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첫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 남해 상주중 여태전 교장 인터뷰
“대안학교 목표는 교육본질 회복” , 학교 중단은 있어도 학업 중단은 없어
아이들에 맞는 과정 운영하도록 노력 , 기사입력 : 2015-02-10 07:00:00
남해 상주중학교가 도내 처음으로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로 지정됐다. 지난 4일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 특성화중학교 지정서를 받는 날 이 학교 여태전(54·사진) 교장을 만나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의 의미와 운영계획을 들었다.
여 교장은 전국 첫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고교인 태봉고 교장을 역임하는 등 대안교육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이를 실천해왔다. 지난해 3월 상주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여 교장은 도교육청에 특성화중학교를 제안, 도교육청의 심의와 교육부 동의절차를 걸쳐 이번에 지정서를 받게 됐다. 상주중학교에는 학교법인 10억원, 교육부 특별교부금 15억원 등 25억원이 투입된다. 여 교장은 “대안학교는 획일화된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다양화된 삶의 교육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교육본질 회복운동이며, 새로운 학교 설립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상주중학교는 어떤 학교인가.
△관내 하나 있는 상주초등학교의 학생 수가 31명이다. 이대로 가면 학생 수가 급감해 상주중학교는 2~3년 내 폐교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을 직시한 면민들이 10년 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 수를 늘려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궁여지책으로 폐교 위기를 벗어나려고 지난해는 축구부를 창단하기도 했다.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의 문화와 전통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왜 특성화중학교로 전환하게 됐나.
△단 한 명의 아이들도 교육현장에서 배움으로부터 소외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기존의 학교가 몸에 맞지 않아 상처받거나 소외당한 학생들도 새로운 교육과정을 통해 돌봄과 치유를 받아야 한다. 개성 없는 기성복보다는 ‘한 번에 한 아이씩’ 집중해 바라보면서 개별화된 ‘맞춤옷’을 지어 입히는 학교가 절실하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는 반인권적인 컨베이어벨트에서 내려서는 일이 삶과 교육을 혁신하고 행복교육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대안학교에는 이른바 학교부적응 학생, 즉 문제아가 다닌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 해 6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교를 버리고 떠난다. 우리는 이렇게 떠나는 아이들을 ‘학교부적응 학생’이라 낙인찍고, ‘학업 중단 학생’이라 규정한다. 이런 학생들은 “학교가 제 몸에 맞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또 “학교를 그만두는 거지 학업을 그만두는 게 아니다”고 얘기한다. 학교가 아이들의 몸에 맞지도 않은 옷을 입히면서 “왜 너는 이 옷을 입지 않느냐’고 다그친다. 학교를 떠나면 배움이 끝나는 것처럼 호도한다. 학교부적응 학생은 없다. 학교가 학생에게 맞지 않을 뿐이다. 학교가 문제지 학생이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학교 중단은 있어도 학업 중단은 없다.
-대안교육이란 무엇인가.
△대안교육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교육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는 데 있다. 최대한 아이들의 몸에 맞는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하려고 노력하는 학교다. 단순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모여 사는 문제아들의 수용소가 아니다. 다양한 아이들이 두루 섞여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새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학교가 대안학교이다.
-교육과정은 어떻게 운영하나.
△학력 인정을 받는 대안학교에서는 국가가 요구하는 일정한 기준의 교과와 시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다만 일반학교보다 좀 더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할 수 있다. 자유학기제 자율과정, 창의적 체험활동, 특성화 교과를 늘려 운영할 계획이다. 특성화 교과에서 생태농업, 인문학, 창의예술, 몸깨우기를 전 학년에 100시간 이상 편성한다. 지식 중심의 입시 위주 교육에서 체험 중심의 삶의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나면 교육과정도 각양각색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
△성공 중심에서 행복 중심의 ‘평화교육’으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또 ‘돌아오는 농촌, 다시 사는 마을학교’의 비전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부는 도회지 큰 학교의 학급 수를 줄이고 농산어촌 지역의 작은 학교로 학생을 보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농산어촌 작은 학교를 되살리는 일은 한국교육의 고질병을 치유하는 가장 본질적인 대책이고 대안이다. 이렇게 하면 학교폭력, 학교 중단, 학교 부적응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글·사진= 이학수 기자
경남 최초의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로 남해 상주중학교가 지정됐다. 경남도교육청은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도내 첫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로 남해 상주중학교을 지정해 고시하고, 지정서를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특성화중학교는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정규 중학교다. 전국적으로는 모두 30개의 특성화중학교가 대안, 체육, 국제, 예술, 복지 등 다양한 특성화 분야별로 운영되고 있다.
상주중학교는 앞으로 학교 부적응 학생에 대한 다양한 체험활동, 적성교육, 진로교육 등 맞춤형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4개 교실 증축과 기숙사 신축 등을 준비하고 2016학년도부터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학생 모집은 전국 단위로 선발할 수 있지만 경남지역 학생을 우선 선발한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지정으로 학교부적응 학생 및 중도탈락 학생들을 위한 교육안전망 구축과 나아가 다양한 학생들의 꿈과 재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다양성 확보 및 교육본질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