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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대집회정법경 제5권
[괴로움]
그때 월상경계여래께서 약왕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중생은 몸이 있기 때문에 괴롭다는 것을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생ㆍ노ㆍ병ㆍ사ㆍ근심ㆍ고뇌ㆍ슬픔ㆍ아픔ㆍ원망하고 증오하는 자와의 만남ㆍ사랑하는 자와의 이별ㆍ하고 싶은 것을 성취하지 못하는 것 등 이런 법들이 다 괴로움인데, 그것들은 중생을 핍박하여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 고통들은 매우 두려운 것인데도 모든 중생들은 이 괴로움의 이치를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
그때 모임 가운데 처음 태어난 자들이 부처님께서 모든 괴로운 법의 이름을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즉시 다 합장하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모든 고통의 뜻을 즐겨 듣고자 하오니 부처님께서는 저희를 위해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너희들만 즐겨 듣는 것이 아니라 일체 중생도 다 즐겨 듣는다.”
[죽음]
처음 태어난 자들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신 죽음이란 무슨 뜻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야, 식(識)이 멸하고 몸이 무너지기 때문에 죽음이라 한다.
모든 중생은 생명이 끊어지려 할 때 멸식풍(滅識風)ㆍ동전식풍(動轉識風)ㆍ기식풍(起識風) 세 종류의 바람이 불어와 파괴된다.
이 세 가지 바람이 중생의 생명이 다하려고 할 때 식을 흩어 멸하게 하며, 움직여 구르게 하며, 뒤바꾼다.”
처음 태어난 자들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식을 멸하는 저 바람은 어떻게 중생의 식을 멸하게 하고 몸을 무너지게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식을 멸하는 저 바람에 다시 칼ㆍ침ㆍ큰칼의 세 종류가 있다.
이 세 가지로 식을 멸하며, 식이 멸하고 나면 몸이 즉시 파괴된다.”
[몸]
처음 태어난 자들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몸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몸이란, 허깨비와 같고 불꽃과 같고 무거운 짐과 같으며, 침과 콧물과 썩어 문드러지는 등의 물질과 같은데 지혜가 없는 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태어나는 것은 큰 괴로움인데, 태어남을 따라서 일어나며, 연법(緣法)이 모이고 쌓여 생명[命根]이 계속 유지된다.
그러나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애착을 가질만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것들에다가 임시로 몸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명(命)과 멸(滅)]
처음 태어난 자들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명(命)이라 하며, 무엇을 멸(滅)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식(識)이 연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명(命)이라 한다.
업보가 시들어 물러나고 식법(識法)이 떨어져나가 흩어지면 명줄이 끊어지고 몸이 파괴된다. 그러므로 멸이라 한다.
선남자들아, 내가 지금 다시 너희를 위해 몸이 소유한 것을 말하겠다.
사람의 몸에는 갖가지 요소가 있는 줄 알아야 한다.
1구지의 근육과 맥, 8만 4천의 털구멍, 천 2백 개의 마디, 308개의 뼈, 이것들이 한데 모여서 사람의 몸을 이룬다. 거기다가 8만 4천 족속의 벌레가 있는데, 이러한 생명류들이 함께 사람 몸에 의지하여 사람 몸 속을 밤낮으로 빨아먹으며, 모든 벌레들 서로간에도 뜯어먹으므로 모든 괴로움이 따라서 일어난다.
이와 같은 8만 4천 족속의 벌레 중에 큰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7일 동안 밤낮으로 서로 싸우다가 7일째 되는 날 그 중 하나가 죽고는 다시 한 마리가 생겨 서로 다투다가 하나가 죽고 나면 한 마리가 다시 생긴다.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되다가 사람의 생명이 끊어질 때가 되면 이 모든 종류의 벌레가 모두 파괴되고 멸하여 의지할 곳이 없다.
모든 중생[異生] 종류는 이런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안과 밖으로 괴로운 법이 서로 연속하는 가운데 태어나고 멸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법을 다 두려워하지 않는다.
맞고 맞지 않은 경계가 서로 싸우는 것이 마치 몸에서 생기는 두 가지 벌레와 같은데, 고통과 번뇌를 따라 태어나지만 깨닫지 못하고, 몸이 무너지고 생명이 끝나면 아무것도 없다.
선남자들아, 어떤 중생의 생명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떤 선지식이 와서 그 사람을 편안히 위로해주면서 물었다.
‘너는 살아있는 동안에 생ㆍ노ㆍ병ㆍ사의 매서운 고통을 보거나 안 적이 있느냐?’
저 사람이 대답하였다.
‘저는 보고 안 적이 있습니다.’
[선근]
선지식이 말하였다.
‘네가 이런 고통들을 이미 보고 알았다면, 어째서 그것들을 싫어하는 마음과 보다 훌륭한 마음을 일으켜 다음 생에 조금이라도 선근을 심어 모든 악법을 끊어버리고 모든 바른 행을 닦지 않았는가?
만일 이와 같이 이 과보를 버리고 나서 저 훌륭한 곳에 태어나면 모든 공포와 두려움을 여의고 그 선법에 의지하게 될텐데, 더구나 세간에서 겪는 모든 괴로운 법을 하나 하나 분명히 다 관찰하는 일이겠느냐?
너는 듣지 못했느냐? 대지가 부딪치면 큰 소리가 나듯, 선법을 일으키면 뛰어난 힘이 생긴다는 것을.
그러므로 모든 여래의 청정한 세계 속에 모든 착한 법을 심는 것이니,
이른바 꽃타래ㆍ바르는 향ㆍ음식ㆍ의복ㆍ침구ㆍ의약을 여래와 모든 필추ㆍ필추니ㆍ우바새ㆍ우바이의 청정한 사부대중에게 공양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공양을 하면 부처님 세계 속에 모든 착한 종자를 심어 일체 선한 과보를 출생할 수 있게 된다.
네가 지금 여기에서 큰 법왕(法王)이 세간에 출현하심을 만나긴 했으나 모든 선근을 심지 않는다면 아무 이득이 없다.’
그때 선지식이 그 중생을 위해 게송을 설하였다.
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사
광대한 법고를 치시고
미묘한 법 여시어
모두 그리로 들어가게 하신다.
널리 모든 중생 제도하시어
열반의 적멸로 돌아가게 하거늘
너는 지금 이 일을 보고도
어찌 정진을 일으키지 않느냐?
그때 그 사람도 게송으로 선지식에게 답하였다.
어리석고 지혜 없는 데다
악한 벗까지 만나
탐심이나 욕심 등
더러운 법의 씨만 심었습니다.
나[我]라는 생각만 거듭 일으켜
화합 승가를 파괴하고
탑과 절을 허물며
3보(寶)를 깊이 믿지 않았습니다.
많은 악업(惡業)만 지었을 뿐
착한 인연 짓지 않았으며
시도 때도 없이 항상
모든 허물만 지었습니다.
부모를 괴롭히고
공경과 효심을 내지 않았으며
법답지 못한 말 뱉어내
경솔히 착한 사람 헐뜯었습니다.
이런 나쁜 씨를 심었기 때문에
반드시 지옥 속에 떨어져
스스로 고통 받는 몸
구호할 자 없습니다.
두려운 것은 중합(衆合)지옥과
염열(炎熱)지옥 및 아비지옥
이 같은 모든 지옥을 돌면서
끝없이 모든 괴로움 받는 것입니다.
이 큰 지옥에서 나오면
다시 작은 지옥 속에 들어가는데
도병(刀兵)지옥과 연화(蓮華)지옥에서
끊임없는 괴로움을 받습니다.
이 같이 크고 작은 지옥에
셀 수 없는 중생 있어
자신이 지은 업의 인연 따라
가볍고 무거운 과보를 받습니다.
백겁 혹은 천겁을
혹은 더 긴 시간 동안
악업에 계속 얽혀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가로 세로 백 유순이나 되는
저 도병지옥에
지옥문은 보이지 않고
오직 고통 받는 자들만 있습니다.
백천 구지나 되는
검수(劍樹)지옥과 도산(刀山)지옥에
저 죄인들 몰아 오르게 하면
몸이 잘려지고 무너집니다.
잠시 죽어 없어졌다가
다시 업의 바람을 쏘이면
즉시 다시 살아나
모든 고통을 받습니다.
지옥도 끝이 없고
중생도 다함 없으니
악업의 인연 때문에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저는 많은 악업을 지어
결정코 저 세계에 떨어지리니
선지식이여, 이제부터
제가 지은 업을 들어보소서.
저는 일찍이 탐심 일으켜
넓게 집을 지었습니다.
채색과 그림에 조각까지 하고
금과 보배로 장식하였습니다.
모든 정원과 숲을 꾸미고
창고를 짓고 산업을 하였으며,
소와 말의 생류(生類)를 길러
살림살이를 삼았습니다.
부모와 권속이 안팎으로
매우 많았으며
노비와 기인(妓人)도
한없이 많았습니다.
항상 밤낮으로
갖가지 노래를 시켜
내 멋대로 즐겼을 뿐
남의 괴로움은 생각지 않았습니다.
부귀만을 믿고서
갖가지 장엄을 하였으며
사용하는 물건은 모두
금과 은, 진기한 보배였습니다.
향기로운 물로 씻고 목욕하고는
용뇌향(龍腦香)과 전단향(旃檀香)
그리고 사향(麝香) 등
모든 묘한 향을 발랐습니다.
향기로운 물로 목욕하고 나서
차례로 몸을 장식하였는데
팔에는 팔찌, 손가락에는 반지
다 진기한 보배로 만든 것들이었습니다.
진주와 영락으로
목을 장식하고
가장 좋은 순금으로
귀고리 등을 만들었습니다.
몸치장이 끝나면
소마나첨파(蘇摩那瞻波)와
진귀한 향기를 뿜는 꽃 등
모든 묘한 꽃을 머리에 얹었습니다.
곱고 희고 깨끗한
가장 미세한 모직을
다 묘한 향기에 쏘여서
아주 좋은 옷을 입었습니다.
달고 향기로운
최상의 음식만 먹고 마셨으니
필요한 것을 시자가 갖다바쳐
잠시도 주리거나 목마르지 않았습니다.
바닥엔 좋은 깔개를 펴고
밟고 다니며 노닐었으며
좌우에는 모시는 사람 있어
자유롭고 존귀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갖가지로 꾸며
몸을 사랑하고 즐겁게 했으며
항상 보호하고 아끼면서
파괴된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미 풍요와 쾌락이 구족하여
나머지는 더 생각할 것도 없었으므로
욕심에 물든 마음 멋대로 하여
착하지 못한 허물 지었습니다.
눈으로는 색의 경계 탐하였으며
모든 6근(根)도 그러하였습니다.
그것이 잘못의 씨였는데도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곳에
모든 번뇌 따라서 생겼으며
맞고 맞지 않은 경계마다
탐ㆍ진ㆍ치 법을 일으켰습니다.
부드러움 등의 모든 감촉이
몸에 닿으면 사랑하는 마음 일으켰으며
사랑하는 생각이 일어난 뒤에는
모든 죄업을 다 지었습니다.
제가 일찍이 한 때
이유도 없이 중생[有情]을 해쳤으니
화살로 사슴의 몸을 쏘아
생명을 단절케 하였습니다.
그 고기를 잡아먹을 뿐
저 뒷세상은 생각지 않았으니
과보는 스스로 받아야 하는 것
누가 대신하겠습니까?
저는 어리석고 지혜 없어
제 몸만 자양(資養)하다가
하루아침에 죽음의 고통 찾아와
식(識)이 멸하고 몸이 파괴되었습니다.
오직 모든 고통만 모여들어
하나도 사랑할 마음 없었으며
부모나 어떤 친척도
보고도 구해줄 수 없었습니다.
훌륭한 의사, 묘한 약들도
황당히 효능만 늘어놓아
슬픔과 번뇌만 더할 뿐
구제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의 생명 끊어지고 나면
시다림(尸多林)에 버려져
새나 짐승, 모든 벌레에게
뜯어 먹히는 데 충족될 것입니다.
있다고 할 수 없는 모든 것
빈 허깨비 같은 법 앞에 나타나
모든 경계 다 공하지만
과보만은 어김없습니다.
이때엔 의탁할 곳 없고
선법만이 의지가 될 뿐인데
저는 지은 악의 씨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널리 쌓은 죄업의 무더기
훗날의 고통이 따라 생겨서
저 3세(世) 속에
선법 종자를 파괴하였습니다.
수(受)ㆍ상(想)ㆍ행(行) 세 가지 법
모든 접촉[觸]으로 씨를 삼으니
접촉 때문에 모든 애욕 일어나
근심과 고뇌의 결박을 이룹니다.
선법은 좋은 약과 같아서
탐하고 아끼는 마음을 다스리니
탐심 등이 이미 나지 않으면
모든 악도 일어나지 못합니다.
저는 사실 복과 지혜가 없이
헛되이 사람 몸만 받았기에
부처님께서 펴신 보시와 지계 등
방편의 문을
스스로 실천하지 못하고
따라 기뻐하지도 보고 듣지도 못했습니다.
바른 법을 듣지 못해
어리석음 날로 늘어나
무명 등 번뇌가
더욱 끝이 없었습니다.
선법의 인연이 막혔으니
무슨 수로 벗어나리까?
미혹한 마음 산란하여
잠시도 고요할 때가 없었습니다.
번뇌의 불에 타서
갖가지로 얽매이게 되므로
몸에는 조금도 즐거움 없고
즐거운 법 잠시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생명이 다 되려할 때
모든 것이 다 파괴되면
오직 모든 부처님 훌륭한 법만이
괴로운 중생 구제하시니
진실한 계법(戒法)의 문에 오른 자만이
크나큰 즐거움을 얻습니다.
제가 지은 업
깊이 스스로 후회를 하다가
지금 선지식을 만났으므로
사실대로 말씀드립니다.
이때 월상경계여래께서 약왕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모든 중생은 생명을 마칠 때가 되면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며 마음이 고통에 시달리는데 구해 주거나 보호해 줄 것이 없다.
오직 선법만이 의지할 바가 되니, 선법은 수승한 과보를 잃는 일이 없다.”
그때 그 부처님께서 즉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중생이 악업을 지으면
결정코 지옥에 떨어져
배고프면 뜨거운 쇠구슬을 삼키고
목마르면 끓는 구리물을 마신다.
몸에서 맹렬한 불꽃이 일어나
악업 때문에 스스로를 태우며
몸체가 다 파괴되어
경악과 공포와 큰 고통을 느낀다.
그는 즐거운 경계 보지 못하고
정법이라는 이름조차 듣지 못하며
오직 괴로움만 몸과 마음 핍박하여
애착을 느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어라.
중생이 선법을 지으면
반드시 좋은 세계 태어나고
선지식을 만나서
선법 닦기를 권유받으면
바른 믿음과 이해가 생겨
계와 지혜와 지식이 갖추어져
모든 번뇌 멸해 없애고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 이룬다.
정진을 실천함이 으뜸이니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
모든 선근 틔우라고 격려하시어
물러설 마음 내지 않게 하셨다.
자비의 참된 범행(梵行)으로
일체 중생 거두어주시고
자리(自利)와 이타(利他)로
모두가 해탈 얻게 하셨다.
선남자야, 자세히 듣거라!
부처님께선 진실을 말씀하시고
미묘한 법음(法音) 내시어
일체를 조복케 하신다.
대비의 마음 아버지 삼고
보리의 마음 어머니 삼고
선법을 선지식 삼아
중생을 구호하신다.
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사
가장 훌륭한 법문 설하시며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사
적멸한 곳에 안주케 하신다.
부처님은 매우 자비로운 분이며
세간에서 가장 존귀하신 분이라
널리 모든 유정(有情) 살펴서
똑같이 부처의 자식으로 삼아
평등하고 둘 없음에
일체를 귀의케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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