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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브뤼셀과 안트프루펜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여유있게 아침을 맞이합니다. 캠핑을 하루 이상 하게 되면 짐이 매우 가벼워집니다. 텐트를 비롯해서 무거운 짐들은 내려놓을 수 있고, 가벼운 가방과 중요물품만 챙겨가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주변 산책을 합니다. 늦게까지 꼼지락 거리다 브뤼셀의 명소인 그랑플라스(Garand place) 광장으로 이동합니다. 시내 중심가여서 주차할 곳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 주차장을 발견하고 주차를 했습니다. 걸어서 그랑플라스에 도착했는데, 일부건물이 공사중이어서 독일에서 건물수리로 인한 안타까운 마음이 다시금 일어납니다. 작고 네모난 광장이지만 아름답습니다.
크기는 작지만 전 세계 방문자들이 끊이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는 장소입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 빅토르 위고도 이곳을 사랑했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불렀습니다. 프랑스에서 왕정복고 때에 브뤼셀에 도망와서 이곳에 머물러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응시하면서 작업한 작품이 <레 미제라블:가난한 사람들>입니다. 표도르 도스또 예쁘스끼의 <가난한 사람들>도 무척 깊은 작품이지만, 위고의 빼어난 대작이 탄생한 곳이 이곳이고, 그가 머물며 커피를 마셨던 장소도 표기되어 있습니다.
막둥이가 서서 사진을 담으며 브이질 하는 손가락 바로 위에 빅토르 위고를 기념하는 명패가 새겨져 있습니다. 광자엥 몰려드는 수많은 인파를 보면서 영감을 얻어 불후의 명작의 주인공 장발장을 생각해 내었을 겁니다. 명패가 바로 붙은 곳에서 200년 전, 커피를 홀짝였을 그를 생각해 봅니다.
시청사을 뒤에 두고 가족사진을 담아 봅니다. 높이가 100m되는 뾰족하고 화려하게 지어져 있습니다. 브뤼셀 시내 전체를 한 눈에 보려면 이곳에 올라야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왕의 집"에 간다고 이동하는 사이, 저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을 낭독했던 광장 모퉁이와 스타벅스에서 위고의 흉내를 내며 커피를 홀짝였습니다.
'백조하우스(The Swan House)'는 지금 레스토랑이 되어 있습니다. 건물을 사진에 담으려고 하니 웨이터가 자꾸 장난을 칩니다. 결국 웨이터 사진도 한 컷 담아야 했습니다. ㅋㅋ 건물 벽면 입구에는 카를 마르크스의 명판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엥겔스와 함께 사회주의자들과 회동하여 <공산당 선언>을 낭독했습니다. 바로 오른쪽에는 세를클라스(Serclaes)상이 우아하게 누워있습니다.
광장에서 저 멀리 보이는 스타벅스를 가족이 '왕의 집'을 관람하는 사이 들어갑니다. 일단 커피를 주문하고 화장실을 다녀옵니다. 스탁벅스와 맥돌날드에선 화장실이 완전자동입니다. ㅋㅋ 옆좌석에 흰머리 가득한 동양인 신사 한 분이 앉았습니다. 얘기를 주고 받다보니 일본인 작가입니다. 여러 번 이곳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문학작가들에겐 이곳이 아마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곳이 맞는가 싶습니다. 동양인을 만나니 기분이 좋습니다. 광장에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한 층 젊은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베냥매고 광장 바닥에 앉아서 커피나 빵조각을 베어 물고 뎅굴거리면 좋을 듯한 곳입니다.
그랑플라스 광장옆 골목은 와플골목입니다. 맛있는 와플들이 종류별로 가득합니다. 와플에 온갖 여러종류의 토핑들을 올려서 비싸게 팔지만, 기본 와플은 개당 1유로입니다. 기본 와플, 이게 진짜 맛입니다. 와우ㅡ!! 이래서 "벨기에는 와플"이라는 말을 하나 싶습니다. 벨기에에 가면 꼭 먹어야 할 것을 꼽자면, '와플'과 '초콜릿'입니다. 와플가게를 나와서 조금만 가면 사람들이 한데모여 있습니다. '오줌 누는 소년 상'입니다. 14세기에 브뤼셀은 외세의 침략에 함락위기에 놓입니다. 성벽을 부수기 위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심지어 불얼 붙였는데 한 소년이 심지의 불을오줌을 누어 꺼버립니다. 오줌을 갈겨 브뤼셀을 구한 겁니다. 이 구국소년을 기리기 위해 상을 만들었는데, 영국과 프랑스에 빼앗겼다가 돌아왔는데, 프랑스에서 돌려줄 때, 미안해서인지 옷을 입혀 보냈습니다. 이것이 유래가 되어 벨기에를 방문하는 각국의 수장들은 각국의 전통복장을 오줌누게 소년에게 선물합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도령복과 태권도복도 선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에라스무스하우스를 가게 위해서 주차장으로 이동합니다. 아참, 마르크스나 빅토르 위고에서 느끼셨듯이 벨기에는 평등사회를 추구하는 사상가들이 집합소였습니다. '공동생산, 평등사회'를 추구한 만화 "개구장이 스머프"의 고향도 브뤼셀입니다. 사상불순분자로 찍혀 추방된 <삼총사>이 저자 알렌산더 뒤마 브뤼셀에서 활동했습니다.
차로 브뤼셀 근교에 있는 에라스무스 하우스를 찾아갑니다. 에라스무스의 집은 브뤼셀에 있는 가장 오래된 집 중에 하나입니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온통 프랑스어로만 되어있어서 갑갑합니다만, 대략적인 통밥으로 이런저런 설명들을 하면서 훑어갑니다. 2층으로 되어 있는 데, 2층 계단 옆으로 <우신예찬>에 들어간 삽화들이 죽ㅡ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물들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가 앉아 독서하고 집필했던 책상의자에 살며시 앉아보았습니다. 정원이 들어오는 창밖을 응시하면서 이래저래 고심했을 생각을 해봅니다. 16세기 인문학자로, 종교개혁자들 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인물입니다. 집 뒤뜰에는 "철학자의 정원"으로 불리워지는 고요한 정원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거닐어 봅니다. 그가 출석했던 성당을 둘러보고나서 플랜더스의 개로 유명한 도시 안트베르펜으로 이동합니다. 어릴적 소년 네로와 파트라슈의 이야기를 똑똑히 기억합니다.
루벤스의 그림이 전시된 성당에 도착했지만, 막 문이 닫히려고 합니다. 문 안으로 사람들과 그림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못 들어가게 합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멀리서 왔다고 사정했지만 쌀쌀맞게 거절합니다. 치사빵굽니다. 고흐나 렘브란트였다면 내일이라도 다시왔겠지만, 루벤스니 그냥 포기하기로 합니다. 로흐와 렘브란트가 개혁파에 속한 화가라면, 루벤스는 철저하게 교황파에 속한 화가였습니다. 달달한게 먹고싶고 배가 고픕니다. 광장이 보이는 노천카페에서 만만한 피자와 파스타, 커피와 음료를 주문하고 저녁을 매웁니다.
도시광장 가운데에 루벤스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사진은 담아야겠지요. 가난한 네로가 돈이 없어서 성당에서 내어좇겨난 가슴아픈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다시 생각해도 치사빵꾸ㅡ입니다. 우리는 네로와 파트라슈의 동상이 있는 마을을 찾아나섰습니다. 번지까지 찾아갔지만 아무것도 없습니다. 애꿎게 지나가는 아이스크림 봉고차에서 아이스크림만 빨아 먹었습니다. 동네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안트프루펜 으로 이동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안트프루펜에 대한 인상이 와그작ㅡ구겨졌습니다. 차를 이동해 바로 캠핑장으로 돌아옵니다. 편안한 안식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날 저녁은 중요한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계획되어진 영국의 런던과 대영박물관 그리고 옥스포드와 캐임브리지를 갈 것인지? 아니면 나왔던 의견대로 독일로 다시 들어가 서부 독일의 중요도시 몇 곳을 더 투어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밤이 늦도록 두 곳을 놓고 왔다갔다, 오락가락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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