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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경과
서울고등법원 2023. 11. 23 선고 2021나2017165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21 선고 2016가합580239 판결
전 문
원고 1. 망 A의 소송수계인 B
2. C
3. 망 D의 소송수계인 사단법인 E
4. F
5. G
6. H
7. 망 I의 소송수계인 J
8. 망 K의 소송수계인
가. L
나. M
9. N
10. O
11. P
12. Q
13. R
14. S
15. T
16. U
17. V
18. W
19. X
20. Y
피고 일본국(日本國)
변론종결 2021. 3. 24.
판결선고 2021. 4. 21
주 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1.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별지 표 '원고'란 기재 원고들에게 '청구취지 금액'란 기재 금액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Ⅰ. 기초적 사실관계
1. 원고들의 지위
가. 아래 표 중 '위안부 피해자' 항목에 기재된 사람들은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ㆍ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32년경부터 1945년경까지 피고의 전신인 일본제국(이하 '피고'로 통칭한다)에 의하여 동원되어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소에서 일본군 병사 등을 위하여 강제로 성행위를 종용당하였음이 인정되어, 위 법에 따른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사람들이다(이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일반을 지칭할 떄는 '위안부 피해자'라 하고, 이 사건 원고 본인들 또는 피상속인들인 위안부 피해자들만을 지칭할 때는 '이 사건 피해자들'이라 한다).
나. 이 사건 피해자들 중 순번 2, 6, 9, 10(C, H, N, O)은 현재 생존 중이고, 나머지 피해자들 중 순번 11 내지 16(Z, AA, AL, AM, AN, AO)은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사망하여, 위 표 중 원고란 기재 원고들이 위 피해자들이 권리ㆍ의무를 상속하였으며, 순번 1, 3, 7, 8(A, D, I, K)은 이 사건 소 제기 이후 사망하여, 해당 항목의 원고란에 기재된 자들이 상속 또는 유증 등에 의하여 위 피해자들의 권리ㆍ의무를 승계하고, 이 사건 소송절차를 수계하였다. 그리고 위 피해자들 중 순번 4, 5(F, G)도 사망하였으나, 그 상속인이 확인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에서 소송수계절차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2. 피고 군대의 중ㆍ일 전쟁 및 태평양 전쟁 수행 중 위안소 설치
가. 피고는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이래로 그 이후 상해, 남경을 함락시키고, 그 이후로는 동남아시아로 점령지의 범위를 확장하고 하와이의 진주만을 침공하는 등 태평양 전쟁을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점령지를 확장하고 전장이 확대됨에 따라 피고는, 성병 감염으로 인한 전투력 상실을 방지하고, 점령지역에서 병사들에 의한 강간 등 성범죄 발생을 예방하여, 전장에서 긴장과 우울감 등을 느끼는 군인들의 심리적 ㆍ 성적 욕구 해소를 통하여 전투력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위안소를 설치하였고, 위안부들로 하여금 위안소에서 군인들과 성관계를 갖도록 하였다.
나. 피고 군대의 요청에 의한 최초의 위안소는 1932년 상해에 설치된 해군위안소였는데, 그 이후 중 ㆍ 일전쟁이 본격화되고 점령지가 확대됨에 따라 점령지 주둔 부대에 위안소가 설치되었다. 이와 같이 위안소가 증가함에 따라 위안부 동원을 위하여, 중국,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점령지에서는 피고 군대가 직접 위안부를 동원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지만, 일본 또는 그 식민지였던 조선, 대만 등에서는 피고 군대의 요청에 따라 총독부가 각 도에 동원할 위안부의 수를 할당하면, 경찰이 모집업자를 선정하여 위안부를 동원하는 등 행정조직 또는 지역 조직 등을 통한 동원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다. 공문서에 의해 확인된 군위안소 설치지역으로는 조선, 중국, 홍콩, 마카오, 필리핀 등 피고가 침략한 지역이다. 일본군 위안부의 수는 8만에서 10만 혹은 20만 정도로 추정되고 있고, 그 중 80%는 조선 여성들이었으며, 그 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국적은 필리핀, 중국, 대만, 네덜란드 등이다.
라. 이 사건 위안부 피해자들은 국내에 거주하던 중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은 방식으로 위안부로 차출되어 중국, 일본, 필리핀, 대만 등에 설치된 위안소의 위안부로 배치되었다.
3.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1951. 9. 8.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결 및 대한민국과 피고의 1965. 6. 22.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체결
가. 미국 등을 포함한 연합국 48개국과 피고는 1951. 9. 8. 전후 배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평화조약(이하 '샌프란시스코 조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위 조약은 1952. 4. 28. 발효되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a)는, 피고의 통치로부터 이탈된 지역의 시정 당국 및 그 국민과 피고 및 그 국민 간의 재산상 채권ㆍ채무관계는 위 당국과 피고 간의 특별약정으로써 처리한다는 내용을, 제4조(b)는 피고는 위 지역에서 미군정 당국이 피고 및 그 국민의 재산을 처분한 것을 유효하다고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 대한민국과 피고는 1951년말경부터 국교 정상화와 전후 보상문제를 논의하였다. 1952. 2. 15. 제1차 한 ㆍ 일회담 본회의가 열려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대한민국은 제1차 한 ㆍ 일회담 당시 '한ㆍ일 간 재산 및 청구권 협정 요강 8개항'을 제시하였고, 8개 항목 중 제5항은 '한국법인 또는 한국자연인의 일본은행권, 피징용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청구'이다. 그 후 7차례의 본회의와 이를 위한 수십 차례의 예비회담, 정치회담 및 각 분과위원회별 회의 등을 거쳐 1965. 6. 22.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과 그 부속협정인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조약 제172호, 이하 '청구권협정'이라 한다) 등이 체결되었다.
다. 그런데 위 청구권협정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위 협정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사항이 명시되지는 아니하였다.
4. 국제 사회에서의 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문제 제기
가. 1990. 11. 16.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인 E가 발족하였고, 위안부 피해자인 AP이 1991. 8.경 공개 기자회견을 함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나. 피고는 1992. 7.경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여 자체는 인정하였으나 강제연행을 입증하는 자료는 없다는 제1차 조사결과를 공표하였다가, 1993. 8. 4. 제2차 정부조사결과와 함께 일본군 및 관헌의 관여와 징집ㆍ사역에서의 강제를 인정하고, 문제의 본질이 중대한 인권 침해였음을 승인하며 사죄하는 내용의 AQ 관방장관의 담화를 발표하였다.
다. 대한민국은 1993. 6. 11.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생활안정지원법」(법률 제4565호)을 제정하여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하였지만, 피고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1965. 6. 22.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모두 해결된 상태라서 새롭게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1994. 8. 31.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훼손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으로 인도적 견지에서 개별적인 위로금이나 정착금을 지급할 수 있고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아시아여성발전기금의 조성 등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 이와 같은 피고의 일련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UN 인권소위원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지속적인 연구활동을 수행하여 왔는데, 그 첫 번째 보고서인 1996. 1. 4. 자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때 강제연행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피고의 인권 침해는 명백히 국제법 위반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피고에 대하여 국가 차원의 손해배상, 책임자 처벌, 정부 보관 중인 모든 자료의 공개, 서면을 통한 공식 사죄, 교과서 개정 등을 권고하는 6개 항의 권고안을 제시하였으며, 1996. 4. 19. 제52차 UN 인권위원회에서 위 보고서의 채택결의가 있었다.
또한 1998. 8. 12. UN 인권소위원회(차별방지 소수자 보호 소위원회)에서는 위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의 내용이 보강된 특별보고관 AR의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책임, 책임자 처벌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가 발표되어 채택되었다.
5.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미국 법원에서의 피고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경과
가. 일본 법원에서의 소송 경과
위안부 피해자들은 1991. 12. 6. 도쿄지방재판소에 피고를 상대로 위안부 강제동원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2001. 3. 26. 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도쿄고등재판소는 2003. 7. 22.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이어서 최고재판소가 2004. 11. 29.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법원에서의 손해배상청구가 종국적으로 기각되었다. 도쿄고등재판소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1965. 6. 22.에 이루어진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모두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나. 미국 연방법원에서의 소송 경과
(1) 위안부 피해자들 중 AS 등은 2000년경 피고를 상대로 미국 워싱턴 DC 지구연방지방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사건에서는 미국의 Foreign State Immunity Act가 정한 국가 면제의 예외 사유 존부가 쟁점이 되었는데, 위 원고들은 피고의 전쟁 범죄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을 선언한 1945년 포츠담 선언을 피고가 수락함으로써 피고가 국가 면제를 명시적으로 포기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2) 이후 원고들의 항소가 기각되자, 원고들은 다시 미국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였는데, 미국 연방대법원은 항소심 판결 중 FSIA 제정 전에 이루어진 행위에 대한 위 법의 적용에 관한 부분의 법리 오해를 지적하며 파기하였다. 환송심은, 문제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 여부는 샌프란시스코 조약과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의 청구권협정의 해석 및 효력 범위와 관련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미국의 외교관계에 관한 문제로서, 위 사건에서 사법부의 재판권 행사가 미국의 외교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미국 국무부의 의견을 존중하여 위 사건의 사법심사 적격성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이와 같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미국 법원에서의 손해배상소송도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었다.
6.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에 관한 대한민국 외교부장관의 부작위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가. 이 사건 피해자 일부를 포함한 위안부 피해자들은, 2006. 7. 5. 이들이 피고에 대하여 갖는 위안부 피해자로서의 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
1)
에 의하여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피고와 대한민국 사이에 해석상 분쟁이 존재하므로 대한민국으로서는 위 협정 제3조
2)
가 정한 절차에 따라 위와 같은 해석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2006. 7. 5. 이러한 피청구인 외교부장관의 부작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헌법재판소는 2011. 8. 30. 대한민국 정부가 직접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피고에 대한 배상청구권의 실현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회복에 대한 장애상태가 초래된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청구권의 내용을 명확히 하지 않고 '모든 청구권'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이 사건 협정을 체결한 것에도 책임이 있으므로, 그 장애상태를 제거하는 행위로 나아가야 할 구체적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피청구인인 외교부장관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한 ㆍ 일 양국 간 해석상 분쟁을 위 협정 제3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6헌마788 결정).
7.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
가. 헌법재판소 2006헌마788 결정 이후 대한민국 정부의 피고와의 교섭 과정
(1) 대한민국은 2011. 9. 14.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를 위하여 외교통상부 내에 동북아시아 국장 등으로 구성된 '한ㆍ일 청구권협정 대책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였고, 2011. 10. 7. 한ㆍ일 관계 및 국제법 전문가로 구성된 'TF 자문단'을 설치하였다. 외교통상부는 2011. 9.경부터 11.경까지 피고에게 '일본군위안부의 배상청구권이 이 사건 청구권 협정에 의해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이 사건 청구권 협정 제3조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에 한ㆍ일 외교 당국 간 협의를 개최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구상서를 전달하였으나, 피고는 위 해석상 분쟁해결을 위한 양자협의 제안 등에 관하여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보이지 아니하였다.
(2) 2012. 11. 8.경부터 2015. 11. 2.경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은 약 12회에 걸쳐 한ㆍ일 정상 회담 등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피고의 해결책 마련 등을 요청하였고, 외교통상부는 2012. 8. 29.경부터 2015. 8. 30.경까지 약 7회에 걸쳐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피고에게 이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였으며, 대한민국 외교통상부 장ㆍ차관은 2011. 9. 25.경부터 2014. 4. 17.경까지 약 9회에 걸쳐 한ㆍ일 장ㆍ차관급 회담 등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였다.
(3) 2014. 3. 25. 한ㆍ미ㆍ일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ㆍ일 양국은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국장급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하였고, 대한민국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일본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국장 사이에 2014. 4. 16.부터 2015. 12. 28. 이 사건 합의 발표 전날까지 12차례의 국장급 협의가 이루어졌다. 2015. 2.경부터는 위 국장급 협의와 함께 고위급 비공개 협의가 진행되었고, 2015. 11. 2. 한ㆍ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ㆍ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임을 감안하여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위안부' 문제를 타결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2015. 12. 23. 제8차 고위급 협의에서 아래 나.항 기재와 같은 내용의 최종 합의가 이루어졌다.
나.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의 발표 내용
대한민국의 AT인 AU와 피고의 외무대신 AV는 2015. 12. 28. 아래 표 기재와 같은 내용으로 합의하여 '한ㆍ일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표하였고, 당시 양국 정상인 대한민국 대통령 AW와 피고 총리대신 AX는 이후 전화 통화로 위 합의 내용을 추인하였다. 위 기자회견은 양국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장관이 공개적인 내ㆍ외신 공동기자회견을 통하여 공식 입장으로 발표한 것으로서 별도로 합의 내용을 문서화하지는 아니하였다(이하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의 위 합의를 '2015. 12. 28. 한ㆍ일 합의'라 한다).
다.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 이후 '재단법인 AY재단'의 설립과 활동
(1) 위 합의에 따라 재단법인 설립 작업이 진행되었고, 2016. 7. 28. 주무장관인 BG의 설립허가에 의하여 재단법인 AY재단(이하 'AY재단'이라 한다)이 설립되었으며, 피고는 2016. 9. 1. 위 합의에 따라 10억엔(당시 환율에 따라 대한민국 통화로 환산하면 약 10,830,000,000원이 된다)을 출연하였다.
(2) AY재단은 피고가 출연한 기금을 재원으로 하여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현금 지원사업(생존 위안부 피해자 1억원, 사망 위안부 피해자 2,000만원)을 실시하였다. 위 재단의 설립을 전후한 2016. 1.경부터 2017. 6.경까지 외교부, 여성가족부 및 위 재단 관계자들에 의하여 당시 위안부 피해자들 중 생존자들과의 면담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2019. 1. 21. 위 재단이 설립허가 취소되기까지 생존 피해자 36명, 사망 피해자 71명 합계 107명이 현금 지원을 신청하여 그 중 생존 34명, 사망 61명에 대한 지급이 이루어졌으며, 그 이후에 생존 피해자 1명, 사망 피해자 3명에 대한 지급이 추가로 이루어져서 2020. 10. 14. 기준 위 재단의 지원금을 지급받은 위안부 피해자는 총 99명(생존 피해자 35명, 사망 피해자 64명)이다.
(3)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들이 고령이어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들 중 다수가 사망한 결과, 2007. 12. 31. 기준 108명이던 생존 위안부 피해자는 2021. 2. 21. 기준 15명으로 감소하였다. 2007년경부터 2021. 2. 21.까지 매년 12월말 기준(다만 2021년은 2. 21. 기준)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들 중 생존자 현황은 아래 표와 같고, 2021. 2. 21. 기준 생존자와 사망자의 총 수는 240명(생존 피해자 15명, 사망 피해자 225명)이다.
(4) 이 사건 피해자들 16명 중에서 9명(6명은 생존 피해자 지원금으로 각 100,000,000원, 3명은 사망 피해자 지원금으로 각 20,000,000원)은 위 재단으로부터 현금 지원을 수령하였고, 나머지 7명은 이를 수령하지 아니하였다.
라. 위안부 TF의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에 대한 평가결과와 이에 따른 AY재단에 대한 설립허가 취소 등의 진행 경과
(1) 2015. 12. 28. 한ㆍ일 합의를 주도하였던 당시 대통령 AW가 AZ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의하여 그 직을 상실하게 됨에 따라, BA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BB이 BC 제BD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2) 대한민국 외교부는 2017. 7. 31. 장관 직속으로 '한ㆍ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이하 '위안부 TF'라 한다)를 설치하여,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였고, 2017. 12. 27. 다음과 같은 평가결과를 밝혔다.
(3) 대한민국 대통령 BB은 2017. 12. 28. 아래와 같은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4) 당시 대한민국 BE BF는 2018. 1. 9. 위안부 합의 TF의 결과를 바탕으로 위안부문제의 처리방향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발표하였다.
(5) AY재단의 주무관청인 당시 BG BH는 2019. 1. 21. "재단이 정관상 목적사업을 전혀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향후 재개 가능성도 없다고 보임"이라는 사유를 들어 위 재단에 대한 설립허가취소 처분을 하였다.
(6) 그 이후 위 재단에 관하여는 2019. 5. 17.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비합88호로 BI이 청산인으로 선임되어 현재 청산 절차 진행 중인데, 2018. 12. 31. 기준으로 위 재단의 잔여 순재산은 6,015,165,483원이다.
(7) 대한민국 외교부는 위 재단의 잔여 재산의 처리에 관한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동 재단에 출연한 기금 10억엔을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자 양성평등기금에 103억원을 출연하였으며, 동 금액과 AY재단 잔여재산처리문제는 계속 협의 중인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일본 외교당국에 재단청상인에 의한 현존사무 종결 사실 및 기존 지원 신청자에 대한 미지급금 지급 재개 여부 등 청산 관련 동향을 공유하며 일본 측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일 당국간 잔여재산 처리 방안에 대한 협의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관련 구체 내용을 밝히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회신하였다.
마.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에 대한 헌법소원과 국가배상청구 등 쟁송의 진행 경과
(1)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에 대한 헌법소원
이 사건 피해자들 중 일부를 포함한 위안부 피해자들은 2016. 3. 7. 외교부장관을 피청구인으로 하여,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 중'동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부분의 의미가 불명확하나, ① 만약 그 의미가 우리 정부가 청구인들에 대한 외교적 보호를 포기한다는 의미라면,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실현에 관한 피청구인의 구체적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배상청구권 실현의 장애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 인격권, 외교적보호청구권 등을 침해한 것이고, ② 한편 그 의미가 청구인들의 배상청구권이 소멸된다는 의미라면, 이는 청구인들의 재산권인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수용적 침해 내지 수용 유사적 침해로서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19. 12. 27. "위 합의가 양국 외교장관의 공동발표와 정상의 추인을 거친 공식적인 약속이지만, ㆍㆍㆍ 헌법이 규정한 조약체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또한 합의 내용상 합의의 효력에 관한 양 당사자의 의사가 표시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법적 권리ㆍ의무를 창설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도 않다.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되었다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위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각하하였다(헌법재판소 2019. 12. 27. 선고 2016헌마253 결정).
(2)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 이 사건 피해자 일부를 포함한 위안부 피해자들은 2016. 8. 30. 대한민국을 상대로,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적법한 외교적 보호권 행사로 볼 수도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 법원 2018. 6. 5. 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6. 5. 선고 2016가합552135 판결).
㈏ 한편 위 사건의 항소심 법원(서울고등법원 2018나2036050)은 2019. 12. 26. 아래와 같은 내용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쌍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위 결정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1. 대한민국은 2015. 12. 28. 한ㆍ일 합의가 역사문제 해결에 있어 확립된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배되고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반한 것으로 위 합의로 인하여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 대한민국은 2015. 12. 28. 한ㆍ일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향후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대내외적인 노력을 계속한다. 2. 원고들3) 은 이 사건 소를 취하한다. 3. 소송 및 조정 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
8. 국가 면제(State Immunity)에 관한 국제 협약 및 개별 국가의 입법 내용
가. 국제 협약
(1) UN 국가면제협약
㈎ UN 국제법위원회(International Law Commission, 이하 'ILC'라 한다)는 1978년경부터 위 협약에 관한 초안 작성 작업을 시작하여 장기간 논의를 하였고, 그 결과 2004. 12. 2. UN 총회에서 「국가 및 그 재산의 재판권면제에 관한 국제연합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Jurisdictional Immunities of States and Their Property. 이하 'UN 국가면제협약'이라 한다)이 채택되었다.
㈏ 위 협약 제5조는 국가는 자신과 그 재산에 관하여 이 협약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다른 국가 법원의 재판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된다고 정하고,
4)
제6조는 국가는 다른 국가에 대하여 제5조에 따라 국가 면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5)
제10조 이하에서 국가 면제의 예외를 정하고 있는데, 제12조는 그 예외 중 하나로 '신체적 상해와 재산상 손해'라는 표제 하에 "국가 간에 별도의 합의가 없는 이상, 국가는 그 국가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하여 발생한 사망 또는 상해 또는 유체동산에 대한 손해에 관하여, 그러한 작위 또는 부작위의 전부 또는 일부가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졌고, 그러한 작위 또는 부작위의 주체가 당시 법정지국 영토 내에 있었다면, 법정지국 법원에 제기된 금전청구소송에서 국가 면제를 주장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6)
㈐ 위 협약 제30조 제1항은, 위 협약은 30번째 비준국의 협약 비준 의사가 접수된 날로부터 30일째 되는 날 효력이 발생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1. 3. 24. 현재 위 협약에는 28개국이 서명하였고, 22개국
7)
이 비준하여 위 협약은 아직 발효되지 아니하고 있다.
㈑ 위 협약 비준국 중에서 핀란드, 이란, 이탈리아, 리히텐스타인,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스웨덴, 스위스 8개국은 위 협약의 적용 범위 등에 관하여 각국의 입장을 선언하거나 또는 일정한 내용에 관하여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2) 유럽 국가면제협약(European Convention on State Immunity)
㈎ 유럽 국가면제협약은 1972. 5. 16. 제정되어 1976. 6. 11. 발효되었는데, 그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8)
㈏ 유럽 국가면제협약에 관하여는 최초로 1974. 10. 7. 오스트리아가 이를 비준한 이래 마지막으로 1990. 5. 15. 독일이 이를 비준하였고,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1. 3. 24. 현재 위 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8개국
9)
나. 개별 국가의 국가 면제에 관한 입법 내용
(1) 미국의 Foreign States Immunity Act(28 U.S.C. §1605. 이하 '미국 FSIA'라 한다)
미국 FSIA §1605 (a)(5)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0)
FSIA §1605 (a)(5)는 '비상업적 불법행위'(non-commercial torts)로 불리는데, 위 조항 중 '미국 내에서'(personal injury or death, ㆍㆍㆍ occurring in the United States and caused by the torious act or omission of the foreign state)의 의미에 관하여, 미국 연방법원은 대체로 '문제된 행위와 손해 전부가 미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고,
11)
FSIA §1605 (a)(5)(A)가 정한 '재량권 예외'에 관하여, '재량'이란 계획 또는 행동의 개시뿐만 아니라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의 계획을 구체화함에 있어서 정책적인 결정과 판단의 여지가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2)
(2) 일본의 「외국에 대한 민사재판권에 관한 법률」(外国等に對すゐ我が国の民事裁判權に關すゐ法律. 이하 '일본 법률'이라 한다)
13)
(3) 영국의 State Immunity Act 1978(이하 '영국 SIA'라 한다)
14)
영국 법원, SIA 제5조 "영국 내에서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하여 발생한 사망 또는 인신 상해"(death or personal injury ㆍㆍㆍ caused by an act or omission in the United Kingdim)의 의미에 관하여, 미국 연방법원의 FSIA §1605 (a)(5)에 대한 해석과 동일하게, "인신 상해 등이 영국 영토 내에서 발생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15)
(4) 앞서 본 국가들 이외에, 자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인신 또는 재산에 대한 외국의 불법행위에 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내용의 법률을 두고 있는 국가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이스라엘, 파키스탄, 말라위 등이 있는데, 이들 국가의 법률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한 규정 내용은 대체로 영국 SIA 제5조와 유사하다.
9. 국가 면제에 관한 각국 법원의 판결
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발생한 손해에 관한 이탈리아, 그리스 법원의 판결 및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
(1) 이탈리아 법원의 BP 판결
이탈리아 국적의 BP는 1944. 8. 4. 독일군에 체포되어 독일의 군수공장에서 1945. 4. 20.까지 강제노역을 하였으나 전쟁포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자1998년에 이탈리아 Arezzo 지방법원에 독일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독일의 국가 면제 주장을 인정하여 소를 각하하였고, 항소심 법원도 원고 BP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이탈리아 대법원은 2004. 3. 11. 강행규범을 위반하는 국제범죄에 해당하는 국가의 행위에는 국가 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였고, 이후 하급심 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이하 'BP 판결'이라 한다).
(2) 그리스 법원의 디스토모 판결
독일 점령군은 1944. 6. 10. 그리스 남부 디스토모(Distomo) 마을 인근에서 그리스 레지스탕스 전투원들의 습격으로 독일군 18명이 사망한 데에 대한 보복으로 디스토모 마을을 포위하고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강간, 방화, 약탈을 하고 영아를 포함하여 218명의 주민을 잔혹하게 살해하였다. 그 희생자들의 유족 등 257명이 1995. 11. 27. 그리스 법원에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이유로 독일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그리스 법원은, 국제법상 강행규범에 위반한 불법행위는 주권적 행위로 볼 수 없고, 독일은 강행규범에 위반함으로써 묵시적으로 국가 면제를 포기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독일의 국가 면제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독일에 대하여 약 3,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이하 '디스토모 판결'이라 한다).
(3) 이탈리아 법원의 디스토모 판결에 기초한 강제집행 승인 결정
디스토모 판결의 원고들은, 이탈리아 법원에 그리스 법원의 판결을 기초로 한 강제집행 승인신청을 하였고, 피렌체 항소법원은 2005. 5. 2. 그 판결의 집행을 승인하였으며, 이탈리아 대법원은 2008. 5. 6. 독일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디스토모 판결의 원고들은 2007. 6. 7. 피렌체 항소법원의 결정에 근거하여 이탈리아 내에 있는 독일 연방정부 소유 건물인' Villa Vigoni'(양국 간의 문화교류용 센터)에 대하여 집행법적 조치를 하였다.
(4) ICJ 판결 - Germany v. Italy
16)
(이하 '이 사건 ICJ 판결'이라 한다)
독일 정부는 2008. 12. 23. 이탈리아 법원이 BP 판결을 선고하고, 그리스 법원의 디스토모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을 승인함으로써, 독일이 향유하는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법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이탈리아를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이하 'ICJ'라 한다)에 제소하였고, 이에 대하여 이탈리아는 독일군의 행위가 국가의 주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①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살인, 상해 또는 재산상 손해와 같은 불법행위(이하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라 한다)에 대하여는 국가 면제를 원용할 수 없고, ② 인권에 관한 국제 조약 등 강행법규를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이하 '강행법규 위반 행위'라 한다)에 대하여는 국가 면제를 주장할 수 없으며, ③ 원고들에게 다른 권리구제수단이 없어서, 독일을 상대로 이탈리아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원고들의 최후의 권리구제수단(last resort)이 되므로 독일에 대하여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서는 아니된다고 주장하였다.
ICJ는 2012. 2. 3. 재판관 15인 중 12대 3
17)
으로, 이탈리아 법원이 국제 관습법에 따라 독일이 향유할 수 있었던 국가 면제를 부인하고 독일제국이 1943년부터 1945년까지 국제법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제기된 민사소송을 허용한 것은 이탈리아가 독일의 국가 면제의 특권을 존중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고, 또한 14대 1
18)
로 이탈리아 법원이 독일제국이 그리스에서 국제법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한 그리스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이탈리아 내에서 강제집행할 수 있음을 선언하고 독일 소유 재산에 대하여 집행법적 조치를 한 것은 이탈리아가 독일의 국가 면제 특권을 존중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는데, 이탈리아의 국가 면제에 관한 주장에 대한 다수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 예외 주장에 관하여, 위 사건에서의 쟁점을 '무력분쟁 과정에 법정지국의 영토 내에서 외국의 군대 또는 그와 협력하는 외국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행위'(acts committed on the territory of the forum State by the armed forces of a foreign State, and other organs of State working in co-operation wiht those armed forces, in the course of conducting an armed conflict. 이하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라 한다)에 관하여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야 하는지로 보고, 이 부분에 관한 개별 국가의 판결과 입법례 등을 광범위하게 검토한 다음 이탈리아의 주장이 개별 국가들의 입법 또는 판결례 등에 의하여 일반적인 관행에 이를 정도로 뒷받침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다수 국가의 법원은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고 있음을 들어, 여전히 독일에게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아 이탈리아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 강행법규 위반 예외 주장에 관하여,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중대한 인권 침해여부는 필연적으로 본안 심리를 다한 이후에야 판단할 수 있는데, 국가 면제는 이러한 본안 심리에 이르기 이전의 소송 요건에 관한 선결적 문제이므로 이를 근거로 국가 면제를 인정하기 어렵고,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국가 면제를 부인하는 개별 국가의 판결은 이탈리아 법원 판결이 거의 유일하고,
19)
나머지 대다수 국가 법원은 강행규범 위반이라는 이유로 국가 면제를 부정하지 아니하므로, 이탈리아가 주장하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국가 면제 예외에 관하여 일반적 관행에 이를 정도로 확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탈리아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하였다.
㈐ 최후 수단 주장에 관하여, 외국을 상대로 한 소송이 최후 수단인지 여부가 국가 면제를 인정할 것인지를 좌우하는 요소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탈리아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피해자로서는 이탈리아 정부의 독일 정부와 외교적 협상에 의하여 권리 구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덧붙였다.
(5) 이 사건 ICJ 판결 이후의 진행 경과 - 이탈리아 의회의 이행 입법과 이에 대한 이탈리아 헌법재판소의 결정
㈎ 위 ICJ 판결 이후 이탈리아의 다수 하급심 법원들은 동종 사건에 대해 국가 면제의 원칙상 이탈리아 법원에 관할권이 없음을 이유로 소를 각하하였다. 그리고 이탈리아 의회는 2013. 1. 29. 이 사건 ICJ 판결의 사정 범위 내에 있는 사건들에 관하여 이탈리아 법원이 관할권을 거절하도록 하고, 그러한 사안에서 관할권을 인정한 판결을 재심리ㆍ재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2013년 제5호 법률'을 제정하였다.
㈏ 그러나 일부 하급심 법원에서는 오히려 이 사건 ICJ 판결과 이탈리아 의회가 제정한 위 '2013년 제5호 법률'이 이탈리아 헌법상 보장된 기본적 인권, 피해자들의 재산권 및 재판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위 법률에 대하여 이탈리아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사를 신청하였다.
㈐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014. 10. 22.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은 개인의 권리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하여 점차 국가 면제의 인정 범위를 주권적 행위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고, 이탈리아 헌법 제2조 및 제24조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이를 이탈리아 법질서의 최상위에 두고 있으며 재판을 받을 권리는 현대 민주사회에서 인정되는 주된 법리 중 하나임을 전제로, 독일군에 의한 납치 및 강제노역은 국제법상 강행규범(jus cogens)을 위반한 심각한 전쟁범죄에 해당하여 외국 국가의 전형적이고 실질적 ㆍ 기능적인 주권 행사라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ICJ 판결의 국가 면제에 관한 법리 해석은 반인도적 범죄 및 기본적 인권 침해 피해자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완전히 무효화하는 것이고, 반인도적 범죄에 관하여 결과적으로 사법적 구제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국가 면제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보아, 위 '2013년 제5호 법률'이 전쟁범죄 및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외국 국가의 행위에 대해 관할권을 부정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나. 제2차 세계대전 중 손해에 관하여 독일을 상대로 한 소송에 대한 이탈리아 이외의 다른 나라 법원의 판결
(1) 그리스 법원은 당초 디스토모 판결에서 독일에 대한 국가 면제를 부인하였으나, 그리스 특별최고법원은 2002. 9. 17. 디스토모 판결과는 달리 외국 군대가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소제기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국제 관습법이 존재함을 근거로 독일은 어떠한 제한이나 예외 없이 국가 면제를 향유하므로 그리스 민사법원에서 불법행위를 이유로 제소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0)
(2) 프랑스 법원은 일관되게 제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군에 의하여 국외로 추방된 프랑스인이 독일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독일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였고,
21)
유럽인권재판소는, 프랑스 법원이 국제 관습법에 따라 독일에게 국가 면제를 인정한 것이 유럽 인권협약을 위반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2)
(3) 그밖에 슬로베니아 대법원, 폴란드 대법원, 벨기에 및 브라질의 하급심 법원도 제2차 세계대전 중 각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독일군의 불법행위에 관하여 제기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독일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였다.
23)
[인정근거 : 갑 제1 내지 74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외교부, 여성가족부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Ⅱ. 원고들의 주장 요지와 이 사건의 쟁점
1.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 이 사건 피해자들은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 어린 나이에 피고 군대와 조선총독부의 지시에 따라 경찰 또는 이들의 지시를 받은 자들로부터 취업을 빙자하여 기망 당하거나, 협박, 납치 등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위안부로 차출되어, 중국, 일본, 대만 또는 필리핀 등의 위안소에 배치되었고, 그 곳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피고 군인들과의 성관계를 강요당하는 등 성적 착취를 당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외상, 불임ㆍ성병 등 신체적 손상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가 파괴되었다. 그리고 피고의 패전 이후 국내에 돌아온 이후 현재까지도 사회적 편견 등으로 인하여 감내하기 힘든 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 살아야만 했다.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육전의 법 및 관습에 관한 규약」, 「1926. 9. 25. 노예 협약」, 「강제노동협약」, 「성매매금지협정」, 「여성과 아동 인신매매 금지 조약」 등의 국제조약위반일 뿐만 아니라 인도에 반한 죄에도 해당하고, 당시 시행 중이던 일본 형법에 의하더라도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므로,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피해자 본인인 원고들 또는 그 권리를 승계한 나머지 원고들에게 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이 사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피고에게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서는 아니되므로, 이 사건의 피고에 대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1) 기존의 제한적 면제론에 의하더라도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주장
피고의 행위는 국제법의 최고 규범에 해당하는 강행규범을 위반한 반인도적인 행위로서 도저히 그 자체를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볼 수 없으므로, 주권적 행위에 대하여만 국가 면제를 인정하는 이른바 제한적 면제론을 취한 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르더라도 피고에 대하여 국가 면제가 인정될 수 없다.
그리고 대법원 97다39216 판결에 의하더라도 외국의 비주권적 행위에 대하여는 국가 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데, 피고 소속 법원의 판결에 의하면, 피고의 행위는 적어도 피고와 위안소 경영에 관하여 계약을 체결한 민간업자와의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것이므로,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이른바 '상업적 행위'로서 주권적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에 대하여 국가 면제가 인정될 수 없다.
(2) 대한민국 헌법 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에 적용될 재판규범이 될 수 없다는 주장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은 불변의 가치가 아니라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인 것으로서, UN 국가면제협약 제12조, 미국 FSIA §1605 (a)(5), 일본 법률 제10조, 영국 SIA 제5조는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하여 외국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고, 이탈리아 법원의 BP 판결, 그리스 법원의 디스토모 판결 및 미국 연방법원의 CL v. Chile 판결 등과 같이 강행법규 위반에 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국가 실행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당연히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관행이 과거와 같이 공고하다고 보기 어렵다.
국제 관습법이 이 사건에 적용될 재판규범이 되기 위하여는 대한민국 헌법 질서에 부합하여야 하는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과 미국 법원에서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모두 패소 확정되어, 대한민국 이외의 법원을 통한 원고들의 권리 구제 가능성이 봉쇄된 상황에서, 이 사건에 관하여 피고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소를 각하하는 것은 원고들에 대한 최후의 권리 구제 수단을 거부하는 것으로서, 원고들의 재판청구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리고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는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의 공식적인 조약이 아닌 정치적 합의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 성립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 중대한 실체적, 절차적 하자가 있고, 피고는 위 합의 이후에도 여전히 위안부 문제는 1965년에 이루어진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해결되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외교부는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가 양국 사이의 '공식적인 합의'라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원고들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 행사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므로, 만약 이 사건에서 피고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하는 것은 원고들의 권리 구제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기존의 제한적 면제론에 따른 국제 관습법을 적용하여 이 사건 청구를 각하하는 것은 원고들의 헌법상 재판청구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서 대한민국 헌법에 반하므로 허용되지 아니한다.
(3) 국제법상 상호주의(reciprocity)에 따라 피고에 대한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주장
피고는 일본 법률 제10조에서 사망 또는 상해 등 인신 손해를 초래한 외국의 행위 전부 또는 일부가 일본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경우 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관하여 외국에 국가 면제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어서, 만약 대한민국이 피고 영토 내에서 불법행위를 하였다면 대한민국은 일본 법률에 따라 피고 법원으로부터 국가 면제를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므로, 그 반대의 경우에 해당하는 이 사건에서 피고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는 것은 국제법상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상호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
2. 이 사건의 쟁점
가. 이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인 원고들이 피고라는 外國을 상대로 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불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사건이다. 대한민국의 주권 중 사법권은 헌법 제101조 제1항에 의하여 법원에 속하는데, 이러한 사법권도 입법권ㆍ행정권 등 다른 주권과 마찬가지로 영토고권의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의 영토인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헌법 제3조)에 미치고, 대한민국의 영토 밖의 다른 주권국가에 대하여 미치지 아니함이 원칙이다.
다만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 ㆍ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만약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에 대한민국 법원이 피고에 대하여 민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약이 체결되었다거나 또는 피고에 대한 재판권 행사를 가능케 하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로서의 국제 관습법이 존재한다면 그 범위에서 피고에 대한 소가 적법해질 수 있다.
그리고 민사소송에서 피고에 대한 대인적 재판권의 존부는 소의 적법 요건으로서 직권조사사항이므로, 설령 피고가 응소하지 아니하여 재판권 흠결 주장을 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대인적 재판권의 존부를 심리ㆍ판단하여야 하고, 그 결과 대인적 재판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그 소는 각하될 수밖에 없다.
나. 대한민국은 법원의 외국을 상대로 한 민사 재판권 행사에 있어서 국가 면제의 범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바 없고, 또한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에 상호간의 민사 재판권 인정 여부에 관한 조약도 체결된 바 없으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에 대한 국가 면제 인정 여부는 오로지 '국제 관습법'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다. 이하에서는 본안 판단에 앞서서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즉 현재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로 한다.
원고들의 당초 주장은, 앞서 본 이 사건 ICJ 판결에서 이탈리아의 주장과 같이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 '강행법규 위반 행위'에 관하여는 더 이상 국가 면제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국제 관습법이 변경되었음을 전제로 한 주장이 포함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원고들은 2021. 3. 24. 이 사건 제8회 변론기일에서, 국가 면제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 취지는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이 변경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 97다39216 판결에서 선언한 '제한적 면제론'이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임을 전제로, 이를 이 사건에서 적용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 관습법상 인정되는 사법에의 접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므로, 원고들이 피고에 대한 국가 면제가 부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이 영토 내 불법행위 또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중대한 인권 침해 등 새로운 예외를 인정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제한적 면제론이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임을 전제로 주장하는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가 면제 인정 여부는 소송요건으로서 직권조사사항이고, 그 판단을 위한 근거로서의 국제 관습법도 국내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규범'이어서, 법원이 당사자들의 주장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그 권한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국제 관습법의 내용을 조사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다카2025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고들이 국가 면제에 관하여 기존의 국제 관습법의 변경을 전제로 새로운 예외에 관한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현재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은 이 사건에 적용될 규범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원고들의 주장, 즉 이러한 국제 관습법이 대한민국 헌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가 되므로, 이 사건의 해결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현재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의 내용을 살피고, 개별 쟁점에 관하여 원고들이 주장을 개진한 부분에 관하여는 현재 국제 관습법의 내용을 밝힘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판단하기로 한다.
이를 위하여 아래 Ⅲ. 1.항에서는,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의 역사적, 현실적 배경과 국제 관습법의 성립 ㆍ 변경을 위한 요건이 어떠한지에 관하여 살피고, Ⅲ. 2.항에서, 현재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의 내용에 관하여 살핀 다음, Ⅲ. 3.항 이하에서는 이 법원이 판단한 현재의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의 내용을 전제로, 원고들의 주장의 당부에 관하여 살피기로 한다.
Ⅲ.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1.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의 淵源과 국제 관습법 성립ㆍ변경의 요건에 관하여
가. 국가 면제의 의미와 그 이론적ㆍ현실적 배경
(1) 국가 면제의 법리는 역사적으로, 외국의 행위에 관하여는 그 행위가 주권적 ㆍ 권력적 ㆍ 공법적(acta jure imperii)인지, 비주권적 ㆍ 비권력적 ㆍ 사법적(acta jure gestionis)인지를 묻지 아니하고 다른 국가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절대적 면제에서, 외국의 행위 중 비주권적 행위에 관하여는 국가 면제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제한적 면제의 법리로 발전하였다(이하 외국의 비주권적 행위에 대하여만 국가 면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법리를 '제한적 면제론'이라 한다).
1812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국가 면제가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 관습법에 따른 것임을 선언하여 절대적 면제론을 취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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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부터 벨기에, 이탈리아, 그리스 등의 법원에서 제한적 면제론에 입각한 판결들이 선고되기 시작하였으나, 제2차 세계대전 무렵까지도 영국, 폴란드 등의 법원에서는 절대적 면제론에 입각한 판결이 선고되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미국 등 다른 국가의 법원들이 '제한적 면제론'을 채택함에 따라 제한적 면제론이 국제 사회에서 일반적인 관행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2) 국제 관습법상 국가 면제가 인정되는 근거로는, ① 각 국가는 독립적으로 주권을 가질 뿐만 아니라 각국의 주권은 평등하므로, 어느 한 국가가 동등한 주권을 가진 다른 국가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 ② 법정지국 영토 내에 위치한 외국의 재산에 관하여는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협약」 제22조 제2호 등에 따라 강제집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해당 외국 영토에 위치한 재산에 관하여는 그 외국 법원에 의한 판결 승인 절차를 거쳐야만 집행이 가능하므로, 설령 외국을 상대로 금전 지급을 명하는 이행판결이 확정되어 원고들이 집행권원을 확보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판결에서 인정된 권리의 종국적인 만족을 위한 강제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③ 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문제된 사안에 대한 외교적 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것 등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 인정 근거와 무관하게 국가 면제는 단순히 외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한 '국제 예양'(international comity)의 차원을 넘어서, 구속력 있는 국제 관습법으로 인정되어 왔다.
(3) 대한민국의 판례는, 대법원 1975. 5. 23.자 74마281 결정에서 "국가는 국제관례상 외국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게 되어 있으므로 특히 조약에 의하여 예외로 된 경우나 스스로 외교상의 특권을 포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국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하여 '절대적 면제론'의 입장에 섰다가, 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은, 미국 국방부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다가 해고된 원고가 미국을 상대로 해고 무효확인과 복직시까지 임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고 제한적 면제론의 법리를 채택하여, "국제 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국가의 사법적(私法的) 행위까지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것이 오늘날의 국제법이나 국제관례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 행위가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는 당해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09다16766 판결은,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외국의 사법적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채권에 관하여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해당 국가를 제3채무자로 한 압류 및 추심명령에 관하여는, 해당 국가가 우리나라 법원의 압류 등 강제조치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동의하였거나 또는 재판권 면제 주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해당 국가를 제3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발령할 재판권을 가진다고 하였고,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다264174 판결은, 미군정청이 1946. 2.경 북위 38°선 이남 조선 내 자연인과 법인이 소유 ㆍ 점유하고 있는 일본은행권 또는 대만은행권을 1946. 3. 2.부터 1946. 3. 7.까지 미군정청이 지정한 7개 금융기관에 예치할 것을 명하고 예입 후에는 인출 및 거래를 금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군정법령을 제정하여 시행한 행위는, 미군의 주권적 행위로서 이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이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미국을 상대로 위 군정법령의 시행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를 각하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대법원 2018. 10. 11.자 2018다245528 판결, 대법원 2019. 4. 5.자 2018다301541 판결도 동일하다).
이와 같이 대법원은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외국의 비주권적 행위에 대하여는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하면서,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대하여는 재판권을 부정하는 제한적 면제론을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헌법재판소의 입장도 다르지 아니하다(헌법재판소 2017. 5. 25. 선고 2016헌바3898 결정 등).
나. 국제 관습법의 성립 및 변경에 관한 법리
(1) 국제법 질서는 독립된 주권국가들로 이루어진 국제 사회를 규율하는 법질서로서, 국내법과 달리 각국의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하여 통일된 성문 규범을 제정하기 어렵고, 또한 규범 위반에 대한 제재를 포함하여 규범을 실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기관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특수성이 있다.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하여 국제법 영역에서는 성문화되지는 아니하였지만, 국제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국제 관습법'이 법원(法源)으로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이하 'ICJ 규정'이라 한다) 제38조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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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규범으로 받아들여진 일반적인 실행의 증거로서 국제 관습'(international custum, as evidence of a general practice accepted as law)을 국제법의 법원(法源) 중 하나로 정하고 있고, 이러한 '국제 관습법'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국가의 일반 관행의 존재(general practice of states)와 법적 확신(opinio juris)이 요구된다고 해석되고 있다.
(2) 여기에서 '관행'은 개별 국가의 실행에 의하여 형성되고, 그러한 국가 실행의 내용으로는 개별 국가의 입법, 국내 법원의 판결 및 외교적인 성명 등을 들 수 있고, 국제기구의 결의도 국가 실행의 내용으로 고려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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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국가의 실행이 '일반적인 관행'이 되기 위하여는 그러한 관행이 항상적이고 통일적일 것(constant and uniform)을 요하고, 여기에서 '통일적'이라는 것은 하나의 국가 차원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 간 차원에서도 통일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관행이 '일반적'인 관행이 되기 위하여는 '국가 관행상 일반적으로 채택되는 정도', 또는 '일반적인 차원에서 광범위한 참여'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이하 'ICJ'라 한다)는 "국제 관습법이 규범으로서 확립되기 위하여 그에 상응하는 관행이 절대적으로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국제 관습법의 존재를 추론하기 위하여 국가들의 행위가 일반적으로 그러한 규칙과 양립할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며, 그 규칙과 양립하지 않는 국가행위는 새로운 규칙의 징표로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그 규칙에 대한 위반으로 간주된다. 만약 한 국가가 승인된 규칙과 일견 양립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하면서 그 규칙 자체에 포함된 예외 또는 정당한 것으로 항변함으로써 합리화하려 한다면, 그 국가의 행위가 그러한 기초 위에서 사실상 정당화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그러한 태도는 그와 같은 규칙의 존립 기반을 약화시킨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러한 규칙이 국제 관습법으로 존재함을 확인하는 것이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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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고 '법적 확신'(opinio juris)이란, 앞서 본 바와 같이 형성된 관행에 관하여 개별 국가들이 이를 법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ICJ는 "(개별 국가들의) 행위는 확립된 관행의 정도에 이르러야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국가 실행은 그러한 규칙을 준수할 것이 요구된다는 신념의 증거로서 행해져야 한다"라고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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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와 같이 개별 국가의 실행에 의하여 형성된 일반적인 관행이 법적 확신을 얻게 되어 국제 관습법으로 성립하면, 그러한 관행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국가라 하더라도 이미 성립된 국제 관습법에 구속된다. 그리고 일부 국가에 의하여 이러한 국제 관습법과 일부 다른 내용의 국가 실행이 존재한다하더라도, 그러한 기존의 국제 관습법과 다른 내용의 국가 실행이 일반적인 관행으로 자리 잡고, 법적 확신을 얻게 되어 기존의 국제 관습법을 대체하기 이전까지는 기존의 국제 관습법의 구속력이 당연히 배제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국가 면제에 관한 새로운 예외가 국제 관습법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1) 앞서 본 바와 같이,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은 당초 외국의 행위가 주권적인지, 비주권적인지를 묻지 아니하고 일반적으로 인정되었다가, '비주권적 행위'에 관하여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고, 대법원도 1998년경에 이르러 이러한 국제 관습법의 변경을 반영하여 '제한적 면제론'이 헌법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 법규'임을 규범적으로 확인하는 의미에서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였다.
(2) 만약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버이 기존의 제한적 면제론에서 인정되지 아니하던 새로운 예외, 예컨대 이 사건 ICJ 판결에서 이탈리아의 주장과 같이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의 예외, 강행법규 위반행위의 예외 등이 인정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면, 논리적으로 이러한 영역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던 기존의 국제 관습법이 '폐지'되고, 국가 면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새로운 국제 관습법이 '성립'되었음을 의미하는데, 이를 위하여는 앞서 본 국제 관습법 성립 ㆍ 변경에 관한 법리에서 본 바와 같이, 국가 면제의 새로운 예외가 인정되었음이 개별 국가의 입법 또는 판결 등 국가 실행에 의하여 '일반적인 관행'에 이를 정도로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법적 확신'이 수반된다는 사정까지 인정되어야 한다.
(3)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이기는 하나(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다카20252 판결,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6다22271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문제된 '국제 관습법' 자체가 아니라 이를 구성하는 국가 실행의 구성 요소로서의 외국의 입법 등은 국제 관습법의 성립 요건으로서 '일반적인 관행'을 뒷받침하는 '사실'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러한 외국 법률의 해석에 있어서는 이 법원이 독자적인 해석을 하기보다는 그 나라 법원 등의 해석을 존중하여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전제 하에, 국가 면제에 관한 현재 유효한 국제 관습법이 어떠한지에 관하여 항을 바꾸어 살핀다.
2. 국가 면제에 관하여 현재 유효한 국제 관습법에 관하여
가. 논의의 범위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의 불법행위는,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피고 소속 경찰 또는 이들의 지시를 받은 자들에 의한 취업 빙자 사기 ㆍ 협박 ㆍ 납치 등 위법한 방법으로 이 사건 피해자들을 위안부로 차출하고, 대한민국 영토 밖인 중국 ㆍ 일본 ㆍ 대만 또는 필리핀 등에 피고 군대가 설치한 위안소에서 그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강요하였다는 것이다.
그 중 위안부 차출 행위 부분은, 대한민국 여토 내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피고가 중 ㆍ 일 전쟁, 태평양 전쟁 등을 수행하던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 초반에 걸쳐서, 피고 군대의 요청에 따라 조선총독부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29)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그 중 이 사건 ICJ 판결 다수의견에서 국가 면제가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한 '법정지국의 영토 내에서 무력 분쟁 과정에서 외국의 군대 또는 그와 협력하는 외국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행위'
30)
에도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그리고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인권 관련 국제 조약을 위반한 행위로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ICJ 판결에서 이탈리아가 주장하였던, '강행법규 위반 행위'에 관하여 국가 면제가 인정되는지 여부도 문제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먼저 이 사건이 이 사건 ICJ 판결의 다수의견이 국가 면제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살피고, 다음으로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 또는 '강행법규 위반 행위'에 관하여 국가 면제가 인정되는지 여부도 문제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먼저 이 사건이 이 사건 ICJ 판결의 다수의견이 국가 면제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살피고, 다음으로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 또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에 해당하면 그 행위가 주권적 행위라 하더라도 국가 면제의 예외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현재의 국제 관습법이 어떠한지를 살피기로 한다.
나. 이 사건 ICJ 판결 다수의견이 국가 면제가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한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1) 이 사건 ICJ 판결의 다수의견은, '법정지국의 영토 내에서 무력 분쟁 과정에서 외국의 군대 또는 그와 협력하는 외국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행위'에 대하여는 여전히 국가 면제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이 사건 ICJ 판결의 다수의견은 최근에 이루어진 판결로서 현재까지 각국의 입법 및 판결 등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되므로, 이 법원도 위 판결의 다수의견의 법리를 현재의 국제 관습법으로 보아 이 사건에서 피고에 대한 국가 면제 인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삼기로 한다.
(2)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의 불법행위 중 위안소에서 성관계를 강요한 행위는 대한민국 영토 밖에서 이루어진 행위이나, 위안부 차출행위는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 부분이 이 사건 ICJ 판결의 다수의견에서 판단한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피해자들은 피고 군대의 요청에 따라 조선총독부가 경찰 등 행정체계를 동원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을 위안부로 차출하였다는 것이므로, 이러한 행위는 이 사건 ICJ 판결 다수의견이 밝히고 있는 '외국의 군대와 협력하는 외국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행위'(acts committed ㆍㆍㆍ by ㆍㆍㆍ the other organs of State working in co-operation with the armed forces [of a foreign State])에 해당한다.
㈏ 이러한 피고의 행위가 이루어진 시기는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 초반으로서, 그 시점은 일본이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다음 중ㆍ일전쟁에 이어 전선을 태평양전선으로 확대하던 시기였고, 이 사건 피해자들을 위안부로 차출한 목적은 이들로 하여금 위안소에서 피고 소속 군인들과 성관계를 갖도록 함으로써 병사들의 성욕 해소 또는 성병의 감염 방지와 같이 피고 군대의 전투력 보존을 위한 군사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었으므로, 그 행위의 시기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위 법리가 제시하는 '무력 분쟁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acts committed ㆍㆍㆍ in the course of conduting an armed conflict)에 해당한다.
그리고 당시는 한반도가 피고의 식민지였으므로, 이러한 피고의 행위가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행위인지에 관하여 의문이 제기될 수 있으나, 당시 피고가 한반도를 점령한 것은 불법적인 식민 지배로 보아야 하므로(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의 위안부 차출행위는 피고의 일시적인 불법 점령상태에 있었던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 법리가 제시한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행위'(acts committed on the territory of the forum State ㆍㆍㆍ)에도 해당한다.
㈐ 원고들은 이에 대하여, 당시 대한민국은 피고와 무력 분쟁을 벌인 교전 상대국이 아니었고, 당시 중ㆍ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의 전선에서 한반도는 제외되어 한반도 내에서 현실적으로 교전이 이루어지지도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ICJ 판결 다수의견의 법리가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① 먼저 원고들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로서, ICJ 판결 다수의견에서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하여 여전히 국가 면제를 인정하는 취지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살핀다.
이 사건 ICJ 판결에서는 UN 국가면제협약 및 대부분 개별 국가의 입법 내용에서 명시적으로 '무력 분쟁 상황'에 관한 예외를 정하고 있지 아니함에도 각국의 판결 등을 기초로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하여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취지는 단순히 무력 분쟁 중에는 '예측 불가능한 손해 발생'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 무력 분쟁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하여, 자국의 이익 또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군대의 무력을 사용하는 것으로서, 국가의 행위 중 주권 행사로서의 성격이 가장 강한 행위 중 하나이므로, 국가 면제의 이론적 근거 중 각국의 주권 존중의 요청이 가장 강하게 요구되는 영역으로 보아야 하고, ⓑ 무력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관련 국가들에 대한 국제법적 규율에 있어서 평시 국제법이 아니라 '전시 국제법'이 적용되므로, 무력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인신 손해를 포함한 손해배상의 문제도 전시 국제법에 의하여 규율되어야 함을 반영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무력 분쟁 상황에서 적용되는 '전시 국제법'으로는 「육전의 법 및 관습에 관한 협약」(Convention with Respect to the Laws and Customs of War on Land, 이하 '헤이그 육전협약'이라 한다), 「전시 민간인 보호에 관한 제네바 협약(Geneva Convention Relative to the Protection of Civilian Persons in Time of War. 이하 '제네바 협약'이라 한다) 등이 있는데, 헤이그 육전협약 제3조는 "부속서상의 의무를 위반한 교전 당사자는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교전 당사자는 개별전투원의 모든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31)
그 부속서 제46조는 "가족의 명예와 권리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교전 당사자의 배상의무를 정한 헤이그 육전협약 제3조를 포함한 헤이그 육전협약 또는 제네바 협약에 관하여, "협약에서 행위에 관한 실체법적인 규율만을 하고, 일정한 위반행위에 대한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을 정한 것만으로 당연히 그러한 협약으로부터 개인의 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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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해석은 무력 분쟁 중에 발생한 손해배상 등의 문제에 관하여, 피해자 개인이 그러한 손해를 야기한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개별적인 소송에 의하지 아니하고 관련 국가들 사이에 일괄 협정에 의하여 해결될 것을 예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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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의 문제는 독일과 각국 사이의 협정에 의하여 해결되었으며, 대다수 국가의 법원은 자국민이 독일을 상대로 하여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독일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의 문제는 독일과 각국 사이의 협정에 의하여 해결되었으며, 대다수 국가의 법원은 자국민이 독일을 상대로 하여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독일에 대한 국가 면제를 인정하였다. 이 사건 ICJ 판결 다수의견에서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한 것도, 이러한 행위에 관하여 위 협약이 예정한 바와 같이 피해자들의 소송 등 개별적인 권리구제절차가 아니라 관련 국가들 사이의 협의에 의하여 해결되어야 한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1949. 8. 2. 체결된 제네바 협약 제4조는 "본 협약에 의하여 보호되는 자는, 무력 분쟁 또는 점령의 경우에 있어서 특정 시점에 그 형식의 여하에 관계없이 충돌 당사국 또는 점령국의 권력 내에 있는 자로서 동 충돌 당사국 또는 점령국의 국민이 아닌 자이다"라고 규정하고, 적대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아니한 민간인의 보호에 관한 규정(제13~25조), 분쟁 당사국과 점령 지역 내의 민간인의 보호에 관한 규정(제27~62조)도 아울러 두고 있어서, 위 협약에 의하여 보호되는 민간인의 범위를 반드시 현실적인 교전이 이루어지는 교전 상대국의 국민 또는 현실적으로 교전이 이루어지는 지역에 거주하는 민간인으로 제한하고 있지도 아니하다.
이러한 전시 국제법의 규율 내용을 고려하면, 이 사건 ICJ 판결의 다수의견에서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한 취지가, 반드시 현실적으로 전투가 이루어지는 교전 상대국의 국민 또는 그 지역에 거주하는 민간인을 상대로 이루어진 불법행위에 대하여만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② 이러한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한 이 사건 ICJ 판결 다수의견의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위안부 차출행위는 피고가 20세기 초반 한반도를 점령한 이후 중 ㆍ 일전쟁, 태평양 전쟁 등을 거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수행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하는데, 설령 피고가 당시 한반도를 완전히 점령하고 있어서 한반도 내에서 현실적인 무력 분쟁이 없었다 하더라도, 한반도에 거주하던 이 사건 피해자들은 피고의 국민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앞서 본 헤이그 협약 등 전시 국제법에 따라 보호되어야할 민간인의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보기 어렵다(원고들도,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하여 헤이그 육전협약이 적용됨을 전제로, 피고 행위의 위법성의 근거 중 하나로 헤이그 육전협약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대한민국이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당사자가 되지는 아니하였으나,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 (a)는 향후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에 별도의 협정에 의하여 대한민국 국민과 피고 사이의 재산상 채권ㆍ채무관계가 해결될 것을 예정하고 있었고, 실제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에 청구권협정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위 청구권협정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실제로 논의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대한민국의 부작위의 위헌성을 다툰 헌법소원(2006헌마788) 사건에서, 청구인인 위안부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문제도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해결될 다툼임을 전제로 대한민국의 부작위의 위헌성을 주장하였고, 헌법재판소도 같은 전제에서 대한민국의 부작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전시 국제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기 어렵고, 그러한 전시 국제법은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관하여 개별적인 소송 대신 관련 국가들의 별도의 협정에 의한 해결됨을 전제로 규정하고 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관계국가 사이의 협의의 내용, 진행 경과 및 그 이후 각종 쟁송에서 당사자들의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이 사건 피해자들을 대한민국 여토 내에서 위안부로 차출한 행위도 피고를 상대로 한 개별적인 소송에 의하기보다는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의 별도의 협정에 의하여 해결되어야할 사항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피해자들을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위안부로 차출한 행위도 이 사건 ICJ 판결 다수의견이 국가 면제가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한 '법정지국의 영토 내에서 무력 분쟁 과정에서 외국의 군대 또는 그와 협력하는 외국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불법행위에 해당하면 '주권적 행위'라 하더라도 국가 면제의 예외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음으로 현 시점에서의 국제 관습법이,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불법행위 중 '무력 분쟁 과정에서 외국 군대에 의하여 이루어진 해위' 이외에 '외국의 주권적 행위 일반'에 관하여 국가 면제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외국의 불법행위에 관하여 국가 면제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국제 조약으로는 UN 국가면제협약 제12조, 유럽 국가면제협약 제11조가 있고, 각국의 개별 입법으로는 미국 FSIA §1605 (a)(5), 일본 법률 제10조, 영국 SIA 제5조 등이 있으며, 이들 규정들이 국가 면제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영토 내 불법행위의 요건에 관하여 정함에 있어서 명시적으로 외국의 '주권적 행위'와 '비주권적 행위'를 구별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음은 인정된다.
(2)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종합하면, 앞서 든 일부 조약이나 개별 국가의 입법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외국의 불법행위에 관하여 그러한 행위가 주권적 행위라 하더라도 국가면제가 부정된다는 일반적인 관행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 UN 국가면제협약의 제정 과정에서 ILC가 기존의 국제 관습법을 반영하여 조항을 성안하였으므로, UN 국가면제협약 제12조의 존재 자체가 당시의 국제 관습법이 그 규정 내용과 같은 국제 관습법이 존재함을 추단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여지가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관행'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될 '국가 실행'의 내용에 관하여 개별 국가의 입법, 판결 또는 행정적 조치 등뿐만 아니라 국제 기구의 결의 내용도 고려될 수 있다. 따라서 UN 국가면제협약 제12조는 두 가지 측면, 즉 그 성안 과정에서 국제 관습법을 반영하였다고 볼 수 있는 간접적인 자료로서, 그리고 UN 총회 결의 그 자체로서 국가 실행의 일부로 고려될 수 있다.
㈏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UN 국가면제협약 제30조는 위 협약은 30번째의 비준서, 수락서, 승인서, 가입서가 국제연합 사무총장에게 기탁된 날로부터 30일이 되는 날에 발효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1. 3. 24. 현재 위 협약의 비준국은 22개국(서명국 28개)에 불과하여 위 협약은 아직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하였고, 그 비준국의 수는 UN 회원국 총 193개국 중 11.3%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 협약의 성안 과정에서 기존의 국제 관행이 반영되었다 하더라도, 정작 위 협약을 비준한 국가의 수가 매우 적은 사정까지 아울러 고려하면 위 협약에 담긴 내용이 개별 국가의 실행에 의하여 확립된 관행에 이르렀다거나 또는 개별 국가들이 이에 대한 법적 확신을 부여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 유럽 국가면제협약의 경우에도 그 비준국이 8개국이고, 영토 내 불법행위의 예외에 관한 개별 입법을 두고 있는 국가도 11개 국가에 불과하므로, 이들 국가의 수를 앞서 본 UN 국가면제협약 비준국의 수와 단순 합산하면 41개국이고, 위 각 협약 비준국과 개별 입법국가에 중복으로 산입된 4개 국가(UN 국가면제협약과 유럽 국가면제협약을 중복 비준한 국가로는 오스트리아, 스위스가 있고, 유럽 국가면제협약을 비준하고 개별 입법을 한 국가로는 영국이 있으며, UN 국가면제협약을 비준하고 개별 입법을 한 국가로는 피고가 있다)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국제 협약을 비준하거나 개별 입법을 함으로써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지 아니할 의사를 외부적으로 밝힌 국가는 37개국으로서 전체 193개 UN 회원국 중 19.2%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국가 실행의 양적인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하여 국가 면제를 부정하는 개별 국가 실행이 일반적인 관행의 지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 나아가 UN 국가면제협약 제12조, 유럽 국가면제협약 제11조와 개별 국가의 입법 내용을 보더라도 이들은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 다음과 같이 규범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국제 협약 또는 일부 국가의 입법 내용도 '일반적인 관행'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통일성(conformity)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먼저 앞서 본 협약과 각국의 입법 내용은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 중 주권적 행위에 관하여 국가 면제가 인정되는 범위에서도 다음과 같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즉 미국의 FSIA §1605 (a)(5)는 (A) 재량권의 행사 또는 불행사에 기초한 청구, (B) 악의적인 기소, 절차의 남용, 비방, 오보, 기망 또는 계약상 권리에 대한 부당한 간섭의 경우에는 여전히 국가 면제가 인정된다고 정하고 있는데, 미국 연방대법원은 FSIA §1605 (a)(5)(A)가 정한 '재량권 예외'에 관하여, '재량'이란 계획 또는 행동의 개시뿐만 아니라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의 계획을 구체화함에 있어서 정책적인 결정과 판단의 여지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고, 이는 외국의 주권적 ㆍ 권력적 행위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1605 (a)(5)(B)에서는 재량행위 이외에 악의적 기소 ㆍ 절차의 남용 등 특정한 행위의 유형에 따라 예외 사유를 나열하고 있다.
영국 SIA는 제16조에서 무력 분쟁 등과 같이 일정한 경우를 예외로 정하고 있고, 일본 법률은 제3조에서 "이 법률의 규정은 조약 또는 확립된 국제법규에 기초하여 외국이 향유하고 있는 특권 또는 면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하여 국제 관습법에 따른 예외를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유럽 국가면제협약 제31조는 "이 협약은 어느 체약국의 군대가 다른 체약국의 영토 내에서 행하거나 또는 행하려고한 작위 또는 부작위에 관하여 체약국이 향유하는 국가 면제의 특권에 관하여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하여, '군대'의 행위는 무력 분쟁 중인지 여부 또는 그 행위의 내용과 성격을 불문하고 국가 면제가 인정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한 국제 협약 또는 개별 국가의 입법도, 그 중 주권적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국가 면제 인정 범위가 상이하므로, 이를 두고 국제 관습법 성립 ㆍ 변경의 요건 중 '일반적인 관행'의 구성 요소인 통일성(conformity)을 갖추었다고 볼 수는 없다.
② 또한 국가 면제의 예외로 인정되기 위하여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행위'의 장소적 범위에 관하여, UN 국가면제협약 제12조와 일본 법률 제10조는 문제된 행위의 '일부'만 법정지국 영토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국가 면제가 부정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으나, 미국 연방 법원 판례는 미국 FSIA §1605 (a)(5)에서 "미국 내에서 외국 또는 그 공무원 ㆍㆍㆍ 직무 범위 내에서 행한 불법행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발생한 대인적 상해 또는 사망"으로 정한 것에 관하여, "위 조항의 문언상 불법행위는 물론 손해도 모두 미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져야만 §1605 (a)(5)의 요건을 충족하여 국가 면제가 부정된다"고 해석하고 있고,
34)
영국 법원도 영국 SIA 제5조가 "영국 내에서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하여 발생한 사망 또는 인신 상해 ㆍㆍㆍ 에 관한 소송에서는 재판권이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정한 것에 관하여, 미국 연방법원과 마찬가지로 국가 면제의 예외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인신 상해 등이 영국 영토 내에서 발생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개별 입법에서 불법행위 발생 장소에 관한 규율 내용의 차이는 이 사건에서 문제된 피고의 행위와 같이 문제된 행위 중 일부만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지고 나머지는 법정지국 영토 밖에서 발생한 경우 국가 면제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므로, 이러한 차이점을 고려하면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한 개별입법에 의한 국가의 실행 내용이 '일반적인 관행'의 구성 요소인 통일성(conformity)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 그리고 대한민국 대법원은,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다264174 판결, 대법원 2018. 10. 11.자 2018다245528 판결, 대법원 2019. 4. 5.자 2018다301541 판결 등에서, 미군정청이 38선 이남 지역에서 시행될 군정법령을 제정한 행위가,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미국의 주권적 행위임을 들어 미국에 대한 국가 면제를 인정하였다.
앞서 본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한 UN 국가면제협약, 유럽 국가면제협약과 개별 국가의 입법은 모두 인신 손해 이외에 '유체동산 또는 재산에 대한 손해'에 관하여도 국가 면제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앞서 든 대법원 판결들은, 미군정청의 군령 제정에 의하여 당시 원고들 또는 원고들의 선대가 소유 ㆍ 점유하던 일본은행권 또는 대만은행권의 가치가 손상되었음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이들의 청구가 앞서 든 국제 협약과 개별 국가의 입법이 정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음에도, 미국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주권적 행위라면 국가면제가 인정된다는 기존의 제한적 면제론이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임을 전제한 것으로서, 앞서 본 일부 국제 협약 또는 개별 국가의 입법에 의하여 그러한 국제 관습법이 변경되지 아니하였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따라서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주권적 행위'라 하더라도 국가 면제가 부정되어야 한다는 국제 관습법이 새롭게 성립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관하여는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불법행위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재의 국제 관습법이라고 보아야 한다.
라.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하여 국가 면제의 예외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끝으로 현 시점에서의 국제 관습법이 강행법규를 위반한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하여는 국가 면제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1) '국가 면제'는 법원의 민사 재판권에 대한 인적인 제약으로서 소의 적법 요건이므로, 국가 면제의 본질적인 내용으로서 독립된 주권 국가는 다른 국가 법원의 재판권에 구속되지 아니한다는 것은, 비단 다른 국가 법원으로부터 불리한 판결을 받지 아니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법원에 제기된 소송의 본안에 관하여 응소할 부담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런데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중대한 인권 침해' 여부는 필연적으로 사건의 본안에 대한 심리를 거친 이후에야 판단될 수 있는 문제이므로, 앞서 본 국가 면제의 제도적 취지를 고려하면 피고의 위반행위의 중대성과 이로 인한 손해의 심각성에 대한 정도가 본안 심리의 전제 조건으로서 재판권 존부 판단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2) 그리고 앞서 살핀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한 UN 국가면제협약 제12조와 미국 FSIA §1605 (a)(5) 등은 본래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목적으로 규정된 것으로,
35)
원고들 주장과 같이 위반행위의 내용과 손해의 정도에 따라 다른 규율을 하고 있지도 아니하다.
(3) 이 사건 ICJ 판결과 유럽 인권재판소 판결
36)
모두 이 부분 쟁점에 관하여, 고문금지 또는 반인권 범죄 등이 갖는 특별한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위반행위의 중대성을 근거로 국가 면제 여부를 판단하는 각국의 판결 등 국가 실행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보아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하여 국가 면제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배척하였고, 2000년대 이후에 선고된 캐나다, 프랑스, 슬로베니아, 뉴질랜드, 폴란드, 영국 법원의 판결도 모두 이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37)
(4) 미국 연방법원의 CL v. Chile 판결
38)
은, '강행법규 위반' 일반에 대한 국가 면제 인정 여부에 관한 국제 관습법에 관한 판결이 아니라 미국 국내 법률인 FSIA§1605 (a)(5)(A)가 정한 '재량적 기능(discretionary function)'의 해석에 관한 판결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ICJ 등 국제 재판소 및 각국의 국내 법원 판결들의 경향이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국가 면제 예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CL v. Chile 판결에 더하여 최근 국제 인권법 분야의 발전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강행법규 위반에 관하여 국가 면제를 부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에 이를 정도로 각국의 국가 실행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마. 소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은 현 시점에서의 국제 관습법에 관하여 ICJ의 명시적 판단이 담긴 이 사건 ICJ 판결의 다수의견이 판단한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하므로, 그에 따르면 피고에 대하여 국가 면제가 인정된다. 그리고 설령 위 판결에서의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이 기존의 제한적 면제론에서 인정되지 아니하던 새로운 예외, 즉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 또는 '강행법규 위반 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그러한 행위가 주권적 행위라 하더라도 국가 면제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에 이를 정도로 각국의 입법 또는 판결 등 개별 국가들의 실행에 의하여 뒷받침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현 시점에서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은 여전히 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선언한 바와 같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인데, 제2차 세계대전 수행 과정에서 피고 군대와 행정기관을 동원하여 이루어진 피고의 행위는 주권적 행위라고 보아야 하므로 현 시점의 국제 관습법에 의하면 피고에 대하여 국가 면제가 인정된다.
3. 기존의 제한적 면제론에 따른 국가 면제의 요건에 해당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관하여
가. 피고의 행위는 강행법규를 위반하여 중대한 인권 침해를 초래한 것으로서 '주권적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의 행위가 이 사건 피해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대한 강행법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제한적 면제론에서 국가 면제가 인정되는 '주권적 행위'(acta jure imperii)는 비권력적 ㆍ 私法的 행위에 상대되는 개념으로서, 그 본질상 주권의 행사가 어떠한 법적 ㆍ 윤리적 당위를 전제로 한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만약 국가에 의한 공권력의 행사가 잔혹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그러한 행위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 또는 위법한 '주권 행사'가 될 뿐이지 그러한 행위의 주권적 행위로서의 성격 자체를 상실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의 행위는 그 목적, 내용 및 형식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피고가 사경제주체의 지위에서 행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주권적 행위로 보아야 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상업적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원고들의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행위는 피고 군대의 요청에 따라 당시 한반도를 관할한 조선 총독부가 행정조직을 이용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을 차출하여, 피고 군대가 주둔한 지역의 위안소에 배치시켜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것이어서, 이러한 행위는 그 목적, 행위의 주체와 내용에 비추어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므로 '주권적 행위'라고 보아야 하고, 달리 이를 비권력적 ㆍ 사법적 행위(acta jure gestionis)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기존의 제한적 면제론을 내용으로 하는 국제 관습법을 이 사건에 적용할 경우 대한민국 헌법에 위반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이러한 국제 관습법이 이 사건에 적용될 재판규범이 될 수 없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1) 헌법 전문과 헌법 제6조 제1항에 의하면, 우리 헌법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ㆍ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를 국내법과 마찬가지로 준수하고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국제질서를 존중하여 항구적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을 기본이념의 하나로 정하고 있으므로, 국제적 협력의 정신을 존중하여 될 수 있는 한 국제법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 요청됨은 당연하다(헌법재판소 2014. 5. 29. 선고 2010헌마606 결정 참조).
(2)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과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재판청구권과 같은 절차적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제도적 보장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유권적 기본권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나(헌법재판소 2005. 5. 26. 선고 2003헌가7 결정, 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3헌바186 결정, 헌법재판소 2015. 7. 30. 선고 2014헌가7 결정 등 참조), 입법자는 그러한 입법을 할 때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고, 특히 당해 입법이 단지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상당한 정도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12. 7. 26. 선고 2009헌바297 결정 참조).
나.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에 적용될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인 제한적 면제론을 이 사건에 적용할 경우 피고의 행위는 그 본질상 주권적 행위라고 평가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러한 피고의 행위가 불법행위임을 전제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피고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재판을 통하여 종국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종합하면, 현 시점에서 국가 면제에 관하여 인정되는 '제한적 면제론'에 입각한 국제 관습법 그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이러한 국제 관습법을 이 사건에 적용한 결과 피고에게 국가 면제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재판청구권 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등 대한민국 헌법에 위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결국 이러한 국제 관습법이 이 사건에 적용될 재판 규범이 될 수 없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목적의 정당성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 ㆍ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고 정하여 국제법 존중주의를 천명하고 있고, 국제 관습법상 인정되는 국가 면제의 법리는 민사소송에서 외국에 국가 면제를 부여함으로써 타국의 주권을 존중하여 국가간의 선린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러한 국가 면제는 헌법이 정한 국제법 존중주의라는 헌법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2) 수단의 적정성
㈎ 입법재량이라는 것도 자유재량을 말하는 것은 아니므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반드시 가장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수단을 선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수단의 선택은 피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1996. 4. 25. 선고 92헌바47 결정 참조).
㈏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은, 외국의 독립된 주권을 존중하여 국제법 존중주의와 국제 평화주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대하여는 대한민국 법원에 계속된 민사소송에서 그 외국에 대한 재판권을 부정함으로써 외국이 민사소송에 응소할 부담 자체를 면제해 주는 것이므로, 이러한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고려하였을 때 국가 면제라는 국제 관습법이 취한 수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어느 국가인지, 문제된 행위가 무엇인지를 묻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재판권을 부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그 수단이 불공정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3) 침해의 최소성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을 적용하여 피고에게 국가 면제를 인정할 경우, 이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침해되는 원고들의 권리는 실체법적인 손해배상청구권 그 자체가 아니라 원고들의 절차적 권리인 재판청구권이다. 이와 같이 피고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게 되면, 원고들의 대한민국 법원에 대한 재판청구권 행사를 통한 권리 구제가 어렵게 된다 하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내용과 성격 등에 비추어 원고들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고, 또한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 행사에 의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을 위한 대체적인 권리구제수단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 헌법상 재판청구권은 법률에 의하여 그 내용과 범위가 정해지는 권리로서 당연히 본안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지 아니하므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국제 관습법에 따른 내재적 제약이 전제된 권리로 보아야 한다.
헌법 제27조 제1항이 정한 '법률에 의한 재판'에서 '법률'에는 헌법 제6조 제1항이 정한 일반적으로 승인된 법규도 포함되므로, 헌법상 재판청구권에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에 따른 국가 면제가 내재적인 제약으로 전제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 당해 사건에서 원고들이 본안 판단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재판청구권의 침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헌법상의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 내용으로 '법적 분쟁이 있는 경우 독립된 법원에 의하여 사실관계와 법률적 관계에 관하여 적어도 한 차례 법관에 의하여 심리ㆍ검토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될 권리'가 인정되어야 하나(헌법재판소 2000. 6. 29. 선고 99헌바66등 결정, 헌법재판소 2002. 10. 31. 선고 2001헌바40 결정), 이러한 권리가 모든 사건에 대하여 본안에 관한 판단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이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도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에 따라 재판권에 제약이 있는 경우, 재판청구권의 내용도 그만큼 제한될 수밖에 없으므로, 국가 면제의 법리에 따라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본안 판단에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거나 또는 실체법상의 권리를 형해화한다거나 왜곡시키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대법원 2016다264174 판결, 2018다245528 판결, 2018다301541 판결 등에서 문제된 미국의 대한민국 영토 내 행위가 주권적 행위임을 들어 국가 면제를 인정하여 미국에 대한 소를 각하하였는데, 이는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로서 이를 두고 위 사건 원고들에 대한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으며, 이 사건에서 피고의 지위를 위 판결에서 미국의 지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도 어렵다.
㈏ 피고에게 국가 면제가 인정된 결과 이 사건 피해자들이 대한민국 법원에 제소를 하여 권리 구제를 받는 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 행사로 볼 수 있는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에 의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대체적인 권리구제수단'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
① '외교적 보호권'이란, 어느 국가가 외국인의 신체 혹은 재산에 대하여 위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그에 대하여 피해자의 국적 국가가 가해국가를 상대로 그 피해의 구제를 위하여 외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국가의 권리를 의미하는데, 이는 국제 관습법상 확립된 제도이다.
전통적인 국제법 이론에 따르면, 외국의 위법한 행위로부터 피해를 입은 개인이 직접 가해국가를 상대로 국제 재판소에 제소하는 등의 절차를 통하여 구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개인의 국적국가가 일정한 요건 하에 가해국가를 상대로 자국민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외교적 보호권 제도는 개인의 권리 보호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여 왔다. 외교적 보호권의 행사 방법에는, 가해국가를 상대로 ICJ 등 국제 재판소에 제소하는 것 이외에도 가해국가와 외교적 협상을 통하여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도 포함되어 그 행사 방법이 매우 다양하므로, 피해자의 국적 국가에게는 피해자의 손해배상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그 방식과 내용의 선택에 관하여 광범위한 재량이 허용된다.
외교적 보호권 행사에 관하여 가이드라인을 정한 UN 외교보호초안(United Nations Draft articles on Diplomatic Protection)에 의하면,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는 피해자의 국적 국가이고(제3조 제1항
39)
), 외교적 보호권은 피해를 입은 개인이 가해국가의 사법기관 등을 통한 모든 권리구제절차를 마친 이후에 행사할 수 있다(제14조 제1, 2항
40)
). 그리고 UN 외교보호초안 제19조
41)
는 외교적 보호권 행사에 관한 '권장 사항'(Recommended practice)이라는 표제 아래, 특히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 국가는 외교적 보호권 행사 가능성에 관하여 충분한 고려(due consideration)를 하여야 하고,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는 국가는, 가능한 모든 경우에 있어서, 외교적 보호권 행사를 요청하는 피해자들의 견해를 고려하여야 하며, 가해국가로부터 배상 또는 보상을 받게 되면, 합리적인 공제 범위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에게 전달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②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피해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이 이들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위안부 피해자들 중 일부는 일본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가 기각되었으며, 그 후 헌법재판소의 2006헌마788 부작위 위헌 확인 결정 이후 대한민국은 피고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하여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에 이르게 되었고, 위 합의는 위안부 문제로 인하여 명예와 존엄에 상처를 입은 원고들을 포함한 피해자들에 대한 피고 정부 차원의 사죄와 반성의 내용이 담겨 있으며,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하여 피고 정부가 자금을 출연하여 재단을 설립하고 그 재단이 피해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을 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AY재단이 설립되어 위 재단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현금 지원사업을 하였음이 인정된다.
그리고 위 재단의 현금 지원사업의 결과, 피고의 자금 출연이 이루어진 2016. 9. 1.경부터 위 재단이 설립취소된 2019. 1. 21.까지 생존 피해자 34명, 사망 피해자 61명에 대한 지급이 이루어졌고 그 이후에 생존 피해자 1명, 사망 피해자 3명에 대한 현금 지급이 이루어져서 생존 피해자 35명, 사망 피해자 64명에 대하여 현금 지급이 이루어졌는데, 위 재단의 현금 지원사업이 이루어진 기간 중 연도별 생존 피해자의 수가 최대 40명(2016. 12. 31. 기준. 2015. 12. 31. 기준으로 하더라도 46명), 최소 25명(2018. 12. 31.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결국 생존 위안부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위 재단으로부터 현금을 수령하였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는 대한민국이 그 국민인 위안부 피해자들이 피고로부터 당한 피해 회복을 목적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피고 국내 법원에서의 소송절차 등을 거친 이후, 피고와의 외교적 교섭에 의한 결과로 보아야 하는 점, ⓑ 위 합의는 그 문언상 피고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내용을 담고 있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재원을 피고 정부의 자금으로 조달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합의는 앞서 본 외교적 보호권 행사의 일반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피고 정부 차원의 조치를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 대체적인 권리구제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설령 위 합의에서 피고의 책임의 성격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였고, 최종 합의안에 관하여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는 아니하였으며, 발표되지 아니한 내용에 피해자 단체의 활동을 제약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그 내용과 절차에 있어서 일부 문제점이 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국적 국가에게는 외교적 보호권 행사의 구체적인 방식의 선택에 관하여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는데, ⓐ 외국과의 외교적 협상은 필연적으로 상대방이 있는 것이어서, 상대 외국이 동의하지 아니하는 이상 당연히 대한민국의 입장을 최종 합의안에 반영될 수 없고, 피고에 대한 외교적 협상의 국면에서 대한민국이 당연히 그 의사를 피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철할 수도 없으므로, 대한민국이 피고 책임의 성격이 위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임을 반영하려 했다 하더라도 피고가 이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이상 이러한 내용이 위 합의에 반영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하는 점, ⓑ 실제로 대한민국은 피고와의 협상 과정에서 피고가 출연하는 금원의 성격이 피고의 행위가 위법함을 전제로 한 법적인 손해배상책임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피고와의 이견으로 인하여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고, 한편 위 합의를 위한 협상 당시 대한민국은 생존 위안부 피해자의 수와 연령을 고려하여 일부 당초 입장을 수정하더라도 조속한 시일 내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마련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 위안부 TF 결과에 의하면 위 합의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피해자 또는 비록 최종 합의안에 대한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으나, 그 협상 과정에서 피해자 또는 피해자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였는 절차를 거쳤던 점, ⓓ 위 합의에 따라 AY재단의 현금 지원사업이 진행되어 생존 위안부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이를 수령하였으므로 위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 ⓔ 위 합의는 그 이전 대한민국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의 결과로 이끌어낸 피고의 조치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이보다 진전된 내용의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도 발견되지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설령 2015. 12. 28. 한ㆍ일 합의 내용과 과정에 앞서 본 문제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합의가 외교적 보호권 행사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③ 원고들은 2015. 12. 28. 한ㆍ일 합의가 헌법재판소 2006헌마788 결정에 반하는 등 외교적 보호권 행사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 ㆍ 남용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은 대한민국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하여 청구권 협정 제3조가 정한 절차에 나아가지 아니한 대한민국의 '부작위'의 위헌성을 확인한 것뿐이고, 실제 구체적인 외교적 보호권 행사를 한 경우 그 내용과 방식에 관하여 재량권의 범위를 한정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또한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주장과 그 근거들을 모두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들의 국적 국가가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여 가해국가와 피해 회복을 위한 외교적 협상을 함에 있어서, 최종 합의한에 대하여 피해자들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 외교적 보호권 행사의 방식에 관한 구속력 있는 법규범으로 확립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UN 외교보호초안 제19조는 권상 사항(Recommended Practice)라는 표제 하에 '가능한 모든 경우에 있어서, 외교적 보호권 행사를 요청하는 피해자들의 견해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고, 위 초안은 기본적으로 재량이 인정되는 외교적 보호권 행사에 관한 일정한 권고 사항을 담은 것으로서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2015. 12. 28. 한 ㆍ 일 한일의 최종 합의안에 관하여 대한민국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 합의가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 행사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 ㆍ 남용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④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는 정식 조약으로 체결되지 아니한 이른바 '정치적 합의'로서, 위 합의에 의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와 범위가 종국적으로 확정되거나 처분되는 등의 실체법적인 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합의가 그 내용상 ㆍ 절차상 하자로 인하여 그 효력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위 합의에 따른 급부가 생존 위안부 피해자들 중 상당수에게 현실적으로 이루어진 이상 위 합의의 '정치적 합의'로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위 합의와 이에 따른 후속 조치에 의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을 포함한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대체적인 권리구제수단이 마련되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와 같이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와 이에 따른 AY재단의 사업으로 인하여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대체적 권리구제수단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보는 이상, 이러한 사정 자체를 피고에 대한 국가 면제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하고, 이 사건 피해자 개인별로 현금 지원 수령 여부에 따라 피고에 대한 국가 면제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
⑤ 2015. 12. 28. 한ㆍ일 합의 이후 대한민국 행정부는, '위 합의가 국제 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배되는 등 절차적ㆍ내용적 중대한 흠결이 있어서 위 합의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위 합의에 따라 설립된 AY재단에 대한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등, 위 합의의 문제점을 강조하고 그 합의에 따른 지원사업을 중단시키는 등 위 합의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태도를 취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작 외교, 조약 기타 국제협정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주무부처인 외교부장관은 위 합의가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의 공식적인 합의임을 인정하고 재협상 요구를 하지 아니할 의사를 밝혔고 이러한 태도는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보이며, AY재단의 설립허가 취소 이후에도 그 잔여 재산을 피고에게 반환하는 등 위 합의 파기를 전제로 한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므로, 대한민국 행정부가 위 합의에 대하여 취하고 있는 일관되지 아니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대한민국이 위 합의를 파기하는 등의 이유로 위 합의가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위 합의는 현재도 대한민국과 피고와 사이에 유효하게 존속되고 있다.
⑥ AY재단은 2019. 1. 21. BG의 설립허가취소 처분에 의하여 해산되어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현재까지 위 재단으로부터 현금까지 위 재단으로부터 현금 지원을 받지 아니한 위안부 피해자 또는 그 권리를 승계한 자로서는 더 이상 위 재단의 현금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었으므로, 앞서 본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대체적인 권리구제수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는 있다.
BG은 위 재단에 대한 설립허가취소 사유로 "재단이 정관상 목적사업을 전혀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향후 재개 가능성도 업사고 보임"을 들고 있다.
먼저 위 처분사유 중 "재단이 정관상 목적사업을 전혀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한 부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재단이 그 설립허가가 취소되기 이전까지 상당수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하여 현금 지원사업을 수행하였음이 인정되므로, 객관적 사실관계에 부합하다고 보기 어려우나, 이를 선해하자면 위 합의에 대한 위안부 TF의 평가결과와 이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 행정부의 인식 변화로 인하여 위 처분 당시 위 재단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향후 재개 가능성도 없다고 보임"이라고 한 부분도, 위 합의에 대한 대한민국 행정부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하여, 향후 위 재단이 사업을 계속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달리 위 재단이 그 목적사업을 수행함에 다른 법률적, 사실적 제약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런데 전항에서 본 바와 같이 대한민국은 피고와의 대외적 관계에서 2015. 12. 28. 한ㆍ일 합의가 공식적인 합의로서 유효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위 합의의 파기를 전제로 피고의 출연금 반환 등의 조치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도 아니하였으므로, 결국 BG이 들고 있는 사유는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내에서 위 재단이 더 이상 활동할 수 없다는 의미에 국한될 뿐이고, 위 재단 설립의 기초가 된 2015. 12. 28. 한ㆍ일 합의의 효력을 비롯하여 피고와의 대외적인 관계에 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AY재단의 설립허가취소로 인하여, 아직 위 재단으로부터 현금 지원을 받지 못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하여 현 시점에서 위 재단의 현금 지원사업이 이들을 위한 대체적인 권리구제수단이 될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이 피고에 대한 대외적 관계가 문제된 이 사건에서, 피고에 대한 국가 면제를 부정할 만한 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4) 법익 균형성
㈎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는 것은 헌법 전문과 제6조가 천명한 국제법 존중원칙이라는 또다른 헌법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침해되는 사익과 공익 사이의 균형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
① 국가 면제가 萬古不變의 절대적 가치라고 볼 수는 없고, 일부 국가에 의하여 이와 다른 내용의 개별 입법이 이루어지는 등 과거에 비하여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과 내용을 달리 하는 국가의 실행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제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발생한 패전국의 배상 문제에 관하여,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제외한 프랑스, 슬로베니아, 폴란드 등 다수의 국가는 자국민이 독일을 상대로 하여 자국 법원에 제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 관하여 독일에 대한 국가 면제를 인정하였고, 당초 독일의 행위가 국제법상 강행법규를 위반한 것으로서 주권적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논리로 독일에 대한 국가 면제를 부정하였던 그리스 법원도 이후 특별최고법원의 판결로 이를 번복하였다. 또한 미국 연방법원도 제2차 세계대전 중 유태인에 대한 학살로 알려진 이른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독일의 국가 면제가 부정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42)
이와 같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자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안의 거의 대부분에 있어서 각국의 법원은 가해국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였는데(이 법원이 심리한 범위 내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가해국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부정한 것은 이탈리아 법원 ㆍ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8. 선고 2016가합505092 판결뿐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사회에서 국가 면제의 법리에 대한 일부 도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한적 면제론에 입각한 국제 관습법이 그 규범적 효력을 유지하면서 이를 기초로 전후 국제 사회의 질서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대법원 1975. 5. 23.자 74마281 결정에서 절대적 국가면제를 인정한 이래, 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에 이르러서, 비주권적 행위에 대하여만 국가 면제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변경한 이래,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는 국가 면제를 부정하면서도,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대하여는 그러한 행위가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국가 면제를 인정함으로써, UN 국가면제협약과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하여 국가면제의 예외를 확장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태도를 취해 왔다.
대한민국의 입법부도 현재까지 UN 국가면제협약에 관한 비준 동의를 한 바도 없고, 미국 등 일부 다른 국가와 같이 외국에 대한 민사재판권의 범위에 관한 입법을 하는 등 국제 관습법에서 인정된 국가 면제의 범위를 제한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를 취하지도 아니하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행정부는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한 외교부의 회신과 같이, UN 국가면제협약 가입에 관한 입장에 관하여, 우리 국익에 미칠 잠재적 영향, 우리나라의 외교정책이나 국제법과의 정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나갈 사안이라고 답하는 등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였을 뿐이다.
이러한 대한민국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국가 면제에 관한 제한적 면제론의 법리를 수용하여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그 예외를 확대하는 내용의 국제 조약 가입 및 자체 입법에 관하여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③ 그럼에도 대한민국 법원이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이 사건에 관하여 오로지 대한민국 국내법 질서에 반한다는 이유만을 들어 피고에 대한 국가 면제를 부정하는 판단을 하는 것은, 그 법리적 타당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국가 면제에 관하여 취하여온 태도와 배치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어 왔고 대한민국이 외교관계의 기초로 삼아 온 전후 국제 사회의 질서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외국을 상대로 한 금전지급의무 이행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그러한 판결을 선고하는 것 자체는 물론 판결 확정 이후 강제집행 과정에서도 필연적으로 상대국인 피고와의 외교관계에 충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일단 피고를 상대로 한 판결이 확정되어 그 원고들이 집행권원을 확보하게 되면, 그 이후의 강제집행의 시가와 범위는 원고들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고 대한민국이 이에 관여할 여지는 제한적이다(실제로 그리스 법원의 디스토모 판결이 확정된 이후 그 강제집행은 그리스가 아니라 이탈리아 내에 있는 독일의 재산에 대하여 이루어졌고, 이를 둘러싼 분쟁이 이 사건 ICJ판결에 이르게 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디스토모 판결과 이에 대한 이탈리아 법원의 승인에 따라 강제집행의 대상이 된 독일의 재산은 다름 아닌 독일과 이탈리아 사이의 '문화 교류'를 위한 시설이었다).
이러한 결과가 헌법이 정한 국제 평화주의와 국제법 존중주의에 부합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피고에게 국가 면제를 인정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또 다른 가치인 국제평화주의와 국제법 존중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결과 원고들의 재판청구권이 일부 제약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증진되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의 균형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 설령 원고들에 대한 권리 구제의 필요성 등 국가 면제의 예외를 인정하여야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기존의 국제 관습법에서 인정되지 아니한 새로운 예외의 창설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기존의 제한적 면제론이 현 시점에서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으로서 헌법 제6조 제1항이 정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 법규'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오로지 대한민국 국내법 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이러한 국제 관습법에서 인정되지 아니하는 새로운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아니하다.
그런데 헌법 제107조는 법령의 규범통제 권한에 관하여, '법률'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에(제1항), 명령 ㆍ 규칙에 대하여는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제2항), 그 권한을 나누어 부여하고 있다. 대법원 2003. 7. 24. 선고 2001다48781 전원합의체 판결은 '관습법'에 대한 규범통제 권한이 법원에 있음을 전제로 판단한 바 있으나, 이는 성문법에 대하여 보충적인 효력만을 갖는 민법상 관습법(제1조 또는 제185조)에 관한 것으로서, 헌법 제6조 제1항이 정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로서의 국제 관습법이 민법상 관습법과 동일한 효력만을 갖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판결을 들어 당연히 국제 관습법의 전부 또는 일부의 효력을 부정하는 권한이 법원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3)
② 원고들은 이 사건과 동일한 쟁점에 관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8. 선고 2016가합505092 판결이 확정되었음을 들어 국제 관습법에 관하여도 법원이 합헌적 법률해석에 의하여 국가 면제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국내 법률에 관하여는 합헌적 법률해석의 법리가 확립된 법률 해석의 원칙이라 할 수 있으나, 이러한 합헌적 법률해석의 법리에 의하여 국제 관습법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것, 특히 일반적인 관행과 법적 확신에 의하여 뒷받침되지 아니하는 새로운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국제 관습법의 내용 중 일부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 헌법 제6조가 정한 국제법 존중주의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위 판결과 유사한 취지로 보이는 이탈리아 대법원,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이 사건 ICJ 판결에 의하여 그 효력이 부정되었거나 또는 국제적인 흐름에서 벗어난 이례적인 판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은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해당하면, 별도의 이익 형량 과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외국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의 태도와 부합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합헌적 법률 해석에 따라 국제 관습법을 제한 해석할 수 있다는 법리가 확립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설령 법원이 해석을 통하여 이러한 예외를 '창설'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강행법규'를 위반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인권침해'를 초래하였으므로 대한민국 헌법에 부합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피고에게 국가 면제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은, '강행법규'와 '심각한 인권 침해'라는 요건이 갖는 포괄성과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이와 같은 국가 면제의 '예외'가 이 사건에서 문제된 피고의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국한하여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향후 국가 면제가 부정되는 범위에 관하여 상당한 정도의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사법적 판단이 갖는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과거 국력이 약하여 빈번한 외세의 침략을 당했던 시기에 한반도에서 발생하였던 외국의 침략과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그 피해자의 후대가 가해국가를 상대로 국가 면제의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고, 이러한 국가 면제 인정 여부에 관한 불확실성은 향후 외국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국민을 위하여 대한민국이 외교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④ 기존의 제한적 면제론보다 국가 면제의 예외를 더 넓게 인정함으로써, 외국에 대한 민사 재판권의 범위를 확대할 것인지의 문제는, 이 법원의 외교부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나타난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외교 정책과 국익'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리고 앞서 본 국가 면제의 예외에 관한 각국의 개별 입법 내용이 각국의 입법정책과 이해관계 등에 따라 상이하게 규율된 점을 고려하여 보면, 국가 면제에 관하여 기존 제한적 면제론에서 인정되지 아니하던 새로운 예외를 인정할지 여부, 만약 새로운 예외를 인정한다면 어느 범위에서 인정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익에 미칠 有 ㆍ 不利를 냉정하게 고려하여 세밀하게 정해야할 사항으로서 기본적으로 행정부와 입법부의 정책 결정이 선행되어야 할 사항으로 봄이 타당하다(실제로 앞서 본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하여 독자적인 개별 입법을 한 국가들의 규정 내용, 특히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대한 각국의 재판권 행사의 범위에 관한 규율 내용이 나라마다 상이하고, 국제 협약을 비준함에 있어서도 각국은 유보조항을 두거나 또는 자국의 입장을 선언하는 방식으로 자국의 입장을 반영하려 하였는데, 이는 이들 국가들이 외국에 대한 민사 재판권 행사의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지, 즉 전통적인 국가 면제에서 인정되는 범위를 넘어 어느 범위까지 자국의 민사 재판권을 확대할 것인지에 관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항에 관한 입법부와 행정부의 정책적 의사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분쟁 해결을 주된 사명으로 하는 사법부가 이러한 결정을, 그것도 매우 추상적인 기준밖에 제시할 수 없어서, 향후 상당한 정도의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행하는 것은 적절치 아니하다.
㈐ 이 사건에서 피고에게 국가 면제를 인정한 것은, 이미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에 이루어진 외교적 합의의 효력을 존중하고, 추가적인 외교적 교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지, 일방적으로 원고들에게 불의한 결과를 강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영국 법원은,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의 목적은 불의를 행하거나 정당한 권리 행사를 거부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때로 긴 시간이 소요되거나 또는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소송절차 대신 외교적 교섭에 의한 분쟁 해결을 도모함으로써, 만약 외국을 일반적인 소송 사건에서 당사자와 같이 취급하였을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외교관계의 악화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44)
이와 같이 국가 면제는 외국과의 외교적 협상이 타결되어 대체적인 권리구제수단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아니한 상황에서도 장래 외교적 교섭에 의한 분쟁 해결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그 외국에 대한 재판권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이고, 이 사건 ICJ 판결 다수의견도, 이탈리아의 '최후 수단' 주장을 배척하고 독일에 대한 국가 면제를 인정하면서, 장래 이탈리아와 독일 간의 외교적 교섭에 의한 권리 구제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을 덧붙인 바도 있다.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과 피고의 외교적 교섭의 결과인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가 현재에도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고, 그 합의에서 정한 급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상당 부분 현실적으로 이루어진 상황에서, 그 합의의 상대방인 피고에 대하여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이 대한민국 국내법과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만을 들어 국가 면제를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를 두고 피고로 하여금 국가 면제의 법리를 '방패막이' 삼아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배상을 회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5. 상호주의에 따라 피고에 대한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주장에 관하여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본 법률 제10조는 피고 영토 내 불법행위로 인한 인신 손해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외국에 대한 국가 면제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규정을 두고 있음은 인정된다.
나. 그러나 외국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자국 법원이 그 외국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할지 여부에 관하여, 상호주의(reciprocity), 즉 해당 외국이 자국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는 한도 내에서만 그 외국에 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하는 국가가 일부 있기는 하나, 국가 면제에 관한 상호주의 적용이 국제 사회에서 확립된 관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국제 관습법은 국제 사회에서 어떠한 관행이 일반적인 관행으로 자리잡아 법적 확신에 의하여 뒷받침될 때 이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국가에 대하여도 구속력을 갖는 것으로서, 일부 국가가 이에 동의하지 아니한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그 규범적 구속력을 상실하지 아니하므로, 구체적인 사건에서 문제된 상대 외국이 그러한 국제 관습법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국가라는 사정만으로 법정지국에 대한 국제 관습법의 구속력이 상실된다거나 또는 국제 관습법과는 다른 상대 외국의 법률에 따라 국가 면제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따라서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의 적용에 있어서 당연히 상호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가 앞서 살핀 국제 관습법과 다른 내용의 개별 입법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피고에 대하여 국가 면제가 부정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6. 소결론
위안부 피해자들은 어린 시절 피고로 인하여 많은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위안부 피해자들이 국내외 법원 등을 통한 기나긴 법적 쟁송을 거치는 과정도 결코 순탄치 아니하였고, 지난 시간 동안 대한민국이 국내외적으로 기울인 노력과 그로 인하여 얻게 된 성과도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피해에 대한 회복으로는 미흡하였을 것으로 보이며, 이 법원이 앞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대체적 권리구제수단이 된다고 본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도 이들이 지난 시간 겪어야 했던 고통에 비하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같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안타깝게도 이들 중 상당수는 세상을 떠났고 남은 피해자들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 사건 피해자들은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 법원에 대하여, 피고에 대한 재판권을 행사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 달라는 청구를 하고 있다.
이 법원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피고에 대한 실체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이 있음을 부정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2015. 12. 28. 한 ㆍ 일 합의는 이들에 대한 대체적인 권리구제수단이 된다는 의미이고, 위 합의에 의하여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되었다거나 소멸하였다고 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유효한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과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外國인 피고를 상대로 그 주권적 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고, 이 법원으로서는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 법원이 피고에 대한 재판권을 갖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 국제 관습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재의 규범에 의하면 外國인 피고를 상대로 그 주권적 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고, 이러한 결과가 대한민국 헌법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해 회복 등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은 대한민국이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피고와의 외교적 교섭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대내외적 노력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Ⅳ.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外國인 피고를 상대로 하여, 그 주권적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민성철 판사 이미경 판사 홍사빈
별지
1)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한)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년 9월 8일 샌프란시스코시에서 서명된 일본국과의 평화조약 제4조 (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2)1. 본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양 체약국 간의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하여 해결한다.
2. 1의 규정에 의하여 해결할 수 없었던 분쟁은 어느 일방 체약국의 정부가 타방 체약국의 정부로부터 분쟁의 중재를 요청하는 공한을 접수한 날로부터 30일의 기간 내에 각 체약국 정부가 임명하는 1인의 중재위원과 이와 같이 선정된 2인의 중재위원이 당해 기간 후의 30일의 기간 내에 합의하는 제3의 중재위원과의 3인의 중재위원으로 구성되는 중재위원회에 결정을 위하여 회부한다. 단, 제3의 중재위원은 양 체약국 중의 어느 편의 국민이어서는 아니 된다.
3. 어느 일방 체약국의 정부가 당해 기간 내에 중재위원을 임명하지 아니하였을 때, 또는 제3의 중재위원 또는 제3국에 대하여 당해 기간 내에 합의하지 못하였을 때에는 중재위원회는 양 체약국 정부가 각각 30일의 기간 내에 선정하는 국가의 정부가 지명하는 각 1인의 중재위원과 이들 정부가 협의에 의하여 결정하는 제3국의 정부가 지명하는 제3의 중재위원으로 구성한다.
4. 양 체약국 정부는 본조의 규정에 의거한 중재위원회의 결정에 복한다.
3)위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위 결정에서 '원고들'은 위 사건(서울고등법원 2018나2036050)의 원고들을 의미한다.
4)A State enjoys immunity, in respect of itself and its property, from the jurisdiction of the courts of another State subject to the provisions of the present Convention.
5)A State shall give effect to State immunity under artiele 5 by refraining from exercising jurisdiction in a proceeding before its courts against another State and to that end shall ensure that its courts determine on their own initiative taht the immunity of that other State under article 5 is respected.
6)Article 12 Personal injuries and damage to property
Unless otherwise agreed between the States which is otherwise competent tin a proceeding which relates to pecuniary compensation for death or injury to the person, or damage to or loss of tangible property, caused by an act or omission which is alleged to be attrbutable to the State, if the act or omission occurred in whole or in part in the terrtory if that other State and if the author of the act or omission was present in that territory at the time of the act ir omission.
7)위 협약을 비준한 22개 국가는, 오스트리아, 체코, 적도 기니, 핀란드, 프랑스, 이란, 이라크, 이탈리아, 일본, 카자흐스탄, 라트비아, 레바논, 리히텐스타인, 멕시코, 노르웨이, 포르투갈,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슬로바키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이다.
8)Aticle 11
A Contracting State cannot claim immunity from the jurisdiction of a court of another Contracting State in proceedings which relate to redress for injury to the person or damage to tangible property, if the facts which occasioned the injury or damage occurred in the territory of the State of the forum, and if the author of the injury or damage was present in that territory at the time when those facts occurred.
Article 31
Nothing in this Convention shall affect any immunities or privileges enjoyed by a Contracting State in respect of anything done or omitted to be done by, or in relation to, its armed forces when on the territory of anther Contracting State.
9)위 협약의 비준국은, 오스트리아, 벨기에, 사이프러스, 독일, 룩셈베르그, 네덜란드, 스위스, 영국이고 포르투갈은 1979. 10. 5. 서명하였으나 아직 비준을 하지 아니하고 있다.
10)(a) A foreign state shall not be immune from the jurisdiction of courts of the United States or of the States in any case―
11)Argentine Republic v. BJ, 488 U.S. 428, 439(1989); BK v. State of Israel, 400 F. Supp. 2d 86, 108(D.D.C. 2005); BL v. Holy See, 556 F.3d 361, 382(6th Cir. 2009); BM v. Republic of Cuba, 775 F.3d. 419, 424(D.C. Cir. 2014).
12)BN by BO v. Government of Mexico, 729 F.2d 641, 647(9th Cir. 1984).
14)1. General immunity from jurisdiction.
(1) A State is immune from the jurisdiction of the courts of the United Kingdom except as provided in the following provisions of this Part of this Act.
(2) A court shall give effect to the immunity conferred by this section even though the State does not appear in the proceedings in quetion.
5. Personal injuries and damage to property.
A State is not immune as respects proceedings in respect of―
(a) death or personal injury; or
(b) damage to or loss of tangible property,caused by an act or omission in the United Kingdom.
16. Excluded matters.
(2) This Part of this Act does not apply to proceedings relating to anything done by or in relation to the armed forces of a State while present in the United Kingdom and, in particular, has effect subject to the M3Visiting Forces Act 1952.
15)BQ v. Government of Kuwaitand Others, 103 ILR 420.
16)Jurisdictional Immunities of the State(Germany v. Italy : Greece intervening), Judgment, I.C.J. Rep. 2012, 99.
17)다수의견(12) : BR, BS, BT, BU, BV, BW, BX, BY, BZ, CA CB, CC.
반대의견(3) : CD, CE, CF.
18)다수의견(14) : BR, BS, BT, BU, BV, BW, BX, BY, BZ, CA CB, CC, CE, CF.
반대의견(1) : CD.
19)뒤에 9. 나. (1)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리스 법원은 당초 디스토모 판결에서 독일의 국가 면제를 부정하였으나, 이후 특별최고법원이 독일에게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그 입장을 번복하였다.
20)Special Highest Court of Greece, Federal Republic of Germany v. CG, Case 6/17-9-2002, Decision of 17 September 2002, para. 14. 위 판결의 출처는 이 사건 ICJ 판결 133면에서 재인용하였고, 이하 각주 22)부터 24)까지 기재된 외국 판결의 출처도 동일하다.
21)No. 02-45961, 16 December 2003, Bull. civ., 2003, I, No. 258, p. 206.
22)CH v. France (Application No. 14717/06, Decision of 16 June 2009.
23)슬로베니아 대법원 판결(Case No. Up-13/99, Judgment of 8 March 2001), 폴란드 대법원 판결(CI v. Federal Republic of Germany(Judgment of 29 October 2010, Polish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 Vol. XXX, 2010 p. 299)), 벨기에 법원 판결(Judgment of the Court of First Instance of Ghent in 2000 in CJ v. German State), 브라질 법원 판결((CK v. Federal Republic of Germany, Federal Court, Rio de Janeiro, Judgment of 9 July 2008).
24)The Schooner Exchange v. CM 11 U.S. 116, 137(1812).
25)1. The Court, whose function is to decide in accordance with international law such disputes as are submitted to it, shall apply:
a. international conventions, whether general or particular, establishing rules expressly recognized by the contesting states;
b. international custom, as evidence of a general practice accepted as law;
c. the general principles of law recognized by civilized nations;
d. subject to the provisions of Article 59, judicial decision and the teachings of the most highly qualified publicists of the various nations, as subsidiary means for the determination of rules of law.
26)Fisheries Jurisdiction(Federal Republic of Germany v. Iceland), Merits, Judgment, 3면.
27)Military and Paramilitary Activities in and Against Nicaragua (Nicaragua v. United States of America), Merits, Judgment, I.C.J. Rep. 1986, 98면.
28)같은 판결, 3면.
29)원고들 2020. 3. 30.자 준비서면(3) 10면에서, 원고들은 "일본이나 식민지였던 조선, 대만에서는 점령지의 일본군과 일본 육군성 등의 요청에 따라 총독부가 각 도에 동원할 위안부의 수를 배당하면 경찰이나 관에서 여성을 동원하거나 경찰이 모집업자를 선정하여 여성을 동원하는등 주로 행정체계(관 알선, 경찰의 개입 등) 또는 지역 조직(보국대 등), 모집업자 등을 이용한 동원이 이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30)acts committed on the territoy of the forum State by the armed forces of a foreign State, and other organs of State working in co-operation with those armed forces, in the course of conducting an armed conflict.
31)A belligerent party which violates the provisions of the said Regulations shall, if the case demands, be liable to pay compensation. It shall be responsible for all acts committed by persons forming part of its armed forces.
32)"These conventions, however, only set forth substantive rules of conduct and state that compensation shall be paid for certain wrongs. They do not create private rights of action for foreign corporations to recover compensation from foreign states in United States courts." Argentine Rep. v. BJ, 488 U.S. 428, 442(1989); CN v. Germany 26 F.3d 1166, 1175(D.C.Cir. 1994).
33)유럽 국가면제협약에 대한 Explanatory Report to the European Convention on State Immunity는 협약 제31조에 관하여, "위 협약은 무력 분쟁 중 발생한 사건에 관하여 규율하는 것을 의도하고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동맹국 사이에 군대 주둔으로 인하여 발생한 문제에 관하여도 적용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들은 일반적으로 국가간의 별도의 합의에 의하여 해결된다"라고 밝히고 있다(The Convention is not intended to govem situations which may arise in the event of armed conflict ; not can it be invoked to resolve problems which may arise between allied States as a result of the stationing of forces. These problems are generally dealt with by special agreements).
34)Argentine Republic v. BJ, 488 U.S. 428, 439(1989); BK v. State of Israel, 400 F. Supp. 2d 86, 108(D.D.C. 2005); BL, v. Holy See, 556 F.3d 361, 382(6th Cir. 2009); BM v. Republic of Cuba, 775 F.3d. 419, 424(D.C. Cir. 2014).
35)H. R. Rep. No. 1487, 94th Cong., 2d Sess. reprinted in 1976 U.S. code Cong. & Admin. News 6604, 6619~6620.
36)CO v. The United Kingdom, No. 37112/97, EHCR 2001, §751.
37)이 사건 ICJ 판결, 137면.
38)448 F. Supp. 665(D.D.C. 1980).
39)The State entitled to exercise diplomatic protection is the State of nationality.
40)Article 14 Exhaustion of local remedies
1. A State may not present an international claim in respect of an injury to a national or other person referred to in draft article 8 before the injured person has, subject to draft article 15, exhausted all local remedies.
2. "Local remedies" means legal remedies which are open to an injured person before the judicial or administrative courts or bodies, whether ordinary or special, of the State alleged to be responsibel for causing the injury.
41)Article 19 Recommended practice
A State entitled to exercise diplomatic protection according to the present draft articles, should:
⒜ give due consideration to the possibility of exercising diplomatic protection, especially when a significant injury has occurred;
⒝ take into account, wherever feasible, the views of injured persons with regard to resort to diplomatic protection and the reparation to be sought; and
⒞ transfer to the injured person any compensation obtained for the injury from the responsible State subject to any reasonable deductions.
42)CN v. Germany 26 F.3d 1166(D.C.Cir 1994).
43)헌법재판소 2013. 3. 21. 선고 2010헌바70, 132, 170(병합) 결정은 명시적으로 헌법 제6조 제1항이 정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에 대한 위헌심사 권한이 헌법재판소에 속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44)The Charkieh LR 4 A&E 59,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