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왕 합려는 지난날 초나라 원정길에 올랐을 때 오나라를 침략했던 월나라를 손봐 주려고 공격하였다가 오히려 반격을 당해 상처만 입는 불상사를 당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말았습니다.
합려는 임종하면서 아들 부차(夫差)에게 "부차야! 이 아비의 원수는 월왕 구천(句踐)이다. 너는 이번 일을 잊지말고 이 아비의 원수를 반드시 갚아다오!!"라는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았습니다.
부차는 그런 아비의 원수를 갚기 위해 잠은 장작더미(薪)위에 누어(臥) 자고 식사는 나물밥으로 때우면서 나랏일은 재상 백비(白非)에게 맡기고 대장군 오자서(伍字胥)와 함께 군사훈련과 무기 제작에 혼신을 받쳤습니다.
그런 준비를 한 부차는 2년 후에 월나라를 공격하여 아비의 원수를 갚았습니다.
그후 3년이 지나 월왕 구천은 역시 전쟁 준비를 하고 오나라를 공격했다가 오히려 박살이 나고 남은 군사 5천을 데리고 회계산으로 숨었다가 포위되어 항복하였습니다.
오왕 부차는 항복한 월왕 구천을 죽이자고 하는 오자서와 항복한 적장(敵將)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된다는 백비의 의견에 고민하던 부차는 백비의 손을 들어주고 죽이는 대신 월왕 구천에게 자신의 말을 관리하고 자신이 행차할 때 말고삐를 잡고 수행하는 종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구천의 부인도 역시 여종으로 삼아 부차의 노리개가 되었습니다.
3년을 이렇게 하였습니다. 한편 월나라에서는 재상 문종과 군사 범려가 온갖 뇌물로 오나라 재상 백비를 구워삶아 월왕 구천을 풀어달라고 하였습니다. 그전에 구천을 죽이지 않고 포로로 잡아놓게만 한 것도 문종과 범려가 백비에게 뇌물을 받쳐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