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규수 (奎宿)
28수(宿) 중 열다섯 번째 별자리인 규수(奎宿)는 루수ㆍ위수ㆍ묘수ㆍ필수ㆍ자수ㆍ삼수와 함께 금기운
(金氣運)을 맡아 다스리는 서방 백호 7수(宿)에 속하며, 호랑이의 형상에서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
『천문류초(天文類抄)』01에 따르면 규수는 9개의 별자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른 말로
천시(天豕 : 하늘의 돼지)라고도 한다.
문운(文運)을 주관하는 규수는 하늘의 무기창고에 해당하며 28수 신명 중에 주우(朱祐)02 신명이 관장한다.
규수의 수거성(宿距星)03인 규성(奎星)은 16개의 주홍색 별로 이루어져 있다. 『보천가』04에는 규성을 허리가 가늘고 코가 뾰족한 신발의 형상이라 설명한다. 규성이 밝으면 천하가 편안해지고, 움직이면 병란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특히 임금이 음란하거나 실정에서 공평치 않으면 규성에 머리 뿔과 같은 큰 광선이 생기고 이 뿔과 같은 빛이 움직이면 1년 안으로 병란이 일어난다고 한다. 규성은 24절후 중 백로(白露 : 양력 9월 8일경) 때에 동쪽에서 떠오른다. 규수에 딸린 별자리 중에서 규성의 위에 6개의 붉은 별로 이루어진 각도(閣道)는 천자가 별궁으로 가는 길을 의미하며, 별이 움직이거나 흔들리면 내전(內殿) 안에서 병란이 일어난다고 한다.
각도의 위에 5개의 주홍색 별로 이루어진 왕량(王良)은 무운(武運)을 주관하는 별로 천자의 말을 모는 관직을
의미한다. 전설에 의하면 왕량은 중국 전국 시대 조나라의 양왕(襄王)에게 말 타는 방법을 가르치던 사람으로
말을 잘 다루었다고 한다. 그래서 4개의 별은 천사(天駟 : 네 마리 말)이고 조금 떨어진 1개의 별은 왕량으로,
말을 모는 모습과도 같다고 전한다. 이 별이 움직이면 병란이 일고 또한 말(馬)이 질병을 앓는다고 한다.
왕량 위에 1개의 별로 이루어진 책(策)은 왕량이 말을 몰 때 쓰는 채찍으로 주로 천자의 말을 모는 시종을
관장한다. 유성ㆍ혜성ㆍ패성ㆍ객성 중에서 하나라도 범하면 천자의 측근에서 반란자가 생겨 천자가 친히 병사를 이끌게 된다고 한다. 각도의 앞에 있는 1개의 붉은 별은 각도가 손상되어 통하지 못할 때 쓰는 길로 부로(附路)라고 한다. 각도와 성점(星占)의 내용은 같다.
규성의 아래에 1개의 별로 이루어진 군남문(軍南門)은 군 경계에서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여 출입을 통제하는
일을 맡는다. 별이 움직이거나 흔들리면 군사를 출동하게 되고, 보이지 않으면 병란이 일어나며, 별이 밝으면
변방의 국가들과 사이가 좋아진다고 한다. 군남문 아래에 7개의 별로 이루어진 외병(外屛)은 하늘의 화장실인
을 가리는 병풍으로 냄새나고 더러운 오물을 막고 감추는 일을 맡는다.
천혼은 7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외병의 아래에 위치한다. 별이 보이지 않거나 움직이면 사람들이
불안정해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사공(司空)은 1개의 황색 별로 치수(治水)를 위한 토목공사를 주관한다.
별이 크고 누런색이 강하면 천하가 편안해지고 객성이 들어오면 천하에 크게 질병이 돈다고 전한다.
『홍연진결(洪煙眞訣)』05에 따르면 하늘의 현상이 인세에 영향을 준다고 믿어 땅에 별자리를 대응해 놓았다. 우리나라 땅에서 규수는 충청도 남부지역인 안흥ㆍ태안ㆍ서산ㆍ해미ㆍ홍성ㆍ당진ㆍ면천ㆍ예산ㆍ덕산ㆍ대흥ㆍ아산ㆍ신창ㆍ평택ㆍ청양군의 정산ㆍ온양ㆍ천안시의 직산에 해당한다.
서양의 황도 12궁과 비교해 볼 때 규수(奎宿)는 안드로메다자리(And)에 해당한다. 규수의 수거성인 규성 중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1개의 별과 안드로메다자리(And)의 β (Beta)별을 비교할 수 있다. 고유명은
미라크(Mirach, 2.0등성)로 아랍어인 알마라크(Al-maraqq)에서 유래하여 ‘허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규수에 딸린 왕량과 책, 각도는 카시오페이아자리(Cas)와 비교할 수 있다.
안드로메다자리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유명한 안드로메다은하 M31은 지구로부터 2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실제의 밝기가 태양의 약 100억 배가 된다. 우리 은하06 밖의 외부 은하로 안드로메다자리의 무릎에 해당하는
ν (Nu)별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안드로메다자리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 에티오피아의 왕 케페우스와 왕비 카시오페이아의 딸인 안드로메다
공주라 전한다. 왕비인 카시오페이아가 자신의 미모를 바다의 요정들과 비유하며 뽐내자, 포세이돈이
카시오페이아의 오만함을 고쳐주기 위해 홍수를 일으키고 괴물 고래를 만들어 백성을 괴롭혔다. 하나밖에 없는 공주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아몬 신의 신탁으로 왕과 왕비는 몹시 슬퍼하였다.
그것을 본 안드로메다는 자신을 희생해서 백성을 살릴 수 있다면 제물이 되겠다고 하여 발가벗은 몸으로
쇠사슬에 묶이게 된다. 메두사를 죽이고 돌아오는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의 몸에서 하얗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 반하여 괴물고래를 죽이고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마치 페르세우스자리는 안드로메다자리를 보호해 주려는 듯 안드로메다자리의 발 아래에 위치한다.
동양에서 규성(奎星)이 밝으면 천하가 편안해진다고 하였고, 안드로메다가 자신을 희생하여 나라를
안정시키고자 한 전설을 보았을 때 동ㆍ서양 모두 천하가 안정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01 세종의 명에 따라 천문학자 이순지[李純之, 1406(태종6)∼1465(세조11)]가 편찬한 천문학 서적.
02 광무제 때에 솔직한 성격에 유학을 숭상하였던 장군으로 광무제의 어린 시절부터 늘 곁에서 지켜주었다.
그래서 광무제는 주우가 훗날 패전을 하거나 명을 어겨도 주변으로부터 보호를 해주었다고 한다.
03 각 수(宿) 구역의 서쪽에 위치한 가장 밝은 별로 28수의 위치를 쉽게 찾는 기준이 된다.
04 구법보천가(舊法步天歌)라고도 한다. ‘별자리와 별자리의 사이를 걸어가듯이 길이를 재는 노래’라는
뜻으로, 당(唐)나라의 왕희명(王希明)이 지은 칠언의 시결(詩訣)로 되어 있다.
05 화담 서경덕 선생이 짓고 토정 이지함 선생이 수정한 고대 천문, 기문, 둔갑술에 대한 서적.
06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은하로 우리가 사는 지구가 속해 있는 곳이기 때문에 단순히 “은하” 또는
“은하계”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