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 17일 화요일. 맑음
새벽 아잔소리는 일정하게 정해진 시간이 없나보다. 어제 테투안은 새벽 5시가 조금 넘어 들렸는데 오늘 탕헤르는 6시가 넘어서 울린다.
아침식사는 사과와 우유, 단 과자와 함께 먹었다. 아침 7시 30분에 숙소를 나섰다. 골목길은 아직 조용하다. 해가 떴지만 구름이 낮게 깔려 무거워 보이는 아침이다.
성문을 지나 전망대에 서니 역시 감동이다. 탁 트인 바다위에 회색으로 수평선이 펼쳐진다. 동쪽에는 햇살이 구름사이로 비친다. 항구에는 정박한 배들이 가득하다. 멀리서 작게 보이는 여객선이 들어온다.
아마도 스페인에서 오는 것 같다. 우리도 항구를 향해 성벽을 따라 걸어 내려간다. 길은 골목길로 들어서게 한다. 좁은 골목길을 내려가다 보니 항구를 향해 열린 성문이 나온다.
호텔 콘티넨털(Hotel Continental)이 궁전처럼 하얗게 바다를 향해 버티고 있다. 성문을 통해 내려선다. 견고하게 건설된 축대 성벽(Dar Al-Baroud Tower)이 나온다.
잘 관리되고 접근 가능하며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는 Tangier 박물관의 기능을 완성하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도시의 요새로 대포도 보인다. 바다를 향해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곳이다.
전망을 감상하고 역사적인 환경을 공부하고 싶다면 들어 갈만 하다. 입장료가 있다. 외국인은 50디르함, 내국인은 20디르함이다.
밖에서 봐도 될 것 같아 계단을 올라 입구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넓고 복잡한 길 건너편에는 커다란 모스크(Mosque Lalla Aabla)가 있다. 새로 지은 것 같이 깨끗하다.
항구단지에 있는 바다 옆에 아름답게 장식된 모스크다. 포트 모스크 (Port Mosque)라고도 알려진 랄라 아블라 모스크는 2017 년에 완공되었다.
모하메드 6세의 할머니인 랄라 아블라 빈트 타하르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35년 전 탕헤르의 모하메드 5세 모스크가 랄라 아블라의 남편이자 모하메드 6세의 할아버지에게 헌정된 것과 비교된다.
내부 장식은 별로 없지만 외관은 매우 화려하다. 여객선 터미널(Ferry Terminal)을 찾아간다. 내일 스페인으로 페리를 타고 갈 생각이다.
미리 시간과 배편을 알아보려고 왔다. 터미널 광장 앞에 작은 부스 두 개가 있다. 파란색 부스와 빨간색 부스가 있다. 둘 다 탈 수 있는 여객선이다.
요금은 같고 출발시간이 파란색은 오전 9시, 빨간색은 오전 10시로 다르다. 출발 시간만 다를 뿐 요금은 440디르함(66,000원)으로 같다.
하나는 스페인 회사이고 다른 하나는 모로코 회사인 것 같다. 내일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여정을 다 알아보았으니 이제 시내를 둘러본다.
탕헤르 항은 스페인 타리파 항에서 15km 덜어진 곳으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도시마다 택시의 색깔이 다르다.
탕헤르 택시는 민트색이다. 파울로 코엘료가 선사한 현대의 고전 <연금술사>에 탕헤르가 등장한다. 양치기 주인공, 산티아고가 스페인을 떠나 사막을 거쳐 이집트의 피라미드까지 가는 여정의 첫 번째 도착지다.
사기꾼에게 모든 돈을 빼앗기고 가게에 취직해 민트티를 만들어 팔며 돈을 버는 곳으로 나오는 도시이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라는 연금술사의 대표적인 명언이 생각난다.
1947년 브라질 리우에서 태어난 코엘료는 1986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을 여행했다고 한다. 그 경험에서 연금술사가 나오게 되었단다.
전방에 희미하게 보이는 곳이 유럽대륙일 것 같다. 코발트빛 바다는 아프리카와 이베리아반도 사이에 있는 지브롤터 해협이다. 아틀라스 신의 이름을 따서 이 바다의 이름은 아틀라스오션(대서양)이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해안도로를 걷는다. 다시 길을 건너 언덕을 올라간다. 언덕 위에는 성벽으로 둘러싼 메디나가 있다. 언덕길에는 잔디가 잘 심어져 있고 산책길이 지그재그로 이어져 있다.
잔디를 가꾸는 인부들의 기계소리가 요란하다. 작고 예쁜 꽃이 잔디 사이에 보인다. 페니키아 무덤 아래 자리한 ‘메르칼라 Merkala 녹지 구역’이다.
로마시대의 유물 같은 대리석 기둥이 들어가는 입구에 어설프게 세워져 있다. 여기에 이르는 길고 구불구불한 메르칼라 해변 길이 내려다보인다.
언덕을 올라 페니키아 무덤 유적(PHOENICIAN TOMBS)을 찾아간다. 장엄한 전망을 누리는 마르샨 Marshan 지구의 언덕은 바다를 마주한 바위에 구멍을 뚫어 만든 페니키아 무덤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몇몇 역사가들은 페니키아라는 명칭을 거부하고 이 무덤들이 로마 시대 것이라고 주장한다. 탕헤르는 길고 풍부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페니키아 무덤만큼 그 역사를 뒷받침하는 것은 없다.
기원전 1000년경에 페니키아인들은 탕헤르라는 도시를 세운 최초의 사람들이었다. 오늘날 그들의 문명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마르샨 고원의 바위 면에 깎여 있는 98개의 무덤을 찾을 수 있다.
이 지역은 역사적 중요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페니키아 무덤 (Phoenician Tombs)에서 지브롤터 해협의 전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쨌든 모두에게 열려 있는 이곳은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들이 모여 전망을 감상하는 장소이다. 바위를 파서 만든 크고 작은 무덤의 흔적들이 오랜 세월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방치되어 있음이 놀랍다.
절벽 밑으로는 모스크도, 건물들도 모두 하얗게 보인다. 고양이가 석관에 들어가 편안해 보인다. 주변에 유명한 하파 카페(CAFÉ HAFA)를 찾아간다.
골목길 끝에 있다. 하파 카페는 1921년에 문을 연 신화적 장소다. 전통적이면서 대중적인 모습을 보존했다. 바다를 향해 앉아서 스페인과 해협이 보이는 멋진 전망을 즐기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멋진 장소다.
계단으로 지어진 이 카페에는 행인들이 앉을 수 있는 열 개 층이 있다. 모든 자리에서는 서로 마주보지 않으면서 같은 곳,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튀니지의 시디 부 사이드의 카페와 비슷한 느낌이다.
탕헤르 청사와 마르샨 공원(Marshan)으로 간다. 공원에는 고목들이 숲을 이루고 쉼터를 제공해 준다. 다시 늘 걷던 길을 걸어 내려간다.
빵집에 들러 점심용 빵, 작은 샌드위치 5개를 샀다. 우유도 하나 샀다. 점심을 먹기 위해 한적한 곳을 찾았다. 메디나 남쪽에 있는 공원(Mendoubia Garden)이다. 약간 언덕진 공원이다.
오래된 묘비석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언덕 위 벤치에 앉아서 우유와 빵을 먹는다. 노숙자 걸인들이 있어 좀 조심스러웠다.
묘지석들이 흩어져 있어 좀 아쉬웠다. 언덕을 내려가는데 모스크(Mosquée Sidi Bouabid)가 보인다. 교회 같은 건물도 보인다.
그 앞에 1947년 4월 9일 공원(Place 9 Avril 1947)이 둥그런 분수대와 함께 있다. 탕헤르 구시가지 중앙의 대형 광장이다.
1947년 4월 9일은 당시 국왕이던 모하메드 5세가 최초로 독립을 선언한 날이다. 그랑 소코(Grand Socco)라고도 불린다.
탕헤르 중심부에 위치한 활기찬 광장이다. 도시의 활기찬 메디나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역주민이든 여행객이든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하고, 쇼핑하고 휴식을 취하는 문화적 교차로라고 한다. 탕헤르의 만남의 장소다.
광장 안팎으로 사람과 차량이 많이 유입되므로 복잡하고 주의가 필요하다. 보행자 구역으로 들어가거나 주변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전망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공원 앞에는 오래된 영화관(Cinéma Rif)이 있다. CINEMA RIF 표시판을 찾았다. 이곳 외관은 전 세계 영화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1937년 세워진 리프 영화관이 시네마테크, 자료 센터, 카페로 바뀌었다. 일 년 내내 영화 프로그램과 컨퍼런스(회의)를 운영하는 도시의 중요한 문화 장소다.
탕헤르 시네마테크로 들어가 외국 배우들의 흑백 사진과 전시된 컬러 포스터를 부지런히 살펴보았다. 어떤 이가 박찬욱 감독의 얼굴을 발견했다고 해서 부지런히 살펴보았다.
찾지 못하고 구경만 하고 나왔다. 메디나로 들어가는 흰색 성문(Bab Al Fahs)으로 이동한다. 좁은 골목에 그랜드 모스크(Tangier Grande Mosque) 탑만 보인다.
아르간 오일을 산다고 아내가 전문 매장(ADAGUEN)을 들어갔다. 매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아르간 오일이 전시되어있다.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내는 선물용이라고 몇 개를 샀다. 고급스럽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