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Cage 1912~1992)
여러분들은 20세기 클래식 음악계의 가장 큰 충격이었던 '존 케이지'라는 작곡가를 아실겁니다. 만약 그를 모르시더라도 그가 작곡한 ‘4분 33초’라는 곡은 알고 계실 텐데요, 이 곡은 아름다운 멜로디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곡이 아닙니다. 오히려 연주자가 이 곡을 연주하는 동안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는 신기함 때문에 유명해진 곡입니다. 실제로 이 곡의 악보에는 쉼표밖에 그려져 있지 않아서, 연주자는 연주를 하는 동안 가만히 있어서 합니다. 하지만 연주자의 표정이나 몸짓은 실제로 소리를 내며 연주를 하는 것처럼 진지해서 우스꽝 스럽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한편으로는 연주자가 무대 위에서 소리를 내야한다는 생각을 완전히 뒤바꾼 이 발상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주기도 합니다.
'4분 33초'가 발표 된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이야 우리들은 모든 비밀을 다 알고 있다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이 곡을 듣습니다. 그러나 이 곡이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를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피아노 위에 앉은 존 케이지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고 관객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웠겠습니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악보를 까먹었나?’라고 생각하다가 진지하고 당당한 존 케이지의 표정을 보고는 의아해 했을 것입니다. 그 뒤, 시간이 흐를수록 객석은 술렁거리기 시작하였고, 개중에는 자리를 박차고 나간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혼란에 빠진 이때, 무대 위에 단 한사람, 존 케이지만이 속으로 웃으며 여유로운 미소를 흘렸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음악이라 여기며.
존 케이지는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너무나 추상화되고 정밀하게 구성된 예술음악에 대한 철저한 반발로써 무대 위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음식을 먹거나 피아노를 부수고 스피커로 소음을 내기도 하는 일종의 ‘쇼’같은 행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작곡이나 연주에 우연성을 가한 음악’이라고 하여 우연성 음악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4분 33초에서도 연주자가 미리 계획 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가만히 있는 동안 우연히 들려온 외계의 소리와 자기의 고동이 음악이라는 것입니다.
당시로써는 매우 급진적이었던 이런 그의 발상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음악은 그가 태어난 지 10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기는 하였지만, 존 케이지의 곡을 베토벤의 교향곡을 듣듯이 진지하게 듣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 그저 단순히 신기한 쇼라고만 생각하지요. 저도 존 케이지의 이런 음악들이 과연 ‘기존 예술음악의 대한 반발과 재해석 이외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존 케이지처럼 엉뚱하고 급진적이며 기발한 발상을 했던 사람들이 음악사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는 생각이듭니다. 예를 들면, 지금은 너무 교과서적이고, 고리타분하게까지 생각되는 바흐의 음악들을 과연 17세기 사람들은 편하게 들을 수 있었을까요? 아마 그 당시 사람들은 바흐의 음악에서 조금씩 등장하는 불협화음들을 매우 귀에 거슬려 했을 것입니다. 또, 고전파 시대를 넘어 낭만파 시대의 문을 두드린 베토벤의 음악도 당시 사람들에게는 당혹스럽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작곡가들은 당시의 일반적인 음악적 흐름을 50년 정도 앞서나갔는데 비해, 존 케이지는 수백 년 이나 앞서나가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계속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언젠가는 존 케이지의 음악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작업이 필요하겠지요.
그럼 사람들이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단순한 재미가 아닌 진지한 음악의 깊이를 생각하며 듣게 되는 날을 상상해 보며 오늘 글은 마치겠습니다.
첫댓글 지극히 미국적인 생각입니다
이 음악의 전곡을 완전히 듣기는 처음입니다 그것도 두 곡이나...
2 악장은 좀 지루하군요
이 곡에 대한 앵콜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군요
독일의 슈튜트가르트에서 죤 케이지의 첼로 협주곡이 세계 초연되는 것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연주회장 복도를 가던 중에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죤 케이지와 둘이 마주치던 기억이 나는군요
생각지 못하던 몇 초간의 단둘의 만남이었습니다
독일 작곡가였더라면 악보에 쉼표와 빠르기를 넣어서 지휘자가 지휘라도 하게 해주었을 텐데 ^^... 말이죠
동양에선 명상이라는 이름하에 해오던 행위들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