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타운 풍경(風景)”
어느 금요일,
버스를 이용하여 다운타운(Al-Madeenah)을 찾았다.
이른 아침부터 역동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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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商街) -금요일 오전에 거의 문을 열지 않는 ‘수웨피에’의 모습과는 달리
구 도심지의 아침은 일찍부터 가게를 열고 호객을 하거나 간간이 문을 닫은 점포 앞에서
노점상들이 진을 치고 행인(行人)들을 불러 세운다.
요르단에도 소위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호구지책(糊口之策)이 화급한 서민들에게 있어서 모슬렘 성일(聖日)의 의미는 퇴색하기 마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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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제일 복잡한 탈랄(Al-Malek-Talal)거리와 하슈미(Al-Hashemi)거리의 교차점에 있는
모스크 앞에는 노동시장이 형성되어 많은 근로자들이 작업도구를 챙겨들고 서성거린다.
밑바닥 인생이란 시대나 나라에 관계없이 어디나 있는데..!
성경에도 ‘장터에 놀고 섰는 사람들이 또 있는지라.’(마20:1- )라는 예화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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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 -모스크 안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화를 하는 이들, 연신 절하는 이들,
한가롭게 누워 자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실상을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겉으로 보여지는 모스크는 모슬렘들의 메카를 향한 기도처인 동시에 휴식처(Shelter)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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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극장 -로마시대의 필라델피아였을 때 건축된 반원형의 야외극장은 모두 돌을 쌓아 만들었다.
6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객석아래 한가운데서 노래를 하거나 웅변을 하면
청중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음향효과가 있다. 그 특별한 지점이 동그랗게 표시가 되어 있으므로
한번 시험해 보시라. 스피커가 없던 시대에 지어진 과학적인 설계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만하다.
규모도 크지만, 매우 가파른 계단식으로 만든 모습은 마치 접는 부채를 펼쳐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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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 노점상 -잠시 거리를 거닐다 나무아래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곁에는 골동품을 파는 노점상 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한 사람이 다정히 말을 걸어온다. “어디서 왔냐? 중국? 일본? 한국?” 이것은 기본적인 질문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깊숙이 눌러 썼어도 얼굴이나 체형에는
이미 동양인임이 입력되어 있음을 감출 수 없다.
“한국!”이라고 하면 “남쪽?” “북쪽?”을 물어오는데, 분단의 역사를 모르는 이가 없는 듯하다.
“남과 북은 하나다.”라면 뜸도 들이지 않고 “음, 미국 때문에 나뉘었지?”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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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의 한 명, 노년에 들어선 한 골동품상인은 '이싸 아흐마드 샤피'라 했다.
'이싸'는 '예수'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자신은 팔레스타인인이며 고향이 헤브론인데,
아들 여섯이 헤브론에 살고 있지만 돌아갈 수 없단다.
이처럼 요르단에도 수많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이산의 고통을 끌어안고 있다.
요르단에는 아직도 크고 작은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10여 곳 형성돼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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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모습을 그려도 되겠느냐?”라 하자 ‘이싸’는 대뜸 “좋다!”며 의젓이 앉아 포즈를 취한다.
그렇게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당신은 크리스천이 아니냐?”며 양손 검지를 겹쳐 십자가를 만들어 보인다.
그리고는 동제(銅製) 십자가 모형과 고대 그리스와 나바테안의 동전도 하나씩 골라 준다.
참으로 귀한 선물이다. 모슬렘세계에서 크리스천임을 금방 들키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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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광장 -로마극장 주변 골목마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데, 한 쪽에는 이라크의 나시리야,
다른 곳에는 바스라, 또 다른 곳에는 바그다드 사람들이 모여 서로 볼을 맞대며 인사하고 안부를 주고받는다. 이라크인들이 다운타운을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해가 져도, 밤이 이슥한데도 광장을 떠날 줄 모르고 대화에 빠져있다.
고향 잃은 이라크인들이 암만에 상당수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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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鳥類)시장 -구시장 남쪽 뒷골목에 새(鳥類)시장이 개설되어 비둘기나 각종 새들이 흥정되고 있다.
비둘기 발목에는 옴니암니의 발가락지가 채워져 있다. 누구의 것이라는 표시인 게다.
갑자기 비둘기 한 마리가 새장을 뛰쳐 날라 갔다.
몇 명의 아이들이 우루루 뒤 쫒아가 보지만 공중을 나는 비둘기를 어쩌랴.
그 비둘기는 옛 주인을 결코 떠날 수 없다며 시위하듯, 건물지붕 위에서 갸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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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 행상 -아랍인들이 즐기는 음료로는 까ㅎ와(커피)와 샤이(차)가 있다.
로마극장 앞 광장(공원)에는 샤이 행상들이 분주하다.
1분이 멀다하고 지나치면서 “샤이?”하며 은근히 권한다.
향내가 곱다. 이처럼 번잡한 하루가 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를 배태(胚胎)하며 멈출 줄 모르고 흐른다.
암만의 다운타운을 서성거리는 한 동양인의 이야기를 누군가 자신의 일기에 쓸지도 모르겠다. -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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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지금은 로마극장 앞의 공원이 사라지고 새롭게 단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