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의보살경 제5권
[4무소외가 다함없다]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의 네 가지 걸림 없는 지혜도 다함이 없으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이치에 걸림이 없는 것이요,
둘째는 법에 걸림이 없는 것이요,
셋째는 말에 걸림이 없는 것이요,
넷째는 기뻐서 하는 말에 걸림이 없는 것입니다.
[이치에 걸림이 없다]
이치에 걸림이 없다는 것은 모든 법 가운데 으뜸가는 이치[第一義]를 아는 것이니,
이것은 바로 비교하여 아는 지혜[比智]요,
인(因)의 지혜요, 연(緣)의 지혜요,
화합하는 지혜요, 치우침[邊]에 떨어지지 않는 지혜요,
중도(中道)에 머물지 않는 지혜요, 12인연의 지혜입니다.
이것은 바로 법성과 다르지 않은 지혜요,
실다운 지혜요, 참된 경지의 지혜요,
‘공’을 깨닫는 ‘공’한 지혜요, 상(相)이 없는 상의 지혜요, 원(願)이 없는 원의 지혜요, 함이 없는 함의 지혜요,
한 모양을 관찰하는 지혜입니다.
이것은 바로 ‘나’가 없음을 관찰하는 지혜요,
중생이 없음을 관찰하는 지혜요,
수명이 없음을 관찰하는 지혜요,
‘나’가 없음을 관찰하는 으뜸가는 이치의 지혜요,
과거를 관찰하는 걸림 없는 지혜요,
미래를 관찰하는 치우친 소견이 없는 지혜요,
현재를 관찰하는 일체의 씨앗이 되는 지혜입니다.
이것은 바로 모든 쌓임을 원수나 도둑 같다고 관찰하는 지혜요,
모든 경계를 독사와 같다고 관찰하는 지혜요,
모든 감관을 공(空)이 모인 것과 같다고 관찰하는 지혜요,
부처님 법[內法]은 영원히 적멸하다고 관찰하는 지혜요,
부처님 법 이외의 법[外法]은 행할 곳이 없다고 관찰하는 지혜입니다.
이것은 바로 반연하는 대상이 허깨비 같다고 관찰하는 지혜요,
생각이 바르게 머묾을 관찰하는 지혜요,
인욕의 바른 법을 관찰하는 지혜요,
자기 몸을 관찰하는 지혜요,
모든 진리를 분명하게 앎을 관찰하는 지혜요,
괴로움[苦]과 화합하지 않는 지혜요,
쌓임[集]을 짓지 않는 지혜요,
사라짐[滅]의 자성의 지혜요,
도(道)에 도달할 수 있는 지혜입니다.
이것은 바로 모든 법을 분별하는 지혜요,
중생의 모든 근기와 마음의 움직임이 들어가는 곳을 따름을 관찰하는 지혜요,
어떤 힘으로도 굴복시킬 수 없는 지혜요,
모든 깨달음을 사실대로 아는 지혜요,
선정을 받아 지니는 지혜요,
슬기로운 광명의 지혜요,
허깨비로 장엄한 지혜요,
더울 때의 아지랑이처럼 미혹(迷惑)한 지혜입니다.
이것은 바로 꿈속에서 욕망하는 지혜요,
메아리가 반연하는 지혜요,
거울 속의 형상은 오고 감이 없는 지혜요,
갖가지 모양은 모양이 없는 지혜요,
세간의 멍에와 멍에를 여읜 지혜요,
태어남을 취하거나 태어남을 여의는 지혜요,
성문승이 다른 이로부터 들은 지혜요,
연각승이 12인연을 관찰하는 지혜요,
대승이 모든 선근을 원만하게 갖추는 지혜입니다.
사리불이여, 이것을 보살의 이치에 걸림이 없는 지혜라고 합니다.
또한 이치에 걸림이 없다는 것은 모든 법의 이치를 생각하는 것이니, 왜냐하면 이 모든 법은 나와 중생이 없고 수명이 없고 남도 없기 때문입니다.
나와 중생이 없고 수명이 없고 남도 없는 것을 곧 이치라고 하며, 수명의 이치와 같이 물질 등의 모든 법도 또한 이와 같으니,
이것을 이치에 걸림이 없다고 합니다.
또 이치에 걸림이 없다는 것은 머무름이 없는 말이요, 다함이 없는 말이요, 일체의 법을 얻은 말이니, 이와 같이 이치에 걸림이 없는 것은 모든 여래께서 허락하신 것입니다.
이 진실한 이치는 구별함이 없고 다름이 없으므로 지혜로 분별함에 장애가 없으니,
이것을 보살의 이치에 걸림이 없는 지혜라고 합니다.
[법에 걸림이 없다]
사리불이여, 보살의 법에 걸림이 없는 지혜란 어떤 것인가?
이른바 착한 법과 착하지 않은 법과, 세간의 법과 출세간의 법과, 조작할 수 있는 법과 조작할 수 없는 법과, 번뇌가 있는 법과 번뇌가 없는 법과, 함이 있는 법과 함이 없는 법과, 그릇된 법과 옳은 법과, 생사의 법과 열반의 법 등
이러한 모든 법은 바로 법성(法性)이 평등함을 관찰하는 것이니, 이 지혜 보리가 평등하며, 이 지혜의 성품이 평등하므로
이것을 법에 걸림이 없는 지혜라고 합니다.
또한 법에 걸림이 없다는 것은, 중생의 욕심(欲心)이 많은 행과 욕심이 적은 행과, 처음 욕심을 일으킨 행과, 탐욕을 내는 모양의 행과, 현재 반연한 욕심의 행과, 현재 인연한 욕심의 행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어떤 중생은 안으로는 욕심의 행이 있어도 밖으로는 욕심의 행이 없고,
밖에는 욕심의 행이 있어도 안에는 욕심의 행이 없으며,
안과 밖으로 욕심의 행이 있기도 하고 안과 밖 모두 욕심의 행이 없기도 합니다.
또 물질에 대한 욕심의 행은 있어도 소리와 냄새와 맛과 감촉에 대한 것은 없으며,
소리에 대한 욕심의 행은 있어도 물질과 냄새와 맛과 감촉에 대한 것은 없으며,
냄새에 대한 욕심의 행은 있어도 물질과 소리와 맛과 감촉에 대한 것은 없으며,
맛에 대한 욕심의 행은 있어도 물질과 소리와 냄새와 감촉에 대한 것은 없으며,
감촉에 대한 욕심의 행은 있어도 물질과 소리와 냄새와 맛에 대한 것은 없으니,
이와 같이 중생들의 모든 욕심으로 행하는 문(門)을 관찰하는 행에 들어갑니다.
욕심으로 행하는 것은 2만 1천 가지 행이 있고,
성내는 행에도 2만 1천 가지가 있으며,
어리석은 행에 2만 1천 가지가 있고,
이 셋을 함께 가진 행이 2만 1천 가지가 있으므로
이와 같이 중생의 8만 4천 가지 마음의 행을 관찰하여 사실 그대로 알아서 거기에 알맞은 것을 따라 설법하니,
사리불이여, 이것을 보살의 법에 걸림이 없는 지혜라고 합니다.
[말에 걸림이 없다]
사리불이여, 어떤 것을 보살의 말에 걸림이 없는 지혜라고 하는가?
모든 음성을 다 관찰하여 분명히 아는 것입니다.
이른바 하늘과 용과 귀신과 건달바와 아수라와 가루라와 긴나라와 마후라가와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 등의 이러한 언어와 문자와 음성을 모두 다 알 수 있으며,
이러한 다섯 갈래 여러 부류의 중생에 대해서도 그 종류에 따라 하나하나의 음성과 언어와 문자를 알아서 설법하니,
이것을 말에 걸림이 없는 지혜라고 합니다.
이러한 말과 법과 문자를 생각하고 깨달아서 걸림이 없으므로 이 보살은 한 가지 말과 두 가지 말과 세 가지 말과 나아가 아무리 많은 말에 이르기까지,
곧 남자의 말과 여자의 말과 남자의 말도 여자의 말도 아닌 말과,
과거의 말과 미래의 말과 현재의 말까지도 모두 알며,
한 글자로부터 많은 글자의 말에 이르기까지 다 아니,
이것을 말에 걸림이 없는 지혜라고 합니다.
이 말에 걸림 없는 지혜는 말할 때 잘못 말함이 없어서 막히거나 걸림이 없으며,
미묘한 말로써 환하게 통하여 하는 말이 다 자세하고 정직하여 거칠지 않으며,
모든 문자와 말에 장엄을 원만히 갖추므로 듣는 대중이 기뻐하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이러한 갖가지의 미묘한 음성은 깊고 멀고 넓고 커서 세속의 진리와 제일의 진리를 장엄하여 지혜의 화살로 삿된 소견을 잘 쏘아 물리니,
이 말에 걸림이 없음은 모든 부처님이 허락하신 것으로 중생에게 모두 기쁨을 얻도록 할 수 있습니다.
사리불이여, 이것을 보살의 말에 걸림이 없는 지혜가 다할 수 없다고 합니다.
[기뻐서 하는 말에 걸림이 없다]
사리불이여, 무엇을 보살이 기쁘게 하는 말의 걸림이 없는 지혜가 다할 수 없다고 하는가?
그 하는 말이 걸림이 없고, 한 말에 머물지 않고, 하는 말이 빠르고 민첩하고 영리하여 묻는 대로 대답하니, 걸림이 없는 대답이요, 어긋남이 없는 대답입니다.
이것은 곧 상응(相應)하는 대답이며, 참는 힘에 머무는 대답이며,
진제(眞諦)와 속제(俗諦)의 두 가지 진리에 의지하는 대답이며,
보시와 지계와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에 의지하는 대답이며,
모든 법의 장구(章句)에 의지하는 대답이며,
네 가지 생각 두는 곳[念處]과 바른 정근(正勤)과 뜻대로 하는[如意] 신통과 다섯 가지 뿌리[五根]와 다섯 가지 힘[五力]과 일곱 가지 깨달음의 갈래[七覺支]와 여덟 가지 바른 도[八正道]의 아주 깊은 이치에 의지하는 대답이며,
적멸한 생각에 의지하는 대답이니,
이른바 기쁘게 하는 말의 걸림이 없는 지혜라는 것은 모든 언어와 문자를 입으로 분별하여 정직하게 대답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모든 선정 삼매의 참된 진리의 지혜로써 대답하고,
삼승(三乘)을 변론하되 중생들의 모든 마음의 행이 상응하는 바에 따라 대답하며,
교묘한 말씨는 벙어리나 염소와 같지 않아 억세고 거칠거나 경솔하고 포악하거나 희롱하는 따위의 말씨가 없으니,
펼쳐서 말한 것이 고요하고 사람들이 받아서 사용하는 위엄과 공덕 있는 말이어서 아무런 얽매임이 없습니다.
서로 들어맞아 어그러짐이 없고 미묘하고도 부드러우며 조롱하거나 꾸짖음이 없으므로 성인의 칭찬을 받고, 부처님이 가르치신 말씀과 같이 그 범음(梵音)이 청정하여 모두 다 들으니,
이것이 바로 기쁘게 하는 말의 걸림이 없는 지혜입니다.
모든 부처님이 다른 중생을 위해 미묘한 법을 연설하는 것을 허락하셨으므로 이 법을 듣는 자는 출세간의 기쁨을 얻고 모든 괴로움을 없애버리니, 이것을 기쁘게 하는 말의 걸림이 없는 지혜라고 합니다.
사리불이여,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네 가지 걸림이 없는 지혜가 다할 수 없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