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치령~903m봉~개골령~
~두무동고개~양구터널
며칠 동안 줄기차게 내리던 장마 비도 숨을 고르려고 하는지,
하늘은 언제 비가 내렸는가를 모를 정도로 맑게 개어 있고
금빛의 뙤약볕을 흔전하게 쏟아붓는다.이렇게 장마기간 중의
맑은 날씨는 으레 폭염이 나타나기 마련이다.높은 습도에 뜨거운
열기까지 보태져서 후텁지근하고 숨이 턱턱 막힐 지경에 이르게
되는 거다.오늘 날씨는 다분히 그럴 낌새이다.
삼복 더위의 선발주자인 초복이 어제 였으니, 절기상으로 보면
더위의 클라이막스에 이미 들어선 게 아닌가? 초복이 지나고
열흘 후면 중복이고, 중복을 넘기고 열흘 후쯤이면 말복이다.
열흘 간격으로 삼복이 줄을 잇는 거다.그런데 때로는 입추가
늦어지는 해가 있으니,이런 해에는 말복도 따라서 늦어져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한다.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복(伏)이 넘었다는 뜻이다.
기실, 중복을 지나고 말복까지 20여 일 동안의 삼복을 모두
벗어나면 무더위도 시나브로 기세가 수그러들 게 마련이다.
들머리를 들어서는 지맥의 산꾼들
이러한 삼복더위에 복달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무더위로
인하여 치솟는 체온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려면 피부조직으로
전신의 혈액이 몰려 간다고 한다.얼굴 빛이 벌겋게 달아 오르고
땀이 송글송글 맺게 되는 게 겉으로 나타나는 대개의 현상이다.
피부조직에서는 땀과 같은 수분을 체외로 에어컨의 실외기처럼
배출시키면서 체온 유지에 안간힘을 쏟게 된다는 거다.
이렇게 전신의 혈액이 그곳에 집중투입이 되다보니 체내의
내장기관의 온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져 기능은 지리멸렬 떨어지게
되니 자연히 입맛은 떨어지게 되고 소화 기능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게 되며 원활한 대장의 기능에도 경고등이 켜진다는 거다.
피부의 온도가 높아지면 체내의 내장기관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무더운 여름 철에는 지하의 땅 속은
시원하고 추운 겨울의 땅 속의 지하는 따뜻한 이치와 흡사하다
하겠다.이 같은 현상을 물리적으로 해결하려면 체내의 체온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음식을 취하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한 목적으로 간택이 된 음식이 삼계탕이고 개장국이다.
모두 단백질을 주요 영양분으로 하고 있는 게 특이하지 않은가?
단백질을 주요한 영양분으로 하고 있는 음식이야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이 대표 주자인데 왜 그들을 그동안 빼놓고 있었을까?
첫 번째 헬기장에서 바라 본 902.4m봉
거기에는 우리의 슬프고 가슴 아픈 가난한 역사를 빼놓고는 설명
할 수가 없다.예전의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소는 농경사회의
주춧돌이었으며 돼지는 한 가정의 재산이었던 게다.그렇게
소중한 재산을 한갓 복달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었던 가난이
오롯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소와 돼지의 대타로 등장한 것이
안타깝게도 닭과 개이다(물론 고관대작들이나 살림이 넉넉하고
부유한 몇 안 되는 상류층에서는 소와 돼지를 주요한 복달임의
대상이었음은 불문가지이다).예전의 농경사회에서의 가축 4인방
(소,돼지,닭,개) 중에서 비교적 값어치가 낮은 닭과 개가 소와
돼지 대신에 억울하게 횡액을 당하고 있었던 거다.
그 둘이 진작부터 알아챘더라면 그렇게 매일 같이 새벽 기상나팔을
울려대고, 알을 낳아서는 집 안 식구들에게 자진헌납을 하겠으며,
집 안 경계 근무에 소홀함이 없이 그렇게 살신성인 만전을 기할
수가 있었을까?
-지난 번의 날머리 장소인 양구 휴게소에 버스가 도착한 시각은
9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예상한 것보다 기온은 후텁지근하지도
않고 청량감이 감도는 시원함까지 느껴지는 기온이 아닌가.
어쨋든 지난 번에 날머리로 내려섰던 임도까지 올려쳐야 한다.
내려섰을 무렵에는 몰랐었는데, 그 내리막을 거꾸로 올려치려니
치받이 오르막은 매우 가풀막진 산길이다.그러나 이제 막 산행에
나선 때이니 기력은 싱싱하고 의욕은 넘쳐나니 애면글면 할 계제는
아니다.임도로 올라서서 우측으로 한동안 임도를 따르면
이동통신탑이 우뚝 서 있는 곳의 삼거리 임도에 닿게 된다.
이 삼거리에서 우측의 임도로 들어서야 한다.
우측의 임도 역시 조금 전의 임도와 마찬가지로 널찍하다.
임도 옆으로 석축으로 기단을 구축한 진지가 눈에 띠고, 그곳을
지나면 장방형의 콘크리트로 닦아놓은 헬기장을 가로지르게 된다.
맞은 쪽 저만치 902.4m봉이 고개를 바짝 쳐들고 산객을 내려다
보고 있다.헬기장을 뒤로하는 임도를 따르면 문이 활짝 열려있는
차단기를 만나게 되며, 차단기를 지나면 머지않아 임도 갈림길과
맞닥드리게 된다.이때에는 우측의 임도로 접어들어야 한다.
우측의 임도 어귀에 암갈색의 경고문이 담겨있는 입간판이 하나
세워져 있다.여기서부터 3.3km 구간은 경사가 급하고 산사태
위험이 있으니 차량통행을 주의 하시라는 당부와 여름철 장마와
동절기의 결빙 시에는 통행을 금지한다는 인제국유림관리소장
명의의 경고문인 거다.
완만한 오르막 임도를 줄곧 따른다.임도 좌측으로 산불초소가
눈에 띠고 임도는 양회임도의 행색을 띠기도 하다가 비포장의
행색을 하기도 하면서 꾸준하게 꼬리를 잇는다.잡풀로 뒤덮혀
있는 벙커가 푸른 수풀사이를 비집고 검은 눈초리로 산객의
행동거지를 은밀하게 살피고 있는 듯하다.두 번 째로 만나게 되는
갈림길,이곳에서도 우측의 임도를 따른다.우측의 임도는 널찍한
공터로 이어지는데, 헬기장으로 쓰이고 있는 공터처럼 보이는
공터이다.지맥의 산길은 이곳부터 임도가 아닌 본격적인 산길의
행색을 띠기 시작한다.
산길은 뚜렷하고 번듯하다.관목들의 잔가지와 무성하게 우거진
온갖 수목들이 드리운 그늘은 일렁이는 바람과 함께 시원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삼복더위가 속이 상할 일이다.
한아름이 넘어뵈는 신갈나무들이 차지하고 있는 둥긋한 해발
903m봉을 넘어가면 그보다 훨씬 몸피가 굵은 고사목이 산길을
가로 막아서고 있다.집채만한 노송 두어 그루가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는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서고 몸피가 굵직한 신갈나무
등이 장악하고 있는 둥긋한 봉우리도 오르고 내려선다.
참호로 쓰였음직한 구덩이들이 이곳 저곳에 보이고, 교통호도
둥긋한 봉우리 주변으로 나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800m급의 높이와 행색도 어슷비슷한 봉우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봉우리들은 하나 같이 조망은 기대할 수가 없다.
울창하게 우거진 온갖 활엽수 등이 사위를 뒤덮고 있기 때문
이다.그러나 깊은 산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그윽한 숲 향은 코를
연신 벌름거리게 하고 진초록의 녹음은 흐릿한 눈을 맑게 씻어
줄 것이다.
유별나게 잣나무들이 장악한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서게 되고
굴참나무들만의 능선길도 따르게 된다.산길은 이윽고 완만하게
내려서게 되면서 사거리 안부에 이르게 되는 데,개골령이다.
좌측과 우측으로 번듯한 등하행 산길이 모두 나 있는 고개이다.
개골령을 뒤로하고 봉우리 하나를 올려치면 신갈나무 등이
울창하게 자리한 둥긋한 멧부리인데, 그들 한가운데에는 등이
곧고 몸피도 굵직한 엄장한 좌탈입망의 고사목이 한 그루
서 있다.완만한 내리막을 내려서면 흰 줄이 이리저리 쳐 있는
주변의 능선을 따르게 된다.
6.25전사자 유해발굴 지역이다.크고 작은 바위들이 모처럼 눈에
띠는 완만한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헬기장이 닦여있는 해발
909m봉이다.909m 헬기장봉을 내려서면 산길 우측의 골짜기는
온통 푸른 초원 같은 행색의 벌목지대가 펼쳐진다.그리고 지맥의
산줄기는 꺽다리 소나무 숲 길이 꼬리를 잇는다.
완만하게 꼬리를 잇는 치받이 오르막 산길은 철조망으로 가로
막혀 곧바로 봉우리를 올려칠 수가 없게 되었다.해발 915.2m봉
일대에는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부대 정문
군부대의 철조망 울타리를 오른 쪽에 끼고 180도 가량 빙 돌아서
군부대 정문 쪽의 임도로 붙는 과정이 애를 먹인다.가파른 경사의
8부능선의 사면은 축축하게 습기를 머금은 차진 흙길은 미끄럽고
철조망 울타리 주변의 바닥에 아무렇게나 방치 되어있는 녹슨
폐 철조망 나부랭이들이 여간 위험스러운 게 아니다.
어렵사리 그러한 헝로를 빠져나오면 양회임도가 기다린다.
우측은 군부대 정문이고 지맥의 방향은 좌측의 임도이다.
마른 목을 축이고 널찍한 임도를 따른다.
양회임도는 지맥의 줄기와 거의 함께 하듯이 꼬리를 잇는다.
지맥의 8부능선쯤의 가파른 사면으로 꼬리를 잇기도 하고
봉우리만 살짝 피하며 이어 나가기도 한다.좌측의 벼랑 같은
골짜기 일대는 푸른 카펫을 뒤집어 씌워놓은 듯한 너른
벌목지대가 펼쳐져 있다.임도 곁은 꺽다리 노송들이 가로수처럼
줄을 잇는다.임도 바로 곁의 삼각점봉에서 삼각점을 확인하고
곧바로 임도로 내려서서 곧장 꺽다리 노송들이 안내하는 임도를
따른다.임도를 줄곧 따르다가 김대훈 중사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는 곳에서 양회임도를 버리고, 추모비 뒷편의 수렛길로
들어선다.
벌목지대와 노송의 임도
수렛길은 이내 헬기장을 가로지르게 되고 참호와 교통호가 빈번
하게 나타나는 산길을 따르게 된다.그런 뒤에 내려서게 되는
2차선의 차도(4번),양구군 남면의 청리와 두무리 사이의 고개마루
두무동 고개이다.지맥의 산길은 두무동 고개 건너 편의 임도로
들어서면 곧바로 좌측으로 오르막 산길이 보인다.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범강장달 같은 노송 한 그루가 버티고
있는 둥극한 봉우리에 오르게 되고 그 봉우리를 뒤로하면 잣나무
숲 길이 기다린다.잣나무 숲 길이 모습을 감추면 굴참나무 등이
뒤를 잇는 숲 길이 나타난다.
그리고 오르게 되는 붕긋한 봉우리에도 집채만한 노송 두어 그루가
멧부리를 호령한다.숲은 꺽다리 노송들과 꺽다리 참나무 등의
꺽다리들의 숲이다.숲으로 잠시 스며들었다가 살며시 빠져 나가는
바람이 상쾌하다.완만한 치받이 오르막 산길은 벌목은 진즉에
이루어져 지금은 관목 상태의 숲에 불과한 붕긋한 멧부리로 산객을
안내한다.훅훅 솟아오르는 열기가 숨을 멎게 한다.이윽고 오르게
되는 붕긋한 봉우리는 헬기장이 닦여 있으며, 한구석에는 산불초소도
조용하게 자리하고 있다.이 헬기장봉 주변으로도 참호와 교통호가
이곳저곳 눈에 띤다.
두무동 고개의 빗돌
헬기장봉을 뒤로하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은 두무리
(4.84km) 쪽이 되고, 지맥의 방향은 우측의 '국토정중앙삼거리
(2.32km) 방면이다.갈림길에서 내려서는 산길 이곳저곳에는
참호와 교통호가 빈번하게 모습을 드러낸다.고정로프를 이용한
난간과 통나무를 이용한 계단이 가파른 내리받이를 친절하게
안내한다.멀리서 바람을 가르는 차량들의 숨가뿐 소리가 바람
결에 실려와 귓전을 울린다.산길 우측 저 아래 쪽으로 남북으로
뻗은 46번 차도가 멀찌감치 내려다 보인다.지금 발을 딛고 있는
능선 밑을 관통하고 있는 양구터널을 들락날락거리는 차도인
거다.
산길 주변으로 꾸준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참호와 교통호를 지나면
헬기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널찍하게 닦여진 임도를 내려서면
삼거리 임도가 기다린다.임도 맞은 쪽으로 보이는 양갈래 임도
어귀에 입간판 두 개가 세워져 있다.하나는 봉화산 생태 등산로
지도가 담겨있는 안내도이며, 다른 하나의 안내 입간판에는,
"이 등산로는 군사시설 주변 등산로이니 군사훈련(사격)시
안전에 위험이 될 수 있으므로 사격이 없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등산로 이용이 가능 하오니 양지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양구군수
와 관계되어 있는 군부대장 명의의 입간판이다.
46번 국도와 양구터널
우측의 임도 바로 곁으로 내리막 산길이 보인다.세멘트 블록으로
어수룩하게 만든 계단이 가파른 내리받이 산길을 안내한다.
가파른 계단길을 구르듯이 내려서면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폐허가 된 초소 건물을 만나게 되고, 그 곁을 벗어나면 곧바로
46번 차도와 양구터널 그리고 그 어름의 공터 주차장으로 바로
내려서게 된다(14시20분). 오늘의 최종 날머리이다.
지맥의 당일 산행치고는 그닥 길지도 않고 그렇다고 짧다고도
할 수 없는 도상거리 15.5km의 중간쯤 거리의 산행이다.
삼복더위 한복판의 산행이라서 무더위에 대한 염려가 없었던 건
아니다.그러나 의외로 무더위는 기승을 부리지 않았다고 해야
옳다.바람도 적당히 불어주었으며, 강원의 심산에 어울릴 법한
시원함이 복중의 산행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역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더위의 산행은 만만하게
볼 수 없지싶다.땀으로 온몸은 뒤발을 하였으며, 갈증을 해결하느라
게걸스럽게 마셔 댄 식수로 물 배를 채워서인가 식욕은 듣지를
않는다.이럴 때는 축이 난 육신을 보(補)하기 위하여 선조들이
일찌감치 터득한 복달임을 해야 할 터이다. (2017,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