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급체 해프닝
“우~우~엑!”
"쏴~아!“
화장실 안에서 토하는 소리가 밖에 요란하게 퍼졌다. 이어 물 내리는 소리도 계속 이어졌다.
채 화장실 문도 못 닫고 들어간 George가 변기를 붙잡고 계속 토해냈다.
윤재가 George 등을 붙잡고 두드려주었다. George가 점심으로 먹은 걸 다 비웠다. 기름진 돼지 불고기와 밀가루 음식 즉석 라면을 너무 급히 먹은 탓이었다.
George의 눈이 빨갛게 상기된 채 휑했다. 뒤따라온 정 팀장이 화장지를 뜯어 George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동료 Peter도 옆에서 걱정했다.
윤재가 George를 일으켜 세워 입을 헹구게 했다. 혹시 무슨 큰일이라도 났나 싶어 문오경이 달려왔다. 밖에서 염려스러워하는 문오경에게 부탁했다.
“혹시 소금 있어요? 물 한 컵 마시며 들게요.”
윤재가 George를 회의실 소파로 데려가 편안히 앉혔다. 문오경이 가져온 물 한 컵에 소금을 넣어 마시게 했다. George가 찡그리며 한 잔을 다 마셨다.
윤재가 George의 손을 잡아당겨서 지압했다. 엄지와 검지 사이 중간을 꼭꼭 눌러주었다. 좀 힘을 주어 다시 눌렀다.
“아~아~!”
George가 아프다고 자지러질 듯 소리쳤다. 윤재가 진정하라며 다시금 시도했다. 문오경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다시 옆으로 오자 윤재가 다시 부탁했다.
“이번에는 따뜻한 보리차 한 잔만요.”
윤재가 George 앞에 반 무릎을 한 채, George 엄지와 중지 가운데 움푹 들어간 곳에 엄지손가락을 대고 힘을 주었다. 다시 George가 통증을 호소했다.
“으~아~아!”
“Come down please~.”
한참을 양손 엄지와 중지 사이 합곡혈을 눌렀다. 자지러질듯한 목소리가 차츰 잦아들었다. 문오경이 들고 온 따뜻한 보리차를 죽 마시게 했다.
윤재가 가방에서 작 통을 하나 꺼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휴대용 침통이었다. George의 엄지와 중지 손끝을 자극했다.
이어 중지 끝 손가락 마디를 굵은 실로 세게 칭칭 감았다. George와 Peter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 Just moment."
말이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중지 손끝을 땄다. George가 몸을 움찔했다. George 중지 손끝에 검붉은 피가 한 방울 맺혔다. George 눈가에도 눈물이 찔끔했다.
이어서 침통에서 침을 꺼내 엄지와 중지 사이 합곡혈에 시침했다. George 눈이 파르르 떨렸다. 찌릿하면서도 싸했다. 체면에 참으려 애썼다.
윤재의 신속한 시침에 모두 신기해했다. 특전사 군 생활로 몸에 밴 습관이었다. 위급상황에선 상황 판단, 결단 행동이 필수였다.
속전속결로 일사불란했다. 머뭇거리거나 망설임 없이 단호했다.
불편했던 George 몸을 편하게 만든 윤재. 그런 윤재를 바라보며 Pete가 말했다. 마치 의사 같다고. 윤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침놓을 줄 알아요. 경락을 알지요. 혈 자리와 급소. 군에서 위급 시 병사들에게 여러 시술을 해서 어려운 순간을 잘 넘겼어요. 나 한국 침술사요.”
Korean Acupuncture 라는 말에 그제야 George와 Peter가 머리를 끄덕였다. 둘의 눈이 신뢰의 빛을 윤재에게 보냈다.
죽었다 살아난 George가 왕방울만 한 눈을 끔뻑거렸다. 엄지를 들어 올렸다.
윤재가 마무리로 George의 무릎 아래 혈 자리를 부드럽게 눌러줬다. 창백했던 George 얼굴에 다시 생기가 피어올랐다.
옆에서 걱정스레 지켜보던 정 팀장과 Peter도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좋아질 거라 말하며 윤재가 일어났다.
윤재가 George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편안하게 한마디 했다.
“You are getting better than before."
느닷없이 사무실 밖으로 뛰쳐 내달았던 George의 응급 상황은 잘 수습이 되었다.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겠냐는 주변의 염려와 관심을 잠재웠다.
일을 당하여 윤재의 대처능력은 돋보였다. 옆에서 문오경이 간호사처럼 협조를 잘해준 덕도 컸다. 눈치 빠른 김명옥이 의무실에 달려가 가져온 급체약까지.
혹시 몰라 한 알 들게 하고 나머지 약은 George 손에 들려주었다. 간단한 한의와 양의가 병행한 대응이 급체 해프닝을 종식시켰다.
“급체를 대하는 방식, 한국식으로 대응해서 잘 마무리 했군요. 미국 같았으면 앰뷸런스 부르고 병원에 실려 갔을 텐데요. 빠른 회복에 감사드립니다.”
Peter가 윤재에게 고맙다고 목례를 했다.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가 평정을 찾은 급체 해프닝에서도 배울 점은 있었다.
“왜 그런 말이 있잖습니까.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고요. 여기는 한국이라 한국식대로 했어요. 여기 관습대로 한 게 소란 없이 잘 처리된 거지요.
차량 개발 건에 이런 한국의 정서를 참조 반영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번 군수 지원 차량 개발도 이곳 지형과 문화 등을 고려했으면 합니다.
외람되지만 AMC에서 개발하고 수출하는 민간 차량 설계에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점은 AMC 측에서도 충분히 추가 보완할 사항으로 검토하리라 봅니다.“
모든 일정을 마친 George와 Peter가 일어섰다. 대기하고 있는 미군 지프가 있는 곳까지 정 팀장과 윤재가 함께 동행했다.
서로 악수하고 미국 AMC에서 다음 만날 것을 기약했다. 주요 부품 수출입 협정과 개발 도면 인계 건이 남아있었다.
지프에 장착된 안테나가 바뀐 모습이었다. 의아했다. 올 때는 하늘 높이 치솟은 안테나였는데. 지금은 위에서 아래로 구부려 앞쪽을 향한 상태였다.
스트랩과 클램프로 고정한 안테나가 전방을 가리켰다. 곧장 미군 용산 기지로 향했다. 이를 바라보는 윤재 눈에 섬광이 번쩍 일었다. 아~ 저런??
올 때는 보무도 당당히 안테나를 위로 치켜 올리며 기선을 들어냈다. 갈 때는 안테나를 수그렸다. 업무 성과를 달성한 것이니 드러낼 것 없다는 건가.
다가올 머지않은 미래에 제대로 만날 것이다. 양측 입장이 서로 동등한 상태에서. 지금처럼 한쪽에 치우치고 의존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아~ 그날이!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
어디 이게 음식에만 적용되겠는가. 기업 간에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기업. 보이지 않는 물밑 경쟁이 치열한 세상이다.
‘피 볼일 없어야 한다.’
급체하면 피를 빼고 나서야 신체기능이 정상으로 돈다. 경쟁사도 똑같다.
향후 기룡자동차의 모습. 경쟁사 통합평정 후. 미국 AMC와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윤재가 멀어져가는 지프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
14화 끝(3,138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