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학술제를 다녀와서
청미 오정애
2023년 7월 15일 토요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있는 100주년 기념관 대강당에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전국한마음 학술제 행사가 열렸다. 전국적으로는 며칠 전부터 장마로 비가 많이 내려서 사고가 줄을 이었고 사망자도 속출했다. 학교 행사 시작 삼 일 전부터 몸살감기를 앓았다. 미열이 있고 온몸이 아파서 온돌 침대에 이불을 덮고 땀을 냈다. 다음날부터 몸이 좋아지기 시작하여 학술제 참석이 가능했다.
행사 당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으로 출발했다. 이천역에서 출발해 7호선 공릉역에 도착하니, 몇 명의 스터디 학우들이 도착해 있었다. 나도 9시 30분까지 늦지 않게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우리는 100주년 기념관까지 옛 경춘선 철길을 지나 운동 삼아 함께 걸었다. 학술제 행사에 하늘도 도움을 주는 듯 비도 그치고 걷기 좋은 선선한 날씨였다. 학우들이 성의껏 준비해 온 달걀, 체리, 단백질 바, 견과류와 초콜릿의 달콤한 조화가 학우들과의 관계를 끈끈한 사랑으로 채워주었다.
100주년 기념관에 도착하니, 충북지역대학 학우들이 우리들을 안내하며 반갑게 맞이해줬다. 100주년 기념관과 학술제 현수막 앞에서 개인 사진과 단체 기념 촬영을 했다. 팜플렛에는 방송대 교가와 국어국문학과 환영가도 있었다. 국어국문학과 3학기를 공부하면서 이런 노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방송통신대학에 오심을.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어요. 후회 없는 선택이란 걸. 여러분을 축하합니다. 국어국문학과에 오심을. 세월이 흘러서 뒤돌아보면 이미 우린 꿈을 이뤘죠. 생각만 하지 말고 눈을 떠 봐요. 우리 앞에 펼쳐질 세상에 이제는 할 수 있다며 힘을 내 봐요. 우리 함께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서울지역대학 흰색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단체복을 입으니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서울지역대학의 공감대와 소속감에 마음이 흐뭇하니 뿌듯했다. 기념품으로는 USB를 받았다. 밝은 연초록 사각에 상아색 리본 장식을 한 상자를 열어 하얀 가리개를 젖히니, 한국방송통신대학교와 국어국문학과 전국한마음 학술제가 찍힌, 우뚝 솟은 구멍 네 개의 모형을 본 순간 나는 그게 반지인가 했다. 순간 나는 USB가 있어서 방송대 로고가 찍힌 반지로 주문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첫 무대는 박종성 교수님께서 제주에 대한 전설과 민담을 특별 강의로 진행했다. 제주도에는 호랑이가 왜 없느냐는 질문과 학우들의 넌센스 답변으로 웃음소리가 대강당으로 퍼졌다. 제주도의 계곡이 100개 중 하나가 모자라서라고 한다. 1부 순서가 끝났다. 식사 순서는 11시 50분 제주지역대학부터다. 서울지역대학은 마지막 순서인데 원활한 행사를 위해 봉사하는 충북지역대학이 마지막으로 식사를 했다.
12시 30분에 있는 서울지역대학 식사 차례를 기다리며 100주년 기념관과 학술제 현수막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동안 식사하고 오시는 박종성 교수님을 만났다. 우리는 환호와 기대 속에 순수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교수님의 손과 팔을 잡고 찍고, 손가락 하트로 한 컷, '만세' 하며 찍고, 세 컷의 기념사진을 남겼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짧았지만 즐거웠다. 형성평가 학습 때 화면으로는 여러 번 보았지만, 출석 수업에서 직접 본 후로 두 번째 만남이다.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우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충북지역대학 학우들이 식당 문 앞에서 안내하고 있었다. 모든 이의 편의를 위해 헌신 봉사하는 고단한 모습에서 '피곤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밥을 먹는 미안함 때문에 우리보다 그들이 위대해 보였다. 줄 대기 시간 50분 만에 먹은 점심은 설렁탕과 밥, 불고기와 두부계란, 오이 묵무침과 깍두기, 떡과 수박이다. 영양 조리사의 짜임새 있는 풍성한 식단은 맛있었다. 점심 한 끼 식사로 괜찮은 편이었다. 우리는 밥그릇을 들고 함께 화이팅을 외쳤다.
방송대 대학 생활 중 여러 학우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식당에서 식사하는 이 시간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학교 숲길 산책길에 나섰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정에는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건축물들이 눈에 띄었다. '붕어방 연못'을 학우들과 함께 걸어가며 기념 촬영으로 즐거워하며 하루를 지냈다. 양옆으로 길게 펼쳐진 플라타너스 숲길이 인상적이다. 학우들과 걷는 길에 상쾌한 바람이 기분을 좋게 했다. 중학교 교정에 있던 플라타너스가 떠올랐다.
다시 2부 학술제가 100주년 기념관 대강당에서 시작되었다. 학우 전체가 참석하는 '어문학 겨루기' 첫 순서였다. 빨랫줄을 이용한 OX 선택 퀴즈다. 첫 문제는 한글은 199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UNESCO에 등재되었다. 맞으면 O, 틀리면 X. 많은 학우가 O를 골랐다. 난 X를 선택했다. 살아남았다. 답은 한글이 아니라 훈민정음이다.
그림 맞추기 겨루기 정답은 율곡 이이 초상화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김유정의 소설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신상에 관한 문제도 나왔다. 점순 씨가 줄리엣보다 나이가 더 많다. 맞으면 O, 틀리면 X. 정답은 O이다. 다음 어문학 퀴즈는 지역대학별로 5명씩 참가하는 순서였다. 상품은 1등 30만 원, 2등 25만 원, 3등 10만 원이다.
그리고 다음은 옛날 가야금 창 연주를 듣고 작가 맞추기였다. 객석에서 어느 학우가 '황진이' 정답을 말해서 모두의 박수 찬사를 받았다. 북한 언어에서 '넥타이는 무엇이라 할까요?'에 대한 답은 '목댕기'이다.
학우들의 장기 자랑 순서가 왔다. 판소리, 시 낭송, 노래, 춤, 기타로 다양한 젊음의 끼를 발산하며 신나는 시간을 가졌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흥겨워서 즐거웠다. 마지막 순서로 교수님과 학우들의 간담회 시간이 다가왔다. 교수님들의 수고로움도 제자들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해 주시는 것도 감사했다.
학술제를 마치고 국스 8기 학우들은 T & T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스터디 강사로 계신 이강훈 선생님의 국스 8기 학술제 참가 격려금으로 우리는 커피와 차를 주문해 마셨다. 그 선생님은 방송대를 졸업한 선배이기도 했다. 달달한 블루베리 스무디가 맛있었다. 늦깎이로 배우는 인생의 즐거움과 배움터의 자리에서 만학도의 축제를 마무리했다. 아들이 다녔던 모교에서 학술제를 한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의미 있고 뜻깊었다.
20대 시절에 누릴 대학 생활을 비록 나이 들어 시작하지만, 마음만은 지금도 청춘이라고 느껴본다.
이천문학집 (제29집) 2023년.
열린동해문학 열린광장 (1월호) 2024년.
가 족
청미 오정애
남편은 석재회사 생산직 기술자 조각가다. 나는 신혼 시절 혼자 있을적엔 자수와 스킬 놓는 재미로 지냈다.
임신을 했을 때는 태아를 위한 음반을 사서 음악을 듣고, 찬양을 들으며 색색 실로 수를 놓았다. 남편이 회사에서 퇴근하고 올 시간이 되면, 아파트 동구 밖에 나가 도롯가를 서성거리며 기다리곤 했다. 큰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그랬던 거 같다. 주변에 아는 이가 없어 외롭고 쓸쓸한 새댁시절이다.
큰아이가 태어난 날 많이 기뻤다. 온 우주가 내 것처럼 행복했다. 고사리 손을 잡아 눈을 맞추며, ''아가야,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구나. 너로 인해 엄마는 정말 행복하단다.'' 라고 말했다. 물을 데워 안방에서 목욕을 시키고, 배꼽에는 탯줄이 미처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곳이 아물때까지 물이 닿지 않도록 조심조심하며, 가누지 못하는 목을 한 손에 잘 받힌 채 목욕을 시켰다. 남편은 씻긴 물을 버려주며 잔심부름으로 협조를 했다. 아기도 몸을 시켜줄 때까지 울지 않고, 엄마를 도와주었다.
어느 날 초저녁, 남편과 잠시 바깥바람을 쐬러 나갔다. 온종일 집에만 있던 나는 답답하여 남편과 아파트 입구에 있는 시장을 돌아다니며, 한 시간 정도 데이트를 하였다.
집에 돌아와서 현관문을 따려고 입구에 서자마자,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려 헐레벌떡 문을 따고 들어갔다.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얼굴은 눈물범벅이고, 분홍색 이불에 모자가 달린 덮개는 아이 얼굴을 덮어질 지경이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이를 얼른 안아서 보듬었다. 그 순간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니 마냥 웃으며 서 있었다. 그 아이는 열 달 내내 내 배속에 있다가, 배 아파서 낳은 내 몸의 일부이다.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그 누가 자식은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아들은 태어날 때 코가 오뚝했고, 사내아이라서 그런지 울음소리도 우렁찼다. 큰 아이 키우듯이, 둘째 아이도 애지중지(愛之重之) 키웠다. 큰 애가 썼던 유모차에 둘째 아이를 태우고, 큰아이는 엄마 옷자락을 잡고 걸으며,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산책을 했다. 나는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들을 사진으로 찍어 주었다. 집에서 생일 파티와 두 아이가 노는 모습은 물론, 밖에서 찍은 유아적 사진이 많아 앨범에는 추억이 가득하다. 야외 나들이를 하며 두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찍은 사진들, 여행 가서 찍은 가족사진들이 많다.
남편과 주일날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로 가서 예배를 드렸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이 내게는 가정의 참 행복인 것이었다. 그 시절 사진을 들여다보면 지금도 입가에는 행복했던 추억들로 미소를 짓곤 한다.
열린동해문학 열린광장 (8월호) 2023년.
프로필 : *오정애 (시, 수필, 목사)
*한국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이천시지부 정회원
*열린동해문학 시, 수필 등단/열린동해문학 정회원
*작가문학상(시부문) ㅡ 은상(2020)
*저서 시집 : [호롱불] (2022). [목련]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