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서 절대 안 팔리는 책
1) 뻔한 소리만 하는 책
2) 이미 비슷한 부류의 책이 많은 책
3) 사회적으로 전혀 이슈가 되지 않는 내용의 책
한때 유행했던 용어 중 ‘블루오션 전략’이란 말이 있다. 무경쟁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블루오션의 핵심이다. 반대말은 ‘레드오션’이라고 하는데 이는 경쟁 시장을 의미한다. 레드오션 시장에 진입하면 철저하게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시장의 규모도 정해져 있으므로 누군가 점유율이 높이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는 구조다.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도태된다.
하지만 블루오션 전략은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므로 무경쟁 시장이다. 블루오션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레드오션으로 변모하기는 하지만 그전까지는 블루오션으로서의 지위를 누릴 수 있다. 마치 특허로 등록되면 20년간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과 유사하다. 20년이 지나면 특허도 공지의 기술이 되어 누구라도 쓸 수 있는 레드오션이 되고 만다.
‘경쟁은 죄악’이라는 그 유명한 존 록펠러 1세의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무경쟁 시장이 가지는 매력은 실로 엄청나다. 책도 마찬가지다. 이미 기존에 출간한 책이 넘치는 상황에서 비슷한 부류의 책 한 권을 출간해야 시장에서 어필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내 경쟁상대가 이미 시장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충분히 차별성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지위를 누릴 수 있지만 이미 출시된 책이 많다면 그 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왕이면 아무도 선점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향해 도서 기획을 해야 한다. 그래야 출판사를 설득시키기도 수월하며 고객(독자)의 선택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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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태생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므로 다른 무엇보다 책의 판매 부수를 최우선으로 한다. 팔릴만한 책을 선호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원고를 보고 제일 먼저 검토하는 것이 ‘시장성’이다. 시장에서 외면당할 원고라면 어느 출판사가 먼저 나서서 출간하려 하겠는가? 그럼 출판사에는 어떤 기준으로 팔릴 만한 원고를 판단할까?
첫째로 출판사에서 가장 유심히 보는 건 ‘독창성’이다. 독창성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것을 본뜨거나 모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새롭고 독특한 것을 만들어 내는 성질’이다. 즉 ‘새롭고 독특한 것’이 핵심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진부한 소재라면 독자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이런 책은 출판사에서도 꺼려하여 좀처럼 책으로 출간하려 들지 않는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일찍이 ‘공부법’에 관한 원고를 쓴 적이 있다. 수많은 출판사에 문을 두드렸지만 결과는 무반응이었다. 내 나름대로 수십 권의 공부법 책을 독파하고 나 스스로 공부하면서 깨달았던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원고에 충실히 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도 내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한 출판사에서 고맙게도 답변이 왔다. ‘좋은 내용이지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고, 유사한 책이 시장에 너무도 많습니다. 즉, 차별화 요소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 점을 보완 후 다시 투고하시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라는 답변이었다. 나는 그저 그런 뻔한 내용으로 공부법 원고를 썼던 것이다. 결국 자가 출판 플랫폼을 이용해 전자책으로 출간하기는 했지만 첫 투고의 씁쓸함은 소중한 추억으로 마음 한편에 남아있다.
독창성 다음으로 중요한 건 ‘구체성’이다. 글은 구체성을 가져야 한다. 구체성이 없는 글은 밋밋하다. 독자에게 와닿지를 않는다. 글을 쓸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진부하고 뻔한 글을 쓰면 그야말로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승원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은 죽은 글’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작가라면 아무나 쓸 수 없는 글을 써야 한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글까지 작가가 써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럼 어떻게 적어야 구체성을 가질까? 첫째, 미시적 접근이다. 거대담론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것을 세분화 시켜서 궁극에까지 이르도록 하자. 구체성의 극단까지 들어가자. 가령 ‘공부법 일반론’에 대한 책을 쓰기보다는 ‘수능 시험 공부법’이라던가 ‘직장인의 변호사 시험 합격 공부법’과 같이 구체성을 띤 글을 써보자. 구체성을 가지면 보다 대상 독자가 한정되게 되고, 대상 독자를 한정하면 보다 살아 있는 글, 독자가 공감하는 좋은 글이 나온다. 둘째, 주관성이다. 원고는 다분히 객관보다 주관을 추구해야 한다. 객관적인 것은 이미 세상에 다 나와 있다.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것을 굳이 재탕 삼탕 할 필요가 없다. 가령 ‘단식의 효능과 치유’에 대한 글을 쓰기보다는 ‘나는 단식으로 암을 치유했다’는 다분히 주관적인 개인적 경험이 시장에서 더 먹힌다. 사람들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글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셋째, 역발상이다. 이 말은 기존의 상식에서 탈피해 거꾸로 기획을 하라는 말이다. 남들이 강점을 주목하면 약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단점을 강조하면 장점에 대한 콘셉트를 잡는 거다.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다보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발상이 나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슈성’이다. 이슈성은 다른 말로 ‘화제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주제가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한가 생각해 보자. 현재 이슈가 되는 문제와 연계성이 있으면 더욱 좋다. 가령 반도체 부품 수출제한으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뻔한 적이 있었다. 이때 부품 자립화와 관련한 이슈는 책으로 출간하기에 아주 좋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허의 사전적 의미는 ‘특별히 허락한다’이다. 무엇을 허락할까? 기술 공개의 반대급부로 독점권을 허락한다. 그것도 무려 20년간이다. 이런 독점권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2가지 조건 즉, ‘신규성’과 ‘진보성’이 필요하다. 신규성은 ‘종래에 없던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며, 진보성은 ‘기존의 기술보다 무엇인가 나아진 것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본래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거나 기존의 것보다 보다 더 나아지게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써야 할 글에는 이것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야 책도 살고 나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