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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 Technical Alpine Club
 
 
 
카페 게시글
산행 후일담 스크랩 하프돔 노스페이스 등반
청일(염승찬) 추천 0 조회 24 11.06.04 11:1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8월7일(월요일)


아침에 일어나 충길이 팔을 보니 어제보다 많이 부어 있다.

아무래도 충길이는등반이 어려울 것 같다.

이대로 등반을 끝내야 하는가. 답답하다.
이곳 캠프4의 시설을 조금 언급하면 캠프사이트 하나에 6명이 최대로 되어 있다

 

 

사이트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고 나무로 만들어진 식탁(6명 정도 앉을 수 있다)과

스토리지(철재 음식물 보관함)가 하나씩 있으며.

모닥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돌로 만든 화덕이 하나씩 있다.

캠프 4에는 클라이머들이 많긴 하지만 일반인들도 많다.

일반인들이 조금 소란스럽다. 백인 남자들은  바지를 내려서 입고 다녀

엉덩이가 보일려고 한다. 여자들은 부라자 같은 걸 그냥 내놓고 입고 다닌다. 

뚱뚱한 사람들은 너무 뚱뚱해서 걸어 다니는게 신기할 지경이고

날씬한 사람들은 또 아주 날씬하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다람쥐들이 먹이를 구하러 온다.

 

 

처음에는 다람쥐들이 사람을 겁내지도 않고 몰려 다니는게 신기하더니

음식을 자꾸 물어가니 나중에는 성가시게 여겨진다.

그래도 이들이 요세미티 의 주인이라 학대하다 레인져 에게 들키면 벌금을 문다.

그래서 인지 잘 먹어서 살이 디룩디룩 찐 놈도 많다.
늦은 아침을 먹고 침체된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오늘 하루 하프돔

하산루트 답사 트레킹을 다녀오기로 했다.

커리 빌리지에서 간식을 준비하고 존뮤어 트레일 코스로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강을 따라 하프돔 뒤쪽으로 버날폭포와 네바다폭포를 지나 지그재그 길을따라

하프돔 정상까지 다녀오는 트레킹 코스는 9시간쯤 걸리는 아름다운 길이다 

 

 

이곳에서 지금까지 구름낀날을 보지못했다. 하루종일 햇볕은 무척 뜨겁고

그늘어 들어가면 시원하다. 죤무어 트레일 이란 말을 타고 요세미티 공원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든 트레킹 코스다.

오후 6시 하프돔 트레킹에서 캠프로 돌아와 충길이와 애물단지는

캠프로보내 휴식을 하게하고 써커렛지에 데포시킨 장비를 철수하기 위해서

정식이와 늦은시간 엘캡으로 갔다. 

 

 

 

충길이 팔목 부상 때문에 노즈 등반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내일부터 정식이와

둘이서 하프돔 노스페이스를 등반하기로 하고 노즈 철수를 결정한 겄이다.
장비를 회수하여 캠프에 돌아오니 저녁 늦은 시간이다.
내일은 애물단지가 4일간 등반을 마치고 유타 솔트레이크로  떠나는 날이다.

요세미티 와인으로 송별식을 하고 내일 하프돔 등반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8월8일(화요일)


  아침 7시 일어나니 해가 중천이다.

하프돔 등반 식량과  자일2동 등반장비를 배낭하나와 홀백에 정리했다.
충길이는 캠프에 남아 유타로 떠나는 애물단지를 배웅하기로 하고

정식이는 식사 준비가 한창이다.

오늘 등반은 하프돔 어프로치 후 4피치에서 비박하고 다음날 정상에 오른 뒤

밤10시 캠프까지 돌아오는 일정이다

엘캡 노즈 등반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일정이 정리되자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10시쯤. 충길이가 우리를 커리빌리지 까지 태워다주고 캠프로 돌아갔다.

애물단지를 머세드행 그레이하운드 버스에 태워 보내기위해 서다

 충길이와 헤어져 커리빌리지 주차장을 출발 빠른 걸음으로 20분쯤

도로를 따라가니 강을 건너는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우측 소로를 따라 걸었다.

말들이 다니는 길이라 온통 말똥과 흙이 뒤섞여 색깔도 먼지도 너무 불쾌하다.

 

 

한여름 건기라 물이 말라서 그런지 미러 호수도 잘 보이질 않는다.

글레이셔 포인트에서 바라볼 땐 하프돔 노스페이스 가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을겄 같았는데 초입을 찾기가 어려웠다.

사람이 다닌 흔적을 따라 오르내리길 2시간 몸도 마음도 지쳐갈 무렵

우측 바위사이로 휙스된 로프가 보인다.

 

 

길이 가파르고 험했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불볕아래 휙스 로프를 잡고 오르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휙스된 자일이 4번 나왔다.

가끔 주마를 사용하며 오후 2시 30분이 되어서야 노스페이스 초입에 도착했다.

불볕더위에 길을 찾아 헤매느라 물을 너무 많이 소비하여 물이 부족하다.

등반보고서에 북벽 스타트지점에 샘이 있다고 했는데 정말 있을지 걱정이었다.

없다면 어프로치 중간에 흐르던 물을 떠와야 되는데.

 

 

그러나 다행스럽고 신기하게도 삭막한 절벽 밑에 맑은 샘이 있었다.

이곳에서 물을  배터지게 마시고 수낭에 물을 보충하고 불볕을 피해

나무그늘에서 한시간 가량 휴식을 하였다.
나무에는 곰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키가 닿지 않을 높이에 배낭이 두개

매달려 있고. 위쪽에서 배낭 주인들이 등반하는 소리가 들린다.

샘터 바로 위 거꾸로 자란 나무를 보고 오후 4시쯤 등반을 시작했다.

등반 각도는 크지만 쉬운 페이스와 크랙의 연속이고 확보물 설치도 쉽다.

 

 

내가 한피치를 끝내고 지일을 고정시키면 정식이가 주마로 올라오고

그동안 내가 홀백을 올리는 시스템으로 진행하였다.

4피치 부분은 약간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인공과 후리를 혼합한

후렌치 후리로 등반하였다.
이곳 요세미티는 해가지면 금방 어두워진다.

비박 가능한 테라스가 있는 6피치 종료쯤 해서 날이 어두워졌다.

랜턴을 켜고 등반을 계속하여 11피치에서 비박하였으면 했는데

정식이 랜턴이 고장이라 포기하고 6피치에서 비박하기로 하였다.

 

 

테라스에 걸터 앉아서 저녁을 먹고 비박 준비를 했다.

엉덩이는 테라스에 등은 바위벽에 다리는 벽아래로 내린채

요세미티 계곡을 쳐다보았다.

해가 지고 노을이 지고 어둠이 찾아오니 계곡의 로지, 호텔,

캠프촌의 불빛들이 이쁘게 반짝거린다.

잠자리가 불편해조금이라도 편해보려고 버둥거려보지만 별 묘안이 없었다.

참을 수밖에. 밤새 불편하여 뒤척이며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8월9일(수요일)


코펠과 버너가 있었으나 물이 부족하여. 가져온 라면을 먹지 못하고

과일캔 하나로 아침을 먹고 등반을 시작할 때쯤 위에서 사람 소리가 났다.

어제부터 계속 들렸던 사람 소리의 정체는 2명의 미국 클라이머 였다.

11피치 테라스에서 비박을 했는지 12피치 침니를 등반중이였다.

하프돔 북벽은 오전 내내 그늘이라서 제법 쌀쌀한 느낌인데 

미국팀을 만난 13피치 침니에서 부터 햇볕이 들어 따뜻하고 좋았다. 

그러나 한시간도 안되어 금방 더워졌다. 인간의 간사함이란..

 

 

홈통같은 침니는 밑으로 몇백미터 아래 바닥이 내려다보여 살떨리는 구간이다.

그러나 등반보다. 빅월에서 처음해 보는 홀링에 손에 물집이 생겨 더 어려웠다.

미국팀 때문에 앞길이막혀 걱정했는데 우리의 등반속도를보고 14피치에서

미국팀이 우리에게 앞서가도록 길을 양보해 주었다.

15피치 부터는 트래버스 구간이 많고 걸리적 거리는 암각이 많아서 홀백을

몇 번 옆으로 날렸는데 홀백은 아주 튼튼했다.

홀백 뒷 자일이 바위틈에 끼어 줄을 잘라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홀링은 전체적으로 무난했다.

 

 

17피치부터는 등반이 어려워진다.

3호 이하의 작은 캠과 너트를 사용하는 자유등반과 인공등반을 섞어서 했다.

18피치부터 20피치까지는 거의 인공등반으로 오르다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같은 호수의 장비가 많이 필요해 아래 설치한 장비를 회수하여 다시 사용하며

등반하였다. 한 피치를 끝낼 때마다 모자 챙처럼 생긴 정상부분이 점점

가까워진다. 어떤 하프돔 등반기 에서 이 오버행 정상부분을 다이빙보드라

표현 했던걸 본적이 있는데 적절한 표현 같다 .


 

 

  
  21피치, 그 유명한 Thanks God Ledge를 등반했다.

가이드북은 10~20cm의 밴드라고 되어 있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더 넓은 것 같다.

처음 시작부분은 거의 30cm 정도 넓이인데 밴드가 거의 수평으로 20,30여 미터

이어져 있다. 이본 취나드가 처음 이 길을 낼 때 밴드 때문에 등반이 가능하자

'Thanks God Ledge'라 이름 붙였다 한다.

이렇게 높은 곳에 이런 밴드가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Thanks God Ledge'라는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린다.

이 Ledge를 처음에는 여유만만하게 걸어서 갔다.

 

 

그런데 중간쯤 가자 폭이 좁아지면서 벽에서 밀려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밴드 안쪽으로 난 크랙을 홀드로 해서 트래버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블랙 다이아몬드 2호 캠을 2개 설치하고

체면 불구하고 결국 엉금엉금 기고 말았다.

Ledge 다음 나오는 침니가 어렵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고 확보물을 설치할 수 없는 높은 고도에서

침니 등반을 한다는게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정식이는 머리를 잘 못 굴려 주마로 건너오다가 Ledge 가운데서

오도 가도 못하고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21피치에서 두 번을 추락한 후에야

등반을 완료할 수 있었다. 

 

 

22피치는 길게 늘어진 코드슬링을 이용해서 팬들럼을 한 다음 볼트길을

등반해야 하는데 심리적 부담 때문인지 생각보다 어렵다.

팬듈럼 하면서 좌측 볼트에 카라비너를 걸고 볼트 따기로 넘어설 수 있었다.

21피치부터 높은고도에서 계속되는 트래버스 구간이라 정식이가 힘들었나보다.

 

 

23피치는 언더크랙을 잡고 좌측으로 10미터쯤 이동하여 우향 크랙을 지나

쉬운 직상크랙을 5미터 올라 정상 다이빙보드 바로 아래서 종료 하였다.

자일을 고정시키고 홀백을 올린다음 정식이가 올라오고 등반줄을 회수하는데

줄이 걸려서 올라오지 않는다.

 

 

마지막 피치를 남겨둔 지점 사실상 등반이 마무리되는 피치인데...

정식이가 하강하여 줄을 처리하고 올라온다.

그동안 나는 24피치를 끝내고 정상에 올라 홀백을 올리고 바위에다

자일을 둘러서 확보를 하고 하프돔 등반을 마쳤다.

늦은 오후인데도 정상에는 비박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18시 40분 정식이가 정상에 도착 기념촬영을 하고 하산을 시작하였다

 


어제 미리 답사한 길을 따라  John Muir Trail 코스에 이르렀을때는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미리 하산루트를 답사하길 참 잘 한겄같다.

엄청나게 큰 소음을 내며 떨어지는 Nevada Fall 을 뒤로 하고  휘청거리는

다리를 휘저어가며 열심히 내려갔다. 

 

 

 정식이가 무척 힘든가보다

커리빌리지에 도착할 무렵부터 충길이가 차를 가지고 마중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여러번 이야기 한다. 23시 넘어 캠프에 도착하니

애물단지는 솔트레이크로 떠나고 충길이 혼자 시원한 맥주와 져녁을

준비 해놓고 캠프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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