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구례에서 연곡사 기촌마을까지
2016.03.26.(토, 맑음)
구례(08:10~갑산들판→마산면사무소(08:40)→가랑교(09:30)→가랑마을((09:35)→승마훈련장(09:45)→상사마을(장수촌)→하사마을(10:10)→용두사거리(10:30)→한옥팬션촌(10:50)→운조루(11:00~05)→하죽마을(11:15)→내죽교(11:20)→문수제(11:35)→파도리요양병원(12:30)→중식(12:40~13:10)→섬진강전망대(13:30)→송정리(13:40)→능선쉼터(14:40)→한수천(15:10)→왕시루봉능선(16:10)→목아재(16:20)→외곡리(17:10)→추동교(17:20)→기촌마을(17:25~40)→구례(18:05)
구례읍내 재래시장은 전통미를 살린 상가촌이 이채로운데 유동인구가 워낙 적어선지....
아침시간이라선지 사람 구경하기가 어렵다.
편도 3차선 대로를 만들고 중앙 분리대까지 조성해 놓았건만 지역경제활력은?
섬진강으로 유입되는 서시천변을 시민 휴식공간으로 단장도 했건만 상주인구가 워낙 적어선지...
냇둑 따라 노란 개나리꽃무리가 아침 햇살로 어찌나 아름다운지....
징검다리 건너 들판 저편엔 노고단이 하늘 높이....
노고단을 바라보며 걷는 농로 좌우엔 열심히 살아가시는 모습들이....
농로 따라 오토바이 타고 내려 오시는 분에게 인사드리니 누구일까해서인지 서신다.
이게 무엇입니까 여쭈니 밀이라 하신다. 보리인줄 알았는데.....
고랑이 파인 것은 밀이고 고랑이 없는 것은 소먹이용 풀이라고....
막 농약통을 지고 밭에서 나오시는 분이 계시길래 인사드리고 재차 확인하니 그 분 역시도 밀이라 하신다.
밀은 수확하자마자 정미소에 갖다주면 수분을 측정해서 그대로 수매를 해 주는데 보리는 건조시켜야 하고 수매도 해주지 않아 최근엔 밀농사로 바뀌었다 하신다.
밀밭 두렁에 잡풀이 나면 좋지 않다고 제초제를 뿌리고 가는 길이라며 어인 일로 이렇게 홀로 어딜 가느냐 묻는다.
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연곡사까지 가려고 합니다. 하니 마산면사무소쪽을 가리키며 이길 따라 가라신다.
힘드시죠 농약통 메고 다니셨으니 팔 어깨도 아프실 것 같아 어깨를 살짝 주물러 드리니 고맙다며 내 나이가 얼마정도 될 것 같냐고 물으신다.
67세 정도 되시는 것 같습니다. 하니 고맙다며 76세라고 ....
오토바이가 있어 아직까지는 농사 지어 도시에 나가 사는 자식들 주식을 해결해 주신다며...
65세 되면 경로회원인데 나오는 자가 없어 76세임에도 쫄병신세를 면치 못한다고 껄껄....
젊어 뵌다 하니 듣기 좋지만 현실은 자신도 인정할 수 없는 76세라니...
볏가마도 지고 이 길을 다녔건만 이젠 오토바이 없이는....
소 키우는 분은 대게 젊은층 같습니다 하니 소 키우며 농기계로 부업도 할 수 있는 자는 수입이 괜찮은 편이라고.... .
도시에 나가 사는 아들녀석 300만원 벌어도 생활이 어렵다는데 ..
들판 농로옆에 축사를 짓고 살림집은 구례읍에 있는지 농가마다 노인들만...
귀농하신 분은 예쁜 집 지어 살지만...
마을단위로 경로당이 있는데 여성경로당 건물이 별체로 있다.
노고단 아래 화엄사 계곡에서 흘러 내리는 물길인데 수량이 적어 보인다.
중간에 또다른 저수지로 물길을 돌렸는지....
마을분들이 더위를 피해 쉴 수 있도록 선풍기와 냉장고가 비치된 쉼터도 마을마다...
농민들의 쉼터 역시 주민들이 즐겨 찾는 느티나무 아래에 마치 정자처럼.... ..
마을길도 깔끔하게 포장되어 살기 좋아졌는데....
장수촌만큼은 마을길이 꽤 넓은 편이다.
새롭게 단장되면서 외부인들이 절반가량 된다는데....
돌담이 아름다운데 마을길따라 구불구불....각진 부분이 없어... 예술적인데
주민편의를 생각하는 토지소유자들의 푸근한 양보심이 느껴지는 것 같다.
한치도 내줄 수 없다며 완고했다면?
사도리 마을길 옆으로 체육시설도....
문수저수지에서 내려오는 수로가 이곳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는데 유속이 상당한 편이다.
물래방아를 돌려도 좋을 정도인데....
예로부터 마을주민의 소중한 식수원이었다는데 오늘날엔 둘게길 나그네의 갈증을...실컷 마시고
현대식 축사건물이 돋보이는데 시설자금을 농협대출로 시작한 자가 대부분이란다.
가축병이 돌면 원본도 건질 수 없다는데...
마을마다 노인들이 전동차를 타시고. 밭으로 들로.....
문수제에서 수로따라 이곳으로 흘러 들었다가 주변에 농업용수를....
고풍스런 곳에서 하룻밤 묵어 갈 수 있도록 전통 한옥편션건물로 관광객 유치에도 힘을 쓰고...
문수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이 마을한쪽으로...
이곳 역시 유속이 빠른 편이다..
운조루 라는 곳인데
할머니 몇분이 이 지역 특산물(꽃감, 팥, 무우 말랭이, 봄나물, 산수유, 오디액기스, 등)을...
산수유가 전립선에 좋다는 말을 들었는지라 한봉지 샀는데
뽕나무 열매 오디로 만든 것이라며 기관지에 좋다하길래 그것도 한병 사 넣고...
봄나물도 사라는데 해 먹기가 엄두가 나지 않아 사양하고...
팔아주지 못한 나머지 분들께 죄송하다는 인사말을 드리고 운조루를 살펴보니
문전 옥답에 남향이고 뒷편엔 육산인 지리산이 감싸고 있으니 그야말로 명당이로다
유력한 자는 좋은 땅을 먼저 차지하는 법이니 노동력이 필요한 것은 머슴에게 맡기고
학문을 닦으며 좋은 시절을 보냈나 보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으리라.
마을 주민이 흐르는 물로 세탁도 하시고
돈으로 환전해 봤자 얼마나 될지.... 그것도 단 한번 뿐이라면...
적은 돈이라도 매달 꾸준히 받는 직장인과 비교한다면?
나무를 확보해서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구멍을 파서 버섯 홀씨를 심어 재배사로 옮기는 일로 한창 바쁠 것 같은데..
인사만 드리고 지나치자니 그렇고, 조용히 몰래 지나가야 할지....
묘를 이장한 것 같은데 전면에 동백꽃이 활짝....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뵈는 곳에 신축하시는 분도 계시고...
유적비 옆에 정자가 좋아보인다.
문수제를 내려다보면서 한잠 자고 가도 좋겠는데...
마을이 한눈에 내려도 뵈는 높은 지역을 전원주택단지로 ....
70대가 되면 운전도 곤란할텐데 그때가 되면 어떻게 살려고?
천년만년 살 것처럼 열심히 살아야 하겠지만 때를 살피는 지혜도 필요하지 않을까?
60대를 넘어서도 천년만년 살것 처럼 살아간다면?
섬진강 옆으로 토지면사무소와 파도마을이 한눈에....
세월이 깊어지면 어찌할 수 없는 법...
정든 집을 떠나 이곳에서.... 하늘이 부르는 날까지....
계곡 위로 외딴 집 한채
산불 나기 전에는 좋아보였을텐데 주변이 온통 벌거숭이가 되었으니....
전기가 이곳까지 공급되니 다행이지만 비바람 세차게 부는 날 캄캄한 밤중엔 어떻게 지내실까?
산불피해현장이 워낙 방대하다.
이토록 넓은 지역이 타들어갈 때까지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는지?
편백나무는 소나무에 비해 피해가 적은 것 같다.
편백숲을 한참 올라 능선쉼터인데 이 능선따라 위로 가면 왕시루봉일 것 같다.
깊은 산골에 외딴 집한채가 태극기도 달고....
무엇으로 살아가시는지?
송정리 도로가엔 전원주택들도 가끔 뵈는데 ....
이 분들에게도 말 못할 사정은 있으리라.
왕시루봉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에 세수도 하고 물도 한모금 손컵으로....
높은 지역 산자락에서 무엇으로 살아가시는지?
개도 두마리 키우는데...
한밤중 폭우라도 쏟아지는 날엔 냇가도 건널 수 없을테고 산비탈면이라 산사태도 우려되는데....
임도따라 가면 연곡사로 이어질 것인데....
이쯤에서 연곡사발(17:20) 버스를 타기 위해 화개방향 기촌마을로....
상당히 높은 지역에 이렇게 멋스런 한옥을 지었으니...
경사지 차밭을 가꾸며 그것에 의지해서 살아오셨나 보다.
동절기 눈이라도 내리면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 질텐데....
콘크리트 포장길이지만 예전엔 자연 그대로 쇄굴된 곳도 많았을텐데 ....
살려고 마음을 굳히면 아무리 힘든 환경일지라도 스스로 극복해 갈만한 지혜가 생기는 법인지....
조상대대로 땀과 정성이 깃들었으니 농지 보살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셨건만
이분들도 조만간에 떠나신다면?
피아골 연곡사에서 발원한 물길은 내서천 따라 섬진강으로 흘러드는데
마구잡이식 개발로 천변 자연환경이 크게 훼손되는 것 같다.
토지만 소유할뿐 아무런 소득을 올리지 못해 답답해 하는 사정을 잘 아는 토목업체들
좋은 방법이 있다며 도와 주는 척 찾아가 감언이설로...
화엄사 입구도 방치된 건물로 환경이 엉망인데 허가관청도 쉬쉬하는지?
연곡사발 17;20 차가 40분이 되어서야 내려온다.
섬진강 따라 달려가건만 구례터미날까지 타는 이 없이 오직 나홀로다.
농촌의 현실이 이렇다면?
둘레길 걸으며 잠지잠깐만이라도 지역민의 구수한 사투리속에 들려오는 삶의 이야기는 한편의 소설같고
나무 타는 연기냄새, 두엄냄새, 닭우는 소리...
잊혀져가는 지난 추억을 다시 만나 볼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거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