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방역지침은 언제쯤 나오나?
오늘은 2월 7일이다. 1월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추진 계획’를 통해 1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를 자율 착용으로 변경할 것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1월 20일 바로 각급 학교의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자율적 착용 권고로 조정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그러나 학교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 전달되는 게 없었다. 필자 역시 바로 전날인 1월 29일 일요일 오후에야 문득, ‘아 내일부터 마스크 다 안써도 되는거야?’하는 의문이 들었다.
1월 20일 곧바로 학교 실내마스크 자율 착용을 보도자료로 뿌렸던 교육부는 관련 세부 내용이 담긴 공문을 1월 27일(금)에야 시도교육청으로 내려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시도교육청은 그 공문을 받고 검토한 후 1월 27일 오후에야 각급 학교에 내렸다. 업무 담당자도 업무관리시스템에서 눈을 박고 있지 않는 한 확인도 하지 못하고 퇴근했을 시간이었다.
어쨌든 1월 30일 출근하여 공문을 확인하니, 엉거주춤 실내 마스크 착용해제 지침이었다. ‘착용의무’에서 ‘착용권고’로 큰 틀에서 바뀌었지만, 교육부의 세세한 추가 안내사항을 보면 ‘쓰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차라리 그냥 쓰고 말지’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착용 권고이기 때문에 안써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의 지침이다.
이 지침이 별다른 효과가 없는 이유는 여럿이다. 학교방역지침(8-1)상 ‘자가진단앱’을 매일 아침 확인해야 하는 업무, 등교할 때마다 체온을 측정해야 하는 의무, 방역 인력이 학교를 소독하고, 정기적으로 교실을 소독하고, 급식 가림판 속에서 밥을 먹고, 급식 지원 인력이 급식실을 소독하는 일상은 그대로인 현실에서 그냥 코로나는 ‘습관’이 되어버린 셈이다. 어느 공공기관도, 학원도, 식당도 출입시 체온 측정을 하지 않은지 오래이고 실내에서도 마스크 벗고 마음껏 대화를 해도 제지받지 않는 게 일상인데 학교만 고리타분하고 고립된 섬처럼 홀로 저 지침을 수행하고 있다. 아니, 교육부가 저 지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열흘이 흘렀다. 초등학교 5학년 우리 교실에는 마스크를 벗고 등교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 마스크 자율 착용이라는 안내를 매일 온라인 알림장으로 안내하고 학생들에게도 이야기하지만 벗지 않는다. 비단 우리반 상황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마스크를 쓰게 하는 것보다 벗게 하는 게 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실내 마스크 자율 착용 권고는 학교 방역지침과 현실 간의 부조화가 만든 유령 지침이 되고 있다. 교육부의 훌륭하신 관료들은 이런 상황을 예측했을 것이다. 그 결과 자율인데도 쓰는 것이니 방역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고, 그로 인한 책임은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까지도 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복잡하게 만들면 귀찮아 하나로 퉁치고 가려는 인간의 심리는 만국공통이다.
2023년 2월 공문함에는 ‘방역 인력’을 모집한다는 여러 학교의 채용 공고가 줄줄이 올라온다. ‘아니 2023년에도 방역 인력을 채용하고 문고리, 손잡이 닦는 그 일을 계속한다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싶어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결론은 2023년이나 2022년이나 학교 방역 인력 운영, 교실 소독, 방역 물품 지급 등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직도 필요한가? 여전히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은 1월 31일 아주 친절하게 ‘2023학년도 상반기 코로나 19 대응 학교 방역 활동 지원 계획’을 내려보냈다. 2023년 3월부터 5월까지 방역활동을 위해 전체예산 약 586억원 중 약 293억원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유초중고특수각종학교 2134교에 약 8900명의 방역인력을 채용하는 인건비로 약 257억, 방역 물품비 지원에 약 20억, 월1회 방역소독에 약 15억을 사용할 계획이다. 2022년의 경우 방역 예산은 ‘교육비 특별회계’ 예산과 교육부의 ‘특별교부금’으로 집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따른 시도교육청 예산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는 서울시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시도교육청의 문제이고, 교육청이 아니라 교육부의 문제이다. 여전히 학교 방역지침은 2022년 10월 5일에 내려보낸 8-1판이 작동하고 있고 방역 인력 운영, 학교 소독, 방역 물품 지급 등이 깨알같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지침을 현실화하지 않는 한 시행을 위한 예산 계획을 세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난 1월 27일 교육부는 친절하게도 이렇게 덧붙였다. “위 내용을 포함한 학교방역지침은 새학기 시작 전 안내할 예정이오니, 추가 안내 전까지는 현행 학교 방역체계를 유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새학기 시작 전은 언제쯤일까? 자가진단앱은 언제까지 확인해야 하는 것일까? 체온 측정은 3월에도 또 해야 하나? 급식실 가림판은? 그때는 이런 엉거주춤 방역지침이 아니라 좀 더 책임있는 방역지침, 교육활동을 우선에 두는 방역지침을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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