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힘들게하고 아우성치게하는 이 무더위에 베게 두께의 소설책 두권을 읽 • 었 • 다. 이번 기회 아니면 언제 다시 읽게 될까 싶은 마음 과 세미나를 해야 하는 의무감이 추진력으로 작용했다. ^^
세계적인 고전으로 꼽히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1권의 제목은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 2권은 “기발한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이다. 이달고란 스페인에서 최소 4대에 걸쳐 선을 행하며 내려온 기독교 가문의 가계에 주어졌던 작위라고 한다. 그리고 스페인 역사에서 714년-1492년까지 이슬람세력(무어인)을 몰아내기 위해 일어난 국토회복전쟁시기에 참가한 사람들에게도 부여해 대물림되기도 했다. 그래서 스페인에서는 이달고가 “이상주의자에 열성기독교 신자, 모험가, 큰 공을 세우기 좋아하는 자, 대범한 자, 경제에는 무관심한 자”라는 의미로 특히 16-17세기의 지배적인 사고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풍조는 스페인 사람들로 하여금 위대함과 영광을 찾아 나아가도록 하는 추진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우리의 주인공 돈키호테의 출신이 이달고이다. 이달고이긴 하지만 정식으로 임명을 받은 기사가 아니었는데 1부에서 기사로 살았고 그래서 기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2부에서는 제목이 이달고가 아닌 기사 돈키호테가 된 것이다.
1부는 1605년에 2부는 1615년에 발간되었는데 제목 표지를 넘기면 규정가격과 정정에 대한 증명서, 승인서, 특허장, 헌사, 서문 등이 차례로나온다. 그 당시에는 책을 출판할 때 책을 팔 수 있는 장소나 가격 등을 국가가 정하고 내용도 검열을 받아 수정해야 출판이 가능했다고 한다. 세르반테스가 이 소설을 쓴 목적이 당시 유행하던 기사소설을 비판하기 위해라고 하는데 기사소설에 심취한 광인 돈키호테를 등장시켜 당시 그러한 종교적이고 억압적인 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것도 목적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시대적인 풍자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과 통쾌함을 선사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리라.
소설의 내용은 누구다 다 아는 것 같아(?)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하고,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전개되고 있어 다 전달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2부까지 다 읽은 사람은 많지 않아 결말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결말은 새드엔딩이다.
내용 중 몇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주인공의 출신 지역인 라만차가 기독교와 이슬람세력이 대치했던 지역이라는 점이다, 스페인 역사에서 이슬람의 침략과 지배, 이슬람과의 투쟁은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책속에 자주 이야기되는 무어인들과 기독교의 대립, 종교재판소의 역할 등이 시대적 배경으로 중요하게 이야기되어야 할 것 같다.
또한 돈키호테가 편력기사가 되어 모험을 펼칠 때는 모든 상황을 기사소설에서 읽은 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데 결말부분에서 결투에서 져서 기사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는 주변의 사물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객주집을 성으로 착각하던 것을 객주집으로 인지하는 것)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기사로서의 삶이 허황되고 비이성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고(심지어는 조카딸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장차 남편이 기사 소설을 읽으면 재산을 도로 몰수한다는 말도 한다) 목동으로서의 삶을 계획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순간
앓아눕고 결국 죽게 된다는 사실이다. 돈키호테의 기사로서의 모험이 다른 사람에게는 광인의 삶이었지만 어찌보면 인간은 누구나 돈키호테처럼 살아가도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진리라고 믿는 것, 자신의 가치관과 해석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대처하며 살아가니까. 그것을 놓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는 순간 자신의 삶의 이유나 의미가 사라져버리니까.
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산초가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왔다. 출세하고자,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 모험을 따라 나섰지만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산초는 점점 더 지혜로워지고 유쾌해진다. 돈키호테를 속이지만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통치자의 자리를 차지하지만 자신의 자리가 아님을 알고 스스로 물러날 줄도 안다. 돈키호테를 돕는 듯, 비토하는 듯 하지만 가장 든든한 친구로서 끝까지 남은 산초의 매력을 발견한 것은 이번 소설 읽기의 큰 수확의 하나였다.
그리고 1부의 이야기를 읽고 돈키호테의 기사편력을 알게 된 공작부부가 2부에서 돈키호테와 산초를 이해하는 듯, 돕는 듯, 놀리는 듯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재미있게 읽히기보단 왠지 불편하고 찜찜하다. 어떤 명분을 내세운들 본인들의 즐거움을 위해 한 행위로 보이기 때문이다.
돈키호테는 한번에 다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고 부분부분 읽어도 되는 구성이므로 책꽂이에 꽂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한 장 한 장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다음 소설은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꿈입니다. 9월2일 산행하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첫댓글 은하철도의 꿈 출판사 큰 상관은 없지만 소와다리가 좋을듯요~
베개의 위력을 사진으로 올립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