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김병준
모두들 기억하겠지만 2009년 9월을 기점으로 신종플루의 공포가 한반도를 휩쓸었다. 뉴스들은 매일 신종플루로 사망한 환자들의 수를 집계해서 발표했고 그 중에 뉴스거리가 될 만한 환자가 있으면 개인정보 보호법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카메라를 들이댔다. 2002년 월드컵 붉은 악마의 열기만큼 신종플루라는 공포의 도가니는 들끓었다. 자신이나 가족들도 신종플루의 희생양이 될까 두려운 국민들은 병원으로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고 병원은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자 그 북새통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뭘까? 뭐지? 지극히 소수의 사람들만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신종플루! 이게 도대체 뭐길래 사람들을 이토록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것인가? 그 북새통 속에 나로호 발사실패는 조용히 묻혀갔고 이런 저런 첨예한 정치적인 이슈들도 조용하게 사라져 버렸다. 더구나 당시 복지부장관의 다음과 같은 일갈은 이 전염병의 실체가 무엇인지 더욱 아리송하게 했다. “경험 없는 사공은 파도를 두려워하지만 노련한 뱃사공은 파도를 즐길 줄 안다.”
그 와중에 어느 의학회장에서 모 대학의 감염내과학 교수는 김추수의 시 [꽃]을 패러디 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교수는 [몸짓]을 [감기]로, [꽃]을 [신종플루]로 치환해서 보여주었다.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웃음들이 새나왔다.
그런 북새통이 경과하는 동안 그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838명이었고 다음해 1월 14일까지 집계된 신종플루 사망자는 192명이었다. 30배나 더 많았던 교통사고 사망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런 북새통은 희한하게도 유렵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북새통이 가라앉은 2010년 1월 유럽평의회 보건분과위원장 보다르크는 “신종플루 대유행은 허위이며 제약회사들이 주도한 금세기 최대의 의학비리”라고 폭탄선언을 했다. 그런가하면 전 미국방장관 럼스펠트가 신종플루 치료약으로 동이 난 타미플루의 특허권을 가진 회사의 대주주이며 그 북새통을 통해 11억 달러의 차익을 챙겼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대략 오 천만 명 내외의 희생자를 냈다는 스페인독감과 균주가 유사하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2009년의 신종플루는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의문에 휩싸인 채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뜨겁던 신종플루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밝히는 진실한 논문이나 뉴스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를 보고 어디까지를 들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