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롭지 않기를 두렵지 않기를 >
청소년기는 인생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라고들 합니다.
사소한 농담에도 세상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웃어젖히고,
관심이 가는 상대가 생기면 앞뒤 잴 것 없이 돌진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이른바 ‘덕질’을 가장 열정적으로 하는 때이기도 하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보충하느라 끊임없이 음식을 섭취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청소년들에게 성장과 에너지, 열정 같은 단어들은
나와 관계없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내 몸과 마음이 너무나 피로하여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 자체가
분투와 다름없는, 병과 함께 살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유은실 작가의 청소년 소설 《2미터 그리고 48시간》의 주인공 정음이는
그레이브스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레이브스병은 면역 체계가 착각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갑상샘 기능 항진증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입니다.
정음이는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데도 피곤했고, 안구가 튀어나왔으며,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체중도 증가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여름에 병을 진단받은 후 열여덟 살이 된 지금까지
건강한 아이들로 가득한 학교 안에서 정음이는 힘들고 외로웠습니다.
정음이의 외모를 두고 놀리는 다른 반 애들도 상처를 주었지만,
더 깊은 상처는 걱정과 조언을 가장한 가까운 이들에게서 왔습니다.
“진심으로 충고하는데,
너 그렇게 우울한 얼굴로 늘어져 있으면 옆에 있는 사람이 피곤해.
좀 웃어라. 너보다 더 아파도 잘 웃는 사람 많잖아.”(30쪽)
친구라고 생각했던 J의 말은 정음이를 더 아프게 했습니다.
고통을 견뎌내는 것으로 모자라 주변 사람들을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까지 해야 하는 것이 환자의 역할이라는 말이었을까요.
약물치료가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않게 되자
의사는 갑상샘 조직을 파괴하는 방사성 아이오딘(요오드) 치료를 권합니다.
소량의 방사선에 피폭되는 것과 같은 이 치료는,
치료 후 48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과 2미터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고립을 자초하는 정음이에게
놀랍게도 성큼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내가 곁에 있어 주겠다고 말하는 이들 덕분에
정음이는 조금 덜 외로워집니다.
병과 함께 살아야 하는 앞으로의 인생이 조금은 덜 두려워집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병에 걸리거나 걸리지 않는 것은
사람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저 어느 순간 병과 함께 살게 되는 것이지요.
“세상은 아픈 사람에게 ‘병과 싸워 이기라’, ‘완치하라’고 주문”하지만,
“아픈 사람은 그저 아픈 몸을 살 수 있을 뿐”(157, 158쪽)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아픈 청소년이 조금은 덜 외롭게, 조금은 덜 두렵게
아픈 몸과 마음을 살아낼 수 있도록
그들의 주변에 마음 따뜻한 이들이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임여주 아녜스 |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첫댓글
< “세상은 아픈 사람에게 ‘병과 싸워 이기라’, ‘완치하라’고 주문”하지만,
“아픈 사람은 그저 아픈 몸을 살 수 있을 뿐”(157, 158쪽)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
[ 내맡김 영성
< 斷想>10. 使命者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10.06.11
병 중에 있는 사람과 가족들은 정말로
병자의 목숨을 거짓 없이 하느님께 다 내놓아야 한다.
정말로 주님께서 이 사람을 데려가신다 하더라도 다 내맡기면,
하느님의 것이 되어 하느님의 품에 안길 수 있음을 더 기뻐할 때,
즉, 이세상에 살려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남김없이 다 없애 버리면,
그때 기적아닌 기적 즉,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사실은 제가 정말로 보장해 드린다.
"아님말구!"(내맡긴 영혼은에서 참조)
"죽기 살기"란 바로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정말, 죽도록 하면 산다, 살 수 있다, 정말로 살아 날 수 있다.
쓸데없이 생긴 말은 하나도 없다.
사람들"(인류)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것이 말이 된 것이다.
우리 예수님의 말씀,
"제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마태10,39)를 우습게 들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내맡김"은 "만병통치약"이다.
병자들이 가장 먼저 복용해야할 약이 "내맡김의 만병통치약"이다.
가장 효과가 학~실하다.
공짜이다, 사실 내 것이 내 것이 아니라 하느님 것"이기 때문이다.
돈 없어도 다른 약 없어도 살아 날 수 있다.
"돈이 없는 자들도 와서 사 먹어라. 와서 돈 없이 값 없이 술과 젖을 사라.(이사55,1)
우리 하느님은 돈 없고 약 못 사 먹어 사람을 죽게 하는 분이 아니시다!
또 기적이 예수님 시대에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약한 믿음이 그 기적들을 방해할 뿐이다.
아니, 우리의 보잘것없는 지식과 경험이 기적을 가로막고 잇는 것이다.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고 하신 말씀을
굳게 믿어야 하는 것이다.
병자들과 그 가족들의 입에서 "한마음 한입, 같은 마음 같은 입"으로,
"하느님, 이 번 병으로 정말로 저(누구)를 데려 가셔도 저는 좋습니다.
저의 목숨을 당신께 맡기오니 저를 이끌어 주소서!"라는
화살기도가 끊이지 말아야 한다.
저를 믿고 해 보시라!
죽기 살기로 해 보시라!
그러면, 죽을 것이다!
죄에서 죽을 것이다!
죽음에서 죽을 것이다!
죽더라도 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