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청년 구직자에게 들은 이야기다. 친구 하나가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탈락했다고 한다. 이유를 알아보니 채용 담당자가 그 친구의 SNS 계정을 찾아본 후 평소 생활방식이 회사의 조직문화와 잘 맞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는 것.
SNS의 발달로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공개된 정보들이 개인의 평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한번 인터넷에 올린 자료들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자신의 정보가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이러한 사회 변화 속에서 사람들에게 ‘잊혀질 권리’를 찾아주고자 하는 신생직업들이 등장했는데 그 중 하나가 ‘디지털 장의사’다.
디지털 장의사는 원래 고인의 SNS 계정과 게시물, 온라인 상거래 기록 등 디지털 유산을 삭제하는 일을 주로 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온라인 평판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최근에는 의뢰받은 개인의 디지털 정보를 처리하는 일도 대행한다고 한다.
유럽연합에서는 2012년 잊혀질 권리를 담은 정보보호규칙을 법제화되고, 2014년에는 스페인의 한 변호사가 구글을 상대로 검색결과 삭제에 대해 승소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잊혀질 권리가 인정되는 추세다.
국내서도 그러한 분위기가 형성돼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이 이달부터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정보 삭제 및 관리에 관한 일자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디지털 장의사를 위한 자격제도와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지는 않지만 IT나 정보보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성과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사명감을 갖고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제도와 개인정보 삭제 절차에 대한 지식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고도의 기술력 없이도 도전 가능하므로 1인 창업, 소규모 창업을 해볼 만하다.
유사직업으로 ‘사이버 평판 관리자’가 있다.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인터넷의 부정적인 평가나 악성댓글을 제거하고 긍정적인 글들을 SNS나 커뮤니티 게시판에 게시함으로써 의뢰인의 평판을 긍정적으로 관리하는 직업이다.
고정민 고용노동부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