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기 암벽교실 수료기 (글:박재용)
2003 제10기 봄 암벽교실을 마치고....
박재용 학생장작년 가을 처음으로 북한산을 올랐다.
그후, 10여 년을 함께 한 운동을 그만두고 산을 찾았다.
묘한 매력에 정확히 북한산의 매력에 빠진 것이다. 아내에게, "니하고 앞으로 같이 할 취미는 산인 것 같다. 주말이면 항상 우리부부 북한산을 찾았고 산에 안기길 몇 달, 어느날 우리 앞에 바윗길이 나타났다. 남들 다 가는 길, 겁은 나는데 돌아가긴 뭣하고, 수소문과 조언 끝에 우리부부, 우리나라 최고의 암벽빙벽등반 전문학교인 김용기등산학교 문을 두드린다.
첫째날.(2003년 4월 6일)
'날 좋다!!'
전날 소풍가는 애들마냥 잠을 설치고, 아내의 도시락 준비하는 소리에 서둘러 일어나 집을 나선다. 집합장소가 도선사인데 우린 백운대 방향으로 올랐다.
자일도 한 동 메고 올라가야 하는데 미안타!!
교육장소인 백운대슬랩 앞, 교장선생님, 동문회장님 그리고 여러 동문 선배들과 교육생들이 하얀 옷들로 갈아입고 수업 시작 준비중이다.
부랴부랴 뛰어간다.."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교장선생님의 학교 소개를 시작으로 수업이 시작된다.
장비 설명과 사용법, 확보법, 선생님들의 시범과 함께 우리 10기 동기들 열심이다.
지난주 초보자 암벽교실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
확보는 확실히 배워야 한다. 나와 내 파트너의 생명을 좌우한다.
확보자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과감하고 안전한 등반이 가능하리라.
"등반의 실패는 있어도 확보의 실패는 용서받지 못한다"
교장선생님의 거듭된 강조 사항이다.
장비에 대한 믿음 또한 중요하다. 확보 시 느꼈지만 겁이 나지 않았다.
정확한 방법을 배우면 더 안전하고 과감한 등반을 할 수 있으리라.
슬랩에서의 발딛기, 톱로핑의 등반, 두 줄 하강등반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오늘 배운다.
지난해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꿈만 같은 인수봉 정상...
확보줄에 의지하고 쳐다본다.
"기다려! 곧 갈게"
둘째날(2003년 4월 12일)
박재용학생장님이 오버행에서 인공등반을..오늘 오전 교육은 다시 백운대슬랩에서의 슬랩등반과 확보의 복습이다.
슬랩에서의 발쓰기도 중요하지만 두 번씩의 슬랩에서의 교육이 아무래도 확보교육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학교 구호대로 역시 "안전!"이다. 확보는 생명이므로 지난주 교육의 효과인지 모두들 잘들 한다.
나 같은 초보도 있지만 쟁쟁한 산악회 출신들도 많다.
선생님들의 목소리는 별로 안들리고, 매듭이며, 확보시의 중요 사항 등, 약간의 수정뿐이다.첫날 어색한 암벽화도 이제 잘 어울린다.
오후 크랙에서의 교육이다. 백운대 크랙이 붐비는 관계로 다른 장소로 이동이다.
백운대에는 오늘도 많은 등산객들이 오르내린다.
다들 쳐다본다. 겉으로야 높은데 갔다 온 것 같지만 실은 걸음마 배우러 가는 중인데, 약간 부끄럽다. 이런 우리들이 등반사고시 일반 등산객들을 구조도 할 수 있다는 사실,
안전!!
김용기등산학교 암벽교실.....제10기...오후교육....또 버벅거린다.
군에선 잘 했는데..... 재밍, 레이백, 스태밍, 팬듀럼.... 교장선생님의 날렵한 확보물 설치와
시범이 감탄을 자아낸다. 교재에 나오지 않는 다양한 임기 웅변의 실전경험까지 전수 해주신다. 4군데로 나눈 실습장에서 첫날과 달리 먼저 하겠다는 동기들이 많다.
용감한 10기 동기들, 재밍에 손도 다치고, 발도 까지지만, 얼굴엔 만족한 미소들이다.
이애숙 교무님, 김홍례선생님과 동문선배님들의 지도 아래 모두들 더 배울려고 하는 의욕들이 대단하다. 김경훈 동문회장님의 사모님이신 정성애님이 고수같은 실력으로 그 어려운 크랙 후딱 올라갔다 오신다. 위에 핀 진달래 한송이까지 해치우고, 참내....
옆 크랙에서 울집사람 비명소리 들린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겁을 내면서도 끝까지 하는 사람이다. 장비 회수하러 올라가신, 이애숙교무님의 날렵한 자세가 또 한번 감탄케 한다.
선등과 후등의 차이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한 동작이 자연스레 몸에 배이기까진 3000번의 반복 동작이 있어야 한단다. 언젠가 집사람 데리고 인수봉 정상에서 커피 한잔, 할 날이 오지 안을까?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한다. 북한산에 솔향이 가득하겠다..
셋째날(2003년 4월 20일)
전날부터 비가 오더니 아침부터 비가 온다.
당장 그칠 비가 아니다. 산행 도중 비를 머금은 진달래 꽃잎이 수줍은 화장을 한 처녀를 닮았다. 평소 비오는 산행을 좋아하는지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심 기분이 좋다..
비오는 북한산엔 여전히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나름대로의 산을 즐기시리라...
오전 교육은 백운대 산장에서의 실내 교육이다.
계속되는 비로 인해 장비 사용및 암벽등반의 이론 교육이다. 교장선생님의 인공등반에 관한 교육에 이어, 세계적인 여성 클라이머, 고미영선생님의 실전교육 후, 호랑이크랙으로 이동이다. 이곳은 백운대와 인수봉사이에 숨은벽을 지척에 두고 있다. 교육장은 비에 젖어 다들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확보물이 설치된다. 습기 머금은 바위도 교장선생님의 몇 번의 동작에 자리를 내어준다. 오버행에 있는 너트는 옛날에 선생님이 직접 설치 하신거라 한다.
주마링과 레더를 이용한 인공등반.. 만만찮다, 힘이 많이 든다. 인공등반시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자기 확보다. 모든 등반의 시작이 확보부터이듯, 인공등반은 확보의 연속이다.
모두들 비에 젖는다. 안개도 자욱하여 앞 능선도 안보인다. 몸은 추워지고, 움추려 들지만 자랑스런 10기 동기들 눈은 빛난다.
넷째날(2003년 4월 27일)
백운대 정상에서아침 안개인지, 흐린 건지 모르게 날이 맑지 않다.
북한산을 향하면서 해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노적봉 종합 등반이다.
멀리서나 보던 노적가리처럼 생긴 봉우리라 노적봉이라 한다.
우린 다른 일행과 달리 북한산 대피소 방향으로 해서 용암문을 향했다.
북한산 대피소는 본래 용암사 자리였다. 지금은 대피소 앞에 세월의 흔적만 남아 대웅전 앞에 서 있었을 탑의 기단부와 한개의 탑신만이 여러 돌들과 섞여 돌무덤처럼 보인다.
노적봉 밑 공터에서 간단한 교육이 있은 후, 노적봉 하단에서 각 조별로 루트를 잡는다. 우리 조는 서면의 직벽 루트다. 어프로치는 쉬운듯 했는데 2피치부터 장난이 아니다.
국윤경 선생님, 고수답게 선등으로 확보물을 설치하고, KC산악회장이신 김계동선배님이 그 뒤를 오른다. 학생들 사이사이에 선배들이 포진하고, 등반이 시작된다.
피치간 약간의 휴식 시, 북한산의 사모바위와 비봉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동장대가 주능선에 오롯이 서 있다.
옆 루트로 다른 조들의 등반이 시작된다.
이애숙교무님과 김홍례선생님의 선등으로 줄줄이 잘들 올라온다.
밋밋하게 보이던 바위에 홀드가 보이고 11자의 발짓으로 슬랩을 올라선다.
슬랩에서 배운 발짓이, 믿었던 발짓이 후들거린다. 밑에선 안밀리던데... 선배님들 서 보라 재촉하고, 김계동선배 한술 더 한다."추락한번 해보시죠?...미치겠다."
볼트 따기와 배운 대로 3피치를 오른다. 먼저온 다른 동기들이 모여있고,
날은 약간 추워진다. 마지막 피치는 연등으로(자일 한줄에 연속으로 묶어서 오르는 것)오른다. 중요한 건 한사람이 추락하면 모두 영향이 감으로 조심해야 하며, 간격은 10m 정도이다. 선등자가 확보물에 의지했을 때 다음사람이 출발하는 게 안전하다.
암벽화에 흙이 묻어 올라서다 그냥 미끄러진다. 좋은 경험이다. 남은 피치는 거의 릿지다. 이제 정상!!, 모두들 표정이 제 각각이다. 아직도 놀랜 사람, 만족해하는 사람, 첫 등반의 기분이 이런걸가? 경험해 보지 못한 묘한 성취감이 온몸을 감싼다.
건너편 만경대 릿지엔 무수한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산행을 즐기고 저너머 인수엔 하강을 기다리는 바위꾼들이 줄줄이 앉아 있다. 다음주엔 인수봉 졸업등반이다.
아직도 바위가 어색하지만, 언젠가 나를 품어 주지 않을까....
다섯째날(2003년 5월 4일)
성상헌씨가 자일을 엉키지 않게 고두석씨에게
오늘은 졸업등반이다.
여러 길 중에 우리 조는 우정산악회가 개척한 우정 B를 오른다.
우정산악회원이신 김경훈 동문회장님의 선등으로, 슬랩 ,크랙 ,침니 다양한 코스가 참 아기자기한 루트다. 다부진 조을현 선배, 마당쇠 오용수 선배가 우리 조다. 든든하니 오늘 등반은 재미 날것 같다. 순서도 변화도 주고, 여러가지 기술도 실전으로 배운다. 피치간 시스템운용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회장님의 격려 속에 우린 정상을 오른다.
인수봉정상!!
나에겐 새로운 출발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백운대 정상에서 바라본 인수...이상한사람들 쳐다보길 6개월만에, 이제 내가 건너편 백운대를 바라본다.
겸손한 클라이머가 되라는 교장선생님의 정상에서의 말씀이 이제 새로운 화두로 남겨진다.
워킹으로 시작하여, 릿지라는 장매물과 바위도 만났다. 이제는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인수에서의 하강, 동안의 모든 걸 마무리짓고, 새로운 등반을 위해 힘차게 내려간다.
10기 동기여러분 동안 감사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겁고 안전한 등반하십시오, 다음 뵐 때까지 강녕하시고,
교장선생님 ,이애숙교무님, 국윤경선생님, 김홍례선생님, 그리고 여러 동문 선배님들 감사했습니다.
제10기 암벽교실 학생장 박 재 용 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