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보살경 제4권
[빈바사라왕의 딸이 무소유보살의 몸을 보다]
이때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에게 한 명의 딸이 있었는데 성 밖을 나가 놀려고 하였다.
그때 왕은 1천의 여러 시녀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이미 내 딸의 권속이다. 함께 공주의 주변을 서로 둘러싸면서 왕이 먹고 마시는 것을 너희들도 항상 먹고 마시어라.”
그 왕사성(王舍城)에는 많은 부녀(婦女)들이 있었는데 그 수는 1천이었다. 그들은 이 말을 듣고서 여러 가지 영락(瓔珞)으로 자신의 몸을 아름답게 꾸몄다. 여러 부녀들은 이 희유하고 기뻐할 온갖 꽃을 보고 몸과 마음이 기뻐 스스로 이기지 못하였다.
그 꽃을 가지려 하면 가질 수가 없고 멀리 떠날 수도 없으며, 손을 뻗어 가지려고 하면 꽃이 한 자나 멀어져 미치지 아니하였다. 그 온갖 꽃을 봄에 모두가 비부라산(毘富羅山)을 향하여 가고 그곳에 머물지 않았다.
이때 여러 사람들과 1천의 부녀들은 빈바사라왕의 딸과 함께 왕사성에서 차례로 나왔다. 그러자 온갖 꽃들은 뭇 사람의 앞을 서서히 나아갔다.
무리는 가거나 가지 않는 것을 몰랐다. 여러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꽃은 손으로 다가가 잡을 수 없구나.’
그때 모든 일체의 꽃은 비부라산으로 올랐으며, 여러 남녀들도 또한 그 산으로 올랐다.
이미 산에 올라서는 여래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한량없는 백천의 대중에게 둘러싸여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는 것을 보았다.
이때 28명의 자매는 부처님 앞에 합장하고 세존의 말씀을 권청(勸請)하고 있었다.
그때 빈바사라왕의 딸은 그들 여러 여자들을 보고, 또 그들 여러 여자들이 세존의 말씀을 권청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여러 부녀들은 무슨 까닭으로 합장하고서 부처님 앞에 있으며, 무엇을 구하여 부탁하고 있는가? 욕구하는 것은 무슨 바람인가?”
그러자 곧 하늘에 소리가 울려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들은 무소유보살의 몸을 보고자 하느니라.
오직 부처님의 몸을 제외하고는 삼계(三界) 가운데 능히 이보다 뛰어난 자가 없기 때문이니라.”
그들은 함께 소리를 질러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들도 그 보살의 몸을 보고자 원합니다.”
이 말을 마치자마자 온갖 꽃들이 여러 사람의 손안에 있었다.
곧 이 꽃을 여래의 위에 뿌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오직 바라오니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 무소유보살의 몸을 보여주십시오.”
이때 세존께서는 무소유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원만한 자신(自身)을 나타내라. 많은 중생들로 하여금 그대의 몸을 보고 보리의 인(因)을 심게 하라. 또 마땅히 그대와 같이 많은 백천의 모든 여래께서 계시는 곳에서 선근을 심게 하라.”
이때 무소유보살이 곧 그 몸을 나타내었다.
이때 대지는 모두가 진동하였고, 그러면서도 안온하고 윤택하여 중생이 공포로 털이 서는 일이 없었다.
일체의 음악은 두들기지 않아도 스스로 울리고, 허공 가운데서는 온갖 하늘 꽃이 비 오듯 하였으며, 일체의 곳에서는 하늘의 향과 인간의 향 모두가 저절로 탔다.
이때 무소유보살은 이와 같은 색(色)을 두루 갖춘 몸을 나타내었다.
그가 몸을 나타냈을 때, 모든 여인들에게는 사랑의 욕망이 생겼으며, 하나하나의 부인은 모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이 무소유보살은 오직 나와 함께 서로 즐기리라.’
각자의 앞에 나타난 것이 그의 신통이 변화한 것을 알지 못하고 각자는 그러한 바람을 불렀다.
‘비부라산의 숲과 나무 아래, 나는 이곳에서 환희하고 즐거움을 받았다.
우리들은 아직 한 번도 겪지 못한, 이와 같은 온갖 미묘한 소리와 온갖 빛깔과 향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들은 지금 세존의 은혜를 입었다.’
그 여러 여인들은 7보(寶)의 가마가 있고, 일체의 과보가 두루 갖추어졌으며, 일체의 필요한 것은 모두가 갖추어진 나무 아래서 각각 환희하고 즐거움을 받았지만 아직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와 같은 환희의 즐거움을 일곱 날과 일곱 밤 동안 받았다.
이때 세존께서는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다시 법요(法要)를 말씀하셨다.
“만약 그 보살의 몸을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이는 모두 선근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까닭이다.
희망하여 보려고 해도 끝내는 얻지 못하며 아무 것도 알지 못할 것이니라.”
이것을 본 사람들은 이레가 지나서 그 보살의 몸을 보는 것에 잠시 지쳐 정(精)의 빛도 없고, 수용(受用)의 과보도 모두 없어져 나타나지 않았다. 오직 한 나무를 볼뿐이었다.
그들에게 보살은 점차 나타나지도 않고 또 머무는 곳도 없었다.
그는 곧 하늘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모든 선남자여, 이는 바로 모든 행의 진실한 체성(體性)이다.
그대들은 마땅히 항상 있다고 하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그대들은 여인의 몸을 생각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
마땅히 장부의 몸과 무등등(無等等)의 몸과 모든 부처님의 몸을 바라고 구해야 한다.
그대들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켜 장부의 몸을 받아라.”
그 꾀하던 여인은 이 소리를 들은 순간 마음이 적정(寂靜)에 머물러 여래의 상(像)을 갖춘 32대인상(大人相)을 보았다.
그들은 보고 나서 모두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마땅히 이와 같이 오묘한 몸을 얻기를 바란다.
물들고 집착함이 없으며, 물들고 집착하는 바가 없는 이와 같은 부처님의 몸은 적정하여 고뇌가 없구나.”
여러 여인들이 이 말을 설했을 때, 여러 여인들은 모두가 여인의 몸이 변하여 장부의 몸을 얻었다.
오직 그 옛날 이 무소유보살을 공양하고, 곧 도량에 이른 뒤에
‘나는 마땅히 여자의 몸을 바꾸리라’고 발원(發願)한 자는 제외되었다.
이러한 까닭으로 해서 여자의 몸이 변하였기 때문에 소유한 몸을 변하여 남자의 몸을 얻은 자는 단정하고 기뻐하였으며, 세간과 하늘과 사람 모두가 남김없이 사랑하고 공경하였다.
이때 부처님의 상(像)이 홀연 나타나지 않고, 오직 세존 석가모니를 볼 뿐이었다.
이때 그 여자로서 남자의 몸을 얻은 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너무나 기특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환화(幻化)를 희롱하는 자를 아직까지 듣지 못하였습니다.
모든 범부(凡夫)들은 마음과 뜻이 미혹(迷惑)하여 아직 안정되지 못하여 기름 짜는 틀을 누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머물러 선지식에게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선지식에게 친근하여 공양하고 받들어 모시는 자가 있으면 선지식의 위신력으로 인해서 제가 지금 변하여 여자의 몸을 떠나 5신통을 얻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지난 옛날을 생각해보니 많은 천(千)의 부처님 계신 곳에서 선지식과 더불어 선근을 심고, 스스로 신명(身命)을 버려 저희들로 하여금 모든 선근을 낳게 하기 위하며, 또 그들에게 모든 불세존(佛世尊)께서는 재가(在家)의 모든 환난을 가리켜 말씀하시고, 방편으로 출가의 공덕과 모든 뛰어나고 오묘한 일을 찬탄하셨습니다.
저희들은 이미 이런 저런 많은 일을 거쳐 선지식에게 다가갔으며, 이로부터 미래에 아직 여러 악취(惡趣) 가운데 다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과거에 아직 스승의 가르침을 만날 수 없었기 때문에 항상 인천(人天)에 유전하고 쫓겨 온갖 고뇌를 받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가령 능히 항하(恒河)의 모래알과 같이 많은 여러 세계를 7보(寶)로 가득 채우고, 혹은 이미 그것이 자신에게 두루 갖추고 가득 차 있어 그것을 선지식에게 보시한다고 해도 이 일을 한다 해도 아직 선지식의 은혜에 보답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위신력 때문에 저희들로 하여금 마땅히 세간에서 부처를 지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이 부처님 나라를 개현(開現)하여 성취하는 것은 모두가 이들 선지식에 인연하는 까닭입니다.
저희들을 가르쳐 모든 부처님이 계시는 곳을 찾아가게 하고, 여러 가지 선근을 심게 하며, 온갖 질병에 이로운 방편을 가르쳐 실행하게 하고, 저희들로 하여금 깊은 법의 행(行)에 들어가게 하며, 혹은 사랑의 말을 내고, 혹은 가책을 가리키고 혹은 청량(淸凉)을 말하고, 혹은 뜨거운 번뇌를 말하고 핍박함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가르칩니다.
일체의 악기와 일체의 공양을 모두 남김없이 버려도 그들 중생은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들 중생은 아직 갚을 바가 없습니다.
만약 이 선지식을 얻지 못하면 오직 여래를 제외하고 우리들은 다른 선지식에게서 무소유 보살마하살과 같은 이를 얻지 못합니다.”
이때 무소유보살마하살이 여인으로서 남자의 몸으로 변한 자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들이여, 나는 지금 다만 너희들만을 위하여 선지식을 짓는 것이 아니다. 나 역시 일체 중생을 위하여 선지식을 짓는다.
선남자들이여, 만약 중생이 있어서 무소유보살이 중생을 위하여 이익을 성취하는 것을 능히 알면 그들 중생은 다시 다른 여러 스승과 벗을 받들지 않을 것이다.
그들 중생은 곧 마시고 먹는 것을 잊고, 의혹이 물러날 것이며, 애욕이 없어 나와 함께 밤낮으로 친근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일체 중생에게 선근이 화합하는 것을 가르치고,
일체의 세간에서 출세하여 두루 갖춘 가운데 머물게 하며,
한량없는 바라밀(波羅密) 안에 들게 하며,
일체의 모든 공덕 가운데 들게 하며,
흐림이 없고, 장애가 없는 깨끗한 곳과 전도(顚倒)가 없는 곳에 머물게 하여 일체의 모든 존재의 상(相) 가운데 나타나지 않고서 행이 없는 곳에 머물게 하며
일체의 몸과 마음의 훈습(熏習)이 두루 갖추어진 법 가운데서 즐겨 닦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일찍이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이 법과 같이 훌륭한 지혜 가운데 머물게 하였다.
나는 지금 진실을 이야기하니 다른 말이 있을 수 없다.
부처님 스스로 밝혀서 아시고,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이 증명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와 같고 이와 같다. 그대가 말한 바와 같다.”
이때 대중은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인해 동서남북의 천의 모든 부처님을 보았다.
이때 세존께서는 여러 대중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 선남자여, 너희들은 지금 모든 부처님을 보았느냐, 보지 않았느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모두 부처님을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이로서 이미 모든 선남자로 하여금 이와 같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도록 하였느니라.”
그들은 또다시 뛸 듯이 기뻐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세상에 나와 여자의 몸이 변하여 남자의 몸을 얻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런 까닭으로 저희는 지금 깊이 이 일을 믿고, 이 일을 이해하며 알고, 이 일을 기억하여 지니고, 의혹함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지금 부처님의 큰 신통에 들었습니다. 점차 업장이 작아지고 있는 것도 이 모두가 무소유보살의 신통력에 연유하는 까닭입니다.
바라오니, 저희들은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신통을 남김없이 개현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바라오니, 마땅히 함께 이 여러 부처님이 계시는 곳에서 선근을 심어 마땅히 일체의 공덕을 두루 갖추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