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살아가는이야기 늘 푸른 강물처럼
얼굴 / 박 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사랑하기 전부터
기다림을 배운 습성으로 인해
온밤 내 비가 내리고
이제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단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 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 듯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 버린 얼굴이 아닌 바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작가 프로필]
박인환 朴寅煥 (1926. 8. 15 ∼ 1956. 3. 20)
* 강원도 인제 출생
* 11세 때 서울로 이사와 덕수공립보통학교를 다님
* 1939년에 경기 공립중학교에 입학했으나 자퇴하고 한성학교 야학을 다님
* 황해도 재령의 명신중학교를 거쳐 평양 의학전문학교를 중퇴
* 광복후 학교를 중단하고 서울로 올라와 종로에서 "마리서사"라는 서점을 경영하면서 많은 시인들과 알게 되어 1946년
부터 시를 쓰기 시작
* 1946년 12월 국제신문에 '거리'를 발표하였고, 47년엔 <신천지>에 '남풍'을 발표
* 1951년 부산에 모인 김경린, 김규동, 조향, 이봉래와 함께 후반기 동인을 결성하고 약 4년간 활동
* 1952년 경향신문사를 사직하고 대한해운공사에 입사
* 1955년 19일간의 아메리카, 박인환 시선집을 출간하였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번역하여 시공관에서 신협(新協)
에 의해 공연
빗 소리를 고대하는 밤...
비는 내리지 아니하고 저 먼 어둠 속으로
얼굴 하나가 희미하게 떠오르며 잠을 쫒아 냅니다.
나의 여정에 많고 많은 타인중의 하나 이겠지만
가끔은 창가에 화분처럼 막연히 곁에 두고 싶다는 것...
가끔 한번씩은 흑백의 영화처럼 기억속에 새기고 싶다는 것..
혼자만의 소박한 바램입니다
(愛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