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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의족경 하권
16. 유루륵왕경(維樓勒王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에 가유라위성(迦維羅衛城)에 있는 모든 석씨(釋氏)들이 대전(大殿)을 새로 세운지 오래되지 않아 모든 석씨들이 모여 이렇게 상의했다.
“지금부터 사문ㆍ범지ㆍ석씨문중의 어른ㆍ장자의 아들 등은 이 전당에 먼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반드시 부처님이 먼저 들고 비구승은 다음에 들게 한 뒤에 다른 사람이 그 뒤를 따라 들게 하자.”
그때에 사위국의 왕자 유루륵(維樓勒)이 볼일이 있어 석씨국[釋國]에 갔다가 성에 이르기 전에 날이 저물어 문득 새로 지은 궁전에 들어가 자고 이튿날 성에 들어가 볼일을 마친 뒤에 제 나라로 돌아왔다.
그때 모든 석씨들은 유루륵 태자가 새로 지은 궁전에서 자고 갔다는 말을 듣자 대단히 불쾌하고 화가 풀리지 않아 이렇게 꾸짖었다.
“지금 어쩌다 종의 자손[婢子]으로 하여금 새 궁전에 먼저 들게 하였을까?”
그리고는 다 함께 궁전의 흙을 7척 깊이까지 파버리고, 다시 깨끗한 흙을 파다 채우는 한편 다시 쇠똥 물을 구해다가 네 궁전을 씻어냈다.
유루륵 태자는 모든 석씨들이 부정한 마음으로 자신을 미워하여 전당 안의 흙 7척을 파버리고 다시 새 흙으로 채웠다는 일과 쇠똥물로 궁전을 씻었다는 일이며 자신을 종의 자손으로서 새 궁전을 더럽혔다고 꾸짖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자
마음 속으로 한을 품고 이렇게 다짐했다.
‘내가 뒷날 국정(國政)을 맡게 되면 어떻게라도 저 석씨종족을 다스리리라.’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사위국이 왕이 죽으니[崩] 대신들은 의논하여 태자를 왕으로 추대했다.
유루륵왕은 곁의 대신들에게 물었다.
“부정한 마음을 가지고 국왕을 미워한 자는 그 죄가 어디까지 이르르는가?”
신하들이 대답 했다.
“그러한 죄는 죽음에 이르릅니다.”
왕이 말했다.
“모든 석씨들은 부정한 마음으로 나를 미워했다. 그러나 모든 석씨는 부처님의 친가(親家)이다. 뿐만 아니라 부처님께서는 모든 석씨를 은애(恩愛)하시니 끝내 그분의 자손을 죄줄 수는 없으리라.”
신하들이 다시 아뢰었다.
“부처님은 세상의 욕심을 버리어 친속(親屬)에 대한 은애가 없으시니 모든 석씨들의 죄를 다스리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왕이 이 말을 듣자 “좋다”하고는 곧 네 가지 군사, 즉 코끼리ㆍ말ㆍ수레ㆍ보병 등을 이끌고 성을 나서서 호령하기를
“가유라위성을 공격하라”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공양할 때가 되자 발우를 드시고 사위성에 들어가 음식을 빌어 잡수시기를 마치고는 성에서 나와 길 가의 석수(釋樹), 그것도 가지가 적고 잎도 적어 서늘한 그늘이 적은 나무 밑에서 우두커니 바라보고 계셨다.
왕은 많은 병사를 이끌고 길을 따라 달리다가 멀리서 부처님이 그늘도 적은 나무 밑에 서 계시는 모습을 보고,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께 다가가 절을 하고 한 쪽에 서서 이렇게 아뢰었다.
“지금 다른 곳에 큰 나무가 있는데 그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그늘이 두터워 시원한 곳이 있습니다. 그 이름을 가전이라 하오매, 가유라위에는 우담발(優曇鉢)ㆍ니구류(尼拘類) 등도 많사온데
부처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그러한 나무의 그늘에 앉으시지 않고 지엽도 적고 그늘도 적은 이 작은 나무 밑에 앉아계십니까? 여기에 무슨 시원함이 있겠습니까?”
“그 이름을 사랑하고 그 시원함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밑에 앉아있는 것이요.”
왕은 속으로 생각하기를
‘그렇다면 부처님은 계속해서 모든 석씨종족을 은애하시고 계속해서 그들을 도울 뜻을 가지고 계신 것이다’하고는
곧 군사를 돌려 본국으로 돌아왔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의 백성을 가르치시다가 문득 가유라위국으로 가시고 싶은 생각을 내셨다.
곧 모든 비구들을 거느리시고 석국에 이르르니 니구류(尼拘類) 동산에 머무르면서 가르침을 펴셨다.
그로부터 얼마를 지나 사위국왕이 다시 곁의 신하들에게 물었다.
“만일 어떤 이가 부정한 마음으로 국왕을 미워하면 그 죄가 어디에 이르는가?”
신하들이 대답했다.
“그러한 죄는 죽음에 이릅니다.”
왕이 다시 말했다.
“모든 석씨들이 나에게 나쁜 짓을 했는데 자손들이 모두가 부처님의 근친이다. 부처님은 마땅히 모든 석씨 종족을 보살피실 터이매 나는 끝내 그 자손들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신하들이 또 아뢰었다.
“저희들 모두가 들었습니다. 모든 사문들은 말하기를
‘구담께서는 음욕을 모두 끊었다’고 하였으니
어찌 근친들을 은애하실 리가 있겠습니까?
왕께서 만일 그들의 죄를 다스리고자 한다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왕은 모든 신하들의 이런 말을 듣자 곧 네 가지 군사를 일으켜 외치면서 성을 나와 석씨국에 이르러 날이 저물자 석씨성에서 사십 리쯤 떨어진 곳에 묵었다.
석씨들은 사위국왕이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이 나라를 공격하기 위하여 성에서 사십 리 떨어진 곳에 묵는다는 소식을 듣고 내일 아침이면 공격해 들어오리라고 걱정하였다.
이에 발 빠른 기사(騎士)를 뽑아 부처님 계신 곳에 보내어 이 사실을 알리고 자신들이 어떤 방편을 써야 좋을지를 가르켜 주시기를 청하니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성문을 굳게 닫으면 왕도 끝내 이기지 못할 것이다.
만일 문을 열어 왕을 받아들인다면 유루륵왕은 곧 모든 석씨종족을 죽일 것이 틀림없다.”
기사는 부처님의 분부를 듣고 곧 부처님께 절하고 말에 올라 갈 때와 같이 달렸다.
이때에 현자 마하목건련(摩訶目犍連)이 부처님 뒤에 있다가 문득 이렇게 아뢰었다.
“부처님[明慧]이시여, 석씨들의 일로 근심하지 마옵소서.
제가 지금 석씨네 한 나라를 들어다가 딴 천지 사이에 옮겨 두거나 아니면 무쇠 그물을 쳐 놓으면 온 천하가 함께 온다 하여도 어찌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라. 설사 그럴 수 있다 한들 그 죄야 어찌하겠는가?”
목건련이 다시 아뢰었다.
“다만 형상 있는 일만을 말씀했을 뿐이옵고 형상없는 죄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선하거나 악한 업을 지으면 끝내 썩지 않나니
복락만을 좇는 이는 저승세계가 괴롭다.
선과 악을 재배한 것 햇볕 따라 자라나서
오랜 뒤에 자기 몸이 돌려 받으리.
사위국왕은 곧 무기[鬪具]를 다듬고 전진하여 석씨성을 공격하려 하자 모든 석씨들도 모두 네 가지 군사, 즉 코끼리ㆍ말ㆍ수레ㆍ보병 등의 군사를 거느리고 성에서 나와 유루륵왕에 대항하려 하니 그들도 또한 무기를 다듬어 사위국왕과 맞섰다.
바야흐로 싸움이 붙자 마주 대하기도 전에 모든 석씨들은 문득 활을 당겨 예리한 화살을 쏘는데 수레를 쏘아 부셔야 할 때에 수레의 멍에를 쏘거나 수레의 바퀴를 쏘거나 수레바퀴의 축을 쏘거나 혹은 말의 갈기[䭷]만을 쏘고, 또 사람을 쏘아야 할 때에 주보(珠寶)만을 쏘아 사람은 전혀 해치지 않았다.
사위국왕은 크게 놀라 측근 신하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그대들은 아는가? 석씨들이 몽땅 나서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니 우리가 어찌 이기겠는가? 차라리 일찌감치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이때 곁에 있던 신하가 아뢰었다.
“저희들이 지난날 듣기로는 석씨 종족들은 모두가 오계(五戒)를 받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산 목숨을 범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설사 자신이 죽음에 이른다해도 절대로 남을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남을 해치면 계를 범하기 때문입니다. 오직 전진하시기만 하면 틀림없이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그 말에 따라 곧 군사를 이끌고 석씨네 진중을 향해 돌진하였다.
그러자 석씨들은 왕의 전진이 매우 급한 것을 보고 문득 성 안으로 들어가 성문을 굳게 닫았다.
그때에 사위국왕이 사람을 보내 석씨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외가댁 여러분[舅氏], 나와 무슨 원한이 있기에 문을 열지 않는가?
잠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들여 보내 주시면 곧 나올 것이요, 성 안에 오래 머물지 않겠소.”
석씨들 가운데는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또 평소 경법(經法)을 행하여 의심치 않는 이가 있었는데 그들은 길을 향하여 이르기를
“문을 열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석씨들 가운데는 아직 마음이 맑아지지 않고, 불ㆍ법ㆍ승에 귀의하지도 않아 확실한 믿음도 없고 의심이 남아있는 이가 있었는데 그들은
“문을 여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상의하였다.
“우리들은 이럴 것이 아니다. 행여 이 가운데는 다른 방법[外對]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앉아서 노인들에게 산가지[籌]를 돌리자. 그래서 산가지를 받지 않는 이는 왕을 들이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산가지를 받는 이는 왕을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것으로 하자. 그래서 많은 쪽을 따르기로 하자.”
그리고는 바로 산가지를 돌렸는데 모두가 받고 받지 않는 이가 적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말하기를
“문을 열어 왕을 받아들이자”고 하였다.
석씨들이 문을 열고 유루륵왕을 받아 들이니 왕은 가유라위성에 들어오자마자 석씨 사람들을 산 채로 끌고 성 밖으로 나가 모두 죽이기 시작했다.
그때에 석마하남(釋摩訶南)이 사위국왕에게 아뢰었다.
“바라건대 천자시여, 나의 작은 소원 하나를 들어 주십시오.”
“장군의 소원이 무엇인가?”
“내가 지금 이 연못[池水] 속에 들어가 있을 터이니 그 동안만이라도 이 석씨들을 풀어주십시오.”
그때에 대신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석마하남의 소원을 들어 주십시오. 그가 물 속에 얼마나 있을 수 있겠습니까?”
왕은 곧 그의 소원을 들어주겠노라고 허락하니 석마하남은 연못으로 들어가 머리를 풀어 물 밑의 나무뿌리에 매고 죽었다.
왕은 그가 물 속에서 너무 오래 있는 것이 수상하여 문득 사자를 시켜
“석마하남이 물 속에서 무엇을 하는지 살피고 오라”고 하였다.
사자가 왕의 분부를 받고 가서 살펴보니 마하남이 물 속에서 죽어있었다.
이를 본 사자는 얼른 돌아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석마하남이 머리를 풀어 나무 뿌리에 매고 죽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왕은 곧 성 안에 남은 석씨들을 교살하고 다시 물었다.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죽었는가?”
대신들이 대답하였다.
“모두 코끼리에게 밟혀 죽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문득 본국으로 돌아갔다.
부처님께서 해질 무렵에 모든 비구에게
“서심수가리(逝心須加利) 강당으로 모이라”고 하시니,
비구들은 “좋습니다”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과 함께 서심강당으로 가시는 길에 모든 석씨들이 죽어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석씨들 가운데는 아직 말할 수 있는 이가 더러 있었다.
그들은 멀리서 부처님을 뵙고 소리를 높여 부처님을 원망하였다.
부처님은 그들의 슬픔이 매우 애통함을 아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 유루륵의 죄는 결코 적지 않으리라.”
그리고는 곧 석씨들의 나라에 이르러서 변화로 무수한 평상을 만들어내시고는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석씨들을 위하여 널리 경법을 설하신 뒤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하냐?
백정[屠者]이 그 업을 짓고 그렇게 생활한 인연으로 즐거움을 얻거나 성스러운 코끼리나 신비한 말이나 칠보의 수레를 탈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대답했다.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다. 나의 뜻도 그러하니라. 백정이 그 업에 의하여 스스로 부귀와 안락을 얻는다는 것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느니라.
무슨 까닭이겠는가? 백정은 자비심이나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없이 모든 짐승을 살피어 차지했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의 생각이 어떠하냐?
고기를 잡고 사냥하고 백정질 한 자가 그 일을 하고 그 업을 짓고 그것으로 생활했다면 그로 인해 신성한 코끼리나 성스런 말이나 보배 수레를 타고 마음껏 부귀와 쾌락을 누릴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대답했다.
“못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나도 역시 고기잡이나 소백정으로 업을 삼아 살아가던 이가 부귀와 쾌락을 누리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그들은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멀리 하고 자관(慈觀)이 없이 짐승들을 차지했기 때문이니 이렇게 즐거움을 멀리 여의었거늘 어떻게 이런 어리석은 사람이 도를 향하는 길에서 과위를 얻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남을 상해(傷害)하는 자는 선근까지도 멀리하는 것이니, 금생에 칠일 이내에 물에 빠져 죽으리라.
비구들아, 이런 까닭에 인자한 마음을 닦을 것이요 상해하는 마음은 내지 말지니, 설사 태움이나 횡액을 당하더라도 해치려는 마음을 내지 말지니라.”
부처님께서 이러한 근본과 이러한 인연과 이러한 이치로써 모든 제자들로 하여금 소중한 말씀으로 이해하게 하시고 다시
“살펴서[撿] 후세의 거울로 삼아 나의 경법이 오랫 동안 세상에 머물게 하라”하셨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의족경(義足經)』을 말씀하셨다.
자비심이 없음으로써 두려움을 이루나니
사람들은 세세생생 맑은 이에게 들으라.
이제 가히 슬퍼할 이치를 말하려 하노니
나의 가르침을 좇아 두려움을 버려라.
괴로운 세계에 윤회하는 모든 세상 사람들은
마치 물 없는 곳에서 퍼득이는 고기와 같네.
괴로움은 해치려는 뜻에서 생기나니
그들이 두려움과 어리석음을 바꾸면 그윽히 즐거우리.
모든 세계는 다 불타고 있나니
사방의 모든 곳 어지러워 편안한 곳 없어라.
스스로 높은 체하여 애착을 버리지 않는 이
알지 못하는 까닭에 어리석은 뜻을 지닌다.
스스로 속박을 만들어 저승의 고통을 구하지 말라.
내가 모두 관찰해보니 마음이 즐겁지 않네.
그들은 고통을 받음이 매우 심각하나니
선정의 지견으로도 참기가 어려워라.
극심한 고통이건만 굳이 버리지 않고
고통을 간직한 채 온 세상을 두루 달리네.
세존은 그들을 보자마자 고통에서 건져주나니
괴로움 모두 잊고 다시 달리지도 않네.
세상에 있더라도 모두 받아들이지 말고
삿됨은 어지러움의 근본이니 버리고 따르지 말게.
욕망을 싫어할 줄 알면 모든 것에서 해탈할 수 있고
피하는 공부,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이 저절로 이루어지리.
지성(至誠)에 머물러 망동하지 말고
곧은 행을 지켜서 이간하지 말며
성냄의 불 끄고 탐욕의 무더기를 흩어 없애고
번거로운 생각을 버리면 지혜로워져 해탈할 수 있으리.
몽매한 채로 잠만 자지 말고
법도 없는 자를 멀리하여 어울리지 말며
꾸미는 말은 멀리하여 취택치 말고
빈 생각으로 대하면 모두 사라지리라.
속여서 끌어 당기려 하지 말고
화려한 빛깔의 옷을 입으려 말며
몸 단장하는 도구를 몸에 붙이지 말라.
장난삼아 몸에 붙이다보면 벗어나기 어려우리.
오래 묵은 나쁜 기억은 버리어 생각하지 말고
장차 친해지기를 바라지 말며
현재에 없다해서 근심하지도 말고
사방의 고통바다를 여의기 위해 재빨리 달리라.
나는 말하노라 탐욕은 큰 폐단이라고
나쁜 소견 흘러들거든 그 의혹 제어하되
인연을 따른다는 생각 마음에 새기라.
애욕의 때에 무너지면 다시 여의기 어려우리.
애욕의 힘을 버리는 이 그 수효 적으니
여러 세대 바뀌어도 끝내 없구나.
버려서 빠져들지 말고 따라 헤매지도 않으면
그 흐름 어느덧 끊어져 속박됨이 없으리.
진실을 힘으로 삼고 지혜를 멍에 삼으면
선 자리에서 저 언덕에 이르러 지혜로와 근심 없으리.
이 위태로움을 급한 일인듯 간수하여
힘을 다해 지키면 평안함에 이르리.
이미 오래된 일 헤아려 보면 모두가 고통이나
공한 법이라 관찰하면 모두가 없어지나니
곧은 소견 넓고 평탄한 길을 따르면
세간의 소견 어디에도 집착되지 않으리.
자기의 몸이란 것 없다고 헤아리지 않거니와
그것이 원래 없거니 무엇을 계교하랴,
계교할 수도 없거니와 헤아릴 것도 없으니
내 것이 아니거니 무엇을 근심하랴.
본래 어리석음의 뿌리, 뽑으면 깨끗해지나니
다시 새싹이 돋아도 기르지 말고
이미 있었던 것도 모두 취하지 말며
길동무로 삼지도 말고 원수 같이 버리라.
모든 이름과 물질 모두 버리고
취할 것이 있다는 집착도 없으면
이미 자체도 없고 처소도 없거니
세상의 그 무엇과도 원수될 일 없으리.
모두 이미 끊어서 생각도 물질도 없으면
일체 선한 법과 모두가 평등하니
이미 배웠거든 그 가르침을 널리 설하여
물으러 오는 이 있거든 대답을 꺼리지 말라.
어느 하나에 의해 이 지혜 얻는게 아니니
구하는 게 있다면 무학의 경지로세.
이미 싫어하고 버리어 인연조차 없으면
편안함에 지극하여 멸진정을 보리라.
높아도 교만하지 말고 낮아도 두려워하지 말지니
평등한 데 머무르면 보이는 바 없으리라.
깨끗한 곳에 머물러 원망도 미움도 없으면
비록 견해를 움직여도 교만함이 되지 않으리.
부처님께서 『의족경』을 설해 마치시니 비구들은 모두가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