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토요일마다 비를 뿌리던 날씨도 양심이 있는지 오늘은 하늘도 맑고 기온도 적당해서 산행하기 아주 좋은 날은 선사하고 있다.
산행하면서 계절 따라 바뀌어가는 산의 모습을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인데 올가을은 단풍도 제대로 감상하질 못했으니 날씨 탓이나 하면서 아쉬움을 달랜다.
그래도 11월은 내가 산행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안톤 슈낙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서 가을은 대체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했는데 나는 대체로 가을이 좋아 전혀 슬프지 않다.ㅎㅎ
춥지도 덥지도 않아 산행하기 좋고, 아직 남아서 원숙한 화려함을 자랑하는 단풍을 보는 것도 좋고, 추수가 지난 누런 가을 들판을 보는 것도 평화로워서 좋고, 까치밥 남겨놓은 감나무 꼭대기의 잘 익은 감 몇 개를 보는 것도 여유로워 보여 좋다. 편안한 등로에서 사각사각 밟히는 낙엽소리도 나를 즐겁게 하고, 아직은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남아 있어서 좋다.
산행하다 보면 전망 좋은 곳에 오르게 되는데 가을은 다른 계절에 비해 맑은 공기 때문에 더 멀리 볼 수 있어서 좋다. 여름 뭉게구름도 좋지만 가을에 더 높은 새털구름과 양떼구름을 보는 것이 좋다. 많은 것이 좋은데 그래도 제일 좋은 건 산우님들 밝은 얼굴 보는 것이 제일 좋다......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들.”
지난 산행기에 삽당령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써 놨으니 오늘은 생략하고, 오랜만에 출발지 단체사진을 찍었다. 오늘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표정들이 모두 밝다. 전망 좋은 석병산에서 이 맑은 날의 경관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를 많이 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일단 하늘은 맑다. ㅎㅎ
680m 삽당령 근처가 이렇게 나무는 앙상하고 등로엔 낙엽만 무성하다.
낙엽이 쌓인 듯 산행의 기억이 또 하나 쌓여 간다.
조릿대 이파리 위의 이슬은 늦가을 힘없는 햇살에도 모두 말라 낙엽에 질세라 바스락 거린다.
↑그동안 강릉을 지나온 대간은 이곳에서부터 정선 임계면과 같이 간다.
↓ 삼각점이 있는 866.4m 봉이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둘레길이 있는데 이곳 강릉도 바우길을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중 이곳은 울트라 바우길 3구간(덕우리재~두리봉~ 삽당령)이라 길도 좋고 안내 시그널도 곳곳에 있어 아르바이트할 염려도 없다.
이곳 두리봉 직전 만덕지맥 분기점까지 바우길을 걸었다.
만덕지맥(萬德枝脈) 이란?
백두대간 두리봉(1,033.4m)에서 북쪽으로 분기하여
강릉시 왕산면과 옥계면의 경계를 따라 선목지(945.7m),
만덕봉(▲1,035.3m)에서 또 하나의 산줄기인 피래 분맥(皮來分脈)을
북동쪽으로 보내고, 칠성대(×953.7m), 매봉(820.7m), 동해고속국도,
모산봉(101.9m)을 지나 강릉시 견소동/병산동에서 강릉 남대천과 섬석천이
합류하여 동해바다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34km의 산줄기를 말한다.
두리봉 정상은 조망은 없으나 점심 먹기 좋은 곳인데 선두는 이미 지나쳤다.
아침에 나눠준 콩 송편 때문에 아직 배가 든든하다.
두리봉과 석병산 사이 잡초가 무성한 헬기장에 도착.
석병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선두는 벌써 점심상을 차렸다 하고, 사진으로 석병산을 당겨보니 일부 회원들은 정상에 올라 사진 찍고 경치 감상에 여념이 없다.
후미도 도착하여 식사보다 우선 석병산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석병산(1055m 石屛山)
이름 그대로 돌 병풍산이다. 이곳 또한 고생대 지질인 석회암 지대로 용식되지 않고 남아있는 부분이 산 정상을 이루고 있다(중국 계림의 봉우리들과 같은 이유로.. ). 지금도 계속 풍화작용이 일어나고 있는데 일월문은 그 때문에 생겼을 것이다.(지질학자가 아니라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임)
현재 진행 중인 풍화작용. 위쪽에서 보면 뚫려있다.
오늘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날씨가 좋아 석병산에서는 최상의 전망을 제공하고 있다.
만덕지맥을 지나 골폭과 능경봉 그리고 제왕산.
선자령과 황병산 뒤로는 동대산과 오대산 비로봉, 효령봉.
멀리 설악.
당겨본 설악.(너무 맑아도 햇빛 때문에 이 정도밖에 보이지 않음)
그래도 설악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석병산 갔다 이곳 석병산 삼거리에서 다 같이 점심을 하고 일행이 다 떠난 후 다시 석병산으로 못다 본 경치감상하고 사진 몇 장 더 찍고 왔다.
아무도 없으니 나 혼자 맘 편하게 왔다 갔다 하고 놀다 옴. ㅎㅎ
경북 봉화에는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이 있고 이곳 정선 임계면에는 백두대간 생태수목원이 있다.
두 군데 다 산에 다니느라 갈 기회가 없다. ㅋㅋㅋ
백두대간생태수목원 위 치: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임계면 화천동길 351-100 면 적:124ha 보유식물:1,050종 10만여본 주요시설 21개 주제원 : 시·군목원, 나리원, 덩굴식물원, 고산식물원, 음지식물원, 수생식물원, 희귀·멸종위기식물원 등 5개 탐방로 : 발길가는 숲길, 눈길가는 숲길, 손길가는 숲길, 마음가는 숲길, 물길가는 숲길 |
드디어 볼 때마다 가슴 아픈 울고 있는 자병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뒤돌아본 석병산엔 돌 병풍이 둘러져 있다.
고병이재에 있는 이 안내판은 석병산에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지나오다 석병산 전 헬기장에서 본 고병이재~ 석화동굴 출입금지 안내판은 이곳에 있어야 하고...
석화동굴(강릉옥계굴(江陵玉溪窟), 절골굴이라고도 한다.) 강원도 기념물 제37호. 만덕봉·두리봉·석병산 일대는 석회암지대로 곳곳에 많은 석회동굴이 발달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이다. 생성연대는 약 10만 년 전으로 추정한다. 현재 600m까지 개발되어 있을 뿐 완벽한 탐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주굴의 길이 약 1,000m, 총연장 1,400m에 이르는 거대한 동굴로 밝혀져 있다. 석화(石花)가 밀집해 발달해 있는 경관은 다른 석회동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장관을 이룬다 |
자병산과 석화동굴이 있는 신계리 그리고 옥계항
삼각점이 있는 이곳이 900.2봉인가 보다.
두타, 청옥이 가까워 오는데 흉물스러운 자병산도 눈앞으로 다가온다.
자병산은 갈 수 없는 산이라 이쯤에서 소개한다.
자병산(紫屛山 872.5m)
온통 석회암 바위로 덮여있는 산으로 자병산이라는 이름은 암석의 색깔이 불그스레하여 주위가 늘 붉게 보이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지금의 자병산은 770m 정도로 높이 100m 정도가 사라지고 대간의 등로길도 아래 지도(빨간 점선이 행정구역 경계를 따라간 원래 대간 길)와 같이 변형되었다.
옥계항의 시멘트 공장과 시멘트 운반 라인 구조물이 있는 신계리.
그래도 북쪽을 바라보면 맑은 하늘과 지나온 대간길이 선명하다.
또 다른 석회동굴인 서대굴의 설명은 위 안내판으로 대체.
근데 너무 낡아 읽을 수나 있을 런지...(글씨가 안 보이면 영어로 된 안내문을 읽어보시길.)
서대굴은 등로 바로 아래 있으며 남대굴, 동대굴, 비선굴 등 석화동굴과 함께 이곳 옥계에 석회암동굴군을 이루고 있다.
생계령에 도착.
지도를 보다 보면 과거 대중교통이 없었을 때 정선에서 강릉을 가고자 할 때는 백복령보다는 이 생계령을 이용했을 것 같다. 이곳에서 신계까지는 비교적 경사가 급하지만 강릉이 가깝고 정선 임계 방면은 완만해서 삼척으로 가는 높은 백봉령 보다는 조금 더 쉬웠으리라.
몇 분이 탈출하시고 나는 계속 산행을 이어간다. 이제 백복령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해 떨어지기 전에 도착해 보자.
함몰 지형인 돌리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카르스트지형에 나타나는 지표의 형태로 돌리네가 합쳐져 커지면 우발라, 더 커지면 폴리에, 용식되고 남은 돌기둥은 카렌 등등
이곳 임계 카르스트 지형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지질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다.
한반도의 캄브리아기-오르도비스기의 조선노층군의 석회암 지대에는 카르스트지형이 발달한다. 이들 중 백복령 카르스트 지대는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로서 백두대간 상에 놓여 있어 큰 의미를 갖는다. 이곳에는 카르스트 지형의 특징 중 하나인 돌리네와 폴리에가 분포한다. 대부분의 돌리네는 대체로 넓이에 비해서 깊이가 아주 얕은 형태이며, 폭은 수 m를 갖는 작은 규모로부터 수십여 m에 달하는 것까지 발달된다.
특히 임계면 가목리 북쪽 능선 주위에는 50여개의 크고 작은 돌리네가 있다. 이 지역에 발달한 돌리네를 비롯한 카르스트지대의 영향으로 지하에 스며든 유수나 빗물들은 산계리 지역으로 흘러나와 계곡수 또는 용천수와 같은 샘물을 이루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복령일대는 다른 카르스트 지대와 달리 경작지로 이용되기보다는 식생으로 덮혀 있다. 그러나 부근에 석회석 광산이 성업 중에 있어 이 지역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백복령 카르스트 지대는 지질학적 특징이 일정한 면적에 집중적으로 발달하고 있어 학술적 가치뿐 만 아니라 자연학습장으로서 가치도 높다(강릉 관광 퍼옴) |
카르스트 지형을 지나니 급경사.
끝도 없는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지런히 가면 랜턴 도움을 안 받겠다 했는데 기옇코 후레시를 켰다.
요즘은 해가 짧아져 오후 6시가 되기도 전에 어둠이 온다.
선두 회원들에겐 미안하지만 후미에서 그래도 부지런을 떨어 계획된 시간에 도착했다.
늦었으니 백복령에 대한 얘기는 다음 구간 산행때 하기로 하고 산행을 마친다.
오랜만에 날씨 덕에 원 없이 전망 감상을 했다.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구석엔 또 다른 감정이 자리 잡았던 하루였다.
지난 선자령 산행 때 백두대간 훼손에 대하여 잠깐 얘기를 했다.
오늘 그 처절한 파괴 현장을 봤다. 이제 자병산은 사라지고 복구의 희망도 없는 듯하여 마음이 매우 아프지만 더 이상의 우리 산줄기 파괴는 없었으면 좋겠다. 산업화 시대에 시멘트는 절대 필요하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을까? 생산하는 만큼 복구를 병행할 수는 없을까. 짧은 소견에 발만 동동 구르는데 하산길 철탑 아래로 자병산 광산의 굉음이 계속 들려온다.
추풍령의 금산은....
첫댓글 기다리고 기다리던
산행기입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않네요.
정독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