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실채권
기업이 자금난에 빠져 정상경영이 어려워지면 은행빚을 갚지 못하게 된다. 이런 빚을 부실채권이라고 한다.
이게 급격하게 늘면 은행도 흔들린다. 대규모 경제위기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원금은 커녕 이자상환도 중단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채권이라는 뜻인 NPL에 대한 접근이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당장은 부실대출이지만 이를 야기한 기업에 자금지원과 구조조정을 잘 해 주면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할 수 있어서다.
대출해준 기업이나 가계에 문제가 생겨 상환가능성이 떨어진 나머지 NPL이 발생하면 은행은 이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NPL을 헐값에 팔아 치우는것. 직접 추가자금을 지원해 문제가 발생한 기업이나 가계를 정상화 시킬 수 있을지 확신 할 수 없을 때 동원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A은행이 B기업에 빌려준 100억 대출에 대한 권리를 C에게 40억에 넘겼다고 하자. 그러면 A은행은 빌려준 100억 중 40억만 건지고 60억을 날리게 된다. A은행으로서는 100억을 떼이는 것보다 40억이라고 챙기는 것이 낫다고 계산 할 수 있다. C는 이때 다른 계산을 한다. 40억을 주고 빛을 사들였으나 B기업을 이 이상의 가치로 키우면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래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한다. 이후 기업이 확실히 정상화 되면 시장에 매물로 내놓고 새 인수자에게 매각하거나 계속 기업을 소유하며 이익을 가져갈 수도 있다.
물론 구조조정을 하지않고 추심을 할 수도 있다. 자산을 팔라고 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해 C는 B로 부터 40억 이상만 회수하면 돈을 벌 수 있다.
NPL 시장은 경기와 거꾸로 간다.
경기가 어려울 수록 대출을 갚지 못하는 개인과 기업이 늘기 때문이다.
※ 부실채권[non-performing loan]
금융기관의 대출 및 지급보증 중 원리금이나 이자를 제때 받지 못하는 돈을 말한다. 부실대출금(장기연체/손실비용)과 부실지급보증액을 합친 금액으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말한다. 금융회사는 3개월 이상 연체 채권을 대출원금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 또는 유동화하거나 회계상 손실 처리한다.
부실채권은 채권 소멸 시효 5년(상사 채권 기준)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갚지 않아도 된다.
채권추심법(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11조에서 ‘무효이거나 존재하지 아니한 채권을 추심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감원 대부업검사실 담당자도 “채권추심법에서 소멸 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대해선 추심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채권 추심 업계는 시효 소멸 채권에 대해서도 추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금감원이 2009년 마련한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내세운다. 이 가이드라인에서 관련 위반 사례로 ‘채무자가 시효가 지났다는 점을 들어 추심 중지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 추심을 했을 경우’로 한정했다는 것. 상환 독촉을 받는 당사자가 항의하지 않으면 추심이 가능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어정쩡한 가이드라인 문구로 혼선을 빚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적 해석의 소지를 피할 수 있는 추심 수법도 수두룩하다. 채무자가 법적 지식에 밝지 않다는 점을 악용하는 방법들이다. 대표적으로 채무자의 ‘시효 이익’을 포기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시효가 지났더라도 채무자가 돈을 100원이라도 갚으면 시효는 새롭게 생겨난다.
각종 소송을 남발해 시효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통상 추심 업체는 시효가 끝나기 직전에 대여금 반환 소송 등을 제기해 시효를 10년 늘리지만 시효가 끝난 이후에도 이 같은 시효 연장이 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무자가 소송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며 “선량한 채무자에 대한 추심 사각지대가 발생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추심
어음이나 수표를 가진 사람이 거래은행에 어음과 수표의 대금 회수를 위임하고, 위임을 받은 거래은행은 어음과 수표의 발행점포 앞으로 대금 지급을 요청하는 일련의 절차를 말한다. 추심이란 챙겨서 찾아 가지거나 받아 낸다는 뜻으로, 채무의 변제 장소에 관한 용어이다. 수표 발행인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수표를 제시한 사람에게 지급해야 하는 은행을 ‘추심은행’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