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승론 하권
3. 순수제행품(3)
[보살의 계]
【문】 만약에 아직 보살지에 들어가지 못했어도 구족계를 받은 비구로부터 예를 받을 수 있는가?
【답】 예를 받을 수 있다. 초발심보살이 일체의 성문ㆍ벽지불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존자 나후라는 다음의 게송을 설하였다.
만약에 깊은 마음을 일으키면
반드시 보리를 낳을 것이니
따라서 일체의 사람들이
공경하는 대상이 될 것이다.
【문】 어떻게 구족계를 받은 비구가 구족계를 받지도 않았고 아직 정위(正位)에도 들지 않은 보살에게 예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인가?
【답】 응당 보살에게 예를 올려야 한다. 왜냐하면 성문의 계는 받았다 하더라도 수명이 다하면 반드시 버리게 되지만, 보살이 발심하여 성취한 자성(自性)의 제일의계(第一義戒)는 해탈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문이 비록 구족계를 받았더라도 오히려 아직 정위에 들지 못한 보살에게 예를 올려야만 한다.
보살의 체성(體性)은 살생을 하지 않는 마음이다. 칼이나 몽둥이를 멀리 버리고 심지어 벌레나 개미 같은 미물을 죽이려는 마음을 다하여 없애고 부끄러워한다. 이런 식으로 더 자세히 언급할 수 있다.
보살의 체성은 도둑질하지 않음이며 나아가 보살의 체성은 삿된 견해가 없다. 바라제목차(婆羅提木叉)라면 수명을 마칠 때나 도를 그만 둘 때 버리지만, 보살대사의 체성(體性)의 계가 성취되면 도량에 이를 때까지 끝내 중도에서 버리지 않는다.
이러한 뜻이 잇기 때문에 비록 성문이 구족계를 받았어도 응당 보살에게 예를 올려야 한다.
【문】 체성의 계를 성취했을 경우, 공양할 수는 있어도 예를 올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답】 그렇지 않다.
공덕이 있기 때문에 또한 응당 예배드려야 하나니, 어찌 단지 공양뿐이겠는가?
그대가 말하기를 1계를 받지 않은 보살에게는 예를 올릴 수 없다고 했는데, 내가 지금 다시 그대를 위하여 자세히 말해 주리라.
비단 백사갈마(白四羯磨) 때문에 구족계를 받는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비니(毘尼)나 비바사(毘婆沙)에서도 열 가지 구족계를 받는 것에 관해 설하고 있다.
보살에게는 갖가지 계를 받음[受戒]이 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선래(善來)비구는 자연히 구족계를 받았고,
마하가섭은 자신이 맹세한 인연으로 스스로 구족계를 받았으며,
교진여는 진리를 알았기 때문에 구족계를 받았고,
바사바제(波闍波提)비구는 팔법(八法)으로 구족계를 받았으며,
달마제나(達摩提那)비구니는 사자(使者)를 보내 구족계를 받았고, 수타니야(須陀尼耶)사미는 논의(論議)로 구족계를 받았으며,
야사(耶舍)비구 등은 ‘잘 왔도다’라는 말로 구족계를 받았고, 발타라파능가(拔陀羅波楞伽)는 삼귀의로 구족계를 받았고,
변지(邊地)에서는 제5(第五)의 율사로부터 구족계를 받았으며,
중국(中國)에서는 백사갈마로 구족계를 받았으니,
이렇듯 보살은 항상 구족계를 받아 일찍이 버리고 떠난 적이 없다.”
[보살의 공양]
【문】 만일 법복을 입은 보살이라도 백의(白衣)의 보살에게 예를 올려야 하는가?
【답】 보살은 방편으로 오신통을 갖추고 중생을 수순하여 일체의 형상을 지었으니, 그 옷과 똑같은 옷을 입을 수 있으며, 또한 일체 중생을 수순하여 모든 취(趣)에 들어가 그들과 똑같은 모습을 나타낸다.
[취(趣): 생사윤회의 육도(六道)를 말한다.]
대보살 등은 중생의 업보를 따라 변화하여 몸을 받으니,
존자 구마라타(狗摩羅陀)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설하였다.
모든 취(趣)에서 다 변화하여 나타나지만
오직 정거천만은 제외되네.
중생의 업에 따라 갖가지로 구르니
어느 처소에서든 몸을 받지 않는 곳이 없네.
이러하기 때문에 모든 보살은 항상 중생에게 한결같은 이익을 주고 그 중생의 처소에 따라 몸을 받아 그들을 인도한다.
이는 방편력으로 중생을 위한 것일 뿐이지 번뇌의 업보에 따라 매인 것은 아니다.
존자 제바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설하였다.
스승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고
또한 제자가 되기도 하네.
갖가지 방편으로
모든 어리석은 이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자재하게 모든 취(趣)에 들어가
항상 대중들의 공경을 받으니
만일 공경하지 않는다면
이는 크게 교만한 업이네.
이렇듯 보살은 비록 외형적으로는 재가의 속복을 입었어도 마땅히 예경을 받아야 하니, 여래도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약간의 형상을 나투는 것과 같고, 또한 화불가사왕(化弗迦沙王)이 늙은 비구의 모습을 나타내거나 기와장이의 모습을 나타내거나 역사(力士)의 모습을 나타내거나 금(琴)이나 슬(瑟)을 연주할 수 있는 기예를 지닌 사람의 모습을 나타내거나 또한 갖가지 재가인들의 형상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비록 온갖 한량없는 형상을 나타내더라도 일체 모두가 공경하고 예배해야 한다. 그러므로 비록 세속의 옷을 입었더라도 응당 예경해야만 한다.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설하셨다.
모든 행을 장엄하게 장식하되 적멸하고
번뇌를 조복하기 위하여 반드시 범행을 닦아
모든 중생들에게 칼과 몽둥이를 버리게 하니
이를 사문바라문(沙門婆羅門)이라 하네.
그러므로 모든 보살에 대하여 그 형상이나 모습을 허하여 분별하지 말아야 한다.
보살은 단지 삼계의 중생을 위하여 큰 저택을 짓거나 부처님으로 화현하거나 천상인이나 인간으로 화현하거나 갖가지 축생의 모습으로 변화하니, 일체가 다 저 보살의 오묘한 공덕의 덩어리에 예경해야만 하며, 그 형상이나 모습에 예경할 마음을 짓지 말아야 한다.
저 세인들은 형상에 예경하여 법신을 공경하는 일과는 거리가 머니, 하물며 금속이나 돌 그리고 진흙덩어리나 나무에 대해 존경하고 받드는 일에 있어서이겠는가?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방편으로 안과 밖의 명상을 나타내어 중생을 이익되게 하니, 예경하여도 허물이 없다.
이러하기 때문에 여래는 열반한 것도 아니고 열반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나후라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설하였다.
생사의 괴로움 길기도 멀어
마땅히 열반에 들어야 하나
위대한 자비력이 있기 때문에
오래 머물러 버리지 않네.
그러므로 생사를 따라 멀고도 오랜 동안 법신은 상주(常住)하되 색신은 응하여 나타나니, 등불의 멸함과 같다.
따라서 보살의 법신이 모든 부처님의 색신보다 뛰어나다.
모든 부처님의 색신은 욕계에서 정각을 이루나, 보살의 법신은 정거천에 머물며 보살의 법신은 모든 부처님의 일체 종지에 머문다.
모든 부처님의 색신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모든 석범(釋梵)과 사천왕 등으로 하여금 다 공경하도록 한다.
이러하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62억 항하사의 모든 부처님의 색신에게 공양하는 것이 보살의 한 법신에게 공양함만 같지 못하다고 말씀하셨다.
『집일체복덕삼매경(集一切福德三昧經)』에서는 정법을 좋아하는 것에 관해서는 설하되 끝내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에 관해서는 설하지 않았다.
『법화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설한다.
항상 영취산과
다른 모든 주처(住處)에 계시나
어리석고 지혜 없는 이들은
비록 계셔도 보지 못하네.
[여래장]
『일체세계대장엄삼매경(一切世界大莊嚴三昧經)』에서 선남자에게 말한 것이 있다.
“그대는 여래의 법신을 보는가?”
“세존이시여,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습니다.
하나의 털구멍에서 백억 나유타 모든 부처님 세계의 몸과 입의 업 등이 일체 모든 부처님의 세계에 두루 가득한 것을 보았습니다.”
또 『여래밀장(如來密藏)』에서 설한 것이 있다.
“지속질(持速疾)보살 여래의 정상(頂上)을 관(觀)하되, 한량없는 모든 불세계에 이르렀어도 오히려 볼 수 없는 것과 갖고, 목련이 여래가 설법한 음성을 찾아 야마(野馬)의 세계에 이르렀어도 오히려 부처님의 음성을 다 찾지 못한 것과 같다.”
『수능엄경』에서는
‘여래가 궁전 가운데 계시면서도 한량없는 세계를 나타내니, 처음 몸을 받고, 법륜을 굴리며, 열반에 드는 모습을 나타낸다’고 설한다.
『밀장경(密藏經)』에 설하셨다.
“여래의 법신은 일체 중생의 몸속에 머무르며 그 빛과 그림자가 외부에 나타나니, 마치 깨끗한 채리마니주(綵裹摩尼珠)는 이를 막거나 가릴 수 없는 것처럼 법신 또한 그와 같다.”
그러므로 여래의 법신은 일체 모든 중생 가운데 두루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에 의하면 고목이나 초목에도 또한 여래의 법신이 다 들어 있어서 해로움을 주지 않는데, 하물며 나머지 다른 종류이겠는가?
따라서 법신은 응당 칭량할 수 없으니, 모든 여래 이외에는 알 수 있는 중생이 없다.
유마힐이 설하는 바에 따르면, 일체의 불국토는 모두 엄정(嚴淨)하고 이 사바세계도 또한 이러하니, 큰마음의 중생 즉, 보살에게는 여래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석가여래께서는 선교방편으로 모든 성문의 큰 제자들에게 오탁악세(汚濁惡世)와 모든 외도 등을 나타내 보이셨다.
비록 동일하다거나 다르다고 헤아리더라도 이와 같은 사람들의 일체의 몸속에는 또한 법신이 존재하니, 다 보살의 선교방편으로부터 생겨나 모두 마하연의 도(道)를 일으켜 나타낸다.
따라서 보살은 삼천대천세계에서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에 갖가지로 다른 형상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