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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굴마라경 제4권
[외도를 세워 둔 원인]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세간에다가 외도를 세워 둔 원인을 듣고 싶어하는가? 그대를 위하여 설명하리라.”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과거 한량없는 아승기겁 때 세상에 부처님이 계셨다. 그 명호는 구손타발타라(拘孫陀跋陀羅)이신데 세상에 출현하시어 이 성안에 계셨다. 그때 그 세계는 모래와 자갈이 없고 외도라는 명칭도 없었으며 오직 하나인 대승(大乘)뿐이었고 그 모든 중생들은 한결같이 쾌락하기만 했었다.
그때 여래께서 세상에 오래 계시다가 이윽고 열반하셨는데 열반한 후에도 바른 법이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그러다가 정법이 없어지려고 할 때에는 계율을 지키는 이는 줄어들고 그릇된 법이 더욱 성하였다.
아란야에 한 비구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불혜(佛慧)였다. 그에게 어떤 착한 사람이 값진 옷을 보시하거늘, 그 비구는 그를 가엾이 여겨 받았다. 비구는 그 옷을 받아서 여러 사냥꾼에게 보였더니
여러 사냥꾼들은 이 좋은 옷을 보자, 곧 훔칠 마음이 생겨 그날 밤에 이 비구를 데려다가 갚은 산 속에 들어가서 옷을 벗기고 몸을 나체로 만들며 그 손을 나무에 매달아 두었다.
그날 밤에 꽃을 따던 바라문이 아란야 근처에 갔다가 범을 보고 놀라서 산을 향해 달아나다가 벗은 채 손이 나무에 매달린 비구를 보고 놀라 탄식하기를,
‘아, 이 사문이여, 먼저는 가사를 입었더니 지금은 옷을 벗고 있구나.
필시 가사는 해탈의 원인이 아닌 것을 알고 스스로 매달려 고행(苦行)하는 것이 참으로 도를 배우는 것이라고 여긴 것이로다. 저 사람이 어찌 착한 법을 버릴 사람이겠느냐? 그것만이 분명히 해탈의 원인이 된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리라’고 하여
바른 법을 무너뜨렸기 때문에 그는 옷을 버리고 머리털을 뽑으며 나체 사문이 되었나니 나체 사문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때 비구는 스스로 결박을 풀고, 곧 나무 껍질을 벗겨 붉은 돌로 염색하고서 그것으로 스스로 몸을 가리며 풀을 엮어서 불자를 만들어 모기와 등에를 쫓는 것에 사용하였다.
또 다시 꽃을 따던 바라문이 있다가 그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 비구가 그전에 입었던 좋은 옷을 버리고 이와 같은 옷을 입으며 이와 같은 불자를 가지고 있구나. 저 사람이 어찌 착한 법을 버리겠느냐? 분명히 그것이 해탈의 도임을 알았기 때문이리라’고 하여
곧 그 법을 배웠으니 출가한 바라문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때 저 비구는 해질 무렵에 물에 들어가 목욕하면서 아울러 머리에 부스럼을 씻고 곧 물 묻은 옷을 그 부스럼 위에 덮으며, 소치는 사람이 버려 둔 떨어진 옷을 주워 자기 몸을 가리웠다.
그때 나무꾼이 그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 비구가 먼저는 가사를 입었더니 지금은 모두 버렸구나. 필시 가사는 해탈의 원인이 아닌 것을 알고서 머리털을 그냥두고 헤어진 옷을 입고 밤낮으로 세 번씩 목욕하고 고행을 닦아 익히는구나.
저 사람이 어찌 착한 법을 버리겠느냐? 분명히 그것이 해탈의 도임을 알았기 때문이리라’고 하여
그는 곧 그 법을 배웠으니 고행하는 바라문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 비구가 목욕하고 나서 몸에 부스럼이 많아 파리와 벌이 빨아먹으므로 곧 흰 재[灰]를 군데군데 부스럼마다 바르고 물 묻은 옷으로 몸을 가리웠다.
그때 그것을 보는 이가 있어서 그것이 바로 도라고 말하며, 곧 그 법을 배웠나니
재[灰]를 바르는 바라문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때 저 비구는 불을 피워 놓고 그 부스럼을 지졌는데, 그 부스럼이 몹시 고통스러워 참을 수 없어 바위 위에서 몸을 던져 제 자신을 스스로 해치고 말았다.
그때 그것을 본 이가 있어,
‘이 비구가 전에는 좋은 옷을 입더니 지금은 이러한 일을 하였다. 저 사람이야말로 어찌 착한 법을 버리겠느냐? 바위에서 몸을 던지는 것이 해탈의 도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니,
바위에서 몸을 던지며 불을 섬기는 일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와 같이하여 96종의 외도가 모두 이 비구의 갖가지 모습에 여러 가지 망상을 일으켜 제각기 소견을 낸 것이다.
비유컨대 어느 나라 사람들이 낱낱이 서로 보고 좋지 못한 생각을 일으키며 좋지 못한 생각이 생기고서는 제각기 서로 죽이는 것처럼,
96종의 외도가 제각기 딴 생각을 내는 것도 역시 그와 같다.
마치 목마른 사슴이 아지랑이를 물이라고 생각하여 쫓아가다가 죽듯이,
바른 법이 없어질 무렵에 저 비구의 그릇된 법으로 인하여 법이라고 생각함도 역시 그와 같다.
그렇다. 문수사리여, 세간의 온갖 일 중에 계율과 위의(威儀)와 갖가지로 하는 일은 모두 여래께서 만들어 내신 일인데, 법이 없어질 무렵에는 그와 같은 일들이 생기니, 그렇게 되고 난 후면 바른 법이 곧 없어진다.
그렇다. 문수사리여, 진실한 나[我]에 대해 세간의 그와 같은 삿된 소견과 모든 딴 망상(妄想)으로
‘해탈은 이와 같으며, 내가 이와 같이 세간을 벗어났다’고 말하는 이는 또한 여래의 비밀한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 무아(無我)를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한다.
그는 말만 따라서 생각하는 것이니 외도의 원인이 생긴 것과 같다. 그는 세간에서 어리석음을 따른 것이다.
그리고 출세간 사람들도 비밀한 말씀을 파악하는 지혜에 어둡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여래는 1승(乘)인 중도(中道)를 말했는데 그 도는 치우치는 두 쪽을 떠났나니 나가 진실하고 부처가 진실하고 법이 진실하고 승가[僧]가 진실함인 그것이다.
그러므로 중도(中道)를 ‘대승’이라고 말한다.”
그때 앙굴마라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중생들이 중도를 알지 못하고 허망한 생각으로 딴 중도를 말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경을 비방하는 이들]
부처님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을 듣고 믿는 중생이 적을 것이며, 미래의 중생들은 이 경을 많이 비방할 것이다.”
앙굴마라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여 주소서. 어느 곳 어떤 중생들이 이 경을 비방할지, 얼마나 되는 일천제(一闡提)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어느 곳에서는 널리 중생을 위하여 위안시키며 말해 줄 이가 있겠습니까?
원하옵나니 여래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미래 세상에 중국에서는 응당 98백 천억 중생이 있어서 이 경을 비방하고 헐뜯으며, 7십억 중생이 일천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동방에는 98천억 중생이 이 경을 비방하고 헐뜯으며 60억 중생이 일천제가 될 것이다.
서방에는 98백억 중생이 이 경을 비방하고 헐뜯으며 50억 중생이 일천제가 될 것이다.
남방에는 98억 중생이 이 경을 비방하고 헐뜯으며 40억 중생이 일천제가 될 것이다.
계빈국(罽賓國)에는 내가 남긴 법이 있을 것이며, 바루가차(婆樓迦車) 나라에는 이름만 남을 것이며 빈타산국(頻陀山國)에도 역시 그와 같을 것이다.
계빈국의 비구들은 반반은 대승법을 행하고 반반은 대승법을 좋아하며 대승법을 말할 것이다.
남방에는 응당 견고한 도를 행하며 여래의 행을 행하여 8대사(大事)를 떠나고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말하며 보살마하살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이 견고한 도를 행하여 나의 법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불법이 남방에 머무르게 되다]
그때에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기이합니다. 불법이 남방에 머무르게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다. 나의 법이 남방에 조금 머무를 것이니, 그대와 같이 애써 행하는 보살마하살이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일체 중생을 위안하기 위하여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할 것이다.
다른 부처님들께서는 이 세계에 와서 삼천대천세계에 한량없는 중생에 대하여 책임지기를 좋아하지 않으시나 나만은 여기에서 해탈시키노라.
나의 보살마하살도 바른 법이 없어지려는 80년 후에 바른 법을 유지해 보겠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 문수사리와 같은 이들은 바른 법이 없어지려는 80년 후인 그때를 당해서 바른 법을 책임지고 유지해 보려고 온갖 염부제(閻浮提)와 그 밖의 여러 곳에서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하리니 그 때의 중생들이 혹은 믿기도 하며 혹은 믿지 않기도 할 것이다.
저 여러 보살들은
‘만일 나의 몸을 절단내어 여러 개로 만든다 하여도 나는 이것으로 말미암아 항상 머무르는 몸을 얻게 되리라’고 생각하여,
그대 문수사리와 같은 한량없는 보살마하살이 저 남방에서 바른 법을 책임지고 유지하리니 그것은 참으로 제일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항상 남방에서 최후 설법하는 것을 칭찬하노라.
저 보살들의 위덕의 힘으로 온갖 염부제와 그 밖의 여러 곳에 있는 여러 중생들이 그 이름만 듣고도 회향(廻向)하리니, 혹은 부끄러워서 혹은 두려워서 그런 것이다.
마치 왕이 있으면 그 밖의 왕법만 듣고도 그 나라가 저절로 다스려지듯이, 계빈국과 가루가차 성에는 부끄러워하며, 두려워하기 때문에 대승의 비밀 법을 말하게 되니 그것 역시 그와 같다. 그러나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만은 연설하지 않는다.
문수사리여, 비유컨대 풀 속에 불을 놓으면 가운데만 타고 가장자리는 타지 않듯이, 내가 처음 난 땅에는 견고한 도가 없어지겠지만 남긴 법은 남방의 변두리에 머무르게 되리라.
모든 보살이 거기에서 바른 법을 책임지고 유지함도 역시 그와 같나니, 그 속에는 여래가 계시는 것으로 알아야 한다.”
[경을 부촉하시다]
그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은 33천(天)의 여러 권속과 함께 부처님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며, 큰 공양을 올리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함께 꼭 이 경을 두호하고 지니겠사오니 부디 부촉하여 주소서.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어 이 경의 명칭을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천제석(天帝釋)에게 말씀하셨다.
“교시([憍尸迦)여, 이 경은 『앙굴마라(央掘魔羅)』라고 하니 이와 같이 받아 지녀라.
교시가여, 이 경은 우담발라(優曇鉢羅) 꽃과 같이 만나기가 어렵다.”
그때에 제석의 맏아들인 아비만유(阿毘漫柔)가 부처님의 발 아래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부왕이 아수라와 싸울 때 말을 모는 이에게 이르기를,
‘너는 마땅히 잘 장엄하여 아수라의 군사를 항복받아라’ 하면,
어거하는 이는 부왕에게 아뢰되,
‘근심하시거나 염려하시지 마옵소서. 저희들은 먼저 죽기를 다짐하고서 왕을 따라왔습니다.
이제 목숨이 다할 때까지 뜻을 굳게 하여 결정을 치루겠사오며 그 밖의 사람들도 역시 몸을 버리며 힘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함과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미래 세상에 바른 법이 없어지려고 할 40년 후의 무렵에
보살마하살이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하며, 또한 생각하기를,
‘내가 설법할 때 많은 중생이 감당하지 못하니 나는 말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그때 여러 선남자들로 하여금 저 여러가지 어려운 일들을 듣고 물러가는 마음을 내지 않도록 해야 겠다.
그리고 장엄된 법의 수레를 잘 몰아 여래장, 즉 여래는 항상하고 고요하며 변치 않는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려 주어야겠다’고 하여
저 선남자가 여래의 항상하고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하면 저희는 그때 비구가 되어 몸과 목숨을 버리면서라도 그를 보호할 것입니다.”
그때 제석의 많은 아들 딸과 그 밖의 여러 하늘들이 부처님의 발 아래 예배하고 서원을 세워 말하였다.
“저희들도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되어 몸과 목숨을 버리면서라도 그를 위하여 보호하겠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칭찬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모두 바른 법을 구하는 이들이로다.
나도 반드시 법을 좋아하는 이를 위하여 감싸주고 보호하겠으며, 말을 잘 모는 이와 같이 나도 항상 그의 앞에서 갈 것이니 그대들은 항상 견고해야 하며 여래의 항상한[常] 자리ㆍ항상함[恒]인 자리ㆍ고요함인 자리ㆍ변역하지 않는 자리ㆍ여래장 자리인 그것에 대해 은혜를 알고 널리 알려 주며 연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