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5장(하나님의 섭리) 2-3항, 24.11.3, 박홍섭 목사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5장은 하나님의 섭리를 다룹니다. 섭리(攝理, divine providence)에 대한 고백은 7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장은 섭리의 정의와 대상, 기준, 목적과 속성을 설명하고 2항은 섭리와 제2원인들, 3항은 섭리의 방식, 4항은 섭리와 죄, 5항과 6항은 신자와 악인들을 향한 섭리, 7항은 교회를 향한 섭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번에 공부한 1항을 간력하게 확인하고 이어서 2항과 3항을 살피겠습니다.
1항. 위대하신 만물의 창조자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과 그들의 언행 심사를 가장 큰 것에서부터 가장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마 10:29-31) 자신의 가장 지혜롭고 거룩한 섭리에 의하여(잠 15:3, 시 104:24, 시 145:17), 무오한 예지와(행 15:8, 시 94:8-11) 자유롭고 불변하는 의지의 경륜에 따라서(엡 1:11, 시 33:10-11) 그의 지혜와 능력과 공의와 선하심과 그리고 자비의 영광이 찬송 되도록(사 63:14, 엡 3:10, 롬 9:17, 창 45:7, 시 145:7) 보존하시고, 이끄시고, 처리하시고, 통치하신다(단 4:34-35, 시 135:6, 행 17:25-26, 28, 행 28:3, 욥 38-41장).
2항. 모든 일은 제1원인자 되신 하나님의 예지와 작정과의 관련 속에서 불변하고 무오하게 일어나지만(행 2:23), 하나님은 그 동일한 섭리를 통해 제2원인자들의 본성에 따라 필연적으로, 혹은 우연적으로, 또는 자유롭게 그 일이 일어나도록 명하신다(창 8:22, 렘 31:35, 출 21:13, 신 19:5, 왕상 22:28, 34, 사 10:6-7).
3항. 하나님은 일반섭리를 베푸실 때 여러 수단을 사용하시지만(행 27:31, 44, 사 55:10-11, 호 2:21-22) 그런 수단들이 없어도, 또 그것들을 초월하거나(롬 4:19-21) 역행하시면서(왕하 6:6, 단 3:27) 마음에 원하시는 대로 자유롭게 역사하신다(호 1:7, 마 4:4, 욥 34:10).
4항. 하나님의 전능하신 능력과 측량할 수 없는 지혜와 무한한 선하심은 최초의 타락과 천사 및 사람의 다른 모든 죄에까지 미치는 섭리에서 광범위하게 드러난다(롬 11:32, 삼하 24:1, 대상 21:1, 왕상 22:22-23, 대상 10:4, 13-14, 삼하 16:10, 행 2:23, 4:27-28). 그런데 그러한 죄들은 단순한 허용이 아니라(행 14:16) 다양한 처분으로 자기의 거룩한 목적을 향하여 이 모든 일들을 지극히 지혜롭고 강력하게 제한하고(시 76:10, 왕하 19:28) 때로는 조정하고 통치한다(창 1:20, 사 10:6-7, 12). 그러함에도 모든 허물은 하나님이 아니라 오직 피조물에게서 비롯된다. 하나님께서는 지극히 거룩하고 의로우시기 때문에 죄의 조성자나 승인자가 아니며 그렇게 되실 수도 없다(약 1:13-14, 17, 요일 2:16, 시 1:21).
5항. 지극히 지혜로우시며 의로우시고 은혜로우신 하나님께서는 때로 자기 자녀들을 여러 가지 시험과 그들의 마음의 부패에 잠시 내 버려두신다. 그리하여 그들의 이전 죄를 징계하거나 부패의 숨겨진 힘과 마음의 거짓됨을 발견하게 하시어 그들을 겸손하게 만드시며(대하 3:25-26, 31, 삼하 24:1) 또 그들이 도움을 바라며 더욱 친밀하고 지속적으로 하나님을 의존하고, 장래의 모든 범죄의 기회를 대항하고 또 다른 의롭고 거룩한 목적들을 바라며 더욱더 경성하게 하신다(고후 12:7-9, 시 73편, 시77:1, 10, 12, 막 14:66-72, 요 21:15-17).
6항. 하나님께서는 의로우신 재판장으로서 완악하고 불경한 자들이 이전의 죄로 인하여 눈이 멀어지게 하시고 강퍅하게 만드시는데(롬 1:24, 26, 28, 11:7-8), 이들에게는 지각이 밝아지게 하거나 마음에 역사하는 은혜를 허락하지 않으실 뿐만 아니라(신 29:4), 때로는 그들이 가진 재능까지 빼앗으시고(마 13:12, 25:29) 그들의 부패성이 죄의 기회로 삼는 대상들에 내어버리시고, 그들을 정욕과 세상의 시험과 사탄의 능력에 넘겨주신다(시 81:11-12, 살후 2:10-12). 그리하여 그들은 다른 이들을 부드럽게 만드시는 하나님의 방편 아래 있으면서도 스스로 강퍅하여진다(출 7:3, 8:15, 32, 고후 2:15-16, 사 8:14, 벧전 2:7-8, 사 6:9-10, 행 28:26-27).
7항. 하나님의 섭리가 일반적으로 만물에 미치듯이, 하나님은 가장 특별한 방식을 따라 그의 섭리로 자기 교회를 돌보시며, 모든 것들이 교회에 유익이 되도록 처리하신다(딤전 4:10, 암 9:8-9, 롬 8:28, 사 43:3-5, 14).
해설
1. 1항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과 그들의 언행 심사를 가장 큰 것에서부터 가장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작정대로 진행되도록 유지하고 보존하며 다스리신다고 하나님의 섭리를 말합니다. 섭리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보존, 통치, 협력입니다. 섭리의 목적은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과 의와 선과 자비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섭리가 없는 세상은 우연이나 필연에 의해서 맹목적으로 움직일 것이고 그런 세상에서 하나님의 영광은 드러날 수 없고 인간의 존엄성도 사라집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당신의 무오한 예지와 불변하는 의지의 뜻에 따라서 피조물과 세계를 보존하고 통치하시기 때문에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 성도는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과 공의와 선하심과 자비의 영광을 찬송해야 합니다.
2. 2항은 섭리와 제2원인을 다룹니다. 하나님은 섭리의 제1원인이므로 그분의 뜻이 아니면 어떤 일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은 제1원인자 되시는 하나님의 예지와 작정 속에서 불변하고 정확 무오하게 일어납니다(행 2:23). 하나님께서 작정하신 것은 모두 변함없이 그리고 틀림없이 일어납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예지하신 것도 모두 변함없고 틀림없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렇게 당신의 작정과 예지에 따라 섭리하실 때 제2원인들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작정이 피조물의 의지에 강제로 영향을 미치지도 않고 제2원인들의 자유나 임의성을 제거하지도 않으며 도리어 존재성과 독립성을 확립시키기 때문에 제2원인들이 어떤 성질을 갖느냐에 따라서 어떤 일은 필연적으로, 어떤 것은 우연히, 어떤 일은 자유롭게 발생합니다.
3. 성경에는 제2원인이 필연적인 성질에 속하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창 8:22)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느니라. 그는 해를 낮의 빛으로 주셨고 달과 별들을 밤의 빛으로 정하였고 바다를 뒤흔들어 그 파도로 소리치게 하나니 그의 이름은 만군의 여호와니라”(렘 31:35) 사람들은 계절의 순환과 낮과 밤의 교차, 비와 눈과 바람의 작동, 바다와 강과 시냇물의 흐름 등을 자연이라 부르며 당연하게 여기지만 이것들은 모두 하나님의 예지와 작정으로 말미암아 섭리에 의해 필연적으로 나타나며 피조물을 향한 사랑과 큰 능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4. 제2원인이 우연의 성질에 속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 21:13과 신 19:5은 고의로 살인하지 않은 사람을 피의 보복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도피성 제도를 설명하면서 어떤 사람이 이웃과 함께 나무를 베다가 도끼가 자루에서 빠져 이웃을 맞춰 죽게 하는 경우는 그 사람이 고의로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연을 통하여 이웃을 그의 손에 넘긴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또한 미가야 선지자가 아합왕에게 전쟁에 나가면 평안히 돌아오지 못한다고 예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예언을 무시하고 호기롭게 전쟁에 나간 아합이 어떤 한 사람이 무심코 쏜 화살에 맞아 죽은 사건도 우연히 일어난 사건을 통해 하나님께서 섭리하신 것이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습니다(왕상 22:28, 34)
5. 한편, 제2원인이 자유로운 성질에 속하여 일어난 경우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앗수르를 통하여 이스라엘을 심판하실 때 앗수르 왕은 하나님의 뜻을 전혀 몰랐습니다. 단지 그는 허다한 나라를 정복하여 나라를 넓히고 부강하게 만들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앗수르 왕의 자유로운 생각과 실행을 통해 당신의 목적을 이루셨습니다. “내가 그를 보내어 경건하지 아니한 나라를 치게 하며 내가 그에게 명령하여 나를 노하게 한 백성을 쳐서 탈취하며 노략하게 하며 또 그들을 길거리의 진흙같이 짓밟게 하려 하거니와 그의 뜻은 이같지 아니하며 그의 마음의 생각도 이같지 아니하고 다만 그의 마음은 허다한 나라를 파괴하며 멸절하려 하는 도다” (사 10:6-7)
6. 이처럼 하나님의 섭리는 하나님의 작정과 예지에 의해 변함없고 틀림없이 일어나게 되어 있지만 그 모든 것이 기계적으로 일률적이고 무의미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지성적인 피조물의 의지와 행위에 관여하지만 그들의 이성적인 자유를 침해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는 우연적인 사건이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인 우리나 제2원인의 경우에는 우연적이거나 우발적으로 보이는 사건들이 허다합니다.하나님은 여러 2차 원인을 그 본성에 맞게 사용하셔서 세상을 통치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2차 원인을 무시하거나 그것들에 무관심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여러 수단들을 열심히 사용해야 합니다.
7. 3항은 섭리의 수단과 방식에 대한 설명입니다. 하나님의 섭리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일반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일반 섭리가 있고 다른 하나는 그 수단들 없이, 혹은 수단을 초월하여, 그리고 수단들에 반하여 섭리하는 특별 섭리가 있습니다. 이렇게 수단들 없이, 그리고 수단을 초월하거나 수단을 거슬러서 일하시는 경우를 흔히 ‘기적’이라 부릅니다(왕하 6장의 도끼가 물에 떠 오른 사건, 20장의 태양이 뒤로 물러간 사건 등). 그러나 특별 섭리가 제2차 원인들을 파괴하거나 무효화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제정하신 자연법과 기적은 서로 상충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정하시고 운영하시는 그 법칙에 매이지 않고 얼마든지 그 법을 초월하여 일하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8. 교회는 일반 섭리만 강조해서 합리주의에 빠지지 말아야 하고, 특별 섭리만 강조해서 신비주의의 덫에도 걸리지 말아야 합니다. 특별히 우리의 노력과 종교적인 열심으로 기적을 촉발하려고 하는 태도가 얼마나 무서운 교만인 줄을 알고, 하나님의 무한하신 지혜와 권능으로 시행되는 일반 섭리에 합당하고 질서 있게 살아가는 신앙의 태도를 우선적으로 가져야 합니다.