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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중허마하제경 제6권
[고행]
다섯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들아, 만약 사람이 여기서 여러 맑은 행을 닦는다 하면, 아직 적멸(寂滅)을 증득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오래지 않아서 증득하겠다. 나는 이제 여기에 의지하고 머물러서 위없는 도를 구하리라.”
곧 나무 아래에 가부하고 앉으며 선관(禪觀)을 배우고 닦되,
입을 다물고 이를 물며 혀는 잇몸에다 대고서 마을을 거두어 잡는 것을 마치 손으로 물건을 쥔 것과 같이 하자,
한참 동안을 지나서야 털구멍에서 땀이 나는데도 힘써 나아가며 물러나지 아니하였더니,
생각과 선정이 서로 응하였으므로 오로지 한 마음을 쏟아서 번뇌 없는 것을 끌어내어 작용 않게 하였다.
다시 따로 선관을 닦으며 가부하고 앉아서 입을 다물고 눈을 감고 혀는 위 잇몸에다 대고서 숨을 중지하여 쉬지 않게 하자,
한참 있다가 기가 막히고 머리가 매우 아픈 것이 마치 송곳으로 뇌수를 쑤시는 것과 같은 이런 큰 고통을 받았으나 마음이 뒤바뀌지 않고 또한 산란하지도 아니하며 굳건하게 힘써 나아갔더니,
생각과 선정이 앞에 나타나므로 오로지 한 마음을 쏟아서 번뇌 없는 것을 끌어내어 작용하지 않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내고 들이 쉬는 숨기운을 점차 운동하였더니,
머리 정수리의 아래서부터 두 귀에 이르기까지 고통이 더욱 더하여 마치 지옥의 고통과 같았으나,
보살은 그때에 마음이 뒤바뀌지 않고 역시 산란함이 없어 부지런히 깨우치고 매우 날카롭게 하였더니,
생각과 선정이 앞에 나타나므로 한 마음을 오로지 쏟아서 번뇌 없는 것을 끌어내어 작용하지 않게 하였다.
또 다시 숨을 그치고 바깥에 보고 듣는 것을 잊어버리자,
숨기운이 장부에 쌓여서 온몸이 부풀어 올랐으므로 괴로움이 지극하여 견줄 수가 없었으나,
보살은 그때에 마음이 뒤바뀌지 않고 역시 산란하지 아니하며, 굳건하게 닦고 익혔더니 생각과 선정이 앞에 나타나므로 오로지 한 마음을 쏟아서 번뇌 없는 것을 끌어내어 작용하지 않게 하였다.
이렇게 닦기를 마치고 또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으로부터 먹고 마시는 것을 끊으리’라고 하였다.
그때에 어떤 천자가 멀리서 이미 살펴서 알고는 보살에게 말하였다.
“저는 이 육신의 털구멍 안에 천상의 미묘하고 진기한 음식이 있으므로 공양해드릴 만합니다.”
보살은 말하였다.
“내가 먹는 것은 본래 맵고 냄새 나는 것이 아니며, 음식이 그대의 몸에서 나온 것 역시 깨끗하지 못하나니 만약 나에게 먹게 하면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리라.
천자가 다만 지방에 있는 그대로의 쌀과 콩만으로 한다면 그대에게 많거나 작거나 간에 허락하리니, 그것으로써 공양을 받들어 바치면 나는 곧 그것을 받으리라.”
그러자 천자는 분부를 받들고 곡식으로써 음식을 만들었으므로 보살은 먹었고,
몸은 파리해지고 얼굴은 야위었으나 마음만은 괴로움이 없고 또한 물러나지도 아니하면서 힘써 나아감의 뜻을 내었더니,
생각과 선정이 앞에 나타나므로 오로지 한 마음을 쏟아서 번뇌 없는 것을 끌어내어 작용하지 않게 하였다.
또 먹는 것을 절제하자 몸은 더욱 파리하고 나빠져서 두 눈은 움푹 파여 마치 우물에 별이 나타난 것과 같았으나,
보살은 그때에 마음이 괴로움이 없고 또한 물러나지도 아니하면서 힘써 나아감의 뜻을 내었더니 생각과 선정이 앞에 나타나므로 오로지 한 마음을 쏟아서 번뇌 없는 것을 끌어내어 작용하지 않게 하였다.
또 먹는 것을 감하여 극히 적게 하여 혹은 콩 한 톨과 깨 한 낱과 쌀 한 알이며 보리 한 개로 하기도 하였으므로 이렇게 먹은 뒤에는 몸의 힘이 더욱 없어져서 다니거나 걷거나 할 적에는 일어나서는 넘어지고 일어나서는 넘어지고 하였다.
그때에 보살은 힘써 나아가며 물러남이 없자 생각과 선정이 앞에 나타났으므로
오로지 한 마음을 쏟아서 번뇌 없는 것을 끌어내어 작용하지 않게 하면서
다시 생각하기를
‘이 행은 참된 것이 아니므로 아직 마지막에 이르지 못하였구나’라고 하였다.
이 생각을 할 때에 세 천자가 있다가 보살의 앞에 나와서는 그 형용이 고달프고 변하여졌음을 보고서 저마다 보살의 얼굴 모습이 같지 않게 말하되,
혹은 ‘검은 빛깔’이라 말하기도 하고
혹은 ‘자줏빛을 띤 녹색’이라고 하기도 하였다.
보살은 듣고서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여기에서 이렇게 애써 고생하며 얼굴빛이 변하여졌지만 마침내 얻는 바가 없구나.
만약 바른 깨달음을 구하자면 어찌 적게 먹는 데에 있겠느냐.
바른 소견이 서로 응하고 가짐과 버림을 잊을 수 있어야 이것이 바른 보리요, 이것이 참된 마지막이리라.
마치 축축한 땔나무가 비록 물을 불었다 손치더라도 만약 타는 불을 만나면 반드시 왕성한 불꽃이 생기는 것과 같고,
또 바라문이 집에서 비록 욕심을 행한다 손치더라도 마음에 집착한 바가 없으면 역시 해탈할 수 있는 것처럼
나도 이제 그러하여 만약 바른 법에 의지하고 마음에 집착한 바가 없으면 반드시 보리를 증득하리라’고 하였다.
이때에 정반왕은 저 태자가 산과 들 가운데 있으면서 애써 고행을 하며 날마다 깨와 보리를 먹고서 위없는 보리를 구하고 있음을 알고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면서 마음에 괴로워하다가 소발라몰타왕과 함께 각각 250인씩을 보내면서 모시고 호위하며 심부름하게 하였다.
이때에 야륜타라가 갑자기 아이를 뱄으므로 왕은 곧 궁인과 권속들에게 타이르기를,
“지금부터는 태자가 산에서 고행을 한다는 일을 말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그가 괴로워하여 배 안의 아이에게 해가 될까 염려해서였다.
그때 보살은 시타림[尸陀林] 속으로 가서 오른 옆구리를 대어 시체를 베고 발을 포개고 누워서 생각하기를
‘세간은 함이 있어서[有爲] 나고 죽는 것이 마치 개미가 고리를 돈 것과 같아서 다함이 없구나’ 한 뒤에,
다시 앉아서 삼마지에 들었다.
이때에 사내아이와 계집아이들이 숲 아래 와서 보살을 쳐다보는 데도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는지라,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보살의 귀를 쑤셔서 양 쪽의 귀까지 꿰뚫으면서 모두가 함께 말하였다.
“이런 먼지와 흙 같은 귀신은 가까이하지도 말자.”
곧 모래와 돌이며 기와 부스러기를 보살의 몸에 던지면서 저마다 떠나가 버렸다.
[바른 행을 구하다]
잠깐 동안 지나서 삼마지에서 나오자 바른 생각[正念]이 앞에 나타나므로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서 또 생각하기를
‘이제 이렇게 하는 일 역시 바른 행이 아니므로 위없는 도에 서로 응하지 않는구나.
생각건대 옛날 태자이었을 적에 잠깐 왕궁을 나와 섬부수(贍部樹) 아래 가서 삼마지에 들었더니 그것이야말로 깨끗하고 죄와 때를 멀리 떠났으며 모든 더럽고 나쁜 것이 없고 선근이 생겼었다.
거기에서의 수행이 반드시 도의 결과를 원만히 하겠구나’ 하고
이런 생각을 한 뒤에 곧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아가려 하였으나 기력이 모자라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으므로,
곧 향기름을 그의 몸에 바르고 목욕하여 잠을 자고 몸과 마음을 편안히 알맞게 하였더니 힘이 불어났다.
이때에 거기의 다섯 사람은 서로가 말하였다.
“옛날에 태자는 전륜왕위를 버리고 가비라성을 나와서 산과 들 가운데 들어가 오랫동안 고행을 하였기에 도의 결과가 성취되려 하였는데, 절개가 굳건하지 못했으니 무엇을 지금에 기대하겠느냐.
멋대로 마시고 먹으며 향기름을 몸에 바르고 몸을 씻고 하면서 편안히 잠이나 자는데 이렇게 타락하고서 어떻게 뛰어나가겠느냐.
우리들은 여기서 헛되이 그 공만을 손해하였구나.
듣건대 바라나국(波羅奈國)에 녹야원(鹿野園)이 있고 아라한인 성인들이 언제나 그 안에서 머무른다 하니, 그곳으로 가서 저마다 밝은 도를 구하여야겠다.”
그때에 보살은 니련하의 물에서 목욕을 하였는데, 몸이 야위고 힘이 약해서 발을 옮기기조차 어려워지자 언덕의 나무가 가지를 드리워주므로 잡고 나와서는 곧 서나야니(西曩野你)라는 마을로 갔었다.
[두 소녀가 젖죽을 보시하다]
그 마을의 안에 두 계집아이가 있어서 첫째의 이름은 난나(難那)요, 둘째의 이름은 난나말라(難那末羅)이었는데 몸의 빛깔이 단정하고 마음과 성품이 인자하고 착하였다.
그 동안에 태자가 설산의 아래 바의라지(婆儗囉厎)의 물가 가비라 신선의 처소에 있으면서 맑은 행을 배우고 닦으며 서른두 가지 상호가 갖추었고 복과 덕으로 장엄되었음을 듣고서 깊이 마음에 기뻐하고 사모하여 배필이 될 것을 원하면서 보시로 복을 닦으며 소원이 성취되기를 구하였다.
그때 계집아이들은 니련하의 강가에서 고행하는 신선이 있음을 듣고 드디어 정성을 내어 젖죽을 보시하려 하여
곧 천 마리의 소를 두 편으로 나누어서 5백 마리 소의 젖을 짜서 다른 5백 마리 소에게 마시게 하고,
다시 5백 마리를 두 편으로 나누어서 250마리 소의 젖을 짜서 다른 250마리 소에게 마시게 하여
이렇게 나누어서 마시게 하기를 여덟 마리에 이르기까지 반씩으로 하고서는 다시 여덟 마리 소의 젖을 짰었는데 가장 진하였으므로
파리(玻璃)의 그릇을 사용하여 젖죽을 쑤었더니, 젖죽의 위에 사야제가만(莎惹帝迦萬)의 글자와 천의 수레바퀴살 형상이 나타났는데,
이때에 어느 한 사람이 이 수레바퀴 형상을 보고서 생각하였다.
‘만약 사람으로서 먹게 되면 빨리 위없는 보리의 과위를 증득하겠구나.’
곧 계집아이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굶주려 있으니, 젖줄을 나에게 보시하셔야 하오.”
계집아이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이 음식을 만들어서 고행하는 신선에게 베풀 것이므로 당신이 받으실 수는 없습니다.”
이때에 천주 제석이 즉시 몸을 변화하여 바라문이 되어서는 계집아이들의 앞에서 있자, 계집아이들은 젖죽을 보시하려 하였다.
바라문은 말하였다.
“나는 감히 받지 못합니다. 세상지기[世主]이신 거룩한 분이 계시니 공양을 드려야 하리다.”
계집아이들은 다시 물었다.
“세상지기는 어느 사람이십니까?”
바라문은 말하였다.
“여기에서 멀지 않는 데에 대범왕이 계십니다.”
계집아이들은 말을 듣고 곧 그 곳으로 나아가서 죽을 받들어 드리자,
대범왕은 말하였다.
“나는 감히 받지 못하느니라. 정광 천자(淨光天子)가 계신데 맨 위이시고 아주 훌륭하시니, 그대들은 공양하여라.”
계집아이들은 다시 거기로 가서 죽을 보시하자,
정광 천자는 말하였다.
“나는 감히 받지 못하느니라. 한 보살이 계셔서 니련하의 물에서 목욕하시고 몸에 기력이 모자라서 손으로 나무를 잡고 물 언덕의 위로 나오셨는데 가사 옷을 입고 장차 부처님의 과위를 이루려 하고 계시니 만약 공양하게 되면 크고 뛰어난 이익을 얻으리라.”
계집아이들은 듣고 즉시 달려가서 발우에 담은 죽을 경건한 마음으로 바치자,
보살은 잠자코 그 공양을 받아서 잡수신 뒤에 발우를 던지매 니련하에 들어가므로
용왕이 앞에 와서 발우를 가지려 하니, 제석이 몸을 변화하여 금시조가 되자 용은 곧 놀라며 물러나는지라
제석이 발우를 얻어서 도리천에 안치하고 탑을 이룩하여 공양하였다.
그때에 보살은 두 계집아이들에게 물었다.
“이 젖죽을 보시하고서 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계집아이들은 대답하였다.
“저희들은 듣건대 설산의 근처인 바의라의 물가 가비라 신선이 사시는 곳에 정반왕의 아드님이 계시는데 몸의 형상이 단정 엄숙하여 장차 전륜왕이 되리라 하니, 남편을 삼고 싶나이다.”
보살은 말하였다.
“그 동자는 일찍이 맑은 행을 닦아서 욕심을 여의고 깨끗하니라. 이름은 일체의성(一切義成)이며 머지않아서 보리를 얻을 터인데 어떻게 그를 남편으로 삼겠느냐.”
계집아이들은 듣고서 잠자코 서 있었다.
[금강좌]
보살은 몸을 일으켜 한 석산으로 올랐더니 가파르고 깎아질렀는데도 나무와 숲이 매우 많았으므로, 여기에 편안히 앉자마자 잠깐 만에 산이 무너지는지라
보살은 놀라고 괴이히 여기면서
“이것 무슨 일일까?” 하는데,
이때에 정광 천자가 보살에게 아뢰었다.
“온갖 행이 이제야 원만하셔서 네 가지 지혜[四智]를 성취하려 하시는데, 이 땅은 복이 얇아서 이겨내지 못합니다.
여기에서 멀지 않는 데에 금강좌(金剛座)가 있는데 삼세의 여래께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신 곳입니다.”
보살이 곧 나아가자 천인이 앞을 인도하는데 발 아래서 연꽃이 나고 바닷물은 넘쳐흐르며 대지가 떨치는 메아리 소리는 마치 종을 두드리듯 하므로 보살은 천천히 걸어서 하나의 큰 굴에 닿았다.
안에는 검은 용이 있어서 예부터 두 눈이 없었는데,
땅이 진동하는 것과 바닷물 소리를 듣고 즉시 굴을 나왔더니 두 눈이 단번에 밝아지며
보살의 몸 형상이 단정하고 엄숙하여 빛남이 무더기의 해보다 더함을 보게 되고서
용은 크게 기뻐하며 쳐다보고 우러러 흠모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땅 울리고 바닷물이 함께 소리 내는지라
저는 이제 듣고서 빨리 궁전 떠났더니
갑자기 광명 얻어 여래를 뵙고
일심으로 우러르며 기쁨을 내옵니다.
그때 용왕은 보살에게 말하였다.
“기억하건대,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을 적에 저의 두 눈이 함께 광명을 얻어서 그 세존을 뵈었었더니 이제 또한 그와 같이 다시 눈을 뜨게 되어서 부처님 몸의 형상을 뵈었나이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는 옛날 부처님의 큰 위덕을 입어서
저에게 상호 지닌 몸을 뵙게 했었기에
반드시 모니(牟尼)이신 도 깨친 이 만났더니
부처님 뵙자 단정하기 역시 그러하옵니다.
그때 보살은 금강좌에 닿으려 하여 먼저 오른 발을 올려서 걷는 것이 마치 큰 소와 같았고 몸은 보배 산과 같았는데, 가사는 움직이지 않고 마음은 허공과 같으며 얼굴은 만월과 같고 금빛은 번쩍거리며 큰 법의 약이 쌓이고 신령스런 날짐승과 기이한 길짐승이 오른편으로 돌며 따라 돌았다.
이와 같은 열 가지의 상서로움이 있으므로 보살은 생각하기를,
‘길상초(吉祥草)로써 금강좌에 깔리라’ 하고
천주 제석이 즉시 몸을 변화하여 향취산(香醉山)에 가서 부드럽기가 마치 도라솜과 같은 길상초를 가져다가 그 풀을 보리수 앞에 나아가서 금강좌 위에 깔았다.
그때 보살은 상호 지닌 몸을 일으켜 금강좌에 올라가서 가부하고 앉으면서 서원을 세웠다.
“나는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똑바로 번뇌를 끊는 데[漏盡]까지 이르리라.”
그리고는 바른 뜻으로 마음을 얽매고 삼마지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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