정하자 깊이 모든 불사(佛事)를 생각했네.
덕이 무거워 땅도 이길 수 없고
마음이 뛸 듯이 기뻐함이 천둥치듯 하였네.
보살은 곧 땅 귀신에게 일러 말하되
“움직이고 움쩍 않음은 다 너 때문이니
다시 움직이지 말고 잠깐 참아라.
내 귀의가 없는 사람에게 귀의를 지으리라.
너 오래도록 집을 찾기가 한량이 없으니
어버이와 임금을 역해하고 친족을 속인 자
바르지 못하고 삿되어 온갖 죄를 지은 자며
착한 뿌리를 뽑고 악을 행하는 사람이며
전도견해[倒見]의 독을 먹고 어둠에 떨어지는 사람이며
고액의 무거운 짐으로 지옥에 떨어짐을
이미 이런 것도 이겼거니 다시 조금만 참아라.
꼭 내 모든 괴로운 짐을 버리게 해 주리라.”
이렇게 하고 모든 선정을 관하여
모든 선정에서 가장 자재로움을 얻어
구원겁의 첫 시작 일
전세(前世)에 지난 일을 엊저녁 일같이 생각했네.
밤중이 되자 천안(天眼)으로 관하여
일체 것을 밝은 거울같이 보았네.
5도(道)의 중생들을 비추어 사무치니
단단하지 못함이 파초와 같았네.
그날 밤 3경에 이르러서
뜻의 요긴하고 묘함을 살피고 생각하자
일체 세간은 모든 괴로움의 모임이라
생ㆍ노ㆍ병ㆍ사로 드디어 헤어지며
어리석고 미련함에 덮이어 출요(出要)의 길이 막혔으므로
함정을 피치 못함이 장님과 같았네.
보살은 생사의 근원을 다하고
그 생기고 멸함을 살펴 밝게 알았네.
마음으로 거듭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되
늙음은 어디서 오고 죽음은 어디서 생기느냐.
다시 바른 생각을 내되 생(生)을 인연한 까닭에
늙음을 인해 병나고 병으로 죽으며
그 머리가 있으므로 머리 아픈 근심이 있나니
마치 나무가 생기면 반드시 썩어짐과 같았었네.
거듭 본래 씨앗이 유(有)로 인함을 생각하자
갖가지 행(行)이 수(受)에 인연함을 깨달았네.
수란 어디서 나느냐. 애(愛)에서 생기며
애가 생김은 각식(覺識)에서 옴을 관하고
각식은 촉(觸)에서 생기며
촉으로 인연해 모든 뿌리가 있어
육입(六入)의 원인은 명색(名色)을 인연하며
명색의 인연하는 것의 인연들을
이렇게 밑으로 인연해 위에 이르자
어리석음으로써 생사가 일어나는 근원을 깨달았네.
이것이 멸하면 일체가 다 멸하여
어리석음의 생사 근원도 따라 멸했네.
12인연의 근본을 살펴 알되
깨달은 대로 자세히 깨달아 알자
여덟 가지 성인의 길의 가장 제일은
먼저 정견(正見)을 잡음이 실다워
내가 없으면 삼계가 다함을 보았고
지혜의 불로써 번뇌의 못을 태웠네.
이렇게 판단하고 스스로 찬탄하되
“깨달을 일을 이미 다 성취했으니
나는 이미 옛적 선성(仙聖)들이며
모든 불ㆍ세존이 행하던 길을 얻었네.”
그날 밤 3경이 지나고 나서
해가 돋을 무렵에 도의 깃대가 나타나
중생들이 고요히 잠들고 있을 때
일체 지혜의 가장 위인 불도(佛道)를 성취하였네.
“내 이미 옛 선성의 도를 이룩하였네.”
모든 불ㆍ세존이 행하던 도를
부처의 가장 제일인 지위를 이루자
삼천 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며
모든 하늘 사람들이 허공에 가득히
크게 기뻐 꽃을 뿌려 대지를 메웠네.
금싸락ㆍ은싸락ㆍ전단향 가루 등
하늘이 만든 꽃이 두루 가득해
땅에 가득하고 허공에 차도록
사랑에 맺힘 없는 하늘 꽃을 내렸네.
악기를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리며
모든 하늘이 허공에서 음악을 지어
하늘들은 세간이 얻어짐을 경사롭게 여기고
땅과 허공의 귀신들도 춤추고 뛰놀았네.
불귀신은 크게 기뻐 저절로 타고
못과 바다도 파도가 쳐 묘한 소리를 내며
나무귀신들은 각기 기이한 꽃을 바치고
수미산과 모든 산도 기뻐 절을 했네.
지옥도 쉬고 아귀도 배부르며
중생들은 서로 사랑해 원수와 미움이 없었네.
부처님 몸에서 바른 법의 빛을 놓자
4유(維)와 위 아래 시방에 가득 찼네.
갖가지 온갖 형상을 나타내어
먼저 두루 깨치도록 하고
여덟 가지 성인의 길이 비로소 다시 나타나
길 잃은 아이에게 길을 인도케 했네.
여기 묘한 꽃이 있으니 모든 깨달음[諸覺]이라 이름하네.
모든 깨달음이라 말할 찰나 숲이 나타나
37조도품(助道品)의 수도 각각 달라
각각 제대로 형상을 나타냄이 뜻을 말하듯
희고 푸르고 누런 여러 빛으로
광명도 이렇듯 법은 소리로 말했네.
부처의 해가 세간을 밝게 비추며
그 광경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부처님은 다시 신비로운 광명을 내고
7일 동안 먹지 않고 앉은 채 법을 즐겼네.
이때 부처님께서는 이런 게송을 읊되
“기쁘도다. 복보(福報)로 묘한 원이 이루어져
빠르게도 곧 가장 위인 적정을 얻었으니
안락을 보호해 다시 다른 괴로움을 받지 않네.
마왕이 군사들과 함께 모여 와
각기 형상을 나타내어 나를 대적했으나
마침내 내 뜻을 움직이지 못했고
공덕의 힘으로써 항복 받아 이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